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暮春吟(모춘음)-邵墉節(소용절)
모춘의 노래

  

林下居常睡起遲  임하거상수기지
那堪車馬近來稀  나감거마근래희
春深晝永簾垂地  춘심주영렴수지
庭院無風花自飛  정원무풍화자비

睡:잘 수.     堪:결딜 감.    

수풀 아래에 살면서 늘 늦잠 자기 일수이니,
어찌 근래에 거마가 드문 것을 견디랴.
봄은 깊어 낮은 길고 주렴은 땅에까지 드리웠는데
정원에는 바람이 없는데도 꽃은 저절로 날리네.

  
작자 : 邵墉節(소용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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楊柳枝詞(양류지사)  - 許蘭雪軒

 

楊柳含煙霸崖春(양류함연패애춘)

안개 낀 봄 패수 언덕 버들가지

 

年年攀折贈行人(년년반절증행인)

해마다 꺾어서 행인에게 주니

 

東風不解傷離別(동풍불해상이별)

동풍은 이별고통 알지 못하고

 

吹却低枝掃路塵(취각저지소로진)

가지를 늘어뜨려 길가 먼지를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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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靑春抱妓千金芥/젊은 몸에 기생을 품으니 돈도 티끌 같고

 

 

가련의 방에서 술에 취하여 쓰러진 김삿갓은 정신없이 자다가

목이 타올라 깨어 나서 원앙금침

속에 누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저으기 놀랐다.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모르지만 한편 구석으로 밀어 놓은 술상 위에서는

 아직도 등잔불이 방안을

희미하게 비춰주고 있는데 바로 옆에는 가련이 짐짓 잠들어 누어있는 것이 아닌가.

 

굶주린 매가 꿩을 덮친다(飢鷹抱雉)는 말과 같이 김삿갓인들 오랫동안

금욕생활을 해 온 터에

 맹렬히 용솟음쳐 오르는 욕망이 없을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선비의 체통은 지켜야겠기에

잠시 욕망을 누르고 조용히 가련을 품어 안으며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한 수 읊었다.

 

 

젊은 몸에 기생을 품으니 돈도 티끌 같고
이 밤에 술까지 나누니 만사가 구름 같네.
날아가는 기러기 물을 따라 내려앉듯
산속을 지나는 나비 꽃을 피하기 어렵구려.


靑春抱妓千金芥
今夜當樽萬事雲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

 

 

짐짓 잠에서 깬 듯 그의 품안으로 파고들던 가련은 시를 듣고 나서

퍽이나 감격스러운 듯
'노류장화의 몸을 위해 그토록 귀한 시를 읊어 주시니

영광스럽기 그지없다' 고 아뢴다.

 

 '내가 시를 읊었으니 자네는 화답이 있어야할게 아니냐.' 고

채근하는 그에게 가련은

'저는 시를 좋아는 하지만 지을 줄은 모르니

옛날 기생 小紅의

시를 한 수 읊어 올리겠다.' 고 했다.

 

찬바람 눈보라가 주렴에 몰아쳐서
기나긴 밤 잠 못 이루니 안타깝구나.
이 몸이 무덤 되면 누가 찾아 줄는고
가엽고도 외로운 한 송이 꽃이라오.


北風吹雪打簾波
永夜無眠正若何
塚上他年人不到
可憐今世一枝花

 

김삿갓은 그 시를 듣자 가슴이 찡해 오는 것을 느꼈다.

기녀들은 겉으로는 퍽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무척 고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가련은 '어제까지는 저도 외로운 여인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도 행복하옵니다.'

하면서 다시 세차게 파고든다. '허어---

자네가 누구의 간장을 녹이려고 이러는가.' 하고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김삿갓은 가련의 가는 허리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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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길(江行)

홍경신(洪慶臣, 1557-1623), 〈강 길을 가며(江行)〉


黃帽呼相語 將船泊柳汀
황모호상어 장선박류정
前頭惡灘在 未可月中行
전두악탄재 미가월중행

 

뱃사공 불러서 얘기 나누니
버들 물가 배를 장차 대려 한다네.
앞 물 머리 고약한 여울이 있어
달밤에 갈 수는 없을 거라고.


-홍경신(洪慶臣, 1557-1623), 〈강 길을 가며(江行)〉

하루 종일 뱃길 따라 내려왔다. 이대로 내쳐 달빛 타고 내려가면 내일 쯤엔 한양에 닿을 수
있겠지. 유유히 미끄러져 내려오던 배가 한순간 멈칫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뱃사공을 불러
묻는다. 여기서 하루 밤 묵어가자고, 바로 아래엔 급한 여울이 있어, 흐린 달빛 보며 내려가
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부터 물살이 조금 거세다. 도리가 없다. 버들가
지 휘 늘어진 강가에 배를 묶기로 한다. 오늘밤은 달빛 벗삼아 강가에서 한 데 잠을 자야겠구
나. 하지만 마음은 조급하지 않다. 흐뭇한 달빛 안고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내 인생도
그렇듯이 유장하고 장엄하게 흘러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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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名花(무명화) / 이름없는 꽃 - 大谷 成運에게 부친다. 남명 曺植

        一年消息管多時 (일년소식관다시)

        名與香埋世不知
        (명여향매세불지)
        摠是名香爲己累 (총시명향위기누)
        洛陽曾得機人歸 (낙양증득기인귀
        한 해의 소식을 자주 들어 보았지만 이름과 향기는 세상에 묻혀 알지 못한다네. 이름과 향기는 본디 자신에게 허물이 되는 것 서울에서 일찍이 몇 사람이나 돌아올 수 있었던가?

      성운(成運) 1497-1579 :
      字 건숙(健叔), 號 대곡(大谷) 창녕인(昌寧人)으로
      "대곡집(大谷集)"이 남아 있다. 요점 정리 작자 : 南冥 曺植(남명 조식) 연대 : 조선 중기 형식 : 한시, 칠언절구 주제 : 명리(名利)를 쫓다가 자신에게 허물이 될 수 있음을 교지하는 詩 출처 : 南冥集 이해와 감상 대곡(大谷) 성운(成運)에게 부친 무명화(無名花)라는 제명(題名)의 이 시는 이름과 향기에 대한 세인의 태도에 대하여 묻고 있다. 명리(名利)를 쫓다가 잘못됨이 자신에게 허물이 되므로 허명(虛名)에 대하여 경계할 것을 말하고 있다. 낙양(洛陽)에서 이름을 얻은 벼슬아치가 과연 몇사람이나 온전히 돌아 왔던가를 상기 시키며 이름을 숨기고 사는 무명화와 같은 산림처사의 은일(隱逸)을 토로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름과 향기를 초야에 묻고 살고 있는 남명 자신의 자부(自負)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법자들이 권세욕에 탐익하여 자기 자신마저 속이면서 목민관의 명리를 쫓아 청백리가 되겠다고 설래발치는 무리를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허명에 눈이 멀어 명예가 실추된 치졸한 인간들의 탐욕에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심화 자료 조식(曺植)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본관은 창녕昌寧이고, 자는 건중(楗仲), 호는 남명(南冥),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성리학의 실천적 의미를 중시한 그는 엄격한 자기 절제와 현실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등을 통해 현실에서도 경(敬)과 의(義)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였다. 이러한 학문적 성향은 제자들에게도 계승되어 임진왜란 당시 제자들의 적극적인 의병활동으로 나타났다. 그의 제자로 김효원, 김우옹 등 저명한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일반적으로 낙동강을 경계로 경상우도 지역 오늘날의 경상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학맥을 형성하였다. 유명한 글로는 '단성소'라고 불리는 '을묘사직소'가 있다. 선조 때 대사간, 광해군 때 영의정으로 추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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