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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거나 유쾌한 난투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나는 대자연으로부터조언을 구했다. 언덕의 휘우듬한 선처럼 둥글게 솟고 떨어지는 느긋한 능선과 깊은 골짜기 아래 나는 살았다. 검은 구름수레가 몰려오면서 잎잎에 빗줄기가 후드득 듣기 시작하는 때와 눈보라의 뒷등이 누군가에 의해 밀려나가는 때를 나는 특히 좋아했다. 나는 자연으로부터 숲의 법칙과 물의 법칙을 모두 배웠다. 마치 『정글북』에서 느림보 갈색 곰 발루가 모글리에게 썩은 가지와 튼튼한 가지를 구별하는 법, 벌집에 다가갈 때 벌들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법, 물웅덩이에 첨벙 뛰어들기 전에 물뱀에게 경고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듯이. 말하자면 나는 『정글북』에서 정글의 존재들이그러했듯이 “너와 나, 우린 피를 나눈 형제야!”라고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작고 큰 생명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서로 속삭이고 대화하는 것을 보고 들었던 것이다.

1894년 출간된 러디어드 키플링의 『정글북』은 1907년 키플링에게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겨주었고, 지금도 여전히아동문학의 고전으로서 세계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메수아의 아들 나투(모글리)가 호랑이에게 쫓기다 늑대 가족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면서 자라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힘과 꾀로 무리를 이끄는 늑대 아켈라, 호랑이 시어칸, 자칼 타바키, 흑표범 바기라, 야생 코끼리 하티, 솔개 칠, 비단구렁이 카 등 무수히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모글리는 이들과 어울리고 경쟁하고 싸우면서정글의 법칙을 배우게 된다. 정글로부터 추방되었던 모글리가 소떼를 몰아서 악독한 수장 시어칸을 죽임으로써 용맹을 떨치는 장면으로 일단락된다. 많은 독자들이 1967년 출시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본 내용은 대개 여기서 그친다. 그러나 키플링의 『정글북』에는 모글리 외에 다른주인공들이 더 많이 등장한다. 물론 또 다른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말이다.

애니메이션이 포함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와 그 주인공들은이러하다. 아기 물개 코틱이 ‘물의 느낌’을 다 배워 무리를 이끌고 사람이 살지 않는, 사냥이 없는, 살육이 없는평화롭고 고요한 섬을 찾아가는 여정의 이야기가 있다. “달려라, 그리고 알아내라”라는 가훈을 가진 몽구스 리키티키가 갈색뱀들을 모두 몰아내는 전투의 전말이 들어 있다. 코끼리들과 정글 신들의 총애를 받는 ‘숲의 사람’ 리틀 투마이도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왕의 명령에 따라 대포를끌거나 보병대의 짐을 나르거나 기병대의 일원으로참전하는 노새, 낙타, 말들의 난동도 책 속에서 작은 이야기를 만든다.

『정글북』이 맹렬한 정신을 예찬하고, 모험의 마음, 신의(信義), 무리를 이끄는 지도력, 수직적 위계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강조한다는 비판이 없지는 않다.책 속에는 정글의 법칙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정글의 법칙은 먼저 공격하고 그다음에 짖는 것,무리의 대장이 사냥감을 놓치면 오래 살아남지 못하며 살아남아도 ‘끝난 늑대’라 불리게 된다는 것, 벌을 받고 나면 모든 게 끝난다는 것 등이다. 『정글북』이 말하고 옹호하는 세계가 포용과 구제와 이해심보다는 경쟁과 악의 세계에 대한 응징, 잘한 것에 상을 주고 잘못한 것에 벌을 주는 준엄한 규율이 작동하는 세계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게다가 아기 물개 코틱이 최초의 하얀 물개로 묘사되는 대목에서는 인종차별의 혐의가 있다고 읽어낼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정글북』을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집필되었다는 힐난으로까지 몰아가게 한다.

그러나『정글북』이 이와 같은 비판에만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정글의 동물들에게 비친 인간세계를 반성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모글리를 처음 만난 정글의 동물들은 인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그들은 사람을 잡아먹으면 옴이 오르고 이빨이 다 빠지며, 사람만이 늑대의 발에서 가시를 뽑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가인 모글리를 보며 이런 대화를나눈다. “정말 작네. 이 맨살 좀 봐. 용감하기도 하고.” “털 하나 없어. 발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죽겠군. 하지만 저걸 봐.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잖아. 두려움이 없어.” 그리고 그들은 인간에게만 눈물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들어 있다. 늑대 소년 모글리가 인간의 세계로 내려와 처음 배운 것이 옷 입는 법, 돈을 쓰는 법, 쟁기질하는 법 등이었다고 진술할 때에 그러하다. 모글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급 차이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어쨌건 이런 서술들은 정글 동물들의 안목을 통해 인간 세계를 되비춘 것들임에는 분명하다.

정글의 동물들이 원숭이족에 대해 보내는 질시의 근거도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한다.그들은 원숭이족은 법칙이 없고, 자기 언어가 없고,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엿보고 엿들은 말을 훔쳐 사용하고, 지도자가 없고, 허풍을 떨고, 재잘거리다 밤이라도 떨어지면 하던 일을 다 잊어버린다며 원숭이족에게 반목의 눈빛을 보내는데 이것은 원숭이족에게만 단일하게 규정되는 특질이 아닐 것이다.

붉게 뜨겁게 타오르는 ‘불’을 ‘빨간 꽃’이라 부르고 이글거리는 ‘적도’를 ‘끈적한 물’이라 부르는 정글 세계의 특수어도 읽는 재미를 보탤 뿐만 아니라 빼어난 시적 수사임에 틀림이 없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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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자' 로 살아가는 늑대소년  모글리

♣'정글북'줄거리

『정글북』은 역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대표작이다. 1894년 출간된 이후 시대와 지역, 성별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사랑을 받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이며,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아동문학이다. 또한 기존의 우화나 전래동화 등에서 나오던 의인화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동물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으로도 꼽힌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늑대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를 담은 「모글리의 형제들」, 「카의 사냥」, 「호랑이다! 호랑이야!」는 정글에서도 인간세계에서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중간자’로 살아야 했던 늑대소년 모글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외에도 해마다 겪는 인간의 잔인한 살육을 피해 온갖 역경을 헤치고 해상낙원을 찾아 나선 용감한 물개(「하얀 물개」), 민첩함과 집요함으로 코브라를 처단하는 용맹한 몽구스(「리키티키타비」), 신비로운 ‘코끼리 무도회’를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 맑고 순수한 인도 소년 리틀 투마이(「코끼리들의 투마이」) 등 원작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가 이 책에 온전히 담겨 있다.

1907년 노벨문학상 위원회는 키플링에게 상을 수여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키플링은 『정글북』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어른들은 신기한 상상으로 가득 찬 동화의 세계를 꿈꾸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그 기쁨을 공유한다.”

원제: The Jungle Book

저자: Rudyard Kipling(1865~1936)

발표: 1894년

분야: 영국 문학

한글번역본

제목: 정글북

옮긴이: 손향숙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46(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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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의 생애와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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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54)는 멕시코의 한촌 코요아칸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난 1910년대의 멕시코에는 민중적 각성에 의한 농민봉기, 노동자 파업, 지식인의 무장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다가올 러시아혁명을 예고하는 최초의 사회혁명이 여기에서 일어났다.  

 

이런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 프리다는 21세 되던 해에 운명적 사랑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를 만났다. 천재 벽화화가이자 열렬한 사회주의자며 호색한인 디에고와의 결혼은 ‘코끼리와 비둘기의 결합’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당대의 평가를 받았다. 평생에 걸쳐 여러 번의 헤어짐과 재결합을 계속 한 끝에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적 동반자로서의 자리매김을 간신히 할 수 있었다. 디에고는 연약한 육체를 가졌지만 불굴의 예술적 투지를 가진 프리다에게서 예술혼이 뭔가를 체험한 반면, 프리다는 디에고를 통해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범위를 넘어 가장 멕시코적인 작품을 좀 더 집요하게 파고 들 수 있었다.


 처제와의 염문 등 청탁을 가리지 않는 디에고의 병적인 호색기질에 한평생을 시달리고, 18세 때 겪은 끔직한 교통사고로 살아 생전 7번에 걸친 척추 대수술을 감내해야 했던 최악의 운명도 그녀의 불타는 예술혼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그녀에게 있어 그림은 육체와 영혼의 파멸을 딛고 일어나 자기자신으로 남는 유일한 길이자 존재의 긴박한 이유였다. 자화상을 자주 그린 그녀는 그림 속에서 단 하나의 고정된 자아가 아닌 다양한 자아의 모습을 담아내려 애썼다.

  

1939년 파리 ‘르누와 콜 갤러리’에서 열린 ‘멕시코전’에서 당대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 등의 찬사를 받으며 초현실주의를 넘어서는 민중예술가로서 세계적 위상을 마침내 구축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육체적 불행을 계속 강요하는 운명의 굴레는 너무도 버거웠던 것일까... 1954년 7월 13일, 오랜 병마에 시달리며 죽음을 직감한 그녀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인상적인 일기 귀절을 남기며 민중집회에 참여했다 47세의 우여곡절적인 삶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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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1929)

 

 당시 멕시코 사회의 여러 사회계층적 인물들을 버스 승객으로 묘사하여  자리에 서로 앉아있게함으로서 각 계층 간의 관계를 한 눈에 보여주려 한다.. 서로 간에 냉담한 포즈를 애써 지으려 하는것에서 계층 간 골이 제법 깊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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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와 리베라(1931)

 

프리다의 인생에서 버스충돌 사고 만큼이나 괄목할 만한 사건은 식인귀라는 별명을 가진 디에고 리베라와 운명적으로 만나 21세의 나이 차이를 넘어 결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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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탄생(1932)

 

이 그림은 프리다의 그림 중 가장 충격적인 대담함을 보인다. 비탄에 잠긴 마리아 상이 걸려있는 벽을 배경으로 자궁에서 힘들게 나오는 아이는 험난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프리다 자신을 상징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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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있는 침대(1932)[ 헨리포드 병원 (1932) ]

 

이 그림은 프리다의 선혈적인 자화상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이다. 여기에는 고독감에 싸인 채 아무런 외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프리다 자신의 처지가 지평선 너머 황량한 산업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을씨년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리본의 끈은 유산 당시의 절망적인 심정을 나타내고, 달팽이는 임신에 실패하는 유산과정의 상징인양 묘사된다

 

[ 헨리포드 병원 (1932) ]
세번이나 임신을 해도 모두 유산이 되고 만 프리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고와 병으로 인해 완전하지 못한 몸을 가진 그녀였지만 그녀안에 있는 열정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게 하죠. 아기도, 자궁도, 희망도, 기대하는 마음이 클수록, 커지는 그녀의 슬픔이 그림 속에 묻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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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미국 두개의 세계 사이에서(1932)

 

이 그림은 디트로이트를 방문한 뒤 이 지역 찬미가로 변신한 디에고에 대한 실망감을 프리다 자신의 멕시코 사랑과 대비시켜 묘사한 작품이다. 오른쪽은 미국의 모던화된 산업도시의 차가움을 , 왼쪽은 멕시코의 태양과 토착문화에 대한 프라다의 애착을 은연 중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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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마가 저기 걸려있다(1933)

 

이 그림에서 프라다는 넘칠 것 같은 쓰레기통, 공기를 오염시키는 굴뚝, 기둥 위에 놓인 하얀 변기 등 미국에서 가장 추한 물건들을 전면에 드러내 보임으로서 미국적 산업세계에 대한 자신의 반감을 나타내었다. 대신 멕시코 원주민의 상징인 치마를 한복판에 걸어놓은 것에 대해 시인 살바도르 노보는 "말리려고 널어놓은 테우아나의 셔츠가 허드슨 강에 오줌을 눈 상황"이라고 프리다의 의미심장한 내심을 포착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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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작은 상처들(1935)

 

디에고가 여동생 크리스티나와 염문을 피운 사실을 전해 듣고 그 절망한 심정을 이 그림 한 장으로 묘사했다. 디에고가 자신에게 가한 배반의 칼질로 얼마나 쓰라린 고통의 상처 속에 몸부림치는가를.. 그녀는 디에고가 그토록 좋아한 긴 머리카락을 잘라버린 채 난도질 당한 몸매를 침대 위에 널부러뜨려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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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기억(1937)

 

디에고에게 떨어져 몇 달을 보낸 뒤에 프리다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외로움에 못 견뎌 디에고에게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균열된 믿음은 결코 복구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을 이 그림은 잘 나타내고 있다. 프리다의 발치에 놓여있는 거대한 심장은 샘처럼 피의 강을 이룬 채 산과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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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에 죽은 디마 로사(1937)

 

프리다의 친구이기도 했던 꼬마 디마의 죽음은 그녀에게 멕시코의 비극을 그대로 상징하는 듯 했다. 프리다는 고대 인디언 의식에 제물로 바쳐진 어린 아이처럼 그녀의 치마 위에 누워 있는 디마의 모습을 존엄성이 가득차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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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와 나(1937)

 

프리다는 여기에서 연년생 동생 때문에 유모의 젖을 먹고 커야 했던 자신의 유아시절을 묘사하고 있다. 성인 얼굴에 어린 소녀의 몸을 하고 대지의 어머니이자 멕시코 혼혈 원류의 상징인 인디오 유모 품에 안겨 젖을 먹는 형상은, 자신의 뿌리가 아즈텍의 토착 신앙에 근거하며 여기에 자신의 예술혼을 내맡기겠다는 이심전심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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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에게 헌정한 자화상(1937)

 

스탈린과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해 멕시코로 망명온 트로츠키 일행을 프리다와 디에고 부부는 자신의 집에 귀빈으로 머물게 초대했다. 이 시기에 프리다는 라틴 여인의 활달한 장난기와 바람기가 섞인 조금 복잡한 감성으로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영웅인 트로츠키와 유혹적인 연애유희 게임을 즐겼다. 이런 심사속에 프리다는 자신의 연애상대인 노정객을 당혹감에 빠뜨리는 애정고백적인 자화상을 그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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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내게 주는 것(1938)

 

이 그림을 보고 앙드레 브루통은 "여기에는 잔인함과 해학성이 대담하게 버무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만이 고귀한 멕시코적 감정의 힘들을 결합시킬 수 있다"고 평했다. 그리고 "프리다 칼로의 예술은 '폭탄 주위에 둘러진 리본'이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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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헤일의 자살(1938)

 

미국잡지사 여기자인 베네티 웨어가 뉴욕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여배우 도로시 헤일의 자살관경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작한 그림이다. 하지만 프리다는 자신이 자살한 광경으로 변형시켰다. 이 무렵 디에고와 헤어져 멕시코를 떠날 때의 절망적 심정을 노출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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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명의 프리다(1939)

 

디에고와 이혼한 직후에 그려진 이 그림은 프리다 자신이 가진 두개의 상치된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두 형상 중 실제 프리다의 모습은 멕시코 전통의상인 테후아나를 입고 있고, 그 옆에는 자신의 분신이 유럽풍의 드레스를 입고 있다. 이 둘의 심장은 하나의 혈관으로 연결되고, 그 혈관의 끝은 분리되어 유럽적 프리다의 드레스에 피를 흘러내리게 한다. 그녀가 자신을 빼다 닮은 분신을 설정해 피로 얼룩지게 한 것은 자살과 죽음의 이미지를 표출하려는 의도 외에, 끝없는 고독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심정을 나타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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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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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깎은 자화상(1940)

 

여기에서 프리다는 방안 가득 잘라낸 자신의 머리카락 속에 무표정한 얼굴로 꼿꼿하게 앉아 있다. 그 위에는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된 노래가사가 울려 퍼진다: "알아?, 내가 널 사랑한 건 네 머리카락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 머리카락이 네게 없으니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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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서 박사에게 보낸 자화상(1940)

프리다만큼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는 드물지요. 어려서부터 혼자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던 그녀는 거울을 천장에 붙여놓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자신의 얼굴에 대한 인상을 확실히 가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확실히 가지고 있던 자신의 얼굴을 그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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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의 디에고(1943)

 

테후아나 지방의 전통 의상을 착용한 채 이마에 리베라를 담고 있는 이 자화상은  불성실한 남편에 대한 분노와 질투보다는 어느 정도 체념한 듯 달관한 듯한 심리변화를 엿보이게 한다

“테우아나 차림의 자화상”이라고도 불리우는 작품입니다. 테우아나는 멕시코 전통의상입니다. 특별한 의식의 의상을 입고 있는 자신의 이마에 디에고를 그려놓았다는 것은 그녀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프리다에게 있어서 디에고는 가장 완벽한 존재, 그리고 그녀가 유일하게 신성시하며 존경하는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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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또는 거치른 땅(1943)

 

이 그림에서 프리다는 대지의 어머니같이 여겨지는 식물로부터 더없이 편안한 자세로 자양분을 제공받고 있다. 보다 더 멕시코적인 예술을 꽃피우기라도 하겠다는듯이..   

그림 속의 화산으로 뒤덮인 멕시코 대지가 자신의 뿌리임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잊요. 식물의 줄기와 사람의 핏줄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으로 남들보다 몸은 건강하지 않지만 생명력만은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생명과 죽음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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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척추(1944)

 

여섯 번이나 척추 대수술을 받아야 했던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코르셋으로 부러진 척추를 얼기설기 추스려 몸을 고정시킨 채 힘겹게 서있는 프리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크게 안스럽게 한다. 저 멀리 황폐한 배경조차 그녀의 고통과 처연함을 극대화하는데 한 몫 하고..  

16살때에 당한 전차 사고로 인해 프리다의 척추는 부서졌고 그녀는 7번이나 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년동안 그녀의 척추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였습니다. 그 사고로 인해 그녀가 받았던 고통은 그녀의 몸에 박혀있는 못들로, 흘러내리는 눈물로, 황량한 사막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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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사라지고(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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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나무여 우뚝 솟아라(1946)

 

살갗을 벗길 듯 강렬하게 내려쬐는 태양과 차가운 요기의 달로 인해 둘로 나뉜 사막을 마주한 프리다가, 허리에 깊은 상처가 움푹 패인 채 들 것에 누워있는 자신의 분신을 옆에 하고 앉아 있다. 이런 극심한 부정속에서야 희망은 떠오르는 법이런가..

자신의 망가진 척추를 지탱해주고 있던 지지대를 떼어내고 언젠가는 건강한 모습으로 서고 싶다는 바람을 그려낸 것입니다. 그림의 반쪽이 어둡고 황량한 밤의 모습이지만 수술을 마치고 누워있는 뒷모습의 그녀는 밝은 햇살 속의 아침에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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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함께 한 자화상(1945)

 

디에고와의 사이에서 임신한 아이를 유산한 뒤 프리다는 더욱 무표정한 얼굴로 원숭이 등 애완동물릉 동반한 자화상을 많이 그리게 된다. 이런 애완동물은 말할 것도 없이 세상을 못보고 간 아이에 대한 대체적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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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늘어뜨린 자화상(1946)

 

이 자화상은 디에고가 프리다의 눈썹이 하늘을 나는 티티새같다고 말하던 시절의 추억을 담은 그림이다. 여기에서 운명의 손은 귀고리가 되었고, 머리카락은 뒤엉켜서 풀잎 목걸이로 변모했으며, 늘 그렇듯 뺨위에는 눈물방울이 맺혀져 있다.  무언가 묻는 듯한 시선은 별들이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우주를 떠다니는 빛처럼 공허하면서도 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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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사슴(1946)

 

여러차례의 척추수술, 유산, 한쪽 발 절단 등 온갖 신체적 고통을 겪은 프리다는 자신을 상징하는 화살맞은 사슴을 그리며 달관 속에 단련된 심정을 처연하게 드러낸다. 도대체 저렇게 많은 화살을 맞고서도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는 저 평온한 표정의 역설이라니...

비록 여러 개의 화살을 맞아서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강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슴이면서 얼굴은 프리다로 표현하여 자신과 동일시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의 고통을 통하여 또다른 차원의 예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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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와 나(1949)

 

여기에서 프리다의 긴 머리는 저절로 목부분에 감겨져 있으며, 그것은 그녀를 질식시킬 듯이 위협적이다. 그럼에도 디에고에 대한 맹목적이다 싶은 애정은 그녀의 표정에서 조금도 사그라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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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지구, 멕시코, 디에고와(1949)

 

고대 멕시코의 신화적 분위기를 풍기는 이 그림 이후에서부터 프리다는 더 이상 디에고에 대한 절망감을 표출하지 않는다. 대신 모성애적 관대함으로 점철된 그녀의 심리가 뚜렷이 보인다. 그녀의 모습에서는 달관한 여인처럼 금욕 억제적이며 냉정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참고 이기며 담담히 받아들이려는 결의가 엿보이기까지 한다. 이제 디에고와 연출했던 사랑과 증오의 오랜 유희는 무한한 생명추구 유희로 승화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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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uits Of The Earth(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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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범죄? 완벽한 소설을 꿈꾸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은 제목만큼이나 강렬하고 아찔한 소설이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말의 더미 속에서 ‘분신’과 ‘범죄’가 포착된다. 하지만 환상적인 고딕풍의 범죄소설이 펼쳐지리라는 독자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주인공 게르만 카를로비치는 베를린에 살고 있는 서른여섯 살의 러시아계 독일인으로 변변찮은 초콜릿 사업자이다. 1930년 5월9일, 업무차 프라하에 들렀던 그는 풀밭에서 자고 있는 한 부랑아가 자신과 무척 닮았음을 확신하고서 모종의 영감에 휩싸인다. 문학 속의 분신을 현실로 불러내듯 문학 속의 범죄를 자신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 분신이라는 개별성과 유일성을 위협하는 요소를 이용해 전대미문의 독창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것.

그 과정에서 많은 거짓말이 창조된다. 펠릭스를 꾀기 위한 현란한 수다는 물론이거니와 아내 리다 앞에서 거국적으로 털어놓는 동생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에 가깝다. 게르만의 미학적 환희가 극점으로 치달아갈수록 두드러지는 것은 그의 자기기만이다. 펠릭스는 정말로 그와 닮았는가. 그의 범죄는 정말로 ‘무관심’과 ‘무목적’의 행위(예술)인가. 혹시 기울어져가는 사업을 만회하려는 속된 욕망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리다와 아르달리온의 ‘부적절한’ 관계는 또 어떠한가. 이런 식의 거짓을 전혀 몰랐다면 그는 나보코프의 소설에 곧잘 등장하는 눈 뜬 장님인 것이고, 만약 알았다면, 알고도 죽였다면 정녕 희대의 악당인 것이다.

파리의 한 호텔에서 범행의 기록에 열중하던 중 게르만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언급한다. 라스콜니코프를 괴롭힌 묵직하고 날카로운 감각, 즉 ‘수치’ 대신 경쾌한(혹은 이렇게 가장한) 유희가 전면에 나선다. 중요한 것은 살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탄생하는 소설이다. “언젠가 제목을 붙였던 것 같은데. 뭐더라, 무슨 무슨 ‘수기’라는 말로 끝났다. 그러나 누구의 수기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튼 ‘수기’는 끔찍이도 진부하고 따분하다. 제목을 뭐로 한다? ‘분신’? 하지만 그런 제목은 이미 있다. (중략) 닮음? 인정받지 못한 닮음? 닮음의 옹호? 좀 건조하고 철학적인 경향이 있다.” 멀쩡한 사람을 죽여놓고서 미학을 논하고 그것에 탐닉하는 것, 이것이 ‘보석금을 얼마를 내든 결코 잠시라도 지옥에서 풀려날 수 없는’ 악당 게르만의 ‘죄’이다. 그렇다면 ‘벌’은?

게르만의 살인-예술은 너무나 하찮은 물건(펠릭스의 이름과 출신지가 새겨진 지팡이) 때문에 추악한 실패작이 되고 만다. “나는 사형수의 미소를 지었소. 그리고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러대는 뭉툭한 연필로 첫 페이지에 재빨리 그리고 단호하게 ‘절망’이라는 단어를 썼소. 이보다 나은 제목은 찾을 수 없소.” 자신의 원고가 천재적인 소설은커녕 기존 문학 작품의 조잡한 모방 내지는 어설프고 애처로운 패러디, 간단히 ‘쓰레기 더미’일 뿐이라면 절망하지 않을 작가가 어디 있으랴. 절망에서 가장 명민한 인물인 아르달리온의 지적대로 위장 살인으로 보험사를 속이는 수법은 물론이거니와 “이 피투성이의 혼란상과 혐오스러운 미스터리”, “음울한 도스토옙스키적 성향” 등 모든 것이 부실하다. 무엇보다도, 게르만이 유달리 집착을 보였던 ‘닮음’과 그것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던 ‘유일성(천재성)’의 강박관념에 대해 아르달리온은 세상에 닮은 사람은 없다는 논리로 맞선다. “모든 얼굴은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다.

나보코프가 러시아 문학의 적자로서 가진 자부심은 대단한 것이었다. 동시에 그는 러시아 문학 특유의 ‘억압(도덕 정치 종교 등)’으로부터 자유를 선언했으며, 온갖 이데올로기를 비워냄으로써 문학을 오롯이 문학이게끔 하고 작가를 예술에만 헌신하는 독특한 성직자이게끔 했다. 그의 이른바 미학 선언이 나온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는 러시아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후예로서 볼셰비키혁명 때문에 영원히 조국을 떠나야 했다. 또 항상 존경해온 아버지가 이 정치적 격동의 어이없는 희생양이 됐다. 그가 그토록 아낀 러시아 문학은 아무리 독특한 해석의 잣대를 갖다 댈지라도 예의 그 ‘억압’까지 포함하는 문학이다.

나보코프는 두둑한 문화 자본에 덧붙여 천재적인 언어 조탁 능력을 타고난 작가였다. 성실성과 감수성을 겸비한 문학 연구자에 까다로울 정도로 꼼꼼한 번역가이기도 했다. 소설가로서 그가 염두에 둔 것은 문학사와의 대결이었던 것 같다. 유럽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쓴 『절망』은 “열병으로 인한 발작성 정신이상과 자존감 상실로 인한 일탈 행동 분야의 우리 전문가”인 도스토옙스키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다.

거장을 향한, 젊은 작가의 질투가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든 이 지점에서 나보코프의 문학이 시작된다. 그의 서사 전략, 즉 각종 유희는 결코 얄팍한 허영의 산물이 아니라 문학사에 대한 깊은 통찰, 나아가 문학사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절망(!) 이후에 나온 존재의 형식이다.

그것이 매혹적인 것은 삶의 샘물에서 곧장 퍼 올린 투명한 문학(가령 푸시킨)에 대한 동경이 영원히 잃어버린 유년의 뜰(러시아)에 대한 향수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김연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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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타내려 완전 범죄 꾸미는데…

♣'절망'줄거리

20세기 문학의 거장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초기 대표작. 나보코프에게 확고한 작가적 명성을 안겨준 소설 『절망』은 그가 쓴 러시아어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베를린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시절 발표한 작품으로 1931년 독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 사건을 단초로 집필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치밀한 살인 계획을 ‘예술 작품’으로 여기며 살인의 과정을 기록하는데, 작가는 자칫 진부한 범죄 이야기를 풍부한 문학적 장치가 수반된 긴장감 넘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도플갱어’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의 틀 내에서 후에 『롤리타』에 등장하는 천재와 악(惡), 진정한 재능과 거짓 재능, 죄와 벌 등 문학의 영원한 주제들을 독창적으로 풀어낸다. 나보코프식 유희와 서사의 마법이 충만하게 펼쳐진 걸작으로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초콜릿 사업을 하는 독일계 망명 러시아인 게르만 카를로비치는 1920년대 중엽 베를린에서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산다. 어느 날 출장 중에 한가로이 교외를 거닐던 게르만은 풀밭에서 잠들어 있는 부랑자 펠릭스와 마주친다. 그는 자신을 완벽하게 닮은 부랑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분신을 만난 게르만은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완전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다음 세상에 자신의 천재성을 알리기 위해 사건을 기록한다. 자신이 쓴 이야기를 다시 읽던 주인공은 자신의 기발한 계획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히는데……

원제:Отчаяние

저자:Vladimir Nabokov(1899~1977)

발표:1936년

분야:러시아 문학

한글번역본

제목:절망

옮긴이:최종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71(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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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화가의 누드

 

 


After the Bath
by Felipe Santamans





Nude on Pink Satin
by Felipe Santamans

Nude I
by Heleen Vriesendorp

Nude
by Alain Daussin



Blue Nude
by Henri Matisse


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 2
by Marcel Duchamp



Reclining Nude
by Amedeo Modigliani


Female Nude II
by Barry Patterson




Blue Nude I, II, and III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Henri Matisse



Nude in a White Turban
by Henri Matisse



Nude Maja
by Francisco De Goya




Grand Parisy
by Unknown


Seated Nude Woman, Study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Gustav Klimt





Goldfish, 1901-02
by Gustav Klimt



Sea Serpents IV
(foil & metallic ink on special paper)
by Gustav Klimt

Acqua Mossa
by Gustav Klimt





Sitting Nude
by Sanyu



Sea Serpents III (foil & metallic ink on special paper) by Gustav Klimt 27

 

 


The Blue Nude, 1907
by Henri Matisse



Nude Study II
by Joaquin Moragues




Seated Nude, ca. 1917
by Amedeo Modigliani


Pink Nude
by Henri Matisse




Blue Nude I
by Henri Matisse

 

 



Male Nude, Back View
by Michelangelo Buonarroti





Nude, c. 1887
by Pierre-Auguste Renoir




Reclining Nude with Blue Eyes
by Henri Matisse

 

 



Nude with Lifted Arms
by Henri Matisse


Back of Nude Woman
by Pablo Picasso





Study-Battle of Anghiari
by Leonardo Da Vinci





Nude, 1881-2
by Georges Seurat

 

 



Female Nude
by Francine Van Hove



Nude II
by Michelangelo Buonarroti




Nude Woman in a Red Armchair
by Pablo Picasso

 

 



Blue Nude, 1902
by Pablo Picasso




Lying Nude
by Edgar Degas

 

 




Lying Nude
by Edgar Degas





Laying Nude and Musician
by Pablo Picasso

 

 



Reclining Nude in a White Dress
by Henri Matisse




Blue Nude with Green Stockings
by Henri Matisse





La Grande Odalisque
by Jean Auguste Ingres





Gabrielle d`Estrees and her Sister
by Fontainebleau





Nude Crouching in the Tub, 1918
by Pierre Bonnard

 

 



Seated Female Nude, Study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Gustav Klimt





Blue Nude I, 1952
by Henri Matisse

 

 





Blue Nude II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Henri Matisse

 

 





Blue Nude III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Henri Matisse





Seated Nude
by Amedeo Modigliani



Petite Nude
by Alberto Giacometti

 

 




Two Nudes on a Tahitian Beach
by Paul Gauguin

 

 




Seated Nude, ca. 1918
by Amedeo Modigliani

 

 




Nude Model (embossed)
by Henri Matisse




Nude on a Red Background
by Fernand Leger





Reclining Nude I
by Alfred Gockel





Seated Nude
by William Bouguereau



Seated Nude
by Gustav Klimt





Semi Kneeling Figure
by Qu Lei





Couple 4
by J. Neumark





Nude, 1911
by Egon Schiele





The Tub c. 1913
by Duncan Grant





Bathing, 1911
by Duncan Grant





Femme Assise
by Qu Lei





Femme se Reposant
by Qu Lei



Nude Male Seated
by Hippolyte Flandrin





Seated Nude Woman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Amedeo Modigliani





Lying Nude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Amedeo Modigliani

 

 



Studio di Nudo II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Amedeo Modigliani



Reclining Nude
by Ross Marks



Seated Nude
by Ross Marks





Seated Nude
by Egon Schiele





Femme Jouant Avec les Colombes
by C. Daux





Lying Nude (offset on special paper)
by Edgar Degas





Female Nude
by Francine Van Hove





Nude I
by Boguslaw Lustyk






Three Nudes
by F. Batka





Nude
by Greg Gorman





Great American Nude
by Tom Wesselmann





Laying Nude (offset on special paper)
by Sanyu

 

 




Composition with Three Male Nudes
(serigraph on special paper)
by Egon Schi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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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f a Female Nude Seen from the Back, early 1630's by Rembrandt Van Rijn 112

 

 


Nude
by Charles Watelet

 

 



Nude Study of a Young Man
by Annibale Carracci

 

 



Nude Seated on Both Legs
(embossed & on special paper)
by Amedeo Modigliani

 

 



Nude Seated on Left Legs
(embossed & on special paper)
by Amedeo Modigliani


 



Nude at Fireplace
by Pierre Bonnard




Blue Nude
by Mary Calkins





Mermaid
by John William Waterhouse





Seated Nude
by William Bouguereau





The First Kiss
by William Bougue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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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당신은 말로써 당신을 잘 표현하는가? 당신은 선동적인가? 당신은 궤변론자에 속하는가? 당신은 쓸데없는 말이라도 늘어놓지 않고선 배기지 못하는가? 당신의 말이 씨가 된 적이 있는가? 그러길 바란 적이 있는가? 침묵을 강요당한 적은 있는가? 당신은 말할 수 없다면 침묵하길 택하는가? 아니면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선택한 건 아니지만 당신에게도 도저히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 너머의 세계’가 있는가? 그렇다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당신은 어떻게 말하는가? 혹시 글을 쓰는가? 당신이 글을 쓴다면 바로 그런 것을 쓰는가? 무슨 방법으로 쓰는가? 그런데 만약 이 세계에 말을 빼앗긴 이름 없는 자들이 널려 있다면? 여기저기에.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인공호흡》에는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르겠으나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두 사람, 우리가 아는 상식에서는 상반된 세계에 속해 있던 두 사람에 대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훗날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독재자가 될 사람. 하지만 그때까지 가진 것은 계획과 말뿐이었던 비루하고 소심한 남자가 프라하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1909년 10월부터 1910년 8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는 아르코스 카페에 나타났다. 그는 거기서 자기 연민과 망상에 가까운 자기중심성, 미래에 대한 과도한 강박 관념을 예술가들에게 뜨겁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의 말을 들었던 사람 중 하나는 프란츠 카프카였다. 요설을 늘어놓던 남자는 히틀러였다. 몇 번의 우연한 만남 동안 카프카는 히틀러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그는 히틀러에게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말은 씨가 되는 법이에요. 말은 앞으로 이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는 작은 불씨와 같은 겁니다. 당신의 꿈이 현실화된다면 잔혹한 유토피아를 보게 될 것이오. 그리고 그렇게 말할 때 카프카의 눈에는 앞으로 그가 수백만명의 사람들 하인들 노예들 버러지들의 유일한 주인 총통으로 군림하는 모습이 보였다.

1924년 6월3일 카프카는 죽었다. 죽기 전 그는 말을 못했다. 그는 병상을 지키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었다. 말을 못하는 카프카가 친구들에게 글을 쓰는 같은 시각 히틀러는 검은 숲의 성에서 비서들에게 <나의 투쟁>을 구술하고 있었다.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게르만 제국을 건설하는 것으로’라고 부를 때, 죽어가던 카프카는 말을 못했다. 그는 단지 글로 쓸 수밖에 없었다. 히틀러가 ‘비(非)아리아계 노예들은’ 이라고 할 때 카프카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단지 글로 쓸 수밖에 없었다. 히틀러에 따르면 바로 그 노예 중 하나였던 카프카, 소설 속에서 스스로를 ‘버러지’로 인식한 카프카, 죽음을 앞두고 “나에겐 권리가 없다”고 말했던 카프카는 말할 수 없는 것을 글로 쓸 수밖에 없었다.

소설에 따르면 이 만남을 수십년 후 추적한 사람은 당대 최고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제자였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고 했다. 이미 오래전 히틀러의 말에서 다가올 불행을 감지했던 카프카는 침묵했을까? 카프카가 자신의 글쓰기로 시종일관 부여잡고 씨름하고 극복하려 했던 것은 바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는 정언명령이었다. 카프카의 진정한 천재성은 요란한 말 이면에 말할 수 없는 것 즉 ‘언어 너머’가 실재하리란 걸 예감했다는 데 있었다. 추방당해 세상 바깥으로 내던져질 존재에 대한 강력한 예감. 결코 다시 성으로 들어가지 못할 존재에 대한 예감. 그리고 그것들은 이를테면 아우슈비츠같이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존재할 것이다.

라디오 피디를 직업으로 가진 내게 가장 놀라움을 안겨준 말이 있다. 남미에선 라디오가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란 것이었다. 목소리 없는 자들이란 누구인가? 가난한 자, 버림받은 자, 잊힌 자, 소외된 자, 고통받는 자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라디오란 것이다. 그전에 나에게 라디오의 말은 친숙한 것, 편안한 것, 일상적인 것,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란 말은 나에겐 커다란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것이 존재함을 알게 된 것이다. 큰 목소리를 침묵하게 하고 반대로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희미하게나마 들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존재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피글리아가 믿었던 문학의 힘이었을 것이다. 문학은 말로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진실을 찾아나서는 것, 말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말을 하게 하는 열정의 토대인 것, 바로 그것이 피글리아가 《인공호흡》에서 말하고 싶었던 문학이 삶에 가지는 의미였을 것이다. 피글리아가 보기에 숨 수 없는 것을 숨 게 하는 ‘인공호흡’, 그것이 문학이 삶과 맺는 관계였을 것이다.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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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에 싸인 외삼촌의 삶을 추적하는데…

♣'인공호흡'줄거리

《인공호흡》은 보르헤스 이후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인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대표작으로, 지식인과 작가들에 대한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의 탄압이 절정에 달한 1980년에 출간되었다. 한 청년 작가가 수수께끼에 싸인 외삼촌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아르헨티나가 앓고 있는 고통의 기원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단편소설을 막 발표한 에밀리오 렌시에게 소설의 주인공이자 행방불명된 외삼촌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이후 외삼촌과 서신을 교환하면서 렌시는, 외삼촌이 정치가였던 장인의 증조부가 남긴 기록들을 재구성해 출판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작업을 돕기로 한다. 그러나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에, 외삼촌은 사라지고 그동안 조사했던 기록들만 남아 있다. 렌시는 폴란드에서 망명한 외삼촌의 친구 타르뎁스키와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점으로 철학, 문학, 역사에 관해 논의하며 삼촌을 기다린다. 보르헤스와 아를트의 작품을 비교하는가 하면, 카프카의 《소송》과 히틀러의 나치즘, 그리고 폭력에 신음하는 아르헨티나의 상황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잘못된 유럽주의가 아르헨티나 문학을 심각한 병폐에 빠뜨렸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피글리아는 《인공호흡》을 통해 독재정권하에서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문학을 통한 ‘인공호흡’으로 아르헨티나에 생명을 부여하려 했다. 탐정소설, 서간소설과 르포가 결합된 복잡한 구조임에도 출간 당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아르헨티나 작가 50명이 뽑은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훌륭한 10대 소설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원제:Respiracin artificial

저자:Ricardo Piglia(1941~)

발표:1980년

분야:아르헨티나 문학

한글번역본

제목:인공호흡

옮긴이:엄지영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45(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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