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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이

강진에 유배된 초반에 지었다

 

 

獨笑(독소)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

達官必憃愚(달관필용우)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
至道常陵遲(지도상능지)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

婦慧郞必癡(부혜낭필치)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

 

―정약용(丁若鏞·1762~1836)

 

 

獨笑(독소)

 

 

곡식 가진 이는 먹을 식구 없는데
자식 많은 이는 굶주려 걱정이다.


고관은 영락없이 바보인데도
영재는 재능 써먹을 자리가 없다.


두루 두루 복을 갖춘 집 이렇게 드물고
극성하면 대개 쇠락의 길을 밟는다.


아비가 검소하면 자식은 방탕하고
아내가 똑똑하면 남편은 어리석다.


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놓는다.


세상사 모두가 이런 것을
혼자 웃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다산(茶山)이 강진에 유배된 초반에 지었다.

 

사회는 참으로 부조리하다.

 

무능한 이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유능한 이는 능력을 발휘할 자리가 없다.

 

재산이 많은 사람은 누릴 자식이 없는 반면

자식 많은 이는 배고파 걱정이다.

하늘은 한 사람에게 복을 몰아주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그만하면 됐다 싶은 삶의 궤도에 오르니

그때부터는 내리막길이다.

그런 부조리와 결함이 인생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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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穴寺(신혈사) - 大良院君(대량원군)

 

 

★*.
一條流出白雲峰(일조유출백운봉)
萬里滄溟路自通(만리창명노자통)
莫道潺湲岩下在(막도잔원암하재)
不多時日到龍宮(부다시일도용궁)


(해설)

물 한줄기가 백운봉에서 흘러 나오는데,
머나 먼 바다까지 길은 절로 통해 있네.
잔잔한 바위 밑에만 있겠다 하지 마라,
멀지 않은 장래에 용궁에 이르리라.


    *神穴寺(신혈사):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관외동 삼각산 진관사(津寬寺)에 있었던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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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차 한 사발
                             /  혜장(惠藏)스님       

澹靄殘陽照上方 [담애잔양조상방]
半含紅色半含黃 [반함홍색반함황]
淸茶一椀唯吾分 [청차일완유오분]
羶臭人間盡日忙 [전취인간진일망]

엷은 노을 남은 볕이 절집을 비추이니
반쯤은 붉은 빛에 반쯤은 누런 빛.
맑은 차 한 사발이 다만 내 분수거니
누린내 나는 세상 온 종일 바쁘구나.



▒ 아암(兒菴) 혜장(惠藏, 1772-1811)


「산거잡흥(山居雜興)」 20수 중 제 14수다.

뉘엿한 햇살에 노을이 맑다.
빗긴 해가 산 꼭대기 방장으로 빗겨든다.
종일 돌아다녔으니 저도 좀 쉬자는 눈치다.
이때의 이 빛깔을 어찌 설명해야 좋을까.
붉은 빛이라 하기엔 누런 빛을 띠었고,
누렇다고 하자니 붉은 기운이 감돈다.
툭 터진 안계(眼界) 너머로 구름 노을이 탄다.

사람의 한 뉘도 저와 다를 게 없겠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떠오른 아침 해가
서산낙조로 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맑은 차 한 잔을
끓여내어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다.
따뜻하다.
이만 하면 내 살림이 참 넉넉하지 싶다.
저 산 아래 중생들의 세상에는
서로 뺏고 빼앗는 아귀 다툼이 한창이다.
헐고 뜯는 싸움판에서 마음은 까맣게 내던져 놓고,
탐욕의 누린내가 진동을 한다.

찻잔을 들어 다향을 맡고,
한 모금 가만히 머금어 내린다.
다 고맙다.
사위(四圍)는 어느새 어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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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國里(or 舊里)   옛 고향
             경운 卿雲  (당나라 말엽의 승려)

 

舊居梨嶺下    옛날 살던 이령 고개 아래는
風景近炎方    풍경이 열대에 가까웠지.
地暖生春早    땅이 따뜻하니 봄은 일찍 왔고
家貧覺歲長    집이 가난하니 세월은 길었네.
石房雲過濕    구름이 지나가 돌집은 눅눅했고
杉徑雨餘香    비내린 삼나무 길은 향기가 맑았네.
日夕竟無事    저물도록 별다른 일이 없이
詩書聊自强    부지런히 시경 서경 읽었다네.

 

 

 *梨嶺: or黎嶺  -> 고개 내지는 작은 산 이름임. 번역엔 문법적으로 별로 달라질 게 없음.
  *早: or草  -> 땅(지역)이 따뜻하니, 즉 기온이 따뜻한 지방이므로 봄풀이 나옴.(?)
  *杉: or松  -> 杉은 삼나무, 松은 소나무, 松일 경우엔 '소나무 길'로 번역해야 함.
  *夕竟: or久覺 -> '일구각무사'라면 '해가 길어 일이 없음을 깨닫다'는 뜻임.

     날은 긴데, 하루하루 가는게 지루한데 별달리 할 일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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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덕원민사2(宿德源民舍2)-허균(許筠)

 

 

★*.

王粲倚樓空作賦(왕찬의루공작부)


杜陵徒步只吟詩(두릉도보지음시)


空聞戰血傾伊洛(공문전혈경이낙)


却敵何人出六奇(각적하인출육기)


(해설)

누대에 기댄 왕찬은 공연히 시를 짓고
맨발의 두보는 오직 시만 읊었어라
전장에 흐른 핏물 이수와 낙수로 든다는데
적 물리침에 누가 기발한 계책 짜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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