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人間無罪罪有貧/사람이 무슨 죄겠소. 가난이 죄지요.

 

 

사당동 강좌수 집에서 거절을 당한 김삿갓은 발길 닫는 대로 걷다가 길가의 아무 집으로나

찾아 들 수밖에 없었다. 퍽 가난해 보이는 오두막집이었지만 다행하게도 주인은

 어서 들어오라고 기꺼이 맞으면서 불편할 잠자리와 입에 맞지

않을 음식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윽고 저녁상이 나왔는데 밥상 위에 놓인 것은 삶은 감자 한 바가지와 호박찌개 한 그릇이

전부였다. 자기들은 이렇게 감자만 먹고 산지가 퍽 오래 됐다면서 손님에게까지

이렇게 대접해서 미안하다고 무척 민망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인정이란 마음 쓰기에 달인 것이지, 돈이 있고 없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김삿갓은 이날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러기에 그는 그날 밤 새우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그 집을 떠나면서

주인에게 다음과 같은 위로의 시를 한 수 써 주었다.

 

돈이 많으면 신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무슨 죄겠소. 가난이 죄지요.
빈부의 종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부자와 가난은 돌고 도는 것이라오.


地上有仙仙見富
人間無罪罪有貧
莫道貧富別有種
貧者還富富還貧

 

김좌수 집에서 진수성찬을 얻어먹은 것보다도 이 댁에서 감자를 대접 받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 김삿갓은 주인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을 누누이 전하고,

전날 九天閣 아래에서 만났던 기생 가련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만세교를 향하여 다시 발길을 옮긴다.


728x90

 

淸凉山 金生窟- 柳熙之(류희지)


金生健筆世爭傳 김생건필세쟁전
此地探眞間幾年 차지탐진간기년
古穴荒凉人不見 고혈황량인불견
至今遺跡尙宛然 지금유적상완연



김생의 웅건한 글씨 대대로 다투어 전해졌으니
묻노니, 여기서 공부한 것이 몇 년인고
옛터 황량하고 사람도 없지만
지금 그 유적은 오히려 완연하네 .


청량산(淸凉山, 870m)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예로부터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렸을 만큼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산세가 수려하다

청량산 경일봉(擎日峯) 아래에 있는 신라의 명필 김생(金生, 711-791)이 글씨 공부를 했다는 김생굴(金生窟)은 김생(金生)이 이 굴 앞에 김생암이라 부르는 암자를 짓고 10여년간 글씨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붓을 씻었다는 우물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김생의 글씨와 봉녀(縫女)의 길쌈이 서로 기술을 겨루던 전설이 어린 곳이 기도 하다.

또 이황(李滉)이 공부하였다던 청량정사(淸凉精舍)가 있다. 또한 김생암(金生庵) · 상대승암(上大乘庵) · 하대승암(下大乘庵)이 있었다고 하며 현재 그 자리가 남아 있다

728x90

 

    雲(운)-郭震(곽진656-713)



    聚山虛空去復還(취산허공거부환)
    野人閑處倚空看(야인한처의공간)
    不知身是無根物(부지신시무근물)
    蔽月遮星作萬端(폐월차성작만단)


    구름

    허공에 모였다가 흩어지고 갔다간 또 오는데
    야인이 한가롭게 지팡이 짚고 서서 바라본다네
    스스로 뿌리 없는 신세인 것을 모르고
    달 가리고 별 막으며 별짓을 다하는구나

728x90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 - 王維(왕유)

술을 따라 배적에게 주다

 

 

 

酌酒與君君自寬 (작주여군군자관)  그대에게 술 한 잔 권하노니 마음 편히 지니시게

人情飜覆似波瀾 (인정번복사파란)  세상 인정 뒤집어지는 것 출렁이는 파도와 같아

白首相知猶按劍 (백수상지유안검)  오래도록 사귀어 온 사이에도 경계심 여전하고

朱門先達笑彈冠 (주문선달소탄관)  먼저 높이 되면 자기를 따르던 자 비웃는다네.

 

草色全經細雨濕 (초색전경세우습)  풀빛은 가랑비라도 내려야 젖게 마련이고

花枝欲動春風寒 (화지욕동춘풍한)  꽃가지 움이 트려는데 봄바람은 아직 차갑네.

世事浮雲何足間 (세사부운하족간)  세상일 뜬구름만 같으니 물어 무엇 하랴.

不如高臥且加餐 (불여고와차가찬)  조용히 지내며 맛있는 것 맘껏 먹느니만 못하다네

728x90

 

 

把酒問月(파주문월)
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 李白(이백)


靑天有月來幾時 푸른 하늘의 달이여, 언제부터 있었느냐?
我今停杯一問之 나 지금 술잔을 멈추고 한 번 물어 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 사람은 저 밝은 달을 잡을 수 없는데
月行卻與人相隨 달이 도리어 사람을 따라 오는구나.

皎如飛鏡臨丹闕 거울같이 밝은 저 달은 선궁(仙宮)에 걸린 듯이
綠煙滅盡淸輝發 푸른 안개 다 사라지니 맑은 빛을 내는구나.

但見宵從海上來 다만, 밤엔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을 볼 뿐이니
寧知曉向雲間沒 어찌 새벽에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알리오?

白兎搗藥秋復春 토끼는 일년 내내 불사약을 찧고 있는데
嫦娥孤棲與誰鄰 항아는 외로이 살면서 누구와 이웃하고 있는가?

今人不見古時月 지금 사람들은 옛 날의 저 달을 보지 못하지만
今月曾經照古人 지금 저 달은 옛 사람들을 비추었으리라.

古人今人若流水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 모두 흐르는 물과 같아
共看明月皆如此 다 같이 달을 보고 모두 이와 같았으리라.

唯願當歌對酒時 오직 바라노라, 노래하고 술 마실 동안은
月光長照金樽裡 달빛이 오랫동안 술통을 비추어 주기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