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白 髮 [백 발] 흰머리 - 鄭蘊[정온]
人皆羞白髮 [인개수백발] 남들은 다 허연 머리 싫어하지만
병자호란 때 김상헌과 함께 척화(斥和)하다가 청나라와의 화의(和議)가 이루어지자, 칼로 자신의 배를 찌르며 자결을 시도하였다가 실패하고서, 경남 거창으로 낙향하여 은거해 지내었던 동계(桐溪) 정온(鄭蘊)이 지은 '백발(白髮)' 이란 제목의 시이다.
봄이면 돋아나고, 여름이면 생장하고, 가을이면 결실을 맺고, 겨울이면 사라져 가는 것, 이것이 천지자연의 이치이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노쇠하고, 사라져간다. 이것이 우리네 삶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삶의 과정에서 벗어나려고 지나치게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과정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의 노년기라고 해서 아름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뜨는 태양에게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듯이, 저녁에 지는 해에도 장엄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년기에도 젊은 시절에 못지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검은 머리의 동안(童顔)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허연 머리의 주름진 얼굴도 그에 못지않게 멋진 것이다.
거기에는 타고난 것이 아닌, 지난날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또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나이스 샷을 외친다고 멋진 것이 아니다. 그윽한 눈길로 인생을 관조(觀照)하는 것도 아름다운 것이다.
다만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구나 누릴 수가 있지만, 늘그막의 아름다움은 차근차근 준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늘그막을 위하여 신체적 건강과 경제적 여유로움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도 준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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