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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3월 6일 (788)
1. 다음 중 나랏빚 규모가 과중해지지 않도록 통제하기 위한 규범을 뜻하는 용어는?
①5%룰 ②10%룰
③재정준칙 ④재정승수
2. 다음 중 해운산업의 업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수는?
①BDI ②CPI ③PCE ④DSR
3. 새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적용하는 ‘청약가점제’에서 점수 산정에 반영되는 요소가 아닌 것을 고르면?
①무주택 기간
②부양가족 수
③연소득
④청약통장 가입 기간
4. 성장동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통화 긴축을 자제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는?
①노 랜딩
②노 타이트닝
③디스인플레이션
④기대인플레이션
5. 다음 중 정부가 저신용자의 자금 융통을 도와주기 위해 운영하는 대출 상품은?
①햇살론
②특례보금자리론
③오버나이트론
④브리지론
6. 우리나라 1원짜리 동전에는 어떤 그림이 새겨져 있을까?
①무궁화 ②거북선
③다보탑 ④이순신 장군
7.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주식, 채권, 인수합병(M&A) 자문 등 기업 금융 서비스 등에 주력하는 은행은?
①상업은행 ②저축은행
③특수은행 ④투자은행
8. 증시에서 결산기를 앞둔 기관이 인위적으로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행위는?
①윈도 드레싱 ②디레버리징
③디커플링 ④쇼트 커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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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공정하게 운영되려면...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제도를 바꾸려다 소비자 반발로 보류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에겐 마일리지가 중요합니다. 착실하게 모은 마일리지로 해외여행 갈 때 보너스 항공권을 사거나, 일반석보다 편하고 넓은 좌석으로 승급(업그레이드)하기를 원해서죠.
이번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려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국제선의 경우 4개 지역별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마일리지가 달랐습니다. 이것을 운항 거리에 비례해 국제선 10개로 세분화하려 했습니다. 이용 노선의 실제 거리에 따라 공제 수준을 결정하는 게 ‘합리적 기준’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꾸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장거리 여행에서 마일리지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부담이 더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 여행을 위해 프레스티지석(비즈니스석)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려면 편도 6만2500마일이 필요했던 것이 9만 마일로 늘어납니다. 소비자로선 자신이 모은 마일리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죠. 물론 단거리 등 일부 구간의 경우 필요한 마일리지가 줄어들긴 하지만, 이런 구간은 마일리지 활용도가 장거리보다 떨어집니다.
소비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요. 올해 4월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하려던 대한항공은 결국 물러섰습니다. 고객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를 알아봅시다. 마일리지 제도를 운용하는 기업은 대개 약관에 그 내용을 담고, 그런 약관이 공정한지는 정부 부처에서 심사합니다. 약관이 무엇인지, 정부의 약관 규제는 어떻게 정당성을 확보하는지도 함께 생각해봅시다.
기업은 단골을 만들기 위해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해요
기업은 자기 회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고객이 필요합니다. 어쩌다 한 번 구매하는 고객 말고,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단골 고객을 원합니다. 단골을 확보하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죠.
마일리지 제도란
마일리지 제도가 대표적입니다. 기업은 상품의 구매 또는 서비스의 이용 실적에 따라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지급합니다. 마일리지의 다른 표현은 포인트입니다.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마일리지라면, 다른 기업들에선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신용카드사,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 우리 주변에 포인트를 주는 기업은 매우 많습니다. 짜장면을 집으로 배달시키면 중국집에서 함께 보내주는 쿠폰도 마일리지나 포인트에 해당합니다.
마일리지, 포인트, 쿠폰 모두 기업(혹은 식당)이 소비자에게 단골손님이 돼달라고 주는 것입니다. 이것을 받은 소비자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일정량을 모아야 쓸 수 있습니다. 중국집 쿠폰을 20장 모으면 그것으로 탕수육을 시킬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단골 고객의 다른 말은 ‘상용 고객’입니다. 여기서 상용은 한자 항상 상(常)과 쓸 용(用)을 사용해 ‘일상적으로 늘 쓴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에는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늘 쓰는 고객이니까 단골 고객이죠. 그래서 마일리지 제도를 ‘상용고객 우대 제도’라고 부릅니다.
항공사가 단골 고객에게 보상을 준 사례로 유명한 것은 1979년 미국 웨스턴 에어라인의 ‘트래블 패스 프로그램’입니다. 이 항공사는 자사 항공기를 다섯 번 이용한 고객에게 50달러짜리 여행권을 줬습니다. 중국집 쿠폰과 비슷하죠.
이후 1981년 역시 미국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마일리지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1984년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기엔 마일리지를 지급한 항공사에서만 그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점차 이용 범위가 확대돼 항공사들이 제휴를 맺은 여러 기업에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항공 마일리지의 법적 성질
법적으로 항공사 마일리지는 어떤 것일까요. 적립한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으니, 재산적 가치가 있습니다. 항공사와 제휴를 맺은 다른 기업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점도 항공 마일리지가 재산권임을 뒷받침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항공 마일리지가 재산권 중 하나인 채권이라고 합니다.
항공 마일리지를 채권으로 인정하면, 그것을 지급한 항공사는 부채를 안게 됩니다. 그래서 국내외 항공사들은 한사코 마일리지가 ‘무상으로 제공한 보너스, 경품, 덤’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마일리지를 재산권으로 인정하면 부채가 생길 뿐만 아니라 마일리지 제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거나 변경하려고 할 때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채권자(마일리지를 가진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항공사들의 바람과 달리 현실에선 마일리지가 부채로 통합니다. 기업의 경영실적을 정리한 재무제표에서 항공 마일리지는 부채로 간주됩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마일리지 부채가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격할인 제도와의 비교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려는 수단으로 많이 사용하는 가격할인 제도와 비교하면 마일리지 제도의 특성이 더 뚜렷해집니다. 경쟁 기업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가격할인 제도는 소비자를 유인할 강력한 수단입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자신을 알리거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죠. 유행이 지난 상품이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판매할 때도 유용합니다. 다만, 가격할인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격할인에 끌렸던 소비자는 떠나가기 쉽습니다.
마일리지 제도는 소비자가 지불한 가격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소비자를 유인하는 수단입니다. 가격할인 제도와 달리, 일정량을 모아야 쓸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를 단골 고객으로 만들기 쉽습니다. 가격할인 제도는 구매 시점에 혜택을 받고, 마일리지 제도는 장래의 일정 시점에 혜택을 받는다는 점도 두 제도의 차이입니다.
NIE 포인트
1. 마일리지 제도와 중국집 쿠폰을 비교해보자.
2. 마일리지가 항공사의 부채인 이유를 설명해보자.
3. 마일리지 제도와 가격할인 제도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약관(미리 정한 계약조건)을 규제하는 정부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마일리지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일까요. 소비자에겐 마일리지를 어떻게 모으고(적립),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기업에도 마찬가지인데요.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어떻게 지급하고, 고객이 그 마일리지를 어떻게 쓸 수 있게 할지를 정하는 일이 핵심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일리지 제도에서는 △마일리지 지급 시 계산 방법(예를 들어 비행거리의 1배 혹은 1.2배 등) △마일리지 사용 조건(보너스 항공권 구매에 필요한 마일리지 등) △마일리지 양도 및 상속 가능 여부 △마일리지 사용 가능 기간(소멸시효) 등이 중요합니다.
약관은 계약조건 정해두는 것
항공사는 이런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여러 소비자에게 동일한 내용을 적용합니다. 소비자에게 항공권을 판매할 때마다 마일리지 제도를 비롯한 계약조건을 협상해서 결정할 수 없으니 미리 계약조건을 정해두는 것이죠. 이를 가리켜 ‘약관’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우리는 약관을 매우 자주 접합니다. 많은 소비자와 동일한 거래를 하는 기업이라면 으레 약관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PC나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약관에 동의하세요’라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은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혀 있는 약관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약관의 존재 자체를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비자가 약관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이번 대한항공 사례처럼 약관이 바뀔 때입니다. 요즘은 기업들이 약관을 바꾸려 할 때 기존 고객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약관 개정 사실을 알립니다. 약관이 언제부터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주면서, 약관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계약 해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약관 변경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하죠.
약관을 바꾸려면 공정위가 심사
그렇다면 기업은 약관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사적 거래의 당사자인 기업과 소비자는 서로 합의해 계약조건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계약자유의 원칙’ 혹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서 말이죠. 약관도 사적 거래의 계약조건이니 이런 원칙에 따르면 기업이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약관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약관을 바꾸려면 정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이번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변경이 이슈가 되자, 공정위는 관련 약관을 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공정위에는 수백 건의 약관 심사 요청이 들어옵니다.
공정위는 약관이 공정한지를 심사합니다. 심사 결과 약관이 불공정하면 해당 약관 조항을 삭제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기업이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약관 규제의 정당성
그런데 정부(공정위)는 사적 거래에 쓰이는 약관이 공정한지를 심사해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정당성을 어떻게 얻었을까요. 정부의 약관 규제는 ‘계약자유의 원칙’ 혹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판결문의 특성상 표현이 딱딱해서 그 취지를 이해하기 쉽게 풀었습니다)
『약관은 기업이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고객이 그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약관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더라도 그 내용이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면 약관 조항을 무효로 한다고 해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대법원의 판결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고객이 그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인할 충분한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우리 현실을 잘 반영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정부의 사적 자치 영역에 대한 개입(규제)은 언제나 그 정당성이 잘 지켜져야 합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정부의 사적 자치 영역에 대한 무분별한 혹은 과도한 개입은 경계해야겠지요.
NIE 포인트
1. 상거래에서 흔히 쓰이는 약관이 무엇인지 설명해보자.
2. 사적 자치의 원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3. 정부 약관 규제의 정당성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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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월 27일 (787)

1.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등 실물자산 소유권을 불특정다수 투자자가 나눠 갖고 자유롭게 거래도 하는 신종 투자 방식은?

①분산투자 ②조각투자
③대체투자 ④퀀트투자

2. 경기가 경착륙이나 연착륙을 겪지 않고 호황을 이어가는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는?

①하드 랜딩 ②노 랜딩
③어닝 서프라이즈 ④어닝 쇼크

3. 다음 중 세계적 위상이 가장 탄탄한 기축통화로 볼 수 있는 것은?

①달러 ②유로 ③엔 ④위안

4.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정기적으로 교체해 기업과 감사인 간의 교착관계를 끊고 부실감사를 막겠다는 취지를 내세운 제도는?

①리베이트 쌍벌제
②IFRS17
③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④K-ICS

5. 정식 유통망을 통하지 않고 불법과 합법의 중간 성격을 띤 매매 시장을 가리키는 말은?

①레드 오션 ②블루 오션
③블랙 마켓 ④그레이 마켓

6. A국이 B국에 불이익이 되는 무역 조치를 취할 때 B국이 이에 대응해 A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비싼 관세를 물리면?

①상계관세 ②반덤핑관세
③계절관세 ④보복관세

7. 우리나라의 ‘이것’은 5~6 수준이다. 경제력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분배 지표는?

①소득대체율 ②상대적 빈곤율
③소득 5분위 배율 ④지니계수

8. 기차나 영화관에서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는 평일보다 비싼 요금을 받는 전략을 잘 설명하는 용어는?

①역선택 ②대체재
③초과이윤 ④가격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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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예금과 대출의 차이…'예대마진'이 문제?

그래픽=신택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리는 물품보관소에 귀중품을 맡길 때 보관료를 냅니다. 반대 상황도 있을까요? 물건을 맡기는 사람이 거꾸로 돈을 받는 경우 말입니다.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을 받습니다. 이자라는 것이죠. 은행은 돈을 맡아주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왜 보관료를 안 받을까요? 이유는 은행의 역할에서 비롯됩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된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곳입니다. 1000원 맡기는 사람(예금자)에게 10원의 이자를 주고, 빌려가는 사람(대출자)에게 이자 15원을 받아 5원을 남기는 식이죠.

이것이 바로 이자 수익, 즉 예대마진이라는 겁니다. ‘예대마진=대출이자(여신이자)-예금이자(수신이자)’이죠. 요즘 이 예대마진이 논란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은행들이 자기 돈도 아닌 남의 돈으로 이자 장사를 해서 직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퇴직금을 준다는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거둔 이자수익은 50조원에 달합니다.

최근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금리가 올라서 대출자들이 이자 내기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이자수익으로 돈 잔치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기업들은 돈 많이 번 것을 자랑하는데 은행들은 전전긍긍합니다. 돈으로 돈(이자)을 버는 걸 죄악시했던 조상들의 생각이 맞는 걸까요? 아니면 은행도 할 말이 있는 걸까요?
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를 이어주는 존재…3자가 만족하는 교집합은 어디쯤일까요?

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를 이어주는 존재…3자가 만족하는 교집합은 어디쯤일까요?
여기 김씨, 박씨, 이씨가 있습니다. 김씨는 여윳돈을 은행에 예금하려는 사람입니다. 박씨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고, 이씨는 은행에서 예금과 대출 업무를 관장하는 임원입니다. 세 사람의 이해관계는 다릅니다. 김씨는 이자를 많이 주는 은행을 좋아하고, 박씨는 싼 이자로 대출받으려 합니다. 이씨는 예금이자를 주고도 이익이 남도록 대출이자를 더 받으려 합니다. 세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교집합은 어디쯤일까요? 수학적으로 답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은행의 기본 업무는 김씨와 박씨를 만나게 해주는 겁니다. 은행이 없다면 김씨와 박씨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이럴 겁니다. 김씨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직접 찾아다닙니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돈 필요하세요?”라고 물어야 하죠. 욕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박씨 역시 이집 저집 다니면서 “돈 좀 빌려주세요”라고 호소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생각했습니다. “돈을 맡아주고, 빌려주는 곳을 만들자.” 그랬더니 예금자와 대출자가 이곳에서 쉽게 만났습니다. 예금하면 이자를 주고 대출하면 이자를 받고. 이런 곳이 점점 더 생겼고 우리가 은행이라고 부르는 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여기 또 다른 세 명이 있습니다. A씨는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입니다. B씨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업가이고, C씨는 빌린 돈을 떼먹은 적이 있는 신용불량자입니다. 은행은 신용이 다른 A, B, C씨에게 다른 대출이자를 적용합니다. 은행은 대출이자를 정할 때 신용을 가장 중시합니다.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겐 돈을 빌려줘도 떼일 염려가 적기 때문에 낮은 이자를 받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겐 돈을 빌려줬다가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반영해 높은 이자를 물립니다.

은행도 기업이어서 흑자를 내야 생존할 수 있답니다. 돈을 벌어야 월급도 주고 시스템 투자도 할 수 있어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망하듯, 적자를 보는 은행은 망할 겁니다. 한 은행이 망하면 불안감이 다른 은행으로 번져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해가려는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어요.

흑자를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게 예대마진입니다. 예대마진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이자 수익을 말합니다.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보다 대출자에게 받는 이자가 많으면 이익이 나는 거죠. 우리나라에선 예대마진이 가장 큰 수익원입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2022년 50조원가량의 예대마진을 올렸습니다. 전체 수익의 70% 정도라네요. 비(非)이자 수익(유가증권 매매 수수료·자산운용 수익 등) 사업도 있죠.

은행이 대출·예금 업무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은행 종류도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민간은행, 저축은행 등으로 다양하고, 업무도 성격에 따라 다채롭습니다. 일일이 설명하기는 지면이 좁네요. 제1금융권(일반은행+특수은행), 제2금융권(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제3금융권(사채+대부업체)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은행은 굴릴 자금을 두 가지 방법으로 마련합니다. 하나는 예금을 많이 유치하는 겁니다. 예금이자를 다른 은행보다 많이 주면 돈이 몰릴 겁니다. 은행채를 적정 금리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죠.

우리나라엔 5대 은행 쏠림 현상이 있습니다. 전체 금융회사에 들어오는 예금의 74%, 대출의 63%가량을 5대 은행이 차지합니다. ‘과점’ 논란이 나오는 이유죠. 예금자들이 5대 은행에 몰리는 것은 아무래도 큰 은행의 안전성을 보고 돈을 많이 맡기고, 대출이자가 상대적으로 낮으니까 돈을 많이 빌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은 2금융권, 3금융권으로 갑니다.

은행들도 서비스 경쟁을 합니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를 조정해 고객을 유치하죠. 기술 변화에 맞춰 모바일뱅킹 투자를 늘리기도 합니다.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등 정보기술력을 앞세운 금융기업이 들어오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지요. 은행은 설립할 때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있고,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일반 기업보다 정부 감시를 많이 받습니다. 은행이 위험해지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기 때문인데요. 금융당국은 감독이라고 말하고, 은행들은 기업 간섭이라고 합니다.
NIE 포인트
1. 예금자, 대출자, 은행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다른지 토론해보자.

2. 은행이 하는 주요 업무의 종류를 찾아보자.

3. 은행이 대출자의 신용을 중시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아리스토텔레스 "돈이 이자를 낳으면 안 돼요"…"은행이 없었다면 기업·산업 성장하지 못했죠"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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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돈이 이자를 낳으면 안 돼요"…"은행이 없었다면 기업·산업 성장하지 못했죠"
은행들이 요즘 욕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대출이자 갚느라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번 돈을 성과급으로 나눠 갖는다는 비판입니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돈 잔치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은행도 민간기업이고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남기는 게 당연한데 이자 수익을 너무 죄악시한다”는 거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는 이자를 ‘극혐’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는 돈이 돈(이자)을 낳는 것을 정말로 싫어했습니다. 그가 주장한 ‘화폐 불임설(doctrine of the sterility of money)’은 그래서 유명합니다. “동식물은 자연스럽게 번식할 수 있지만, 화폐가 새끼를 치는 것은 비자연스러운 것이다.” 여기서 새끼는 이자를 말합니다.

중세 성직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1139년 라테란 종교회의 포고령은 아무리 이자율이 낮다고 해도 빌려준 돈에 이자를 물리는 행위 자체를 부도덕한 일로 간주했고, 교회가 고리대금업자를 파면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파면당한 사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누가 죽여도 하소연할 수 없었습니다.

위대한 문학 작품에서도 이자는 죄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그 선봉에 선 작가였습니다. 그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최악의 악마로 그려졌습니다. 유대인인 샤일록은 재산을 탕진한 뒤 돈이 필요했던 친구 바사니오의 부탁을 받고 돈을 빌리러 온 안토니오에게 끔찍한 제안을 합니다. 안토니오를 몹시 싫어했던 샤일록은 대출해주면서 “돈을 기한 내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 가슴살 1파운드를 떼겠다”고 했죠. 이자를 받는 대금업을 천시한 당대 유럽 경제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도 <죄와 벌>에서 선이자를 떼고 물건을 맡아주는 전당포 주인을 탐욕스러운 인물로 그렸습니다.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살해한 전당포 노파 알료나를 돈만 밝히는 노파로 묘사했죠.

이자를 죄악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한 착각’은 대항해 시대와 네덜란드 무역, 영국 금융 시대, 미국 월가 전성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바뀝니다.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금융업 덕분에 도래하기 시작한 거죠. 먼 곳을 항해하려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전혀 모르는 이방인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대부해주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가능성을 보고 대출해줬어요. 빌려주는 측은 돈을 떼일 위험(리스크)을 감수해야 했으므로 조건에 따라 이자율과 이면 조건을 다르게 책정했습니다. 돈줄을 움직였던 메디치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JP모건 가문은 오늘날 은행이 하는 업무를 거의 다 하게 됐습니다.

당대 선진국이었던 영국은 이런 금융업을 키워서 세계 금융의 허브가 됐죠. 이것이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월스트리트가 생겼습니다. 은행들은 개인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금융 크기=국가 크기’가 성립했습니다.

어느 나라 은행이든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 창출 창구로 삼습니다. 작년 예대마진이 늘어난 이유를 국내 은행들은 고금리 기조와 예금금리 인하 압력에서 찾습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코픽스+은행별 가산금리’로 정해집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여덟 차례나 인상했고, 8개 은행의 평균 자금조달 금리인 코픽스도 올랐습니다. 은행들이 결정하는 가산금리도 불경기와 대출 회수 어려움 등으로 올랐다는 겁니다. 반면에 예금금리는 높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5대 은행들이 연 5%의 고금리 예금상품을 내놨는데 금융당국의 지시로 없앴다고 합니다. 제1금융권 은행들이 예금이자를 높이면 제2금융권의 자금이 빠져나가 위기가 생긴다고 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예대마진 폭이 커졌다는 것이 은행들의 해명입니다. 대출받은 사람들은 “대출이자를 내릴 여력이 많다”고 합니다. 은행 이자는 예나 지금이나 논란 대상입니다.

NIE 포인트
1. 화폐 불임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비판해보자.

2.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독후감을 써보자.

3. 메디치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JP모건 가문에 대해 알아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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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월 20일 (786)

1. 물가가 상승하기는 하지만 그 폭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뜻하는 말은?
 
디플레이션 하이퍼인플레이션
③디스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2. 가상세계와 현실이 뒤섞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상이다. 게임, 업무, 교육 등 활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이것은?
 
인버스 곱버스
메타버스 위버스
 
3.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활용되며 여유 전력을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든 에너지저장장치는?
 
①ESS ELS ETF ④ELB
 
4.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약속어음은?
 
국고채 정크본드
양도성예금증서(CD) ④발행어음
 
5.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으로 잡고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는?
 
NFT ②TDF
ABS NIM
 
6. 애플, 구글, 메타,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단어는?
 
유니콘 ②빅테크
히든 챔피언 벤처캐피털
 
7. 사전적으로는 관로를 뜻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선 기업이 승인받기 위해 개발 중인 신약, 복제약 등 의약품 자산을 가리키는 말은?
 
마진콜 임상시험
오바마케어 ④파이프라인
 
8. 다음 중 통화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으며 일명 은행들의 은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기관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④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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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SM엔터 경영권 싸움…M&A 경쟁 승자는?

방탄소년단(BTS)NCT가 같은 기획사 소속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BTS 기획사인 하이브가 NCT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섰거든요. 한국 가요계를 이끌어온 ‘K팝의 본류’(SM엔터)K팝을 세계 무대로 진출시킨 글로벌 K팝의 주역’(하이브)이 하나로 뭉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이브는 SM엔터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SM엔터 지분 14.8%를 넘겨받기로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SM엔터 소액주주 지분 25%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이브의 이런 계획이 성공하면 SM엔터의 지분 약 40%를 확보하게 되고, 경영권도 손에 넣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SM엔터의 현재 경영진이 최대주주인 이 전 총괄에게 반기를 들어왔거든요. 기업 경영진이 최대주주와 대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SM엔터 경영진은 하이브의 계획을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이라며 반대합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유상증자를 통해 SM엔터 지분 9.05%를 인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총괄 측은 하이브는 오히려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며, 최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려고 하는 카카오가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최대주주와 손잡고 SM엔터의 경영권을 노리는 하이브, 그에 대응하는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가 맞서고 있는 겁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기업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M&A입니다. M&A에 대해 알아보고, M&A에 맞서기 위한 기업 경영권 방어가 어떤 경우에 주주나 사회에 이익이 되는지를 생각해봅시다.기업 경영권 차지하려는 인수합병(M&A) 공격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많아졌어요안갯속 SM엔터 경영권 분쟁’ ‘SM엔터 경영권 전쟁 서막 열려.
 
이번 사태처럼 한 기업의 주인 자리를 놓고 경쟁이 벌어질 때면 경영권이란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경영권을 기업가가 자신의 기업체를 관리·경영하는 권리로,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재산권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기업 경영권이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경영권에는 회사의 투자 결정 같은 경영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력 임직원에 대한 인사권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할 권리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한 대표이사 선임권 등이 포함됩니다. 기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할 수 있는, 또는 다른 사람이 경영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죠.
 
이런 경영권은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해, 새 이사회를 구성하고, 대표이사를 교체함으로써 차지하게 됩니다. 하이브도 이런 식으로 SM엔터의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하는데요. 우선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란 경영권을 위해 지분을 늘리려는 자가 매입 기간, 수량, 가격을 공표해서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하이브는 다음달 1일까지 소액주주들로부터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기업 인수합병(M&A)
 
앞서 알아본 것처럼 경영권은 그 기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니 현재 경영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기업의 경영권을 새로 차지하려면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과 일종의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런 전쟁은 M&A를 통해 이뤄집니다. 어느 기업이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차지한 뒤 그 기업을 독립된 기업으로 두면 인수(Acquisition)라고 부르고, 자기 회사의 일부분으로 흡수하면 합병(Merger)이라고 합니다. 영어의 앞 글자를 따서 M&A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순서를 바꿔 인수합병이라고 합니다.
 
M&A를 당하는 기업의 경영진 입장에선 원치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대적 M&A’가 흔합니다. SM엔터의 경영진이 하이브의 지분 인수 시도를 적대적 M&A라고 규정한 것처럼 말이죠. 드물지만 M&A가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런 경우를 우호적 M&A’라고 부릅니다.
 
적대적 M&A의 역사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이전까지 적대적 M&A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7년 증권거래법의 인수합병 관련 조항이 변경된 것을 비롯해 다른 여러 제약요인이 지속적으로 완화되거나 폐지되면서 적대적 M&A가 가능해졌어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재무상태가 취약해진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외국계 자본에 의해 M&A 타깃이 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과 외국계 펀드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입니다. 2003년 소버린은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2대 주주가 돼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5년 주주총회에서 이사에 선임돼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죠.
 
주주행동주의
 
소버린 사태 이후 적대적 M&A 이슈를 더 뜨겁게 만든 것은 주주행동주의입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주주들이 수동적으로 경영진의 결정을 따르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들의 의사를 경영진에 전달해 회사 경영에 반영시키자는 움직임입니다. 한마디로 주주가 주주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것이죠.
 
이런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부릅니다. 이번 SM엔터 사태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합니다. 2021년 주주행동주의를 내걸고 설립된 얼라인파트너스인데요.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 경영진을 설득해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무력화하고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편했습니다.NIE 포인트1. 기업 경영권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보자.
 
2.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사례를 조사해보자.
 
3. 주주행동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토론해보자.적대적 M&A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면
경영권 방어 수단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기업 경영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우선 해당 기업의 임직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요. 그 기업의 실적이나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또 그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또는 투자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거래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영향력이 생깁니다. 요약하면 경영권은 임직원은 물론 주주와 사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 경영권 시장
 
이렇게 경영권이 중요하다 보니 시장을 통한 경영권 견제의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를 시장의 원리로 살펴보려는 것이죠. 시장의 원리에서는 자유로운 거래 보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재화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최대한 규제받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협상해 거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 경영권 시장이란 개념에도 이것이 적용됩니다. 현재 경영권을 가진 경영진이 언제라도 누군가가 자유롭게 자신의 경영권을 확보하려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경영권의 값이 비싸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경영권의 값이 비싸다는 것은, 현재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해 좋은 실적과 주주친화적인 정책들로 주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그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측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영권의 값이 비쌀수록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줄어들 것이고, 주주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것입니다. 반면 이런 일이 제대로 안 돼 실제 가치보다 헐값에 살 수 있다고 판단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경영진이 원치 않더라도 주주들을 설득해 경영권을 가져가려고 하겠죠.
 
적대적 M&A와 경영권 방어
 
시장 원리에서 자유로운 거래의 보장만큼 중요한 것이 공정한 거래의 보장입니다. 거래에 참여하는 어느 한쪽이 불리해선 안 된다는 거죠. 기업 경영권 시장에서도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면, 그런 시도에 대응할 적절한 수단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은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황금주 같은 적극적 방어 수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경우 창업주인 포드 집안이 소유한 지분은 7%인데, 그 지분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40%입니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도 지분 19%41%의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프랑스는 2년 이상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1주에 2개 의결권을 부여합니다.
 
한국엔 소극적 방어 수단뿐
 
우리나라는 상황이 어떨까요? 적대적 M&A 시도는 자유로운 반면 그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방어수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단 상법 규정에 따라 ‘11의결권이 원칙으로, 차등의결권과 같은 적극적 방어 수단이 없습니다.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의 경우 적대적 M&A에 대해 소극적 방어 수단만 행사할 수 있는 실정인데, 그나마도 실효성이 작다고 주장합니다. 소극적 방어 수단으론 이사 해임 가중 요건 이사 시차 임기제 인수합병 승인 안건의 의결정족수 가중 규정 등이 있습니다. 이사 해임 가중 요건은 이사를 해임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2분의 1 이상처럼 상법의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보다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이사 시차 임기제는 이사진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는 걸 막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일 때 매년 1명씩 임기가 끝나도록 하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에서 이사 해임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했더라도 일시에 3명 모두를 해임할 순 없는 것이죠. 이런 수단은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기 어렵게 하거나 이사진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을 막는 정도라서 소극적방어 수단입니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모두 주주가치를 내세웁니다. 행동주의 펀드 등의 적대적 M&A 시도가 계기가 돼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적대적 M&A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되레 약화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적대적 M&A 시도와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 방어 수단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NIE 포인트1. 자유로운 거래와 공정한 거래에 대해 토론해보자.
 
2. 적극적 경영권 방어 수단을 조사해보자.
 
3. 적극적 경영권 방어 수단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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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13(785)
 
1. 석유수출국기구(OPEC)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오펙플러스(OPEC+)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2. A은행에 5억원을 예금한 연진이는 A은행이 파산해 충격에 빠졌다.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연진이가 지급을 보장받는 금액은 얼마일까?
1000만원 2000만원
③5000만원 1억원
 
3. ‘회사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다음 중 국내 기업의 90% 이상이 해당하는 일반적인 형태는?
①주식회사 지주회사
손자회사 유한회사
 
4.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나눠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상장해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이것은?
파운드리 ②리츠
모기지 토큰증권
 
5. 사람들이 저축을 늘리면 개인에게는 이롭지만 총수요가 감소해 경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해롭다는 이론은?
황금낙하산 공유지의 비극
③절약의 역설 규모의 경제
 
6. GPT와 같이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자동화된 채팅 로봇을 가리키는 용어는?
클라우드 로보어드바이저
위챗 ④챗봇
 
7. 공급자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조정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가리키는 용어는?
매몰비용 거래비용
③메뉴비용 기회비용
 
8. 다음 중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도입 목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예산 낭비 방지
경기 부양
자유무역 증진
벤처 창업 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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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 글은 누가 썼을까? GPT인가, 사람인가?
[GPT는 오픈AI에서 훈련한 큰 언어 모델입니다. 사람이 문장을 입력하면, GPT는 적절한 대답을 생성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대답할 수 있습니다.]
 
위 문장은 사람이 직접 쓴 것일까요? 아니면 기계가 쓴 것일까요?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무엇인지를 중학생과 고등학생용으로 써달라는 사람의 글을 읽고 대규모 대화형 인공지능GPT가 생성해낸 답입니다. 문장만 보면 쓴 주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영어로는 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합니다.
 
지구촌이 챗GPT 열기로 뜨겁습니다. 페이스북, 넷플릭스보다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나온 지 두 달 만에 3억 명을 넘었죠. GPT는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는 구글형 서비스를 구식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키워드가 아니라 글로 질문하면 맞춤형 문장으로 정리한 답을 제시합니다. 특정 주제로 논문을 쓰고, 소설을 쓰고, 컴퓨터 코딩을 짜고,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정도입니다.
 
모든 것은 진화한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물이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진화했듯이 인공지능도 그러합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를 촉진하는 것은 경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을 꺾기 위해 챗GPT를 내놓자 구글도 곧 경쟁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뜨거운 이슈, GPT를 알아봅시다.
 
세계가 깜짝 놀란 챗GPT 서비스1분도 안 걸려 햄릿 독후감 써요챗GPT가 지구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AI)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놀라운 녀석입니다. 키워드로 하는 검색은 이제 구식입니다. 질문을 글로 쓰면 글로 대답을 쫙 뿌려줍니다. 사람의 요구에 따라 논문도 쓰고, 시와 수필도 쓰고, 국어 숙제도 해줍니다. ‘대화형 검색 시대가 훅 다가왔습니다.
 
간략한 역사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에 기반한 대화형 인공지능입니다. Chat대화’ Generative생성하는’ Pre-trained미리 학습된이란 뜻이고, Transformer는 다양하게 변형해 쓸 수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모형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챗GPT는 입력된 것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로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해 주어지는 언어와 그림을 읽은 뒤 결과를 대화하듯 제시하는 인공지능인 겁니다.
 
GPT202211월 말 세상에 나왔습니다. 우리는 몰랐지만, 인공지능 세계에선 꾸준히 업그레이드돼왔다고 합니다. GPT 1, GPT 2, GPT 3 버전이 있었고, GPTGPT 3.5 버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4.0 버전도 곧 나온다고 합니다. GPT는 출시한 지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페이스북은 10개월, 넷플릭스는 3년이 걸렸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뜻입니다. 월 사용자는 1억 명에 달하고 전체 가입자 수는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을 만든 기업은 오픈AI입니다. 2015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이 세웠는데 머스크는 지분을 팔고 나갔다네요. 마이크로소프트(MS)49%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GPT 기술
인공지능은 인간 뇌를 수학적으로 구현합니다. 사람 뇌는 100조 개의 신경세포 즉, 뉴런이 서로 연결돼 작동하는 복잡계입니다. 천재들은 뉴런의 작동 방식(정보 입력과 출력)을 수학적 프로그램으로 표현해냈는데, 그게 컴퓨터죠. 수학적 뉴런이 단층 구조로 병렬된 것보다 다층 구조로 복잡하게 병렬되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겁니다. 2016년 나온 바둑 알파고는 이런 다층적 병렬 분산 구조를 가졌습니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암묵적 정보나 모호성까지도 인간 뇌처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예를 들어 키, 몸무게만 보고 인식하면 2차원이지만, 피부, 웃음, 뒷배경, 과거의 일, 다양한 지식, 추억 등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려면 10차원을 넘어 20차원의 연산을 순식간에 해냅니다.
 
GPT 능력치
거의 모든 질문에 중·고교생 수준의 답을 합니다. 최근엔 미국 변호사시험에 챗GPT가 합격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문제를 입력해줬더니 합격 수준으로 글을 써냈다는 겁니다. 구글 검색엔진에 쓰이는 코딩도 해줍니다. 논문 쓰기, <햄릿> 독후감 쓰기 숙제는 입니다.
 
못하는 것도 물론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못합니다. ‘오늘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답을 못합니다. ‘오늘 날씨 어때?’에도 답을 못합니다. (1+1+1+2-2)÷3”을 못 풉니다. 실시간 정보를 미리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챗GPT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한 상태라고 합니다. 어제 끝난 축구 경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거죠.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는 가장 쉬운 것(자연스럽게 뛰기, 걷기)을 못한다는 모라벡의 역설에 여전히 빠져 있습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 듯합니다.
 
시장 경쟁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월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약 12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MS는 자사 검색 서비스인 빙(Bing·시장 점유율 3.5%)에 챗GPT를 얹으면 구글(시장 점유율 95%)을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구글도 맞대응한다고 합니다. GPT 대항마로 곧 바드(Bard)’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기업의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앨런 튜링의 상상'이 현실이 될까인공지능이 마음을 가지면 문제는?
컴퓨터의 아버지앨런 튜링(1912~1954)1950마인드(MIND)’라는 철학 잡지에 논문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컴퓨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었습니다. 튜링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기계가 방 안에 있고 사람이 밖에서 말을 걸었을 때 기계가 한 대답이 인간이 했는지, 기계가 했는지를 알기 어렵다면 기계는 지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도 인간처럼 지능이나 의식을 가질 수 있음을 튜링은 오래전에 추론한 겁니다. 역시 천재군요.
 
튜링 테스트와 튜링 세계
73년이 지난 지금 튜링이 살아서 챗GPT를 마주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지 모릅니다. GPT는 비록 글로 묻고 답하는 인공지능(AI)이지만, 대답하는 수준은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했습니다. 써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죠.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챗GPT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튜링이 꿈꾸었던 세계는 아마도 인공지능이 인간지능과 공존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계와의 공존 말이죠. 인공지능 진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른 현대 기술시대에 우리는 마음을 가진 기계의 출현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구글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우리가 가진 한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진 듯하다고 말했다가 비밀누설로 해고됐다는 소문이 있는 걸 보면 말이죠. 결국 튜링은 마음조차 수학적 뉴런(신경세포)으로 구현해내는 세상을 예측했던 게 아닐까요?
 
인간 속에 존재하는 혁신기술
인류가 혁신할 기술은 궁극적으로 인간 신체 안에 이미 존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땅을 파는 포크레인과 조립 로봇은 인간 팔과 비슷한 구조와 작동 원리를 가졌습니다. 관절이 꺾이면서 땅을 파는 포크레인을 보면 인간 팔과 유사합니다. 망원경과 현미경은 인간 눈을 닮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 뇌를 베끼려 합니다. 뇌는 기술이 완벽하게 복제해내려는 최후의 대상이라는 거죠.
 
인공지능이 구현하려는 뇌 신경망은 1905년 산티아고 라몬 박사(1852~1934)가 그려냈습니다. 대상은 쥐였습니다. 신경망 모양은 맡은 역할에 따라 달랐습니다. 매우 복잡하게 얽힌 신경망, 위아래로 뻗은 신경망, 나무처럼 생긴 신경망 등. 지금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짤 때도 뉴런 신경망처럼 병렬 분산형으로 구현합니다. 수학적 뉴런을 수없이 붙이면 대규모 정보처리가 가능해집니다.
 
새로운 진화 풍경
GPT도 인공지능 진화 경로상에서 보면 초보 수준이라고 합니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이죠. 이보다 더 원시적이었던 엘리스, 엘리자, 시리, 알렉사, IBM왓슨에 비하면 수준이 높지만 말이에요.
 
인공지능 진화가 만들어낼 풍경은 그래서 예측불허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쓸 수 있는 게 많을수록 진보한 문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공지능 세계에서 사람들은 더욱 편리하게, 더욱 폭넓게 정보처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삶은 정보처리 과정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인류는 인공지능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영위해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예로 챗GPT는 여행 일정과 경비 일체를 짜줍니다. 이용할 수 있는 여행업체와 상품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줍니다.
 
인공지능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바둑 영역에서 알파고가 나온 이후 인공지능을 휴대폰으로 몰래 보고 바둑이나 체스를 둬서 이기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인공지능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도덕한 일이 발생하는 거죠. 작문 숙제도, 논문도, 그림 그리기도 인공지능에 맡기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글, 편향된 시각으로 쓴 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교육계는 벌써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100, 200년 뒤 인공지능은 어떤 수준에 이를까요? GPT가 구시대 유물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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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월 6일 (784)

1. 기업을 인수할 목적으로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기간과 가격을 미리 알리고 특정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①공시 ②공개매수
③기업공개 ④상장폐지

2. 평소보다 많은 이익을 낸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이윤세’를 뜻하는 용어는?

①누진세 ②간접세
③죄악세 ④횡재세

3. 특허, 상표, 실용신안, 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지식재산권’을 뜻하는 약어는?

①ICT ②IR ③IP ④IPO

4.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 충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 가장 합리적인 것은?

①거래세율 인상
②보유세율 인상
③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④규제지역 해제

5. 우리나라의 ‘이것’이 올 들어 20일 동안에만 적자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인 이것은?

①무역수지 ②대외의존도
③관리재정수지 ④통합재정수지

6. 최근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여부를 놓고 금융권 노사가 마찰을 빚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은행은 원칙적으로 몇 시에 문을 닫았을까?

①오후 3시 30분 ②오후 4시
③오후 4시30분 ④오후 5시

7.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원칙은?

①탄소배출권 ②탄소중립
③공정무역 ④비관세장벽

8. 2022년 우리나라의 ‘이것’은 2.6%로 집계됐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전기 대비 증감률인 이것은?

①경제성장률 ②잠재성장률
③경기종합지수 ④물가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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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급등락하는 '가격 발작'…소비·생산 힘들어져요.


가격이 춤추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 가스와 석유 가격이 급등·급락을 반복하고, 매우 낮았던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햄버거·떡볶이·짜장면 같은 외식 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우리는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요동치는 ‘가격 발작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게 하는 가격 급변동은 지구촌 경제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가격이라는 숫자지만 이 숫자 안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답니다.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가격이 하는 역할’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거죠.

여러분은 혹시 ‘가격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요?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가격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가스·아파트·햄버거·떡볶이·금·석유·비트코인 가격이 없는 세상 말이죠. 써도 써도 남아도는 풍족한 천국에서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으니 가격이 붙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격은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고 생산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정보 덩어리입니다. 생산요소 가격과 생산물 가격을 보고 기업과 가계는 경제활동을 조절하죠. 가격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격이 부리는 마술을 공부해 봅시다.


▶매일 만나는 가격, 너는 도대체 누구니?
가격 안에는 수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요.


우리가 매일 만나는 것 중 하나가 가격입니다. 버스·지하철을 탈 때도 가격, 군것질할 때도 가격, 참고서를 살 때도 가격을 접합니다. 우리는 가격을 상대로 ‘헤어질 결심’을 하기 어렵습니다. “가격, 너는 도대체 누구니?”


[1]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 만나는 게 수요·공급 곡선입니다. 이 그래프는 가격(P)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x축과 y축이 만들어내는 2차원 공간에 그려진 수요곡선(D)과 공급곡선(S) 모양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정해진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이지요. 참고로 가격을 그래프로 처음 그려낸 사람이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1842~1924)이랍니다. 훌륭한 수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말로 하던 가격을 그래프로 휙휙 그려버렸죠.

[2] 가격은 정보다?

경제학을 조금 깊게 공부하면, 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곡선 몇 개로 나타낼 수 없을 만큼 많은 변수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임금·소득·취향의 변화, 기술의 진보, 전쟁·천재지변, 새로운 기업과 기업가의 출현, 정치 격변, 인구 감소 같은 것들이죠. 어떤 것의 가격은 다른 것의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생산요소(예를 들어 철광석, 밀, 원유)의 가격은 이것을 이용해 만드는 생산물(TV, 수제비, 항공유)의 가격을 바꾼답니다. 우리가 늘 마시는 커피 가격에는 커피 산지의 임금, 수송비는 물론이고 수입할 때 들어가는 선적비, 카페에서 들어가는 임대료, 재료비, 가공비 등 수많은 원가가 포함돼 있어요. 각 단계에 붙은 작은 이윤도 가격에 들어 있죠. 가격은 정보 덩어리라고 해야 합니다.

[3] 가격은 기업이 결정한다?

가격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기업이 가격을 정해 과도한 이득을 취한다는 겁니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이라면, 정부가 특정 기업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가격을 정하는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뜻입니다. 한 기업이 이익을 많이 거두겠다고 가격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시장에는 늘 경쟁하는 기업이 존재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가격을 함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에 예민한 소비자들이 생산물을 사주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손실을 볼 겁니다. 명품 같은 사치재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이는 것 같지만, 이것 역시 비싼돈을 주고 살 능력이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거죠.

[4] 가격은 코끼리를 춤추게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마스크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습니다. 마스크 자체를 구하기 힘들었죠. 높아진 가격은 크고 작은 기업을 춤추게 했습니다. 마스크를 만들지 않았던 기업들도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얼른 만들어서 높은 가격에 팔자”는 인센티브가 작동한 거죠. 부족했던 마스크가 넘치기 시작했고, 가격은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정부가 높은 가격만 보고 가격을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마스크 수급 불균형이 그토록 빨리 해소되지 않았을 수 있죠. 가격은 크고 작은 코끼리들을 춤추게 합니다.

[5] 과도한 가격과 적정 가격은 존재하는가?

가격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OO커피는 왜 다른 커피보다 훨씬 비싸게 받느냐는 거죠. 한마디로 왜 이득을 많이 취하느냐는 지적입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상인들의 과도한 이익을 맹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과도한 이익, 적정 이익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에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살아남습니다. 가격은 여러 얼굴을 가졌습니다.


▶'가격 발작' 보이는 금리·환율·석유·가스
정부 개입해야 할까, 시장에 맡겨야 할까?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모든 가격이 ‘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돈의 가격인 금리는 나라에 따라 3배 이상 뛰었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00~1400원대에서 널뛰었습니다. 6만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은 2만달러대로 뚝 떨어져 3분의 1토막이 났고, 국제 가스와 원유 가격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하는 발작을 보였습니다. 물가(物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발작적 가격 동향이 알려주는 신호는 하나입니다. 세계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죠. 가격 발작 증세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1] 광기와 탐욕의 가격

가격은 종종 환상을 불러옵니다. “비트코인을 사면 대박을 터뜨리고 나는 금세 부자가 될 것”이라는 판타지는 언제나 달콤합니다. 대상이 조금 다릅니다만, 이런 판타지에 푹 빠졌다가 재산을 날려버린 물리학 천재도 있었습니다. 바로 만유인력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6)입니다. 뉴턴은 대항해 시대에 출범한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습니다. 미국 서부와 남미 일대 무역을 독점했던 남해회사의 주가는 1720년 여름부터 발작적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그해 첫달 200파운드 이하였던 주가는 7월 말 1000파운드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가격은 대중의 투자 광기(狂氣)를 불러왔습니다. 그중 한 명이 뉴턴이었습니다. 결론은 폭망. 그해 말 주가는 최고점 대비 5분의 1로 폭락했고 그제야 뉴턴은 깨달았습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알 수 없구나(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이런 광기의 역사는 주기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만큼 많았습니다.

[2] 정부냐 시장이냐

가격이 발작할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래도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논쟁은 경제학계의 단골 다툼거리입니다.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측은 “인간은 탐욕에 노출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고, 기업과 개인은 공공선보다 사익을 추구하려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 가격 조절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20세기 초 발생한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도 기업들의 탐욕이 빚은 결과였고, 이를 극복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식 처방이었다는 겁니다. 정부 개입 지지자들은 시장실패를 말하기도 합니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가격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거죠. 주택 가격이 폭등할 때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기름값과 환율이 급등할 때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반대 측인 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개입할수록 가격 회복이 더뎌진다고 맞섭니다. 예를 들어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하는 이유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통제하면 주택사업자들이 집을 지어 공급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정부 개입은 집값만 더 올려놓을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단기적으로 효과가 반짝 나타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에 더 치명적이라는 설명입니다.

[3] 사회주의 가격 논쟁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바로 가격 논쟁입니다. 자본주의는 시장 가격이라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놔둬도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남아도는지가 자동적으로 조절되지만, 사회주의 체제에는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것이 과소·과다 생산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주의 체제는 국가가 모든 생산요소를 할당하고 생산량을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반면 자본주의 체제는 국가 지시가 없어도 시장이 자원 배분과 생산량을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두 체제를 비교하면 가격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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