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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13(785)
 
1. 석유수출국기구(OPEC)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오펙플러스(OPEC+)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베네수엘라 러시아
 
2. A은행에 5억원을 예금한 연진이는 A은행이 파산해 충격에 빠졌다.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연진이가 지급을 보장받는 금액은 얼마일까?
1000만원 2000만원
③5000만원 1억원
 
3. ‘회사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다음 중 국내 기업의 90% 이상이 해당하는 일반적인 형태는?
①주식회사 지주회사
손자회사 유한회사
 
4.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나눠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상장해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이것은?
파운드리 ②리츠
모기지 토큰증권
 
5. 사람들이 저축을 늘리면 개인에게는 이롭지만 총수요가 감소해 경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해롭다는 이론은?
황금낙하산 공유지의 비극
③절약의 역설 규모의 경제
 
6. GPT와 같이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자동화된 채팅 로봇을 가리키는 용어는?
클라우드 로보어드바이저
위챗 ④챗봇
 
7. 공급자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조정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가리키는 용어는?
매몰비용 거래비용
③메뉴비용 기회비용
 
8. 다음 중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도입 목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예산 낭비 방지
경기 부양
자유무역 증진
벤처 창업 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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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 글은 누가 썼을까? GPT인가, 사람인가?
[GPT는 오픈AI에서 훈련한 큰 언어 모델입니다. 사람이 문장을 입력하면, GPT는 적절한 대답을 생성합니다. 이것은 인공지능 기술의 일종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대답할 수 있습니다.]
 
위 문장은 사람이 직접 쓴 것일까요? 아니면 기계가 쓴 것일까요?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무엇인지를 중학생과 고등학생용으로 써달라는 사람의 글을 읽고 대규모 대화형 인공지능GPT가 생성해낸 답입니다. 문장만 보면 쓴 주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영어로는 더 완벽한 문장을 구사합니다.
 
지구촌이 챗GPT 열기로 뜨겁습니다. 페이스북, 넷플릭스보다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늘고 있습니다. 나온 지 두 달 만에 3억 명을 넘었죠. GPT는 키워드를 입력해 검색하는 구글형 서비스를 구식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키워드가 아니라 글로 질문하면 맞춤형 문장으로 정리한 답을 제시합니다. 특정 주제로 논문을 쓰고, 소설을 쓰고, 컴퓨터 코딩을 짜고,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정도입니다.
 
모든 것은 진화한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도 예외가 아닙니다. 생물이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진화했듯이 인공지능도 그러합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를 촉진하는 것은 경쟁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을 꺾기 위해 챗GPT를 내놓자 구글도 곧 경쟁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뜨거운 이슈, GPT를 알아봅시다.
 
세계가 깜짝 놀란 챗GPT 서비스1분도 안 걸려 햄릿 독후감 써요챗GPT가 지구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AI)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놀라운 녀석입니다. 키워드로 하는 검색은 이제 구식입니다. 질문을 글로 쓰면 글로 대답을 쫙 뿌려줍니다. 사람의 요구에 따라 논문도 쓰고, 시와 수필도 쓰고, 국어 숙제도 해줍니다. ‘대화형 검색 시대가 훅 다가왔습니다.
 
간략한 역사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에 기반한 대화형 인공지능입니다. Chat대화’ Generative생성하는’ Pre-trained미리 학습된이란 뜻이고, Transformer는 다양하게 변형해 쓸 수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모형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챗GPT는 입력된 것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로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해 주어지는 언어와 그림을 읽은 뒤 결과를 대화하듯 제시하는 인공지능인 겁니다.
 
GPT202211월 말 세상에 나왔습니다. 우리는 몰랐지만, 인공지능 세계에선 꾸준히 업그레이드돼왔다고 합니다. GPT 1, GPT 2, GPT 3 버전이 있었고, GPTGPT 3.5 버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4.0 버전도 곧 나온다고 합니다. GPT는 출시한 지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페이스북은 10개월, 넷플릭스는 3년이 걸렸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뜻입니다. 월 사용자는 1억 명에 달하고 전체 가입자 수는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을 만든 기업은 오픈AI입니다. 2015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이 세웠는데 머스크는 지분을 팔고 나갔다네요. 마이크로소프트(MS)49%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GPT 기술
인공지능은 인간 뇌를 수학적으로 구현합니다. 사람 뇌는 100조 개의 신경세포 즉, 뉴런이 서로 연결돼 작동하는 복잡계입니다. 천재들은 뉴런의 작동 방식(정보 입력과 출력)을 수학적 프로그램으로 표현해냈는데, 그게 컴퓨터죠. 수학적 뉴런이 단층 구조로 병렬된 것보다 다층 구조로 복잡하게 병렬되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겁니다. 2016년 나온 바둑 알파고는 이런 다층적 병렬 분산 구조를 가졌습니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암묵적 정보나 모호성까지도 인간 뇌처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예를 들어 키, 몸무게만 보고 인식하면 2차원이지만, 피부, 웃음, 뒷배경, 과거의 일, 다양한 지식, 추억 등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려면 10차원을 넘어 20차원의 연산을 순식간에 해냅니다.
 
GPT 능력치
거의 모든 질문에 중·고교생 수준의 답을 합니다. 최근엔 미국 변호사시험에 챗GPT가 합격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문제를 입력해줬더니 합격 수준으로 글을 써냈다는 겁니다. 구글 검색엔진에 쓰이는 코딩도 해줍니다. 논문 쓰기, <햄릿> 독후감 쓰기 숙제는 입니다.
 
못하는 것도 물론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못합니다. ‘오늘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답을 못합니다. ‘오늘 날씨 어때?’에도 답을 못합니다. (1+1+1+2-2)÷3”을 못 풉니다. 실시간 정보를 미리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챗GPT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한 상태라고 합니다. 어제 끝난 축구 경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거죠.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는 가장 쉬운 것(자연스럽게 뛰기, 걷기)을 못한다는 모라벡의 역설에 여전히 빠져 있습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될 듯합니다.
 
시장 경쟁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월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약 12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MS는 자사 검색 서비스인 빙(Bing·시장 점유율 3.5%)에 챗GPT를 얹으면 구글(시장 점유율 95%)을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구글도 맞대응한다고 합니다. GPT 대항마로 곧 바드(Bard)’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기업의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앨런 튜링의 상상'이 현실이 될까인공지능이 마음을 가지면 문제는?
컴퓨터의 아버지앨런 튜링(1912~1954)1950마인드(MIND)’라는 철학 잡지에 논문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컴퓨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었습니다. 튜링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기계가 방 안에 있고 사람이 밖에서 말을 걸었을 때 기계가 한 대답이 인간이 했는지, 기계가 했는지를 알기 어렵다면 기계는 지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도 인간처럼 지능이나 의식을 가질 수 있음을 튜링은 오래전에 추론한 겁니다. 역시 천재군요.
 
튜링 테스트와 튜링 세계
73년이 지난 지금 튜링이 살아서 챗GPT를 마주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지 모릅니다. GPT는 비록 글로 묻고 답하는 인공지능(AI)이지만, 대답하는 수준은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했습니다. 써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죠.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챗GPT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튜링이 꿈꾸었던 세계는 아마도 인공지능이 인간지능과 공존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계와의 공존 말이죠. 인공지능 진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른 현대 기술시대에 우리는 마음을 가진 기계의 출현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구글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우리가 가진 한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진 듯하다고 말했다가 비밀누설로 해고됐다는 소문이 있는 걸 보면 말이죠. 결국 튜링은 마음조차 수학적 뉴런(신경세포)으로 구현해내는 세상을 예측했던 게 아닐까요?
 
인간 속에 존재하는 혁신기술
인류가 혁신할 기술은 궁극적으로 인간 신체 안에 이미 존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땅을 파는 포크레인과 조립 로봇은 인간 팔과 비슷한 구조와 작동 원리를 가졌습니다. 관절이 꺾이면서 땅을 파는 포크레인을 보면 인간 팔과 유사합니다. 망원경과 현미경은 인간 눈을 닮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 뇌를 베끼려 합니다. 뇌는 기술이 완벽하게 복제해내려는 최후의 대상이라는 거죠.
 
인공지능이 구현하려는 뇌 신경망은 1905년 산티아고 라몬 박사(1852~1934)가 그려냈습니다. 대상은 쥐였습니다. 신경망 모양은 맡은 역할에 따라 달랐습니다. 매우 복잡하게 얽힌 신경망, 위아래로 뻗은 신경망, 나무처럼 생긴 신경망 등. 지금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짤 때도 뉴런 신경망처럼 병렬 분산형으로 구현합니다. 수학적 뉴런을 수없이 붙이면 대규모 정보처리가 가능해집니다.
 
새로운 진화 풍경
GPT도 인공지능 진화 경로상에서 보면 초보 수준이라고 합니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이죠. 이보다 더 원시적이었던 엘리스, 엘리자, 시리, 알렉사, IBM왓슨에 비하면 수준이 높지만 말이에요.
 
인공지능 진화가 만들어낼 풍경은 그래서 예측불허입니다. 사람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쓸 수 있는 게 많을수록 진보한 문명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공지능 세계에서 사람들은 더욱 편리하게, 더욱 폭넓게 정보처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삶은 정보처리 과정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인류는 인공지능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영위해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예로 챗GPT는 여행 일정과 경비 일체를 짜줍니다. 이용할 수 있는 여행업체와 상품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줍니다.
 
인공지능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바둑 영역에서 알파고가 나온 이후 인공지능을 휴대폰으로 몰래 보고 바둑이나 체스를 둬서 이기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인공지능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도덕한 일이 발생하는 거죠. 작문 숙제도, 논문도, 그림 그리기도 인공지능에 맡기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글, 편향된 시각으로 쓴 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교육계는 벌써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100, 200년 뒤 인공지능은 어떤 수준에 이를까요? GPT가 구시대 유물이 될 것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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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월 6일 (784)

1. 기업을 인수할 목적으로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기간과 가격을 미리 알리고 특정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①공시 ②공개매수
③기업공개 ④상장폐지

2. 평소보다 많은 이익을 낸 기업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이윤세’를 뜻하는 용어는?

①누진세 ②간접세
③죄악세 ④횡재세

3. 특허, 상표, 실용신안, 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지식재산권’을 뜻하는 약어는?

①ICT ②IR ③IP ④IPO

4. 부동산 시장의 ‘거래 절벽’ 충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 가장 합리적인 것은?

①거래세율 인상
②보유세율 인상
③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④규제지역 해제

5. 우리나라의 ‘이것’이 올 들어 20일 동안에만 적자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인 이것은?

①무역수지 ②대외의존도
③관리재정수지 ④통합재정수지

6. 최근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여부를 놓고 금융권 노사가 마찰을 빚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은행은 원칙적으로 몇 시에 문을 닫았을까?

①오후 3시 30분 ②오후 4시
③오후 4시30분 ④오후 5시

7.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원칙은?

①탄소배출권 ②탄소중립
③공정무역 ④비관세장벽

8. 2022년 우리나라의 ‘이것’은 2.6%로 집계됐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전기 대비 증감률인 이것은?

①경제성장률 ②잠재성장률
③경기종합지수 ④물가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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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급등락하는 '가격 발작'…소비·생산 힘들어져요.


가격이 춤추고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 가스와 석유 가격이 급등·급락을 반복하고, 매우 낮았던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햄버거·떡볶이·짜장면 같은 외식 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우리는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요동치는 ‘가격 발작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게 하는 가격 급변동은 지구촌 경제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가격이라는 숫자지만 이 숫자 안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답니다.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가격이 하는 역할’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거죠.

여러분은 혹시 ‘가격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지요?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가격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가스·아파트·햄버거·떡볶이·금·석유·비트코인 가격이 없는 세상 말이죠. 써도 써도 남아도는 풍족한 천국에서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희소성이 존재하지 않으니 가격이 붙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격은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고 생산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정보 덩어리입니다. 생산요소 가격과 생산물 가격을 보고 기업과 가계는 경제활동을 조절하죠. 가격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격이 부리는 마술을 공부해 봅시다.


▶매일 만나는 가격, 너는 도대체 누구니?
가격 안에는 수많은 정보가 들어있어요.


우리가 매일 만나는 것 중 하나가 가격입니다. 버스·지하철을 탈 때도 가격, 군것질할 때도 가격, 참고서를 살 때도 가격을 접합니다. 우리는 가격을 상대로 ‘헤어질 결심’을 하기 어렵습니다. “가격, 너는 도대체 누구니?”


[1]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 만나는 게 수요·공급 곡선입니다. 이 그래프는 가격(P)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x축과 y축이 만들어내는 2차원 공간에 그려진 수요곡선(D)과 공급곡선(S) 모양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정해진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이지요. 참고로 가격을 그래프로 처음 그려낸 사람이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1842~1924)이랍니다. 훌륭한 수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말로 하던 가격을 그래프로 휙휙 그려버렸죠.

[2] 가격은 정보다?

경제학을 조금 깊게 공부하면, 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곡선 몇 개로 나타낼 수 없을 만큼 많은 변수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임금·소득·취향의 변화, 기술의 진보, 전쟁·천재지변, 새로운 기업과 기업가의 출현, 정치 격변, 인구 감소 같은 것들이죠. 어떤 것의 가격은 다른 것의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생산요소(예를 들어 철광석, 밀, 원유)의 가격은 이것을 이용해 만드는 생산물(TV, 수제비, 항공유)의 가격을 바꾼답니다. 우리가 늘 마시는 커피 가격에는 커피 산지의 임금, 수송비는 물론이고 수입할 때 들어가는 선적비, 카페에서 들어가는 임대료, 재료비, 가공비 등 수많은 원가가 포함돼 있어요. 각 단계에 붙은 작은 이윤도 가격에 들어 있죠. 가격은 정보 덩어리라고 해야 합니다.

[3] 가격은 기업이 결정한다?

가격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기업이 가격을 정해 과도한 이득을 취한다는 겁니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이라면, 정부가 특정 기업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가격을 정하는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입니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뜻입니다. 한 기업이 이익을 많이 거두겠다고 가격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시장에는 늘 경쟁하는 기업이 존재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기업이 가격을 함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에 예민한 소비자들이 생산물을 사주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손실을 볼 겁니다. 명품 같은 사치재도 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이는 것 같지만, 이것 역시 비싼돈을 주고 살 능력이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거죠.

[4] 가격은 코끼리를 춤추게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마스크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습니다. 마스크 자체를 구하기 힘들었죠. 높아진 가격은 크고 작은 기업을 춤추게 했습니다. 마스크를 만들지 않았던 기업들도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얼른 만들어서 높은 가격에 팔자”는 인센티브가 작동한 거죠. 부족했던 마스크가 넘치기 시작했고, 가격은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정부가 높은 가격만 보고 가격을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마스크 수급 불균형이 그토록 빨리 해소되지 않았을 수 있죠. 가격은 크고 작은 코끼리들을 춤추게 합니다.

[5] 과도한 가격과 적정 가격은 존재하는가?

가격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OO커피는 왜 다른 커피보다 훨씬 비싸게 받느냐는 거죠. 한마디로 왜 이득을 많이 취하느냐는 지적입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상인들의 과도한 이익을 맹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과도한 이익, 적정 이익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시장에선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살아남습니다. 가격은 여러 얼굴을 가졌습니다.


▶'가격 발작' 보이는 금리·환율·석유·가스
정부 개입해야 할까, 시장에 맡겨야 할까?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모든 가격이 ‘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돈의 가격인 금리는 나라에 따라 3배 이상 뛰었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00~1400원대에서 널뛰었습니다. 6만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은 2만달러대로 뚝 떨어져 3분의 1토막이 났고, 국제 가스와 원유 가격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하는 발작을 보였습니다. 물가(物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발작적 가격 동향이 알려주는 신호는 하나입니다. 세계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죠. 가격 발작 증세는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1] 광기와 탐욕의 가격

가격은 종종 환상을 불러옵니다. “비트코인을 사면 대박을 터뜨리고 나는 금세 부자가 될 것”이라는 판타지는 언제나 달콤합니다. 대상이 조금 다릅니다만, 이런 판타지에 푹 빠졌다가 재산을 날려버린 물리학 천재도 있었습니다. 바로 만유인력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6)입니다. 뉴턴은 대항해 시대에 출범한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습니다. 미국 서부와 남미 일대 무역을 독점했던 남해회사의 주가는 1720년 여름부터 발작적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그해 첫달 200파운드 이하였던 주가는 7월 말 1000파운드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가격은 대중의 투자 광기(狂氣)를 불러왔습니다. 그중 한 명이 뉴턴이었습니다. 결론은 폭망. 그해 말 주가는 최고점 대비 5분의 1로 폭락했고 그제야 뉴턴은 깨달았습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알 수 없구나(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people).” 이런 광기의 역사는 주기적으로 일어난다고 할 만큼 많았습니다.

[2] 정부냐 시장이냐

가격이 발작할 때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래도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논쟁은 경제학계의 단골 다툼거리입니다.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측은 “인간은 탐욕에 노출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고, 기업과 개인은 공공선보다 사익을 추구하려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 가격 조절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20세기 초 발생한 대공황과 2008년 금융위기도 기업들의 탐욕이 빚은 결과였고, 이를 극복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식 처방이었다는 겁니다. 정부 개입 지지자들은 시장실패를 말하기도 합니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가격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거죠. 주택 가격이 폭등할 때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기름값과 환율이 급등할 때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반대 측인 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개입할수록 가격 회복이 더뎌진다고 맞섭니다. 예를 들어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하는 이유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통제하면 주택사업자들이 집을 지어 공급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정부 개입은 집값만 더 올려놓을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정부가 개입하면 단기적으로 효과가 반짝 나타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에 더 치명적이라는 설명입니다.

[3] 사회주의 가격 논쟁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바로 가격 논쟁입니다. 자본주의는 시장 가격이라는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놔둬도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남아도는지가 자동적으로 조절되지만, 사회주의 체제에는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것이 과소·과다 생산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주의 체제는 국가가 모든 생산요소를 할당하고 생산량을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반면 자본주의 체제는 국가 지시가 없어도 시장이 자원 배분과 생산량을 결정하는 체제입니다. 두 체제를 비교하면 가격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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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월 30일 (783)

1. 비철금속의 일종으로 원자번호 13번이다. 철 못지않게 튼튼하면서도 가벼워 은박지, 캔, 새시, 우주선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는 이것은?

① 구리 ② 알루미늄
③ 아연 ④ 은

2.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1월 스위스의 휴양지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세계 정계·학계·재계 유명 인사가 집결하는 이것은?

① 잭슨홀 미팅 ② 다보스포럼
③ 블랙 프라이데이 ④ 양회

3. 중앙은행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시장 참가자들에게 사전 안내하는 것을 무엇이라 할까?

① 밸류에이션 ② 테이퍼링
③ 포워드 가이던스 ④ 그린 북

4.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상호무역 증진을 위해 맺는 협정을 가리키는 용어는?

① GATT ② WTO
③ FTA ④ ISD

5.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잠재적 매수자에게 매각 대상 회사의 기본 정보를 소개하기 위해 배포하는 문서는?

① 그린 메일 ② 베이지 북
③ 쇼트 리스트 ④ 티저 레터

6. 페이퍼 컴퍼니의 일종으로 증시에 상장돼 있다. 오직 비상장 기업을 M&A할 목적으로 설립돼 투자금을 모으는 이 회사는?

① 지주회사 ② 스팩
③ 헤지펀드 ④ 한계기업

7.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를 산출할 때 비교 대상 통화가 아닌 것은?

① 유로 ② 엔 ③ 크로나 ④ 원

8.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고 경제 전체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은?

① 낙수효과 ② 분수효과
③ 기저효과 ④ 구축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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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오래된 문제'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새해 들어 뜨거운 이슈 하나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바로 국민연금 개혁 문제입니다. 국민연금? 중·고교 생글 독자들은 “그게 뭔데?”라고 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만큼 여러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 정책도 없답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시행하는 공적 복지제도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돈을 버는 삶의 전반전에 매월 연금을 붓고, 은퇴하는 삶의 후반전에 매월 돈을 받는 제도입니다. 개인들이 자기 계획에 따라 자유롭게 가입하는 사적연금 상품과 달리 국민연금은 소득 행위를 하는 국민이 의무적으로, 즉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연금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국민연금이 주목받는 이유는 올해가 국민연금 실태를 전면적으로 파악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국민연금 재정추계 발표라고 합니다.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를 분석해 발표하도록 돼 있답니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여러분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포인트인데요. 여러분이 직장을 얻고 연금을 붓기 시작할 때쯤 연금이 고갈될지 모른다는 걱정입니다. 연금을 받는 사람은 많은데, 내는 사람이 적어서 생기는 적자 구조가 2040년께 시작되고 2057년쯤이면 지급할 돈이 고갈된다는 겁니다. 지금처럼 연금이 운영된다면 말이죠. 그래서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연금 자체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보험료율·소득대체율·재정추계는 뭐예요?


위 사설은 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의 연금도 프랑스처럼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겁니다. 연금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용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연금: 개인이 사적 혹은 공적으로 돈을 붓고 받는 일종의 금융상품입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을 공적연금이라고 하고 개인이 별도로 가입하는 것을 사적연금이라고 합니다. 사설에서 문제가 된 것은 공적연금입니다. 노후 생활을 대비하기 위해 연금제도를 이용하는 것이죠.

○국민연금 가입자: 국민연금은 1988년 생겼어요.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가입자 수는 2222만여 명, 가입자들이 낸 적립금은 915조여원입니다. 원칙적으로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이면 모두가 가입해야 합니다. 18세 미만이라도 가입하고 싶으면 가입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적용 제외자도 있습니다. ▷학생이나 군인으로 소득이 없는 사람 ▷만 60세 이상자(임의계속 가입은 가능) ▷국민연금 가입자의 무소득 배우자(전업주부) ▷다른 공적연금 가입자(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있습니다.

○보험료율: 연금도 일종의 보험상품이기 때문에 가입자는 매달 돈을 부어야 합니다. 그것을 보험료라고 부릅니다. 보험료율은 매달 받는 월급 중 보험료로 나가는 액수를 %로 나타낸 것입니다. 프랑스는 월급의 28%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낸다고 사설은 말합니다. 월급이 100만원이라면 28만원을 낸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입니다. 프랑스가 우리의 세 배이군요. 주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은 18% 정도라고 합니다.

○소득대체율: 월평균 소득의 몇%를 연금으로 받는지를 알려주는 수치입니다. 소득대체율이 50%면 연금액이 연금 가입자가 받은 평균 소득의 절반이라는 의미입니다. 프랑스는 소득대체율이 62%, 우리나라는 40%라고 하는군요.

○국민연금 수령 시기: 우리나라에선 나이대별로 다릅니다. 1952년 이전 태어난 사람은 60세, 1953~1956년생은 61세, 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5세부터 받습니다. 가입 의무기간은 만 60세까지입니다.

○법정 정년: 프랑스는 62세, 우리나라는 60세입니다. 정년을 늘린다는 것은 직장생활을 더 하도록 해서 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기간을 늘린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이 반대하는 보험료 인상보다 정년 연장이 낫다는 거죠.

○연금 재정추계 발표: 우리나라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상태를 평가합니다. 연금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알아보죠. 올해가 이런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해입니다. 결과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개혁안을 협의합니다.

NIE 포인트
1. 4대 공적연금에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자.

2. 프랑스가 왜 연금제도를 개혁하려는지 토론해보자.

3. 연금 보도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를 정리해보자.



*연금제도는 19세기 비스마르크가 만들었어요 "끝없는 개혁…국가가 가입 강제하는 게 문제"

연금제도는 19세기 프로이센에서 생겼습니다. 그것을 만든 사람은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전쟁에서 이긴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입니다. 1870년 프랑스를 꺾은 뒤 비스마르크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쟁은 끝났는데 젊은 군인들이 갈 곳이 없었던 겁니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맛본 화려한 도시 모습은 고리타분한 시골과 대비되었고,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자유를 만끽하려 했습니다. 군인들은 점차 정치적, 사회적 불안 요소가 되었습니다.

비스마르크는 이들에게 직장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상황이 나빴습니다. 전쟁 뒤에 불황이 닥쳤거든요. 철혈재상은 늙은 노동자를 고향으로 보내고 젊은 실업자를 빈자리에 넣자고 생각했습니다. 늙은 군인과 노동자를 집으로 보낼 ‘당근’이 필요했죠. 그래서 만든 게 정년과 연금제도였습니다.

그냥 은퇴하라면 누가 하겠어요. “은퇴하면 연금을 주겠다. 청년도 좋고 은퇴자도 좋다”였습니다. 비스마르크가 만든 정년은 65세였습니다.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는 거였죠. 이후 ‘65세 정년=65세 연금’은 많은 나라에서 고령, 정년, 연금 수령 나이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금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이 대동소이한 문제를 노출했습니다. 첫째 문제는 적자와 자금 고갈 이슈입니다. 국민연금은 매월 내는 보험료율보다 가져가는 소득대체율(4면 용어설명 참조)이 높은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1988년 복지제도의 하나로 국민연금을 만들 때 그렇게 설계했죠. 이게 두고두고 문제가 됐습니다.

초기 가입자는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내는 것은 월급의 3%인데 받는 것은 월급의 70%였으니 말이죠. 이 말은 적자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초기에는 받아가는 연령대 인구가 적고 내는 사람이 많아서 괜찮았죠. 시간이 가면서 받아가는 사람이 많아져 줄 돈이 모자라게 되는 거죠. 뒷사람이 더 많이 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뒷사람의 부담은 더 늘어납니다. 지금처럼 가면, 2040년부터 국민연금 적자가 나타나고 2057년께 연금이 바닥난다고 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런 구조 탓에 2070년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총 재정수지는 242조7000억원 적자라고 합니다. 공무원연금은 만성 적자여서 세금으로 충당해줍니다.

둘째 문제는 연금개혁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를 올리는 겁니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선진국 수준인 18%로 올리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반대합니다. 월급에서 더 떼가겠다는데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정치인들은 여론에 민감하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에 소극적입니다. 연금 액수를 낮추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초기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연금으로 월 200만원 이상 받았습니다. 이게 갈수록 줄었죠. 100만원대로, 또 그 이하로 줄어들겠지요. 정년을 연장해서 보험료를 내는 기간을 늘리거나,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는 방법도 있어요. 현행 60세인 정년을 더 늘리면 돈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겠지만, 이것은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 논란입니다. 받는 나이를 늦추는 것은 이전 수령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죠.

이런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국민연금 비판자들은 “국가가 왜 연금 가입을 강제하느냐”고 지적합니다. 개인의 노후는 각자 준비하면 되는데 왜 국가가 나서서 풀지도 못할 문제를 자초하냐는 거죠. 개인들이 알아서 저축하거나 사적연금을 들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수명이 늘지만 출산율은 떨어지는 시대(받을 사람은 많고 낼 사람은 적어지는 시대)에 연금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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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월 16일 (782)
1. 기업이 발표한 실적이 시장 추정치보다 크게 낮아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는 상황을 뜻하는 말은?
①어닝 시즌 ②프리어닝 시즌
③어닝 서프라이즈 ④어닝 쇼크
2. 매년 초 근로소득자의 급여에서 전년도에 원천징수된 세액의 과부족 여부를 따져 세금을 더 냈다면 환급하고, 덜 냈다면 더 부과하는 절차는?
①세액공제
②유상증자
③감가상각
④연말정산
3. 한국의 ‘4대 보험’에 속하지 않는 것을 고르면?
①국민연금 ②연금저축
③산재보험 ④고용보험
4. 배를 만드는 산업을 뜻한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세계 발주량의 37%를 따내며 선전한 이 업종은?
①해운 ②조선
③방산 ④2차전지
5. 공인회계사가 제시한 네 가지 감사의견 중 기업 존립에 의문이 들 정도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가장 심각한 상태는?
①적정 ②한정 ③부적정 ④의견거절
6. 증시 약세 탓에 지난해 ‘이것’ 규모가 세계적으로 65% 급감했다. 기업이 일반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증시에 상장하는 절차인 이것은?
①SPAC ②PEF
③IPO ④M&A
7. 국가가 보유한 노동·자본·기술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하면서도 물가 상승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성장률은?
①잠재성장률 ②명목성장률
③실질성장률 ④총요소생산성
8. 산업 현장에서 많이 쓰는 비철금속의 하나로, 가격이 실물 경기를 잘 반영한다고 해서 ‘닥터 코퍼’라는 별명이 붙은 이 금속은?
①구리 ②니켈 ③아연 ④알루미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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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술 한계는 어디까지? 상상 초월 'CES 2023'

 

인류는 지금 ‘제2의 태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양 만들기에 성공하면 인류는 석유, 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 에너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양은 핵융합을 통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요. 지구에서 태양을 만들려면, 즉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

진전은 있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30초 동안 1억 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는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현했습니다. 인류는 언제쯤 만족할 만한 기술을 거머쥘까요?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IT·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은 이 질문에 답을 줬습니다. “인류가 걸어온 길을 계속 걸어가면 가능하다”는 것이죠. CES는 우리가 상상했던 온갖 기술이 실현되었음을, 또 조만간 구현될 것임을 보여준 최첨단 기술 경연장이었습니다. 돌을 갈아 썼던 우리 조상들이 봤다면 기절했을 기술과 제품이 즐비했습니다. 타제석기에서 마제석기로 진화하는 데 수십만 년이 걸렸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기술적으로 ‘호모 데우스’, 즉 신의 영역을 넘볼 정도의 수준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요? CES 2023을 통해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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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뱀·펴고접는 디스플레이·선 없는 TV…상상을 기술로 구현한 혁신에 세계가 '깜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8일 열린 세계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은 기술 진화에 인간 한계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CES는 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열렸는데요. 긴 공백을 메우려는 듯 이전보다 진화된 많은 기술과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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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융복합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양쪽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다목적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오’. 그림을 멋지게 그려주는 ‘스케처’. 수도관 누수를 찾는 로봇 뱀 ‘클린 워터 패스파인더’….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로봇뱀입니다. 로봇뱀은 수도관을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관이 얼마나 부식했는지, 석회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해 지도화합니다. 프랑스의 자율 로봇 스타트업 ACWA로보틱스 제품인데 조만간 상용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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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고 접는 삼성 디스플레이

삼성은 ‘세상에 없던’ 디스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접혀 있던 디스플레이를 펼치고 또 오른쪽 화면을 당기면 디스플레이가 커지는 기술입니다. 처음엔 스마트폰 크기(7.8형)였다가 펼치면 태블릿PC(10.5형)만 하게 확대되고, 다시 늘리면 12.4형까지 늘어납니다. 화면이 커지면서도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영상은 끊기지 않습니다. 별도의 버튼을 누르지 않고 공책을 펴듯 열면 됩니다. ‘플렉스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작은 크기로 휴대하고 다니다가 필요에 따라 화면을 키워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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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없는 LG TV


선(線) 없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M’는 LG전자의 비밀병기로 불렸습니다. LG전자가 축적한 ‘올레드 TV 10년의 노하우’를 모두 담은 TV입니다. 이 TV는 전원을 연결하는 선 외에 아무 선도 필요 없습니다. 너저분한 TV 줄이 없어서 주변이 깔끔한 게 특징입니다. LG전자의 대표 출품작답게 이 TV는 홈시어터 부문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현존하는 TV 중 가장 큰 97형 OLED TV에 세계 최초로 4K·120㎐ 무선 전송 솔루션을 탑재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선이 없을 경우 화질이 떨어지고 소리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제품은 그런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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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처럼 색상이 바뀌는 차


BMW는 ‘디지털 영혼을 가진 친구 같은 차’를 콘셉트로 한 전기차 ‘i 비전 Dee’를 공개했습니다. 이 차는 인공지능 친구(비서)를 두었습니다. 비서를 통해 운전자의 감정을 표현하듯 차의 외관 색상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색상과 표정 변화는 특수 안료가 포함된 캡슐 수백만 개가 전기장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는 원리에 따라 구현된답니다.

미국 모빌리티 스타트업 아스카(ASKA)는 도로와 하늘에서 모두 쓸 수 있는 공륙양용 차량 ‘A5’를 공개했습니다. 이 회사가 선보인 것은 4인승이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가솔린을 동력원으로 쓴다고 합니다. 지상에선 한 번 충전으로 최대 약 400㎞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고, 활주로를 이용해 이륙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로 다니다가 길이 막힐 때 하늘로 붕 떠올라서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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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 제품

국내 스타트업 닷이 만든 닷패드는 디스플레이 표면에 2400개의 핀이 올라와 PC나 모바일 등에 나온 도형·기호·표 차트 정보를 점자로 표시해주는 촉각 디스플레이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점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언제든 자유롭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셀리코라는 회사는 ‘전자눈’을 선보였습니다. 시세포층에 카메라 역할을 하는 이미지 센서칩을 삽입하는 게 핵심 기술입니다. 이 장치가 빛을 감지한 뒤 이를 생체 전기 신호로 변환해 뇌에 전달합니다. 시력 0.1 이상 수준까지 해상도를 높이는 게 이 회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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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화중인 기술…'밈(meme) 복제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CES 2023’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첨단기술이 모였습니다. 전시회를 둘러본 사람들은 “우와 이런 것까지 구현됐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인간은 왜, 어떻게 다른 동물과 달리 새로운 기술, 새로운 도구를 잘 만들 수 있게 됐느냐”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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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가는 데만 수십만 년
인류 조상이 타제(打製)석기인 찍개를 쓰다가 마제(磨製)석기인 돌도끼를 쓰는 신석기 인류로 진화하는 데 수십만~수백만 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깨어져 있는 돌 쓰기’에서 ‘돌을 날카롭게 갈아서 쓰기’로 점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니,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마제석기는 시간이 더 걸려서 청동·철기를 낳았습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아마도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 같은 조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철기시대는 곧 산업혁명을 낳았습니다. 말과 소의 힘을 이용하는 인류는 증기라는 거대한 힘을 에너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대 기술 혁신이었습니다. 철기는 증기를 만나서 기차,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21세기 인간은 이제 만들지 못할 것이 없는, 심지어 ‘제2의 태양’까지 만들려 하는 중입니다. 인류학자들이 ‘도구를 잘 만드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조어(造語)해낸 ‘호모 하빌리스’라는 용어는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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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기술 진화
주목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인류 역사 중 99%가량이 구석기 시대였지만 급격한 기술 진화는 길게 잡아야 200여 년 전부터 시작됐고 우리가 즐기는 현대적 최첨단 기술은 최근에야 나타났다는 겁니다. 인류 전체 역사를 24시간으로 본다면 CES에 등장한 기술은 23시간59분59초59에 등장했다는 은유가 가능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 ‘커지는 디스플레이’ ‘뱀처럼 기어가는 로봇’ ‘선 없는 TV’를 본다면 아마 기절초풍할 겁니다. <부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쓴 에릭 바인하커는 ‘석기에서 우주선으로’라는 표현을 써서 인류의 물리적 기술 진화를 찬양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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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과 도킨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모든 생물은 진화해 오늘날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진화는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을 밟는다고 했어요. 생물들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변이·적응·재생산 과정을 거친다고 했고 이것을 자연선택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다윈은 수억 년, 수십억 년이라는 긴 시간(eon) 동안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세포는 다세포로, 결국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로 바뀌었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책 말미에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생물학적 진화는 무엇인지 알겠는데, 인간은 어떻게, 왜 동물과 달리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문화를 가질 수 있었을까라고 자문했습니다. 생물학적 진화론으로는 문화적 진화론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어떻게 현대의 우리는 구석기와 신석기 사람들보다, 그리고 18세기, 19세기 사람보다 더 복잡한 기술, 과학, 정보통신력을 가질 수 있게 됐느냐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는 유전자(gene)와 매우 유사한 단어인 밈(meme)을 만들었고 밈이 문화적 진화를 이끈다고 했습니다. 유전자가 변이, 적응, 확산하듯이 밈도 복제돼 수많은 사람에게 선택, 확산한다는 겁니다.

<밈>을 쓴 수전 블랙모어는 이것을 밈학(memetics)으로 끌어올리려 했습니다. 인간의 기술력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것은 하나의 밈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빨리 전파, 선택, 변이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오늘의 기술과 정보가 내일이면 지구 전체로 번지는 시대에선 기술 변이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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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뇌와 기술

인간의 뇌는 밈 진화에 적합하게 진화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인간의 큰 뇌는 출산 등에 매우 불리합니다만 언어, 정보, 기술 같은 문화를 복제하고 선택하고 전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게 밈 진화론의 포인트입니다. 재미있는 관점입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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