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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2월 18일 (826)
1. 이 나라 중앙은행은 오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엔화를 쓰는 이 나라는?
① 중국 ② 러시아 ③ 일본 ④ 인도
2. 자유무역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다. 한국은 1995년 출범 때부터 가입하고 있는 이 단체는?
① G20 ② FTA ③ IMF ④ WTO
3. 단순 재활용을 넘어 버려지는 제품에 친환경 디자인과 기술 등을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활동은?
① 리오프닝 ② 리쇼어링
③ 디커플링 ④ 업사이클링
4. 경기침체가 극심하다고 판단될 때 꺼낼 수 있는 경제정책 카드로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① 재정지출 확대
② 기준금리 인하
③ 추가경정예산 편성
④ 보편적 증세
5.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통칭하는 말은?
① 알트코인 ② 스테이블코인
③ STO ④ NFT
6. 기업 지분을 사들여 주주가 된 뒤 경영에 개입해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전략을 가리키는 말은?
① 포괄주의 ② 발생주의
③ 현실주의 ④ 행동주의
7. 과도한 빚을 진 기업이나 국가가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은?
① 엑시트 ② 디폴트
③ 펀더멘털 ④ 오버슈팅
8. 조직 내 부정부패를 외부에 드러내는 ‘내부고발자’를 가리키는 용어는?
① 딥 스로트 ② 휘슬 블로어
③ 프리 라이더 ④ 패스트 팔로워
===============================
[커버스토리]
기세 좋던 '핑크 타이드'…왜 갑자기 꺾였을까
‘핑크 타이드(Pink Tide)’라고 들어봤나요? 옛 소련 영향권 아래 중부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의 민주화 바람을 여러 가지 색상에 빗대 ‘OO 혁명’으로 불렀는데, 핑크 타이드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바로 중남미 좌파 정치세력의 연쇄 집권 현상을 가리킵니다. 붉은색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 정당이 아닌, 온건 좌파 정권이 유행처럼 들어선다고 해서 ‘분홍 물결’이라 부르는 것이죠.
핑크 타이드가 요즘 시들합니다. 어떻게 보면 역행하는 듯합니다. 좌파 정권이 연쇄적으로 균열되고 극우 정당들이 잇따라 집권하는, 즉 ‘파 라이트 타이드(Far Right Tide)’ 현상이 뚜렷합니다. 11월 19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극우 성향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 승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11월 22일에는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자유를 위한 정당’이 제 1당으로 올라섰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외에도 많은 중남미, 유럽 국가에서 강경 우파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사정은 다릅니다. 중남미에서는 무능하고 부패하기까지 했던 좌파 정권에 대한 심판이, 유럽에서는 이민자·난민 급증에 따른 사회 혼란과 전통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우파 지지로 모아졌죠. 우리나라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관심입니다. 세계 정치의 흐름이 왜 이렇게 바뀌고 있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4, 5면에서 짚어보겠습니다.
'10년 주기설' 무색한 남미 핑크 타이드 '썰물'
무능·부패·과격한 집권 좌파에 급실망 한 거죠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밀레이 당선자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당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밀레이 당선자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당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핑크 타이드에는 ‘10년 주기’가 있다고 합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10년에 한 번씩 급등하면서 중남미 좌파 정치세력이 민심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마다 중남미 좌파는 원자재 기업의 국영화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자원민족주의 노선에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죠. 하지만 곧 이어지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퍼주기’에 열중하던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고환율로 경제는 파탄이 났고요. 그러면 다시 우파가 집권하는 쳇바퀴 같은 역사가 되풀이됐습니다.
벌써부터 균열하는 핑크 타이드
핑크 타이드가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직전 남미의 외채위기, 국가 주도 경제모델의 한계, 심화하는 양극화 등이 계기가 됐죠. 1998년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한 것을 시작으로 핑크 타이드가 본격화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중남미 인구의 4분의 3가량이 좌파 정권 아래에 있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1차 핑크 타이드는 2015년께 막을 내립니다.
2차 핑크 타이드는 2018년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우파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데다 좌파 운동가들이 혁명가에서 포퓰리스트(대중 인기 영합 정치인), 민주주의 좌파 등 체제 안으로 들어온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1년 6월 급진 좌파인 페드로 카스티요가 페루 대선에서 승리하고, 12월에는 칠레에서 학생운동가 출신의 가브리엘 보리치가 대통령에 당선됐죠. 이어 지난해 7월 좌파 무장단체 출신의 구스타보 페트로가 콜롬비아의 첫 좌파 정부를 수립하고, 10월에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재집권했습다.
하지만 2차 핑크 타이드는 오래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좌파도 똑같이 부패하고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란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좌파 정부 아래 물가상승률이 100%를 훌쩍 넘으며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 여파로 아르헨티나 극우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페루의 카스티요 대통령은 측근 부패 연루 의혹 등으로 탄핵까지 당했습니다. 칠레에서는 이전 우파 정부의 유산을 전면 부정하는 급진적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좌파 열세, 우파 강세’ 흐름 선명
들쭉날쭉하는 핑크 타이드와 달리 유럽의 극우 정치세력은 2010년대 후반부터 계속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총선 등에서 극우·우파 정당의 의석수와 지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은 유럽의 인종·민족·종교 등 ‘정체성’을 강조하며 무슬림 등의 이민과 난민 수용 반대, 반유로화 등을 외칩니다. 코로나19와 물가상승 등에 지친 유럽 유권자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승리했습니다. 올해 4월 핀란드 총선에서는 우파 국민연합당이 승리를 거두고, 제2당으로 약진한 극우 핀란드인당 등과 새 연립정부를 구성했습니다. 또 지난 9월에는 스웨덴 우파 연합이 총선에서 중도 좌파 연합을 패퇴시켰고, 한 달 뒤 스위스 총선에서는 우파 스위스국민당이 최다 득표를 했죠. 실용주의 정치 전통이 강한 네덜란드에서는 이례적으로 11월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를 위한 정당’이 원내 최대 정당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남미와 유럽은 경제적 발전 단계는 다르지만 정치적 전통과 역사에서는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습니다. 이것이 핑크 타이드의 출현으로 ‘디커플링’(비동조화)되는 듯했습니다. 중남미는 진보 쪽으로, 유럽은 보수화로 각각 다른 길을 잡아나가는 모습이었죠. 그러나 최근 다시 ‘좌파 열세, 우파 강세’ 추세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양성평등, 소수자 보호 등 좌파가 내거는 가치들이 예전보다는 관심을 덜 끄는 듯합니다. 삶의 구체적 문제에 더 주목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입니다.
NIE 포인트
1. ‘핑크 타이드’의 역사를 정리해보자.
2. ‘핑크 타이드’에 균열이 생긴 이유를 알아보자.
3. 극우 세력이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유럽 내 지지세가 강한 이유를 토론해보자.
유럽도 극우 약진, 우파 지지 물결 더욱 거세져
개도국 '경제', 선진국은 '정체성'이 화두예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이 아프리카계 이주민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현장을 시찰하러 온다는 소식에 이주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모여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이 아프리카계 이주민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현장을 시찰하러 온다는 소식에 이주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모여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집트 출신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거대한 인류 역사를 꿰뚫는 탁월한 연구로 주목받았습니다. 19세기를 ‘혁명, 자본, 제국’이라는 3가지 주제어로 정리한 그는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단정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 나치 정권의 인종학살이죠. 그런 파국적 양상이 자본주의 황금기(Golden Age)와 사회주의 몰락을 지나며 역사는 가치체계의 진공상태를 겪게 됩니다. 그 틈을 최근 트럼프주의 같은 극우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정체성’ 부각시키는 정치는 현실
21세기 극단주의를 달라 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입니다. 이는 인종·종교·민족·젠더(성) 등 유권자들의 정체성을 자극해 정치적 지지를 얻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정체성>(한국에서는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제목으로 발간)이란 책에서 이런 흐름을 짚었습니다. 넓게 보면 중국 시진핑의 패권 구상인 ‘중국몽’도 중국식으로 가공된 정체성 정치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과의 패권 갈등을 불렀고 중국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중국 내 국론을 모아내는 위력 또한 지녔습니다.
좌든 우든 정체성 정치에 집중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유럽 극우 강경파의 정체성 정치가 논란입니다. 이는 분리·국수주의를 조장하고 여러 사회적 혼란의 원인을 외부 이민자 등에게 돌려 갈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죠. 그래서 선거 승리의 관건이 ‘경제’가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이자 포퓰리즘 연구자인 피파 노리스는 지난 5월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한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포퓰리즘 성향이 짙은 정당이 주류인 국가의 선거에서 경제 상황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1960~1970년대 이후로 물질에 비해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정체성 정치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이미 양극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이념의 양극화를 꺼려온 독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9월 지지율 조사에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보다 앞서는 21%를 기록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vs. 편안히 살고픈 욕구
중남미 핑크 타이드의 퇴조와 유럽 정체성 정치를 보면 개발도상국 유권자들은 ‘경제’에, 선진국은 ‘정체성’에 더 염두를 두는 것 같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정체성은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에서 자존감을 훼손당하지 않고 전통적 가치 속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욕구’라 볼 수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약간의 경제적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체성을 더 중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세상을 각각의 정치세력이 이뤄낼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핑크 타이드는 중남미 사회주의 정파도 반대만 하는 그룹이 아니라 집권을 해서 나라를 이끌 대안 세력이라고 유권자들이 평가해준 결과입니다. 선거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언제든 유권자들이 투표로 심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두 번의 핑크 타이드를 통해 좌파도 우파와 다르지 않게 부패, 무능할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 중입니다. 거대 야당은 여당과의 협상보다는 ‘입법 독주’를 통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방송3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일방 처리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런 개악법에 벌써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런 대치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정치세력이 얼마나 유능하게, 부패 없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느냐를 봐야 합니다. 한국의 성숙한 유권자 의식이 총선 과정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됩니다.
NIE 포인트
1. ‘정체성’이 21세기에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2. ‘먹고사는 문제’와 ‘편안히 사는 문제’ 중 무엇이 중요한지 토론해보자.
3. 한국의 정치가 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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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2월 18일 (826)
1. 이 나라 중앙은행은 오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엔화를 쓰는 이 나라는?
① 중국 ② 러시아 ③ 일본 ④ 인도
2. 자유무역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다. 한국은 1995년 출범 때부터 가입하고 있는 이 단체는?
① G20 ② FTA ③ IMF ④ WTO
3. 단순 재활용을 넘어 버려지는 제품에 친환경 디자인과 기술 등을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활동은?
① 리오프닝 ② 리쇼어링
③ 디커플링 ④ 업사이클링
4. 경기침체가 극심하다고 판단될 때 꺼낼 수 있는 경제정책 카드로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① 재정지출 확대
② 기준금리 인하
③ 추가경정예산 편성
④ 보편적 증세
5.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통칭하는 말은?
① 알트코인 ② 스테이블코인
③ STO ④ NFT
6. 기업 지분을 사들여 주주가 된 뒤 경영에 개입해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전략을 가리키는 말은?
① 포괄주의 ② 발생주의
③ 현실주의 ④ 행동주의
7. 과도한 빚을 진 기업이나 국가가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은?
① 엑시트 ② 디폴트
③ 펀더멘털 ④ 오버슈팅
8. 조직 내 부정부패를 외부에 드러내는 ‘내부고발자’를 가리키는 용어는?
① 딥 스로트 ② 휘슬 블로어
③ 프리 라이더 ④ 패스트 팔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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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세 좋던 '핑크 타이드'…왜 갑자기 꺾였을까
‘핑크 타이드(Pink Tide)’라고 들어봤나요? 옛 소련 영향권 아래 중부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의 민주화 바람을 여러 가지 색상에 빗대 ‘OO 혁명’으로 불렀는데, 핑크 타이드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바로 중남미 좌파 정치세력의 연쇄 집권 현상을 가리킵니다. 붉은색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 정당이 아닌, 온건 좌파 정권이 유행처럼 들어선다고 해서 ‘분홍 물결’이라 부르는 것이죠.
핑크 타이드가 요즘 시들합니다. 어떻게 보면 역행하는 듯합니다. 좌파 정권이 연쇄적으로 균열되고 극우 정당들이 잇따라 집권하는, 즉 ‘파 라이트 타이드(Far Right Tide)’ 현상이 뚜렷합니다. 11월 19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극우 성향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 승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11월 22일에는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자유를 위한 정당’이 제 1당으로 올라섰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외에도 많은 중남미, 유럽 국가에서 강경 우파가 득세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사정은 다릅니다. 중남미에서는 무능하고 부패하기까지 했던 좌파 정권에 대한 심판이, 유럽에서는 이민자·난민 급증에 따른 사회 혼란과 전통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우파 지지로 모아졌죠. 우리나라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관심입니다. 세계 정치의 흐름이 왜 이렇게 바뀌고 있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4, 5면에서 짚어보겠습니다.
'10년 주기설' 무색한 남미 핑크 타이드 '썰물'
무능·부패·과격한 집권 좌파에 급실망 한 거죠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밀레이 당선자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당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밀레이 당선자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당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핑크 타이드에는 ‘10년 주기’가 있다고 합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10년에 한 번씩 급등하면서 중남미 좌파 정치세력이 민심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마다 중남미 좌파는 원자재 기업의 국영화 등을 통해 복지 재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자원민족주의 노선에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죠. 하지만 곧 이어지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퍼주기’에 열중하던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고환율로 경제는 파탄이 났고요. 그러면 다시 우파가 집권하는 쳇바퀴 같은 역사가 되풀이됐습니다.
벌써부터 균열하는 핑크 타이드
핑크 타이드가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직전 남미의 외채위기, 국가 주도 경제모델의 한계, 심화하는 양극화 등이 계기가 됐죠. 1998년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집권한 것을 시작으로 핑크 타이드가 본격화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중남미 인구의 4분의 3가량이 좌파 정권 아래에 있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1차 핑크 타이드는 2015년께 막을 내립니다.
2차 핑크 타이드는 2018년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우파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데다 좌파 운동가들이 혁명가에서 포퓰리스트(대중 인기 영합 정치인), 민주주의 좌파 등 체제 안으로 들어온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1년 6월 급진 좌파인 페드로 카스티요가 페루 대선에서 승리하고, 12월에는 칠레에서 학생운동가 출신의 가브리엘 보리치가 대통령에 당선됐죠. 이어 지난해 7월 좌파 무장단체 출신의 구스타보 페트로가 콜롬비아의 첫 좌파 정부를 수립하고, 10월에는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재집권했습다.
하지만 2차 핑크 타이드는 오래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좌파도 똑같이 부패하고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란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좌파 정부 아래 물가상승률이 100%를 훌쩍 넘으며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 여파로 아르헨티나 극우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페루의 카스티요 대통령은 측근 부패 연루 의혹 등으로 탄핵까지 당했습니다. 칠레에서는 이전 우파 정부의 유산을 전면 부정하는 급진적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좌파 열세, 우파 강세’ 흐름 선명
들쭉날쭉하는 핑크 타이드와 달리 유럽의 극우 정치세력은 2010년대 후반부터 계속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총선 등에서 극우·우파 정당의 의석수와 지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은 유럽의 인종·민족·종교 등 ‘정체성’을 강조하며 무슬림 등의 이민과 난민 수용 반대, 반유로화 등을 외칩니다. 코로나19와 물가상승 등에 지친 유럽 유권자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이 승리했습니다. 올해 4월 핀란드 총선에서는 우파 국민연합당이 승리를 거두고, 제2당으로 약진한 극우 핀란드인당 등과 새 연립정부를 구성했습니다. 또 지난 9월에는 스웨덴 우파 연합이 총선에서 중도 좌파 연합을 패퇴시켰고, 한 달 뒤 스위스 총선에서는 우파 스위스국민당이 최다 득표를 했죠. 실용주의 정치 전통이 강한 네덜란드에서는 이례적으로 11월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를 위한 정당’이 원내 최대 정당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남미와 유럽은 경제적 발전 단계는 다르지만 정치적 전통과 역사에서는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습니다. 이것이 핑크 타이드의 출현으로 ‘디커플링’(비동조화)되는 듯했습니다. 중남미는 진보 쪽으로, 유럽은 보수화로 각각 다른 길을 잡아나가는 모습이었죠. 그러나 최근 다시 ‘좌파 열세, 우파 강세’ 추세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양성평등, 소수자 보호 등 좌파가 내거는 가치들이 예전보다는 관심을 덜 끄는 듯합니다. 삶의 구체적 문제에 더 주목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입니다.
NIE 포인트
1. ‘핑크 타이드’의 역사를 정리해보자.
2. ‘핑크 타이드’에 균열이 생긴 이유를 알아보자.
3. 극우 세력이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유럽 내 지지세가 강한 이유를 토론해보자.
유럽도 극우 약진, 우파 지지 물결 더욱 거세져
개도국 '경제', 선진국은 '정체성'이 화두예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이 아프리카계 이주민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현장을 시찰하러 온다는 소식에 이주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모여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이 아프리카계 이주민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현장을 시찰하러 온다는 소식에 이주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모여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집트 출신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거대한 인류 역사를 꿰뚫는 탁월한 연구로 주목받았습니다. 19세기를 ‘혁명, 자본, 제국’이라는 3가지 주제어로 정리한 그는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단정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 나치 정권의 인종학살이죠. 그런 파국적 양상이 자본주의 황금기(Golden Age)와 사회주의 몰락을 지나며 역사는 가치체계의 진공상태를 겪게 됩니다. 그 틈을 최근 트럼프주의 같은 극우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정체성’ 부각시키는 정치는 현실
21세기 극단주의를 달라 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입니다. 이는 인종·종교·민족·젠더(성) 등 유권자들의 정체성을 자극해 정치적 지지를 얻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정체성>(한국에서는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제목으로 발간)이란 책에서 이런 흐름을 짚었습니다. 넓게 보면 중국 시진핑의 패권 구상인 ‘중국몽’도 중국식으로 가공된 정체성 정치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과의 패권 갈등을 불렀고 중국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중국 내 국론을 모아내는 위력 또한 지녔습니다.
좌든 우든 정체성 정치에 집중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유럽 극우 강경파의 정체성 정치가 논란입니다. 이는 분리·국수주의를 조장하고 여러 사회적 혼란의 원인을 외부 이민자 등에게 돌려 갈등을 증폭시키기 때문이죠. 그래서 선거 승리의 관건이 ‘경제’가 아니라 ‘정체성’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이자 포퓰리즘 연구자인 피파 노리스는 지난 5월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한 것은 뜻밖의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포퓰리즘 성향이 짙은 정당이 주류인 국가의 선거에서 경제 상황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1960~1970년대 이후로 물질에 비해 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정체성 정치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이미 양극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이념의 양극화를 꺼려온 독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지난 9월 지지율 조사에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보다 앞서는 21%를 기록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vs. 편안히 살고픈 욕구
중남미 핑크 타이드의 퇴조와 유럽 정체성 정치를 보면 개발도상국 유권자들은 ‘경제’에, 선진국은 ‘정체성’에 더 염두를 두는 것 같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정체성은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에서 자존감을 훼손당하지 않고 전통적 가치 속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욕구’라 볼 수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약간의 경제적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체성을 더 중시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세상을 각각의 정치세력이 이뤄낼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핑크 타이드는 중남미 사회주의 정파도 반대만 하는 그룹이 아니라 집권을 해서 나라를 이끌 대안 세력이라고 유권자들이 평가해준 결과입니다. 선거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언제든 유권자들이 투표로 심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두 번의 핑크 타이드를 통해 좌파도 우파와 다르지 않게 부패, 무능할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 중입니다. 거대 야당은 여당과의 협상보다는 ‘입법 독주’를 통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방송3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일방 처리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런 개악법에 벌써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런 대치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정치세력이 얼마나 유능하게, 부패 없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느냐를 봐야 합니다. 한국의 성숙한 유권자 의식이 총선 과정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됩니다.
NIE 포인트
1. ‘정체성’이 21세기에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2. ‘먹고사는 문제’와 ‘편안히 사는 문제’ 중 무엇이 중요한지 토론해보자.
3. 한국의 정치가 세계적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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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2월 11일 (825)
1. 다음 중 기업이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산출하는 수치는?
① 순자산가치 ② 내재가치
③ 존속가치 ④ 청산가치

2. ‘무기력증’에 비유되는 경제 상황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이것은?
① 달러라이제이션
② 디플레이션
③ 스태그플레이션
④ 젠트리피케이션

3. 다음 중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대기업의 진입이 제한되는 업종은 무엇일까?
① 방산 ② 플랫폼
③ 은행 ④ 전력

4.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하다가 맞는 위기 상황을 비유하는 말은?
① 블랙 스완 ② 어닝 서프라이즈
③ 회색 코뿔소 ④ 오일 쇼크

5. 다음 중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잠재적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에 해당하는 것은?
① 그린 메일 ② 아그레망
③ 티저 레터 ④ 베이지 북

6. 한 가지 금융상품에 몰아서 투자하지 않고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가장 큰 목적은?
① 고위험·고수익 달성
② 복리 효과 극대화
③ 레버리지 활용
④ 리스크 관리

7. 상장된 모든 주식을 실제 거래되는 가격에 따라 평가한 금액을 말한다. 주식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는?
① 시가총액 ② 대손충당금
③ 예비비 ④ 액면가

8. 기존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오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나 기업을 가리키는 경영 용어는?
① 슈퍼 사이클 ② 게임 체인저
③ 레드 오션 ④ 치킨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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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다인종국 한국'…인구위기에 도움 줄까?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요즘 우리 국민은 한 달에 한 번씩 나라 걱정을 합니다. 통계청이 매달 인구 동향을 발표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작년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까지 떨어진 데 따른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자기 파멸적인 사회’라는 외신 보도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했죠.

최근 통계청의 9월 인구 동향 발표는 우려를 더욱 키웁니다. 3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0명까지 떨어졌고, 인구 감소세가 49개월째 이어졌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흑사병 때보다 더 빠른 속도의 한국 인구 감소세”라고 했습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 등 한국인의 팍팍한 삶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고 해외 토픽처럼 소개합니다.

한국인의 이런 자화상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다들 자기 인생 살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니 17년째 추진해온 저출산 대책이 먹히지 않는 겁니다.

손에 잡히는 인구 대책은 이민 수용 확대가 유일합니다. 마침 내년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 한국도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됩니다. 좋은 계기일 수 있습니다. 이민자를 많이 받으려면 이주민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왜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지, 이주민 유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기울여야 할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청년세대의 박탈감이 저출산 근본 원인
능력발휘 돕고 양성평등에 노력해야죠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는 거의 ‘포비아(공포증)’ 수준입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은 이미 2020년에 발생했는데요, 이 추세라면 2067년 인구가 35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통계청이 이미 내놨습니다. 여기에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가세한 상황입니다. “한국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란 해외 석학의 경고가 빈말이 아닙니다.

▷저출산, 사회의 지속 가능성 해쳐

도대체 저출산의 위험이 얼마나 크길래 그럴까요?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경제부터 망가뜨립니다. “노동인구에 펑크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제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3763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050년이면 2481만 명으로 35%가량 쪼그라들 전망입니다. 국내총생산과 성장률의 타격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노인이 많아지면 내구재보다 노동집약적 서비스 수요가 늘고, 이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세금 낼 사람이 줄어 정부 세수는 감소하지만, 반대로 복지지출 수요는 급증합니다. 밀레니얼Z 세대는 부모 부양하느라 허리 부러질 지경이 되고, 복지체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방소멸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하고 조화로운 발전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겁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인구 감소로 야전군 유지를 못 하면 북한이 남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화 키워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먼저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06년 저출산 대책을 세울 때부터 청년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절대적 소득이 결혼과 출산의 결정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경제학자가 밝혀냈지만,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이를 적용하지 못한 것이죠.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의 상대소득 가설에 따르면 개인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적 소득이 아닌 ‘기대 수준 대비 상대 소득’입니다. 즉 부모 슬하에서 경험한 풍요로움에 기준을 두기 때문에 취업난 등으로 인해 이와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은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초저출산·초고령사회 관련 보고서를 냈습니다.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에 대한 압박감, 고용·주거·육아 불안 등이 출산을 꺼리게 한다는 분석입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출산율 끌어올리기를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목표를 내걸듯이 하고, 저출산 예산이란 꼬리표를 달아 지원만 늘리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 것이지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임에도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한 번도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운 지 17년이 지났고, 예산 280조 원을 들였지만 결과는 참담합니다.

▷국민 의식 바꾸는 캠페인 중요

저출산에 현명하게 대처한 모범 사례를 봐야 합니다. 출산율 회복 국가인 스웨덴은 출산율 제고를 직접적 목표로 내걸지 않았습니다. 남녀 공동육아, 여성 고용 확대 등 양성평등사회를 만드는 것을 가족정책의 최고 목표로 삼았죠. 남자도 240일의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데, 이 중 90일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도록 해 육아 참여를 유도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아빠인 ‘라테 파파’가 스웨덴인의 일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죠. 일본은 사회 전체가 육아를 지원하고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을 가족정책 목표로 세웁니다. 또 누구나 사회와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인 ‘1억 총활약 사회’를 경제정책 표어로 내걸고 가족정책을 핵심축으로 삼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국민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앞세운 것이죠. 우리나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남녀 모두 52주로 보장되지만, 남성의 실제 사용률은 여성의 절반도 안 되는 현실입니다. 제도만 잘 갖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NIE 포인트
1. 저출산 문제가 악화된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2. 지금 같은 사회라면 본인은 장래에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은지 얘기해보자.
3.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가족정책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외국인 250만…한국도 '다인종 국가' 대열
이주민 포용해야 인구위기 넘을 수 있어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노동경제학계를 대표하는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는 10년 전 논문에서 “특별한 이민정책이 없을 경우 2010년대 후반부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소비·투자 등 총수요가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엔 1%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전망되는데요, 남 교수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기엔 세계적 금리 인상, 미·중 공급망 갈등의 영향이 컸겠죠. 그러나 0%대 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저성장의 근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인 건 분명합니다.

이민 확대는 경제 안정의 보증수표

남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력을 키우고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정주형 이민정책으로 점진적 이민자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안정적인 거시경제 지표 개선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에 맞서 경제활동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년 연장, 고령자 고용, 여성 경제활동 참가 확대 등도 있습니다. 생산 자동화와 디지털 컨버전스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대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선진 각국이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쓴 대책이 바로 이주민 유입을 늘리는 정책이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남 인구로 늘어난 국내 외국인

선진국들은 전체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이 14%를 웃돕니다. 이민 확대 정책에다 세계화가 가속된 결과인데요, 2019년 UN 자료를 보면 호주가 30.0%, 캐나다 21.3%, 독일 15.7%, 미국 15.4%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 3.4%(175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주민등록 외국인에 장단기 체류 외국인까지 합하면 이 숫자가 지난 9월 말 현재 251만 명, 4.9%로 늘어납니다. 충청남도 인구와 비슷합니다. 이게 내년엔 5%를 넘고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되게 됩니다.

국내 외국인 인구는 1990년대 초부터 국제결혼이 늘고,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시작되면서 증가해왔습니다. 이제는 중소기업, 음식점, 시골 농가 등이 외국인 일손 없이 돌아가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외국인 유학생을 흔히 볼 수 있고, 귀화해 국회의원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비전문 취업비자(E-9)의 취업 가능 업종을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통계청은 2040년이 되면 외국인 인구가 32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회불안 요소 줄일 방안 고민해야

이런 인구의 변화는 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주민으로 인한 범죄 증가, 내국인과의 종교·일자리 갈등, 사회적 따돌림, 거주지역 슬럼화 등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토종 한국인과의 정서적 통합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민 2세에 이르면 기존 사회에 동화하긴 하지만, 하위계층으로 남아 사회통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동화되긴 해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분절적 동화’, 다양한 민족이 하류층을 형성한다는 ‘무지개 하류 계층’ 등 용어는 이런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제 한국도 다인종 국가로서 미국의 ‘멜팅 포트(melting pot)’, 캐나다 ‘샐러드볼’처럼 다문화 현상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사회통합을 이뤄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회균등과 차별 배제, 다문화주의라는 사회정책도 모든 법률과 제도에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국민도 외국인을 저임금 노동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주민 확대 속에서 인구 위기 극복의 이익을 공유하고, 사회적 혼란과 같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 공용화 등 다중언어 정책, 미국의 어퍼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과 같은 한국식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지부진한 이민청 설립 논의도 재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외국인과 교류한 경험을 얘기해보자.
2. 외국인과의 갈등 요소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3.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여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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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1월 20일 (822)
1.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로, 이달 들어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 곳은?
① 웰스파고 ② 칼라일
③ 무디스 ④ 모건스탠리

2. 기업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회사가 올린 이익의 일부를 나눠 받는 것은?
① 증자 ② 감자 ③ 상장 ④ 배당

3. 다음 중 현재 국내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상장사는 어디일까?
① 삼성전자 ② 국민은행
③ 네이버 ④ 현대자동차

4. 공인회계사가 제시하는 네 가지 감사 의견 중 기업 존립에 의문이 들 정도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가장 심각한 상태는?
① 적정
② 한정
③ 부적정
④ 의견 거절

5. 예비 창업자나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기업 가치가 올라가고 나서 차익을 회수하는 이 방식은?
① 대체투자 ② 분산투자
③ 역외투자 ④ 엔젤투자

6.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은?
① 테이퍼링 ② 양적완화
③ 턴어라운드 ④ 리디노미네이션

7. 예적금이나 대출 이자를 계산할 때 원금에 대한 이자뿐 아니라 이자에 대한 이자도 함께 계산하는 방식은?
① 복리 ② 단리
③ 고정금리 ④ 변동금리

8. 다음 중 나라 살림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지표는?
① 서비스수지
② 경상수지
③ 이전소득수지
④ 관리재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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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디지털 전환시대 더 주목받는 엑스포
Cover Story


그래픽=전희성 한국경제신문 기자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엑스포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고 182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실시합니다. 부산이 우리보다 1년 앞서 엑스포 유치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끈질기게 따라붙었는데요,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와 이슬람 네트워크에 맞서 한국 민·관 ‘코리아 원팀’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1차 투표에서 ‘출석국의 3분의 2 이상 득표’한 도시가 나오지 않으면 29일 2차 투표까지 가야 합니다.

부산이 개최지로 결정되면 한국은 ‘올림픽·월드컵·(등록)엑스포’를 동시 개최한 세계 7번째 나라가 됩니다. 국격이 한 계단 높아진다고 할까요. 부산 엑스포는 또 2018 평창 동계올림픽(29조 원)의 2배인 61조 원 이상의 경제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는 저성장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기회입니다. 인류 문명의 미래를 한국이 중심이 돼 보여준다는 의미도 큽니다. 4·5면에서는 엑스포 관련 궁금증과 엑스포가 디지털 시대에 갖는 의의, 성공 개최의 조건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등록 엑스포' 개최는 모든 국가의 로망
근래 아시아 국가들 엑스포로 위상

Q&A로 풀어본 엑스포 궁금증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코앞인데도 아직 궁금한 게 많을 겁니다. 엑스포 관련 궁금증을 Q&A로 정리해봤습니다.
Q. 엑스포란 용어가 일반명사가 된 듯한데요.

A. 최초의 세계박람회는 1851년 영국에서 열린 ‘런던 만국 대박람회’였습니다. 이후 1867년까지 런던과 프랑스 파리가 번갈아 부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이 박람회를 영미권에선 ‘Exhibition(엑시비션)’, 프랑스에선 ‘Exposition(엑스포지시옹)’이라 부르다가 프랑스식인 ‘엑스포’로 통일됩니다. 1928년 세계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BIE)가 결성된 뒤로는 BIE 공인 엑스포와 비공인 엑스포로 나뉩니다.

Q. 대전과 여수가 공인 엑스포를 열지 않았나요?

A. 대표적 공인 엑스포는 5년에 한 번씩 6개월간 열리는 ‘등록 엑스포(Registered EXPO 또는 월드 엑스포)’입니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주제든 개최국이 내걸 수 있습니다. 2030년 부산 엑스포의 경우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가 주제입니다. 등록 엑스포 중간에 규모가 조금 작은 ‘인정 엑스포(Recognized EXPO 또는 전문 엑스포)’도 한 차례 열립니다. 3개월간 과학이나 환경 등 특정 주제로 전시회가 개최됩니다. 대전과 여수 엑스포가 그런 행사였습니다.

Q.한국이 엑스포에선 중국에 뒤진 건가요?

A. 2010 엑스포 유치전에는 여수도 참여했습니다. 2002년 BIE 총회 투표에서 상하이, 여수와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 멕시코 케레타로 등 5개 도시가 각축을 벌였습니다. 여수는 4차 결선투표에서 상하이에 1위를 뺏깁니다. 직전 모스크바에 몰렸던 표가 대거 상하이로 옮겨간 때문입니다. 국제정치적 표 대결이 될 수밖에 없는 엑스포 개최지 결정의 냉정한 현실입니다. 여수는 이후 인정 엑스포 유치로 방향을 틉니다.

Q. 엑스포 개최는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나요?

A. 엑스포는 관광객 증가, 도시 발전, 국가 이미지 개선 등 효과가 상당합니다. 1880년 엑스포 개최로 변방의 마을에서 국제도시가 된 호주 멜버른, 2010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창장삼각지 일대를 대규모 경제 산업 벨트로 변모시킨 중국 사례가 두드러집니다. 부산도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던 북항 항만을 엑스포 개최 장소로 정해 도심을 재개발하고,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첨단 기술력을 소개하고, 한류를 더욱 확산시키려 합니다. 부산은 개최지로 확정되면 세계 200여국·3480만 명의 관람객 유치, 43조 원의 생산유발효과, 18조 원대의 부가가치, 50만 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엑스포가 국가 위상 경연장이 된 듯한데요.

A. 엑스포에선 나라의 위상을 뽐내려는 개최국의 욕구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런던 하이드파크에 1만8000개의 판유리를 사용해 지은 1851년 런던 박람회 개최지 수정궁(The Crystal Palace)은 산업혁명에 기반한 영국의 앞선 기술력과 국력을 상징했습니다. 전화기·타자기·재봉틀 등 혁신적 제품으로 산업 강국의 등장을 알린 1876년 미국 최초의 필라델피아 엑스포, 에디슨과 포드가 활약한 1915년 샌프란시스코 엑스포도 그랬습니다. 1889년 나폴레옹 3세 시절 개최된 파리 엑스포는 에펠탑이 위용을 드러낸 박람회로 유명하죠.

Q. 엑스포 개최 흐름이 아시아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A. 일본은 1867년 파리 세계박람회 이후 유럽에 자포니즘(Japonism, 일본풍)을 유행시킵니다. 그리고 100년 뒤인 1970년 오사카 엑스포로 경제·문화·평화 국가 이미지를 세계에 과시합니다.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엔 전 세계 192개국이 참가하고 7300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관람객 기준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중국몽(China Dream)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것을 행사를 통해 보여준 셈이죠. 2020년엔 두바이가 바통을 이어받아 엑스포를 개최했습니다.

NIE 포인트
1.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고 공인해주는 국제기구의 역사를 살펴보자.
2.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의 차이점을 찾아보자.
3. 엑스포를 통해 국격을 드높인 사례를 더 탐구해보자.

인터넷에 100년 앞서 지구촌 연결 축제
공통 문제에 대처하는 플랫폼 됐죠


2012년 5월 11일 밤 여수 엑스포 박람회장 내 빅오(big-O) 광장에서 전야제를 겸한 개막식 축포가 터지고 있다. 한경DB

연초만 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여론 주도층)들이 주목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미국 CES(소비자가전쇼) 행사입니다. CES에서는 과학기술 문명의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할 수 있는 기술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그보다 휠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행사가 엑스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디지털 시대에 더 중요해진 엑스포

엑스포는 CES가 포괄하는 주제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과거 엑스포는 산업기술 전시, 문화 교류, 국가 브랜드화 등의 취지로 열렸습니다. 최근엔 인류 문제 해결로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 때부터 뚜렷해집니다. 당시 주제는 ‘인류-자연-기술-떠오르는 새 세상’이었죠.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선 ‘더 나은 도시-더 나은 삶’, 2015년 밀라노 엑스포에선 ‘지구에 식량과 생명 에너지를’이 주제였고,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우리의 삶을 위한 미래 사회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이며 인류 문명을 바꿔놓은 발명품이 무수히 많습니다. 수세식 화장실·고무 타이어·엘리베이터·엑스레이·TV, 전화기·전자계산기·타자기·아이맥스 영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요, 이런 20세기 문명의 아이콘들은 상업적 목적만으로 개발된 게 아닙니다. 인류를 노동에서 자유롭게 하고, 인간 존엄을 더욱 높이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BIE 협약 제1조도 엑스포를 “인류의 노력과 그로 인해 성취된 발전의 모습,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대중의 계몽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도 엑스포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사회적 자본’ 창출에도 기여

엑스포는 인터넷에 100년 앞서 출현해 지구촌을 연결한 인류 최고·최대의 국제행사입니다. 엑스포 관람객은 직접 가보지 못한 외부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혀왔습니다. 그 속에서 인류가 봉착한 큰 문제를 공유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는 네트워킹과 규범을 만들기에 노력했습니다. 폴란드 그단스크대 교수인 하베레크-카르바츠카는 2017년 지리학 저널에 실은 논문 ‘지역경제 개발에 대한 메가 이벤트의 영향’에서 엑스포는 인류 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형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적 자본 투입과 확대만으로는 지구촌 공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엑스포가 만들어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엑스포 성공, 체험·참여가 좌우

엑스포 개최가 얼마만큼의 효과를 내고 성공하느냐는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 경영 컨설턴트인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1998년 저서 <체험경제학>에서 제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억에 남을 체험이란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체험을 크게 네 가지, 즉 현실 탈출적·심미적·교육적·오락적 체험으로 분류하고 이런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엑스포는 그런 체험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공간입니다. 1855년 파리 엑스포에서 영감을 얻은 20대 공학도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이 30여 년이 지난 1889년 파리 엑스포가 다시 열렸을 때 거대한 철골 구조물 에펠탑을 제작해 선보인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젊은 세대가 미래의 세계를 체험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야 성공한 엑스포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활발한 시민 참여입니다. 폴란드 우치 대학의 헤레즈니액 교수 등은 2018년 논문 ‘시민 참여, 지역 브랜딩과 메가 이벤트’에서 리스본, 사라고사, 밀라노 등 엑스포 개최 도시의 시민 자원봉사가 엑스포의 핵심적 콘텐츠를 구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민은 엑스포를 홍보하고 평가하는 중요 역할을 하고, 이런 시민 참여에 엑스포의 성공이 좌우된다는 겁니다.

NIE 포인트
1. 엑스포를 통해 어떤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2. 엑스포가 미래세대에 영감을 준 사례를 더 찾아보자.
3.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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