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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월 19일 (833)


1. 다음 중 미국 증시의 ‘매그니피센트 세븐(M7)’에 해당하지 않는 종목은?
① 애플 ② 테슬라
③ 엔비디아 ④ 넷플릭스

2. 정부가 수출입 쿼터제, 기술 표준 강화, 위생 검역 등을 활용해 자국에 유리한 무역 환경을 만드는 조치는?
① 관세장벽 ② 비관세장벽
③ 외부경제 ④ 지하경제

3.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OO마켓, 미국 증시가 대폭락한 1987년 10월 19일을 OO먼데이라고 한다. OO에 공통으로 들어갈 색상은?
① 레드 ② 블루 ③ 화이트 ④ 블랙

4. 경제학에서 실업률과 임금상승률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나타내는 곡선은?
① 필립스곡선 ② 로렌츠곡선
③ 등생산량곡선 ④ 무차별곡선

5. 대량 생산하는 업체가 소량 생산하는 업체에 비해 이익을 내기 쉬운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은?
① 승자의 저주 ② 부의 효과
③ 유동성의 함정 ④ 규모의 경제

6. 다음 중 경제 상황과 전망에 대한 기업 관계자들의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① DSR ② DTI
③ BSI ④ CSI

7. 회사 주인이 바뀌어 임원이 교체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주게 하는 제도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 장치 중 하나인 이것은?
① 황금낙하산 ② 그린메일
③ 포이즌필 ④ 백기사

8. 발행기관이 파산할 경우 다른 채권자 부채를 모두 청산한 다음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은?
① 특수채 ② 회사채
③ 국채 ④ 후순위채


[커버스토리]

국회의원 특권·특혜 얼마나 문제길래…

오는 4월 10일 실시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51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총선은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대의민주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개선할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당리당략을 앞세운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논의에 그치고 있는데요,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의원 정수를 현 300명에서 50명 줄이고 세비(일종의 연봉)도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는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3년 전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어놓고도 입법을 위한 의정활동보다 정치 싸움에 골몰해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당의 원내대표가 전문가 100명을 직접 만나 공부했다는 미국 의회의 모습은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듭니다. 숙의가 아닌 힘(의원 수)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행태, 그 과정의 각종 편법 동원과 몸싸움, 포퓰리즘적 성격의 졸속·과잉 입법 등이 한국 국회의 자화상으로 거의 굳어졌기 때문이죠.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현재의 지원은 과하기도 하고 정당성이 약합니다.

한국 국회의원이 어떤 특권과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 왜 정당한 지원이 아닌지, 이런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의원 신변 방패막이 된 불체포·면책특권
1인당 7억원 혈세 투입, 과연 정당할까요

국회의원은 입법권을 갖는 국회의 중추입니다. 그러면 국회의원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서 지원하는 게 맞긴 합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란 사실을 잊고 자신의 품위 유지만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권과 특혜가 과도하다는 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너그러운 면책특권

국회사무처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법적 권한과 특혜는 60개가량 됩니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큰 게 헌법이 보장한 ‘불체포특권’(제44조)과 ‘면책특권’(45조)입니다.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정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헌법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취지와 달리 정당한 사법 절차의 진행을 막고 국회의원 일신의 안위를 지키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게 문제입니다. 같은 당 국회의원의 체포 등을 막기 위해 국회를 열어 ‘회기 중’ 상태로 만든 사례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른바 ‘방탄 국회’죠. 하지만 영국에선 형사 문제의 경우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미국도 형사 문제로 체포되거나 기소될 경우 이런 특권에서 제외합니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은 정치적 목적의 가짜 뉴스 생산과 유포의 보호막으로 작용한 경우도 많아요. 윤석열 대통령 등이 심야에 서울 강남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도 면책특권을 적용받은 게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심의나 표결과 직접 연계된 의회 내 행위에만 면책특권을 인정해주고, 독일에선 근거 없는 모욕으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면책특권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가 무색할 지경이죠.

다음으로 지목받는 특혜는 국민소득보다 월등히 많은 보수 등 경제적 혜택입니다. 올해 국회의원의 연봉(세비)는 1억5700만 원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2022년 4249만 원)보다 3.7배 많아요. 여기에 연봉의 30% 정도가 비과세 적용을 받아 세금은 훨씬 적게 냅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 의원 연봉은 자국 국민 1인당 소득의 1~2배에 그칩니다. 절대액으로도 영국(1억4645만 원)보다 많지요. 국민소득 대비 가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보좌관·비서관 등 의원 한 사람이 둘 수 있는 보좌 인력은 9명이나 됩니다. 이들의 인건비까지 합하면 의원실 한 곳에 지원되는 국민 혈세가 연간 무려 7억 원에 이릅니다. 스웨덴의 경우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공유하는 것과 비교가 안 되지요. 또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시기에 해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도, 구속 등의 사유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세비는 꼬박꼬박 지급합니다. 왜 국회의원들은 ‘무노동 무임금’에서 제외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합니다. 연봉 외에 의정 활동 지원비 명목으로 입법 및 정책 개발비, 차량 유류비와 유지비, 문자 발송비 등도 모두 합쳐 1억1200만 원가량 지급됩니다. 방문외교 등 명목의 해외 시찰도 연 2회 나갈 수 있지요.

국민에 군림하려 해선 곤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특혜 덩어리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일단 의회제도의 출발은 ‘대표제’입니다. 대표제 또는 대의제에 국민주권 원칙, 권력분립 원칙이 결합돼 의회민주주의가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대표제는 민주주의와는 좀 간극이 있어요. 국민주권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의원이지만, 이들은 엘리트 의식을 가질 수 있고 자칫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할 수 있습니다. 막강한 행정부를 감시하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라고 역할을 맡겼더니 입법권을 갖고 자기네 성곽을 높이 쌓은 셈입니다. 관료조직의 비대화를 갈파한 파킨슨 법칙이 국회에서도 작용한 걸까요? 일각에선 유능한 인재들이 국회에 들어와 독립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결국엔 대의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경제적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폅니다. 그러나 한국 국회가 얼마나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안고 있는지 들여다본다면 그런 얘기는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NIE 포인트
1. 헌법 제3장의 국회 관련 조항을 읽어보자.
2.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자.
3. 대의민주주의의 형성 과정을 알아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행정·사법부 이상으로 활약하는 선진국 의회
한국 국회는 언제쯤 구태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업무 지원을 받고도 양질의 결과물은 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실린 설문조사가 하나의 예입니다. 세계 각국 경영인 1만4000명 대상 설문에서 한국의 ‘입법과정 효율성’은 전체 139개국 가운데 99위에 그쳤죠. ‘한국 기업은 일류, 정부는 이류, 정치는 삼류’라는 인식이 아직도 여전합니다.

의원 자신을 위한 입법 횡행

한국 국회의 자화상을 한번 볼까요? 국회 회기가 열리면 상임위원회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호통을 치고 군기 잡기 일쑤입니다. 국정감사 기간이 아님에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여념이 없는 CEO들을 소환하는 일명 ‘갑질 국회’의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창의적 발전을 가로막는 ‘타다 금지법’ 같은 규제법을 양산하는 게 한국 국회입니다.

객관적 지표에서도 한국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경쟁력은 많이 떨어집니다. 미국 의회는 2021년

한 해 본회의를 100회 연 데 반해, 한국 국회는 2022년 37회만 개회했어요. 상임위원회 회의 개최 건수도 같은 기간 336건으로, 미국 하원(1873건)의 6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본회의 때 해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국회의원들이 거의 5분의 1은 됩니다. 법은 만들었는데, 위헌 등 판정을 받은 경우도 지난 10년간 미국 17건, 독일 57건이었는데 반해 한국은 280건에 이르렀습니다.

하나 두드러진 부분은 의원 입법인데요, 현 21대 국회의 의원 입법은 작년 12월 초까지 2만2000건을 넘겼습니다. 반면 정부 입법은 953건으로, 의원 입법이 전체의 96%에 달했죠.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입법 활동을 한 결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96년부터 법안 발의 건수가 의정활동 평가의 중요 요소가 된 때문일 뿐입니다. 법안 발의만 많이 하고 숙의는 깊이 하지 않으니 위헌 법률이 쏟아지는 겁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이 아니라, 의원들을 위한 법 만들기가 국회를 지배한다”는 한탄이 나올 만합니다. 이러니 한국 국회를 두고 ‘고비용·저효율’의 표본이라 부르고, 막대한 경제적 지원과 신변 보장이 정당하지 않다는 겁니다.

‘미국 청문회의 힘’ 그 원천은?

선진 정치제도를 가진 나라들에서는 의회의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고 의회가 무얼 해야 하는지 목격할 기회가 많아요. 지난달 31일 미국 연방 상원의 법제사법위원회는 소셜 네트워크상의 불법 성 착취, 집단 따돌림 등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을 방청객으로 참석시킨 가운데 ‘온라인 아동안전’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비롯해 X, 틱톡 등 빅테크 기업 5곳의 CEO를 증인으로 불러 4시간 동안 묻고 또 물었습니다. 통상적으로는 기업 실무자를 소환하는데, 이번엔 기업이 제대로 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단단히 벼른 결과입니다. 4년 전 미국 하원의 반독점법 위반 청문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 준비를 위해 1년 넘는 시간 동안 세계적 빅테크 회사들의 불공정 관행 자료 130만건을 수집해 화제를 모았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하야하게 만든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 규명도 의회 청문회에서 8시간 동안 진행된 닉슨 최측근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나라의 발전에 정치문화의 개선도 중요한 하나의 축이라면 한국 국회의 구태는 이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큰 변화가 없어요.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총선 때 국회에 10% 이상 불출석한 의원의 세비 삭감을 공약했고 관련 법안까지 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작년엔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하고도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란 조건을 붙여 사실상 약속을 저버렸죠. 이러니 의원 수와 세비를 축소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각종 설문에서 60%가 넘게 나오는 겁니다.

“모든 국가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한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된다는 거죠. 국민이 감시자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NIE 포인트
1. ‘고비용·저효율’ 한국 국회의 민낯을 기사를 통해 좀 더 확인해보자.
2. 의원입법이 왜 많은 문제를 낳는지 알아보자.
3. 정치문화 선진화를 위해 무엇을 고쳐나가야 할지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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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2월 5일 (832)
1. 기업의 지배권을 얻거나 강화할 목적으로 매입 가격, 수량, 기간 등을 미리 알린 뒤 불특정 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는?
① 블록딜 ② 공개매수
③ 무상증자 ④ 조회공시
2. 나라 살림의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지켜나가도록 관리하는 규범을 뜻하는 용어는?
선입선출법 ② 미란다 원칙
③ 재정준칙 ④ 하인리히 법칙
3. CVC를 설립하는 기업이 염두에 둔 목표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면?
① 주주환원책 강화
② 벤처투자 확대
③ 인건비 절감
④ 브랜드 인지도 확대
4. 예적금과 달리 돈을 수시로 넣고 뺄 수 있으면서도 예적금 못지않은 높은 금리를 매긴 통장을 가리키는 별명은?
① 마이너스통장 ② 깡통계좌
③ 가상계좌 ④ 파킹통장
5. 다음 중 주식시장의 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충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는?
① 서킷브레이커 ② 뱅크런
③ 빅배스 ④ 젠트리피케이션
6. 벤처기업이 자금 고갈, 성장 정체 등의 이유로 도산하기 쉬운 구간을 ‘이것’이라 한다. 보통 창업 후 3~7년을 가리키는 이것은?
① 칵테일 위기 ② 데스 밸리
③ 회색 코뿔소 ④ 어닝 쇼크
7.평범한 소비자로 가장해 매장을 이용하고 상품을 구입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사람은?
① 블랙 스완 ② 캐시카우
③ 히든 챔피언 ④ 미스터리 쇼퍼
8. 개인이 저축을 대폭 늘리면 개인에게는 이롭지만 경제 전체로 볼 땐 총수요가 감소해 오히려 해가 된다는 이론은?
① 황금낙하산 ② 공유지의 비극
③ 절약의 역설 ④ 역자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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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경제 성장 멈추면 어떤 일 벌어질까요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작년 4분기 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전체로는 1.4% 성장했는데요, 1년 전(2.6%)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0.7%)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입니다. 최근 8분기 연속으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 기록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됩니다. 외환위기 이전 10%,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엔 5%까지 성장하던 한국 경제에 저성장 기조가 완연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성장 정체의 가장 큰 원인은 내수 부족과 건설 경기 침체인데요, 고물가에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영향이 큽니다. 그런데 국내 소비지출은 줄이면서 해외여행 나가서는 돈을 많이 썼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출만으로는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일일까요? 미국 예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미국의 경제 규모(국내총생산, GDP)는 우리나라의 16배가량 됩니다. 미국 성장률은 항상 우리나라보다 낮았지만, 2021년 5.9%로 우리를 앞서더니 작년에도 2.5%라는 성장률을 기록했어요. 몸집이 거대한 코끼리가 빠른 속도로 달리기까지 하면 경제 격차는 더 벌어지겠지요. 경제성장과 속도가 왜 중요한지,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은 무엇인지, 장기 저성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경제는 자전거' 성장해야 넘어지지 않아
일자리, 복지 재원 모두 성장에서 나오죠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분기별로 발표되고,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경제기구들은 수시로 성장률 전망치를 내고 수정도 합니다. 1년 내내 성장률 전망과 실제 수치 발표, 그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어요. 바로 ‘경제는 왜 성장해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 물음입니다. 경제성장에 대한 인식은 경제를 균형 있게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경제성장은 양보할 수 없는 과제
경제성장은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의 증가를 뜻합니다. 양대 생산요소가 노동과 자본이기 때문에 인구가 증가하거나 기계와 같은 자본재 투입을 늘리면 한 나라의 경제는 성장합니다. 나라마다 차이는 나더라도 경제성장은 인류 역사에서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1930년대 대공황 등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과 경기침체)을 겪으면서 경제성장이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경제성장은 국민소득을 증대하고 소비지출을 늘릴 수 있게 하는 고마운 요소입니다. 이를 통해 교육·의료·문화 등의 지출이 늘어나고 사회간접자본도 확충되면 국민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죠. 또 한 국가의 국제적 위상과 입지를 다지고 협상력을 높여주며 군사력도 증강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아울러 일자리를 늘려주기 때문에 빈곤 감소와 소득불평등 해소, 그에 따른 사회 안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성장의 과실이 부유층에 집중되면 사회 양극화가 심화할 위험이 없지 않습니다. 공장자동화로 사람 손이 필요 없어지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한 것도 문제입니다. 한편으로 지구의 자원은 유한한데 계속 성장만 강조해서 지구 생태계가 버텨내겠느냐는 걱정도 있습니다.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을 우려한 지식인 모임인 로마클럽은 1972년 발간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에서 성장이 항상 선(善)은 아니라는 시각을 비칩니다. 충분히 성장한 나라에서는 경제성장이 사회적 행복을 더 가져오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에서 ‘탈성장(degrowth)’ 사회로 가야 한다고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이념적·정치적 주장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탈성장은커녕 성장세가 약화하기만 해도 끊임없이 소비를 늘려온 현대인은 적응하기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 성장률이 1%p만 낮아져도 취업자 수가 45만 명 줄어들고, 가계의 월평균 소득이 10만 원가량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실질GDP가 약 2000조 원 규모이기 때문에 성장률이 1%p 줄어들면 한해 사회간접자본 예산(26조 원 규모)이 그냥 사라지게 됩니다. 사회발전이 그만큼 더뎌지겠지요. 이런 점에서 경제는 마치 자전거와 같아요. 페달을 계속 돌리고 전진해야 넘어지지 않습니다.
애덤 스미스도 ‘국가 정체’ 우려
또 다른 경제의 중요 가치인 ‘분배’를 위해서도 성장은 계속해야 합니다. 성장을 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죠. “최고의 복지정책은 바로 성장”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가난한 근로자는 국가가 정체 상태일 때 비참해진다”라고 썼습니다.
근래 세계경제의 최대 이슈는 저성장입니다.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선진국 경제도 일종의 ‘유동성 함정’에 빠진 듯 엄청난 금융완화 정책에도 경기가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으로 보호무역 기조는 강해지고, 세계 교역량은 크게 늘지 않으며, 공급망이 분리돼 세계경제에 새로운 냉전이 온 듯합니다. 과거 4~5% 성장하던 세계경제가 2%대로 감속하니 ‘30년 만의 저성장 국면’이란 평가마저 등장합니다.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지금, 성장은 양보해선 안 될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알아보자.
2.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과거 성장률 추이를 찾아보자.
3. 성장이 분배보다 중요한 이유에 대해 토론해보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저성장의 늪'
세계 4위로 주저앉은 일본 교훈 삼아야
일본의 작년 소비자물가지수가 3.1% 오르며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나긴 침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AFP연합뉴스
일본의 작년 소비자물가지수가 3.1% 오르며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나긴 침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AFP연합뉴스
글로벌 저성장 시기에 한국 경제만 ‘잘나가기’는 어렵습니다. 세계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고 얘기될 정도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최근 10년을 볼까요? 2014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2%였는데, 5년 뒤인 2019년 2.2%로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지배하는 불길한 법칙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바로 ‘5년 1% 하락의 법칙’인데요, 이게 묘하게 코로나19 사태 직전 5년간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5년 1% 하락 법칙’ 이제는 깰 때
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진짜 실력(성장 능력)을 보여주는 건 10년 평균으로 계산하는 장기성장률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게 1990년대 초부터 5년마다 1%씩 거의 규칙적으로 떨어져온 겁니다. 마치 미끄럼틀 타고 내려온 듯한 장기 성장률 그래프가 이젠 1%대 초반을 가리킵니다. 작년 우리나라 성장률 1.4%와 얼추 비슷하죠.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인 잠재성장률이 한국의 경우 작년 2.1%였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가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인구 감소입니다. 이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줄면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여성의 경제활동 여부가 중요한 경제활동참가율(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인구)도 2022년 한국은 70.5%로, 선진 7개국(G7, 평균 75.6%)과 비교해 가장 낮습니다. 한 사람의 노동력이 산출해내는 생산량인 노동생산성도 선진국보다 떨어집니다. 2022년 한국 노동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GDP/총노동시간)은 46.9달러로, G7(74.2달러)의 63%에 불과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외치기보다 최저임금을 빨리 올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데만 신경 썼어요. 그 부작용이 성장률 저하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똑같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해도 산출량이 나라마다 다르다면 그것은 총요소생산성 때문입니다. 이 또한 높을수록 좋은데요, 2019년 한국은 0.61(미국을 1로 잡을 경우)로 G7의 0.84에 훨씬 못 미칩니다. 기업 활동을 돕는 법과 제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파업을 일삼는 전투적인 노동조합 관행이 계속되고,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1970~1980년대에 제품 하나라도 더 수출해 선진국을 따라잡자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됐던 시절의 고속 성장은 이제 옛 기억에만 존재합니다.
저성장 원인 속에 해답 있어
저성장의 늪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일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1960년대 고도성장이 만들어낸 일본의 거품경제는 부동산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1990년대에 붕괴하고 맙니다. 그때부터 일본 정부는 제로(0) 금리를 유지하며 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인 특유의 미래 대비 정신으로 화폐는 퇴장(저축)되고 경기는 살아나지 못했죠. 이 시절을 두고 잃어버린 20년이니, 30년이니 일본인들은 자조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는 GDP 기준으로 1968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는데요, 2010년 중국에 이어 지난해엔 독일 경제에 밀려 세계 4위로 주저앉았습니다. 경제력 후퇴는 국민 마음속에 패배감을 안기며 국력 쇠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답은 저성장의 원인 속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지 않도록 신생아 출생률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사회정책을 펴야 합니다. 정부는 사회적 약자의 복지 강화를 위한 예산 확대 못지않게 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발과 투자에 힘써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쟁력을 높여내야 합니다. 노동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적정한 임금 수준, 생산적인 고용 관행, 법·제도의 국제화·효율화 등도 필요합니다. 할 일이 참 많지요.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때입니다.
NIE 포인트
1. 우리나라 노동생산성과 총요소생산성이 낮은 이유를 알아보자.
2.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3. 1인당 GDP가 높은 나라, 성장률이 높은 나라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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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월 15일 (829)
1.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 이미지로 포장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은?
① 데드크로스 ② 모럴해저드
③ 스윙보터 ④ 그린워싱
2. 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은?
① 포트폴리오 ② 레버리지
③ 워크아웃 ④ 패스트트랙
3.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기부양을 노리는 통화정책은?
① 테이퍼링 ② 양적완화
③ 턴어라운드 ④ 어닝시즌
4. 증시와 관련된 다음 용어 가운데 의도 없이 단순 실수로 벌어지는 행동을 묘사한 것을 고르면?
① 빅배스 ② 팻 핑거-팻 핑거란 본래 굵은 손가락 탓에 자판을 잘못 눌러 생긴 오타를 의미하지만, 주식 ・ 채권 시장 트레이더들이 컴퓨터로 주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한다는 뜻으로 더 널리 쓰이는 용어이다.
③ 쇼트셀링 ④ 쇼트커버링
5. 주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급등했을 때 쓸 수 있는 표현은?
① 언더슈팅
② 오버슈팅
③ 어닝쇼크
④ 어닝서프라이즈
6. 은행끼리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서로 빌리거나 꿔줄 때 적용하는 금리를 뜻하는 용어는?
① 스프레드 ② 기준금리
③ 콜금리 ④ 재할인율
7. 다음 중 증시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것은?
① IB ② SPAC ③ PEF ④ VC
8. 다음 중 고위험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가 가장 선호할 만한 상품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인덱스펀드
② 헤지펀드
③ 정기예금
④ 정기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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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고금리 후폭풍…위기의 한국 기업



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부동산 개발 사업의 부실로 자금난에 몰린 태영그룹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전격 신청하면서 계열 방송사 SBS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자구 노력의 진정성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태영 오너 측 간 갈등도 깊어졌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 태풍과도 같은 위기가 몰려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연초부터 생깁니다.
여러분이 방학을 유익하게 잘 보내면 다음 학기를 자신감 있게 시작할 수 있듯이 나라 경제와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 부실하고 허약한 부분을 정리·수습하고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기울여야 다가올 불황을 이겨낼 힘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이 비 올 때(기업이 어려울 때) 우산(대출 등)을 뺏어선 안 된다는 얘기도 있지만, 부실 문제의 일차적 책임은 기업과 가계 쪽에 있지요. 국민경제의 안정을 고려해서라도 ‘밑 빠진 독’ 신세의 기업이나 개인을 계속 지원할 순 없습니다.
태영그룹의 경영난은 최근 1년 반 사이 진행된 전 세계적 고금리 금융긴축이 원인입니다.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돈을 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만 134조 원에 이르고, 이 중 상당액이 채권 회수가 불투명한 부실 대출일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게 놔둬선 안 될 겁니다. 과거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됐고, 이번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기업 부실은 어떤 치유 과정을 거치는지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타이밍 놓친 조선 구조조정에 20조 허비
기업 부실 정리 미루면 나중엔 더 큰 부담
Getty Image Bank
경제위기 발발과 기업 부실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경제위기는 호황 때 방만하게 늘어난 돈이나 헤픈 정부 지출, 부채로 쌓아 올린 경제가 지속되지 못하고 경기하강 충격이 시작될 때 엄습하는데요, 부실기업은 이런 위기를 더 키우는 골칫덩이입니다. 과도한 빚을 끌어 쓰다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잘해야 다른 기업으로 신용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과거 경제위기 때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은 어땠는지 살펴볼까요?
‘대마불사’ 등 숱한 논란 낳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지경까지 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무리한 외부 차입에도 원인이 있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할 때 자기 돈(자기자본)과 빌린 돈(타인자본) 간 황금비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제품을 잘 팔고 돈을 잘 벌면 금융회사는 먼저 나서서 돈을 빌려주려 하겠지요. 그런데 이런 기업의 확장세가 이어지지 못하고 부진한 실적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제야 기업이 쌓아 올린 빚 규모를 따지기 시작합니다. “물(유동성)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말이 딱 맞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제2의 IMF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반도체 등의 중복투자를 막고 핵심 사업 부문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현대·LG·대우·삼성·SK 등 5대 그룹을 모아 이른바 ‘빅딜(big deal)’을 추진했죠. 산업 구조조정의 형식을 빌린 정부 주도의 이런 결정은 일부 기업엔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줬습니다. 그러나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손을 떼야 했고, 대우는 삼성자동차 인수 실패로 그룹이 해체되는 계기를 맞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이어진 세계적 경기침체는 조선업과 해운업에 일대 위기를 몰고 옵니다. 조선업은 2006~2008년 호황기를 맞았는데요, ‘세계 1위’에 자신만만하던 한국 조선회사들이 이를 구조조정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2015년 뒤늦게 조선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맙니다. 당시 대우조선을 포함해 조선업에 공적자금 등 20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됐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버렸어요.
해운업도 비슷했습니다. 2011년부터 세계 해운 물동량이 급감하고 선박은 초과 공급된 상태에서 경영 위기를 맞았죠. 국내 1위, 세계 7위의 국적 선사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로 가고 파산하고 맙니다. 대우조선은 살려놓고 한진해운은 파산하게 둔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도 많았습니다. 정부는 덩치가 큰 기업은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에 대한 믿음을 민간에서 불식시키려 했겠지만,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맙니다.
돈 풀어 막은 위기, 두고두고 문제
이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나게 풀린 돈이 문제입니다. 그 과정을 잠깐 볼까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세계화와 각국의 금융자유화,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저축량이 급팽창합니다. 소비를 하고도 돈이 많이 남으니 금리는 장기간 아주 낮은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이게 무분별한 투자로 이어지며 주기적으로 붐과 위기를 되풀이(붐&버스트)하고 있어요. 2008년 금융위기가 첫 사례입니다. 이를 극복하려고 나온 제로금리, 양적완화가 다시 저축을 늘리고 자산 거품을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졌죠.
여기에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려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돈 풀기 경쟁을 합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작년까지 15년간 9000억 달러에서 8조5000억 달러로 여덟 배 이상 늘어났어요.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는 얘기고, 이게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에 기업 대출 만기를 계속 연장해주며 위기를 뒤로 미뤄오다 결국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부실 덩어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죠. 금융긴축에 따른 발작과 같은 경제 충격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NIE 포인트
1.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2. 한국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 실패 사례를 파악해보자.
3. 금융긴축에 따른 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토론해보자.
기업도 건강 나빠지면 병원 찾아야죠
치료법은 자율협약·워크아웃·법정관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기업도 부실해지면 사람처럼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채권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자금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금리를 내리며, 빚을 일부 탕감해주는 것은 물론, 새로 경영자금을 수혈하거나 대출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식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업 부문을 개편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소유·지배구조를 조정하는 모든 활동을 기업 구조조정(corporate restructuring)이라고 합니다.
부실 정도에 따라 구조조정 방법 다양
과거엔 정부가 산업 합리화 조치 등을 바탕으로 직접 부실 산업과 기업을 고르고 ‘존속이냐 퇴출이냐’를 결정했죠. 외환위기를 겪고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법률과 제도를 속속 정비하기에 이릅니다. 지금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채권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합니다.
주채권은행은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건지, 구조적 문제로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지를 먼저 판단하고 처방을 내립니다. 부실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대표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습니다. 감기약 정도의 처방이죠. 그렇지 않고 부실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자율협약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사모펀드(PEF)에 채권 매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을 대안으로 검토합니다.
자율협약은 일시적으로 돈이 모자란 기업이 비핵심 자산 매각, 비용 절감을 약속하고 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겁니다. 문제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강제력 또한 없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이 시간만 끌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어렵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이미지 훼손 우려가 적어 자율협약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STX조선이 자율협약에서 4조5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받고도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간 사례처럼 제도 운영의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워크아웃은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부실 징후 기업이 대상입니다. 자율협약과 내용 면에선 비슷한데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진행되는 게 차이점입니다. 그런데 워크아웃을 잘 마치고 다시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난 사례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에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은 100% 졸업(워크아웃 성공)한 데 반해, 2015년 이후로는 졸업 비율이 10~30%대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 방식도 새로 도입했습니다. 즉 PEF가 채권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기업의 채권을 매입해 사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이죠. PEF는 해당 업종의 최고 경영전문가를 영입해 기업 부실을 해결하려 하고 인수합병(M&A)을 적극 시도하는 등 구조조정을 더 충실하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은 법원에 넘겨져 회생절차를 밟습니다. 최근엔 법정관리로 들어가기 직전, 채권단이 M&A를 추진해 매수자를 정하고 이를 법원이 승인하면 법정관리를 졸업시켜주는 새로운 제도(Pre-packaged Plan)도 새로 선보였습니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겁니다.
민간 창의·효율성 실질적으로 높여야
이런 새로운 제도들은 민간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활용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하더라도 주된 출자자는 산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맡게 됩니다. 기업 구조조정이 민간 자율로 이뤄진다고 해도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점 때문에 관치금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성이 낮거나 발전 가능성이 적은 산업에서 생산성이 높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산업으로 생산요소를 이동시키는 산업 구조조정은 필요합니다. 그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죠. 그러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국책은행의 출자전환을 통한 공기업화, 특혜 시비 등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은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민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기업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이 잘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NIE 포인트
1. 외환위기가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계기가 된 이유를 알아보자.
2. 구조조정 제도별로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해보자.
3.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의 차이를 알아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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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월 8일 (828)

1. 2024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얼마일까?
① 9160원 ② 9620원
③ 9860원 ④ 1만 원
 
2. 다음 중 나라 살림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① 경상수지 ② 상품수지
③ 본원소득수지 ④ 관리재정수지

3. 다음 중 경제범죄에 해당하며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고르면?
① 감가상각 ② 무상감자
③ 유상증자 ④ 분식회계

4. 이 나라가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했다.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고 수도는 루안다인 이 나라는?
① 가봉
② 앙골라
③ 리비아
④ 알제리

5.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수치가 높아지면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는 이 수치는?
① 기준금리 ② 지급준비율
③ 손해율 ④ 자기자본이익률

6.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서 등락을 거듭할 때 ‘이것’에 갇혔다고 표현한다. 이것에 가장 적합한 말은?
① 데드크로스 ② 박스권
③ 1월 효과 ④ 베어마켓

7.다음 펀드 중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나스닥지수 등 주가지수와 거의 똑같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투자상품은?
① 인덱스펀드 ② 헤지펀드
③ 사모펀드 ④ 매칭펀드

8. 다음 중 ‘물가’와 관련된 통계 지표와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PCE
② NIM
③ CPI
④ PPI


[커버스토리] '개발이냐, 규제냐'…갈라지는 AI 진영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올해는 인공지능(AI)이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해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 세계대전망>에서 ‘현실로 다가온 AI’를 중요한 흐름으로 꼽았죠.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최첨단 기술의 경연장 소비자가전쇼(CES)도 온통 AI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CES 기자회견의 표어를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로 정했고, 인텔은 ‘모든 곳에 AI(AI Everywhere)’를 내세웠습니다.

AI로 사람들의 생활과 산업현장에서 도움을 받겠지만 꼭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벌써부터 AI의 ‘일자리 습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작년 IBM, T모바일, 드롭박스 등 테크기업들이 회계·인사 등 지원 부서 인력의 30%까지 AI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AI가 오히려 재앙이 될지 모를 일입니다.

이러다 보니 빅테크의 본고장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AI 개발을 자유롭게 허용할 것이냐, 인류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규제할 것이냐를 놓고 일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말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축출과 복귀도 이런 갈등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끕니다. ‘AI 개발 감속이냐, 가속이냐’를 둘러싼 논쟁의 철학적 배경과 견지해야 할 관점을 4, 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빨리 개발 안하면 죽는다" vs "속도 조절해야"
AI 낙관론과 파멸론, 종교전쟁 방불케 해요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미국 내 개발자 간 논쟁은 먼저 소셜미디어를 달군 뒤, 신문 등에서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AI 개발 예찬론자인 베프 제이조스(소셜미디어 X의 활동명)가 X에 “한국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며 인공위성에서 찍은 한반도의 밤 모습을 올려 화제가 됐죠. 불빛 찬란한 한국에는 ‘e/acc(Effective Accelerationism, 효과적 가속주의)’란 글자를, 캄캄한 북녘 땅엔 ‘Decel(Decelerationism, 감속주의)’이란 약어를 붙였습니다. AI 개발을 통제(감속)하면 북한처럼 미개한 사회로 전락하고, 자유롭게 허용하면 한국처럼 문명이 꽃필 거라는 주장입니다. AI의 자유로운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거죠.

오픈AI CEO 갈등으로 비화

현재 AI 개발자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효과적 가속주의와 효과적 이타주의(EA·Effective Altruism)입니다. 효과적 가속주의란 용어는 효과적 이타주의를 패러디해 만든 것 같습니다.

효과적 가속주의의 요지는 기술 발전은 무엇이든 세상에 이롭기 때문에 모든 규제와 안전장치를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AI의 해로움보다 이점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가속주의자들은 모임에서도 “개발하지 않으면 죽는다(Accelerate or Die)” “AI를 자유롭게(Keep AI Open)”라고 외칩니다. 생성AI 챗GPT 개발 회사로 유명한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이 진영에 속해 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베프 제이조스를 X에서 팔로(follow)하는 중입니다.

반면 효과적 이타주의자들은 AI 규제가 먼저라고 주장합니다. 인류에게 이익이 되도록 AI를 개발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게 바로 21세기 이타주의라는 거죠.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AI를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한 기술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AI 감속주의’라고도 부릅니다. 작년 전 세계 과학자 1000여 명이 세계의 모든 AI 연구소에 “GPT4(최신 챗GPT)보다 더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게 그런 목소리입니다. 작년 6월 유럽연합(EU)이 위험성이 높은 AI의 개발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죠.

양 진영의 주장은 결국 ‘파멸론-이타주의(감속주의)-기술 통제주의’와 ‘낙관론-가속주의-기술 유토피아주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논쟁은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가 “종교 분립 전쟁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뜨겁습니다. 작년 말 오픈AI 이사회가 샘 올트먼 CEO를 축출하려 한 사건도 이런 대립에서 비롯됐습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베르를 비롯해 오픈AI 이사회 멤버들은 ‘착한 AI’를 만들려는 감속주의자가 많았는데, 샘 올트먼은 AI 칩 개발과 투자 유치 등으로 회사의 빠른 성장을 원했다는 겁니다. 결국 직원들의 지지를 받은 샘 올트먼이 CEO로 복귀하고 일부 이사들이 물갈이되면서 오픈AI 사태는 일단락됐는데요.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두머(Doomer, 파멸론자)의 패배”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기술개발, 과연 통제할 수 있나

과학기술의 발전이 과연 인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AI가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인간에게 대안과 선택지를 주고, 인간이 그것 가운데 하나를 승인하고 AI가 실행하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만약 AI가 고도로 발전해 자신의 판단으로 먼저 실행을 하고 인간에게 통보만 하거나, 아예 인간을 배제해버린다면 어떤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지 알 수 없습니다. 생성AI 스타트업인 미국 앤트로픽이란 회사는 이런 AI의 부작용을 피하려고 챗봇 출시를 미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AI에 대한 두려움이 개발자들 사이에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인간 이성이 바라는 대로 AI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인류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 결정이 혹여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는 않을까요? 의문은 여전히 남게 됩니다.

NIE 포인트

1. 생성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서로 얘기를 나눠보자.
2. 오픈AI CEO 갈등 사태의 전말에 대해 알아보자.
3. 기술 파멸론과 낙관론이 논쟁을 벌인 과거 사례를 찾아보자.


'효과적 이타주의' 인간 이성 강조하지만
독선과 이율배반에 빠질 위험성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31일 게시한 한반도 위성 사진. /머스크 엑스(X) 

AI 개발 속도 조절론의 철학적 배경인 ‘효과적 이타주의(EAEffective Altruism)’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요즘 이 말을 모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돌아가는 사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EA의 뿌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호주 윤리학자 피터 싱어가 당시 사회운동의 하나로 주창한 EA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합리적 방법 찾는 EA
‘이타주의’ 하면 먼저 기부행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뜻으로 시작한 기부가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닙니다.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며 세계 각지에서 모금한 돈으로 ‘플레이 펌프’란 기구를 제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기구는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물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만든 건데요, 처음엔 신선하고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금방 싫증을 내면서 동력원을 얻지 못했고, 수동 펌프보다도 못한 성능 때문에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맙니다. 남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인 행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저개발국의 빈곤, 여성 인권 침해, 해양쓰레기 등 인류 공동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게 EA의 출발입니다. EA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윌리엄 맥어스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EA를 ‘타당한 근거와 추론에 기반해 다른 사람을 돕는 최고의 방법을 찾고, 이에 기초해 행동을 취할 것을 강조하는 철학이자 사회운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돈 버는 수단 삼았다는 비판도
그런데 이렇게 목표가 고상한 EA를 이기적 탐욕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쓰는 사람들이 생겨나 문제입니다. ‘효과성’을 강조하는 EA는 눈앞의 소액 기부에 신경 쓰기보다는 큰돈을 기부할 수 있도록 돈을 많이 벌 궁리를 하라는 얘기로 들릴 수 있어요. 또 능력이 있다면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기보다 급여가 많은 직업을 선택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기부를 많이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가르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맥어스킬 교수는 어떤 직종이 가장 선(善)한 일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사람들에게 무료로 직업 상담을 해주는 8만시간(80000hours)이란 기관을 설립하기도 합니다.

이런 맹점을 파고든 대표적인 사람이 지금은 파산한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입니다. 그는 돈을 많이 벌어 더 많이 기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FTX 투자를 유치하고 다녔죠. 암호화폐거래소 창업자라면 자유로운 기술 개발을 주창할 것 같은데, 자신의 선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기술을 적절히 통제하려는 EA를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자들이나 지적 능력이 뛰어난 개발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EA를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자신의 판단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선도 문제입니다. 샘 올트먼 CEO를 축출하려 한 오픈AI의 이사회 멤버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마치 영화 ‘어벤져스’에서 혹성의 자원이 모자란다며 생명의 절반을 말살하려는 악당 타노스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인간 초월할 AI 초지능 나올 것
‘기술 통제냐, 개발 가속이냐’의 논쟁은 AI 출현 이전에도 종종 있었습니다. 원자력·핵무기 개발, 유전자가위 기술 등 생명공학 기술 개발, 인간과 독립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일었지요. 결국 인간이 자신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좀 더 높일 수 있도록 과학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인 겁니다. 그런데 이런 두 가지 관점과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접근 자세가 중요하겠지요. AI가 수십 년 내에 인간의 일반 지능을 넘어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을 지니게 될 것이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NIE 포인트

1. 효과적 이타주의와 관련한 피터 싱어의 주장을 알아보자.
2. 효과적 이타주의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해보자.
3. AI 개발 가속과 감속 중 무엇이 옳은지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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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상식 퀴즈 O X] 12월 25일 (827)

1. 소비자들이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선택하면서 케이블TV, IPTV 등 기존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현상은?
① 체리피킹 ② 빈지워칭
③ 코드커팅 ④ 쇼트커버링

2. 다음 중 기업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것은?
① CP ② CB ③ ABS ④ IFRS

3. 과도한 고금리 대출로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대출금리 상한선을 뜻하는 말은?
① 기준금리 ② 법정최고금리
③ 콜금리 ④ 가산금리

4.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 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1인당 GNI란 국민들의 무엇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일까?
① 소득 ② 지출 ③ 부채 ④ 자산

5. 상장사가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을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투자자에게 알리도록 한 제도는?
① 공모 ② 공시
③ 증자 ④ 감자

6.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상품을 벗어나 부동산,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말은?
① 대체투자 ② 분산투자
③ 역외투자 ④ 엔젤투자

7.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증감율이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우려되는 상황은?
① 흑자도산 ② 디플레이션
③ 인플레이션 ④ 셧다운

8.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나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① 양키본드 ② 제로쿠폰본드
③ 딤섬본드 ④ 정크본드



[커버스토리] 선거·전쟁·AI…내년 세계 경제는?


이맘때면 학생들은 수능 성적을 들고 진학할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느라, 새 학년을 준비하느라 제각기 긴장되고 설렘 가득한 연말을 보냅니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올해와는 다른 새해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을 기울여야겠죠?

우리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경제 변화입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한국의 수출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제품을 얼마나 잘 팔고, 원유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가정 경제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전쟁 같은 극한적 충돌이 멀리 중동과 우크라이나가 아닌, 우리 코앞에서 벌어질 수도 있지요. 그런 갈등의 물밑에는 경제적 이해 충돌이 잠복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새해에 변화할 세계를 전망할 때 가장 먼저 경제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물론 온라인으로 연결돼 광속으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한 해를 내다보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예측이 잘 맞지 않으니 ‘경제 예측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경제 예측은 나라살림은 물론, 기업과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가늠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초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4·5면에서 경제 예측이 왜 그리 어렵고, 내년 세계경제는 어떤 모습을 띨지 살펴보겠습니다.

"경제 전망은 점성술" 혹평 적지않아
수치보다 리스크 변수에 주목해야죠

경제 예측 또는 전망은 나라 살림살이와 기업 경영, 가계 살림의 기준점을 제공합니다. 이를 기초로 정부와 중앙은행은 정책을 만들고 가계는 소비, 기업은 투자 계획을 세웁니다. 경제의 바로미터는 가격입니다. 이 가격 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안다면 가정 살림도, 개인 소비생활도 확 달라지겠죠.


“강하게 예측할수록 거짓말쟁이”
경제 예측에는 계량모형, 설문조사, 경제지표 등을 활용합니다. 계량모형은 경제성장률 등 한 해 경제를 내다보는 용도로 많이 씁니다. 일종의 고차원 함수입니다. 어떤 경제 변수의 값을 투입하면 알고자 하는 경제지표가 산출되도록 만들었죠. 예컨대 환율·금리·국제유가 등의 연간 예상치를 넣어 성장률을 계산해내는 식입니다.

모든 예측이 그렇듯, 경제 예측도 꼭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국제 경제기구들은 올해 미국 성장률이 1% 안팎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과는 2%대의 경기회복 양상이 나타났지요. 국내 연구기관들도 중국 리오프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크고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이러다 보니 경제 예측이 계속 도마에 오르고 ‘무용론’까지 제기됩니다. 책 <불확실성의 시대>를 쓴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경제 전망의 유일한 기능은 점성술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죠.

‘닥터 둠(Doctor Doom, 대표적 비관론자)’이라고도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상했다지만, 그는 2004년 이후 매년 경제위기와 침체를 경고해온 사람입니다. 일부에서 현자(賢者)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하지만 낯 뜨거운 면이 있습니다. 미국 월가를 대표하는 펀드매니저 중 한 사람인 피터 말루크는 “미래를 자신 있게 예측하는 경제학자일수록 바보(idiot)이거나 거짓말쟁이(liar)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AI도 맞히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
그러면 경제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경제 예측은 가정에 가정을 더한 결과라는 점입니다. 세계 성장률, 교역 신장률, 국제유가 등의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면 나비효과까지는 아니어도 전망의 오차가 커지게 됩니다. 다음으로 예측 모형 자체의 한계입니다. 즉, 과거 경제의 규칙과 패턴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란 가정하에 모형을 만들다 보니 미래 일에는 잘 맞지 않는 겁니다. 현실에선 그런 규칙성이 언제든 변할 수 있죠.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가계의 초과저축과 높은 고정금리대출로 인해 금리의 민감도가 약해졌다는 분석이 많았고, 결과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형을 정교하게 만들어도 정확성을 보강하기 어렵죠.

마지막으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의 발생을 뜻하는 ‘블랙스완’, 위험을 간과해 벌어지는 ‘회색코뿔소’ 등 불확실성이 일상화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사건들은 경제 변수 자체의 추세를 바꾸고, 경제 변수 간 규칙성을 흐트러트립니다. 인공지능(AI)이 고도로 발달한다고 해도 신(神)이 아닌 이상 오차는 불가피합니다.


빠른 수정 전망이 최선책
경제 예측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 주체들의 판단에 중요 근거가 되기 때문에 계속 내놓는 거죠. 따라서 수치 자체를 맹종하거나 신뢰하기보다는 ‘가장 발생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 정도로 간주해야 합니다. 즉, 경제 변수의 변화에 따른 확률적 결과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또 그런 전망치가 나오게 된 여러 가정과 논리적 근거를 먼저 봐야 합니다. 전망에서 주목하는 리스크와 변수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겁니다. 예측 기관들도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마다 빠르게 수정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경제 주체들은 그때마다 왜, 어떻게 전망이 바뀌었는지 살펴봐야겠죠.


NIE 포인트
1. 경제 예측을 하는 방법론 3가지를 알아보자.

2. 미국에서 금리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진 이유를 좀 더 파악해보자.

3. 사람들의 기대가 경제 예측을 틀리게 만드는 사례를 찾아보자.


저성장 먹구름, 슈퍼 선거, 현실이 된 AI
우리 삶을 크게 바꿔놓을 한해가 될 거예요
내년 세계경제의 구체적인 전망을 살펴볼까요? 국가경제와 국제경제를 좌우하는 ‘거시경제 변수’,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변수’, 경제를 실제 움직이는 ‘신산업 변수’를 중심으로 가닥을 잡아봤습니다.


‘피벗’ 한다는데, 이번엔 경기둔화 우려
미국 경기를 둘러싼 세계경제의 향방은 올 한 해 내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022년 제로(0)금리 수준에서 연 4.50%까지 치솟았기 때문에 이젠 어느 정도 물가상승이 진정되고, 미 중앙은행(Fed)도 고금리 긴축정책을 완화할 것이란 낙관론이 연초에 생겨났었죠. 그런데 미국 내 소비와 고용시장의 강세가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국 경기가 계속 활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노랜딩(No-Landing, 무착륙)’ 전망까지 나왔죠. 이런 상황이 지난 13일 미 Fed의 3회 연속 금리 동결과 내년 금리 인하 시사로 급반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부터 미국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온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제계는 금리정책 전환을 농구에서 한쪽 발을 중심으로 방향 전환을 하는 ‘피벗(pivot)’에 비유하며 환호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번엔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싹트고 있습니다. 강경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던 미 Fed가 피벗을 선언하자, ‘그 정도로 경기가 나빠진다는 거야’라며 반응하는 겁니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추정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는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중국 경제가 정부 재정난 등으로 하강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IMF는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5.0%에서 내년엔 4.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취약성의 창’ 열리는 세계정치
이번엔 갈수록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기의 파고입니다. 근래 40~5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유일한 패권국인 미국에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때문이죠. 이로 인해 국제 원자재 공급난과 공급망 붕괴가 심화할 것이란 걱정이 많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패권 갈등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이 위험하다며 이른바 ‘취약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이 열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성도 커질 조짐입니다. 내년은 미국 등 세계 70여 개국, 42억 명의 유권자가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입니다. 선거 결과가 주요국 통상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죠.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와 승리할 경우 미국중심주의, 보호무역정책 등이 더 노골화되고 세계경제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우리나라의 수출이 올해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봤습니다. 인공지능(AI) 산업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자동차가 견조한 수출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서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변수와 교역 침체, 세계적 저성장이 본격화한다면 수출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할 겁니다. IMF는 한국의 성장률을 종전 2.4%에서 2.2%로 낮췄습니다.


기업·개인 운명 가를 AI 활용 경쟁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 1년이 지나면서 기업은 물론, 정부와 개인도 AI의 활용도를 높이려고 안간힘입니다. 기업이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AI를 쓰고, 개인도 사무용 소프트웨어에서 AI를 만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선점한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를 비롯해 어떤 기업이 ‘일상이 된 AI 시대’를 이끌고 새로운 산업계의 리더가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물론 AI가 일자리를 과연 얼마나 줄일지, 선거에도 개입하는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NIE 포인트
1. 미국 기준금리 정책 전환이 왜 세계경제에 중요한지 알아보자.

2. 자유주의자 도널드 트럼프가 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지 생각해보자.

3. ‘현실이 된 AI’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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