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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鄭孝純韻(차정효순운)-촌은(村隱)유희경(劉希慶)

門巷寥寥落葉深. 문항요요낙엽심.
隔窓脩竹翠陰陰. 격창수죽취음음.
閑齋盡日燒香坐, 한재진일소향좌,
手把唐詩獨自吟. 수파당시독자음.
十載溪山放浪遊. 십재계산방랑유.
三春過盡又三秋. 삼춘과진우삼추.
一衣一食皆天命, 일의일식개천명,
何必區區分外求. 하필구구분외구.

寥:쓸쓸할 요.    脩:포 수.    燒:불사를 소.    

문밖엔 찾아오는 이 없어 낙엽만 가득 쌓였고
창밖엔 기다란 대나무가 푸르스름 그늘을 드리웠네.
한가로운 서재에서 하루 종일 향을 피우고 앉아서,
손에 당시를 잡고 나 혼자 읊어 보네.
십 년 동안이나 골짜기와 산속을 찾아 떠돌며 노닐다 보니,
어느새 봄 석 달이 지나 또 가을이 찾아왔네.
옷 한 벌에 밥 한 그릇도 모두 하늘이 내리셨거든
내게 주어진 분수밖에 또 무엇을 구할 건가.


유희경(劉希慶,1545~1636) 자 응길(應吉). 호 촌은(村隱).

1592년 임진왜란(壬辰倭亂) 때는 의사(義士)들을 규합,

관군을 도왔으며 인조반정(仁祖反正) 후 왕은 그 절의(節義)를

가상히 여겨 가의대부(嘉義大夫)로 승진시켰다. 문집으로

촌은집(村隱集), 저서로 상례초(喪禮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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