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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빗장 풀리는 쌀 시장…개방의 득실 방정식은?

 

 

인류 역사는 개방의 역사다. 문명의 발달은 국가(대륙) 간의 문턱이 낮아지는 과정이다. 하지만 개방의 역사가 순탄치만은 않다. 개방은 때로 동질(同質)이, 때로는 이질(異質)이 합쳐지고 융합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개방은 마찰과 갈등이 생긴다. 역사에서 개방의 고비마다 저항이 따른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도 개방의 변곡점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구한말에도 개방을 보는 시각이 극명히 엇갈렸고, 21세기 들어서도 다자간 무역협정,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21세기는 흔히 ‘글로벌 시대’로 불린다. 국가·지역·대륙 간의 장벽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무역과 문화는 한때 높기만 했던 ‘글로벌 장벽’을 낮춘 일등공신이다. 리카도가 주창한 ‘비교우위론’은 국가 간의 윈윈을 위해 무역장벽이 낮아져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다. 비교우위론은 글로벌시대 자유무역을 뒷받침하는 보편적이론이다. 2차대전 이후 남미를 중심으로 한 때 ‘개방은 종속’이라는 종속이론이 유행하기도 했으나 오늘날 이를 믿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한국의 역사는 ‘개방=종속’이란 공식이 틀렸음을 잘 보여준다. 다자·양자 간 무역협상으로 국제 간 교역장벽이 낮아진 후 지구촌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위상은 더 높아졌다. 극장에서 자국 영화 상영을 의무화하는 스크린쿼터제가 축소됐지만 오히려 한국 영화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개방이 위기가 아닌 기회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물론 개방은 기회이면서 위기일 수도 있다. 개방엔 그만큼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쌀 시장 개방은 ‘뜨거운 감자’다. 쌀이 주식인 만큼 개방에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더 적용되는 대상이기도 하다. 농민·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시각 역시 크게 엇갈린다. 지난 20여년간 대부분 농산물을 개방했음에도 쌀에만 예외가 적용된 이유다.

정부가 쌀 시장 개방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정부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연간 국내 쌀 소비량의 4%(현재는 9% 정도)까지 의무수입을 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관세를 적용해 쌀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 골자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추가로 늘리는 것은 국내 쌀 산업과 국가재정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 정부 측 개방논리다. 또한 고율의 관세를 적용해 우려되는 무차별한 외국산 쌀의 유입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농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반발의 목소리도 커 쌀 시장 개방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4, 5면에서 개방에 관련된 경제용어와 개방의 의미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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