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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SPA 혁신…의류시장 판도를 바꾸다


“시장은 포화돼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도무지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한다. 장사가 좀 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수레가 놓여 있고, 터가 좋은 곳에는 으레 상점이 들어서 있다. 껌시장, 우유시장, 라면시장, TV시장, 스마트폰 시장 등. 만만한 업종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여기까진 일반인의 생각이다. 기업가에겐 이런 패러다임이 안 먹힌다. 포화상태라고? 진짜? 그럼 휴대폰의 거인 노키아는 왜 무너진 거야? 소니는? 기업가는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을 거부한다. 기업가는 시장이 조용한 것을 싫어한다. 기업가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해보려 한다. 그들은 늘 창조적 파괴의 눈으로 ‘비즈니스 세계’를 본다. ‘세상을 뒤집을 만한 것이 없을까’가 그들의 고민이다. 이들은 오늘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기회를 노리며 새로운 원재료를 찾고, 투자자를 찾고, 제품을 만들어 보고, 조직을 만든다.

요즘엔 제조·직매형 의류(SPA)의 대명사인 유니클로와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그런 기업과 기업가로 통한다.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는 원재료 구입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의류업태를 말한다. 편하고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 패션에 전 세계 젊은이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쓰고 있다.

한국은 SPA 브랜드들의 격전지다.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ZARA), 스웨덴의 H&M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에잇세컨즈까지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들은 기존 의류시장을 물갈이하다시피 했다. 독특한 생산체제와 유통 판매방식으로 가격거품을 빼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존 의류 업계들이 할 수 없었던 혁신이다.

옷 장사 하나로 정상에 우뚝 선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회장. 그는 의류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말할 때 “천만에”를 외친 기업가다. 그의 눈에는 기존 업체들을 이길 ‘신의 한 수’가 보였다. 그 한 수로 인해 지방의 작은 양복점 주인이던 그는 일본의 최고 부자가 됐다. SPA 브랜드가 어떻게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는지를 4, 5면에서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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