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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제90장]

 

 

하늘이 복을 박하게 한다면 덕을 후하게 하여 대항하라


天이 薄我以福이어든 吾는 厚吾德以我之하며
천    박아이복          오   후오덕이아지 

天이 勞我以形이어든 吾는 逸吾心以補之하며
천    로아이형          오   일오심이보지 

天이 扼我以遇어든 吾는 亨吾道以通之하면
천    액아이우       오    형오도이통지       

天且我에 奈何哉리오
천차아    내하재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텁게 쌓아 이를 막을 것이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함으로써 이를 보충할 것이며,

하늘이 내게 곤액困扼을 준다면
나는 道를 형통케 함으로써 이를 뚫을 것이니라

그러면 하늘인들 내게 어찌하랴.

[해설]

동양사상은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하늘의 의지라고 믿어왔다.
이 하늘의 의지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승복하는 것만이 옳다고 여겨왔다. 저자 홍자성은
이런 사상에 당당히 맞선 것이다. 다만 홍자성도 순리에 역행하라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註]      

노 ( 勞 )  :  수고롭거나 괴롭힌다는 말임.     
형 ( 形 )  :  형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곧 육신을 의미함.     
일 ( 逸 )  :  한가하고 편안하며 높게 해준다는 뜻임.     
보 ( 補 )  :  보충하다.     
우 ( 遇 )  :  어떤 형편이나 처지를 뜻함.     
형 ( 亨 )  :  형통하다는 것으로 이룩한다는 말임.     
통 ( 通 )  :  트인다는 뜻.     
차 ( 且 )  :  또한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무엇조차 혹은
                무엇인들 이라는 의미를 지님.
내 하 (奈 何 )  :  어떻게 하겠느냐는 뜻임.     
재 ( 哉 )  :  감탄하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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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제89장] 

 

제 몸을 던져놓고 회의에 빠지면 제 뜻도 부끄러움을 당한다


舍己 毋處其疑. 處其疑 卽所舍之志  多愧矣.
사기 무처기의. 처기의 즉소사지지  다괴의.

施人 毋責其報. 責其報 倂所施之心 俱非矣.
시인 무책기보. 책기보 병소시지심 구비의.

제 몸을 버리고 뜻있는 일을 했을 바에는 그 일에 의심을 품지 말라.
의심을 품는다면 자신을 버리고 나섰던 뜻에 부끄러움이 많으리라.

남에게 베풀었을 바에는 그 갚을 것을 바라지 말라.
갚음을 바란다면 베푼 바 그 마음도 아울러 모두 잘못이 되리라.

[해설]

인간의 마음은 변덕스러운 것이어서 순수했던 마음이 욕심으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헌신과 봉사와 구제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처음에는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도중에 "왜 나만 희생하고
구제해야 하느냐"며 자신이 밑지는 것 같은 옹졸한 마음으로 바뀐다.
이런 봉사와 구제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봉사와 구제라면 그것은 투자하고
이익을 구하려는 장사꾼의 소치이겠기 때문이다.

[註]

사 기 (舍 己) :  자기 스스로를 버리고 희생한다는 뜻임.
무 처 (毋 處) :  무엇에 처하지 말라는 뜻임.
소사지지(所舍之志): 버린다는 뜻의 말임.
시 인 (施 人) :  남에게 은혜를 베플어 준다는 뜻임.
    책 ( 責 )    :  책망하거나 따지는 일.
    보 ( 報 )    :  보답하다.
    병 ( 倂 )    :  아울러.
소지지심(所施之心): 베플어 준 그 마음을 뜻함.
    구 ( 俱 )    :  모두 함께.
    비 ( 非 )    :  어긋나고 그르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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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제88장] 

 

괴로운 가운데서도 즐기는 것이 마음의 참 기능이다 


靜中靜은 非眞靜이라 動處에 靜得來라야 纔是性天之眞境이요
정중정    비진정       동처    정득래      재시성천지진경

樂處樂은 非眞樂이라 苦中에 樂得來라야 纔見以體之眞機니라
낙처락    비진락       고중    낙득래      재견이체지진기

고요한 속에서의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함이 아니다. 소요한 가운데서
고요함을 지녀야만 비로소 심성의 참경지를 얻었다 할 것이다.

즐거움 속에서의 즐거움은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속에서
즐거운 마음을 지녀야만 비로소 마음의 참기틀을 얻었다 할 것이니라.

[해설]

"질풍지경초疫風知勁草"란 말이 있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로서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분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는 결코 자연 속의 질풍과 한파를 넘기지 못한다.
인간도 마찬가지여서 순경順境 속에서 희희낙락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역경을 당했을 때 이겨내지 못한다. 역경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인간승리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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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제87장] 
 
쉴 때 생각하는 바가 맑으면 마음의 참모습이 보인다 


靜中念慮澄徹   見心之眞體.
정중염려징철   견심지진체.

閒中氣象從容   識心之眞機.
한중기상조용   식심지진기.

淡中意趣沖夷  得心之眞味.
담중의취충이  득심지진미.

觀心證道   無如此三者
관심증도   무여차삼자.

고요할 때 생각이 맑으면 마음의 참바탕을 볼 것이고,
한가할 때에 기상氣象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기틀을 알 것이며,
담박한 가운데 의취意趣가 평온하면 마음의 참다운 맛을 알 것이니,
마음을 성찰省察하고 도를 증험하는 길이 이 세 가지만한 것이 없느니라.

[해설]

현대인은 바쁘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
바쁘게 살아야 하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그것
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과연 이런 삶이 진정
옳은 것인가? 잠들기전, 조용한 시간에 잠시나마 자신의 마음을
성찰해 보라. 나는 과연 인생의 정도를 걷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그러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정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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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제86장] 
 
마음이 움직이거든 그 즉시 깨닫고 깨달았으면 얼른 고쳐라

念頭起處 裳覺向欲路上去 便挽從理路上來.
염두기처 재각향욕로상거 편만종리로상래.

一起便覺 一覺便轉.
일기편각 일각편전.

此是轉禍爲福 起死回生的關頭.
차시전화위복 기사회생적관두.

切莫輕易放過.
절막경이방과.

문득 생각이 사욕私慾의 길로 향한다고 깨닫게 될 때는
곧 이끌어 도리의 길로 좇아 가도록 결심할 것이니, 어떤
생각이 일어날 때는 곧 깨닫고 한번 깨달으면 곧 돌릴지니라.

이것이 곧 재앙을 돌려서 복으로 살고, 죽음에서 일어나
삶으로 돌리는 고비이니 진실로 가벼이 버리진 말지니라.

[해설]

대나무에 마디가 있듯이 인생에도 고비란 것이 있다. 청렴결백
하게 살고자 힘쓰는 사람도 때에 따라서는 사욕의 유혹이 있고
그것에 마음이 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현인賢人과
우인愚人이 구별되게 마련이다. 현인은 그런 사욕이 일어날 때
그것을 재빨리 깨닫고 정도를 걸어간다. 그러나 우인은 대부분
그런 사욕에 넘어가 인생을 망치고 만다. 이는 종이 한 장 사이
같은 차이이지만 그 결과가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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