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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빅데이터는 '21세기 원유'… 정보가 바로 돈이다


1980년, 미국 문명평론가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농업혁명으로 인류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제1의 물결을 경험했다. 산업혁명은 제2의 물결을 가져왔으며, 현재 세계는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제3의 물결”이라고 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IT업계에서 시작한 빅데이터 열풍은 세계를 ‘제4의 물결’ 시대로 접어들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빅보르 교수는 빅데이터를 ‘혁명’이라 표현한다. 빅데이터가 근무환경과 우리의 사고방식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가 펼칠 새로운 세상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빅데이터가 ‘21세기 원유’로 비유되는 이유다.

#빅데이터는 무엇인가


2012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첫 번째로 선정된 기술은 바로 빅데이터다. 도대체 빅데이터는 무엇일까. 이는 빅(Big)+데이터(Data)식의 단순한 합성어는 아니다. 단지 어마어마하게 많은 데이터로만 여긴다면 빅데이터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놓칠 수 있다. 빅데이터는 기존 기업 환경에서 사용되는 정형화된 데이터는 물론이고 미처 활용하지 못하던 비정형화된 데이터(사진·이미지 처럼 분석 데이터로는 활용하기 어려웠던 멀티미디어 데이터)까지 포함한다.

빅데이터의 주요 특징은 3V로 요약된다. 크기(volume),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가 그것이다. 기존 데이터 크기에서 벗어나 웹 데이터(웹 로그·웹 서버에 남아 있는 사용자의 데이터, 즉 소셜네트워크에 남긴 글와 이미지 등), 센서 데이터 등 모든 데이터를 포함한다. 데이터의 처리 능력도 큰 특징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거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은 예전에도 할 수 있었지만 이는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았다. 수십억원을 들여야만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빅데이터시대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엄청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빅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까지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과학자까지 등장


빅데이터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은 실시간 예측 및 자동 업데이트로 정확도를 높이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미래예측이 가능해진다. 병원은 환자의 증세·질환·입원 기록 등을 분석해 재입원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공중보건에 해로운 이벤트를 탐지해 위험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 기업은 소비자의 일상생활 데이터로 숨은 욕구를 발견해 개인 특성에 맞춰 상품을 추천한다. 빅데이터를 대폭 확보함으로써 관리 가능한 기업 리스크의 범위가 증대되고 리스크도 줄어든다.

빅데이터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해 2015년에는 빅데이터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가 170억달러로 예측된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도 등장했다. 데이터 과학자는 통계학·컴퓨터과학·머신 등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실력과 함께 특정 도메인에 대한 비즈니스 지식까지 갖춘 인력을 말한다. 장순열 한국 IDC(한국인터넷데이터 센터) 상무는 “빅데이터 활성화로 데이터 과학자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축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는 데이터 분석가와 달리 의미를 추출하고 예측력까지 갖춘 인력이 바로 데이터 과학자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인력들이 별로 없다”며 앞으로 빅데이터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 대선때도 활용

미국 주요 언론들은 2012년 오바마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꼽는다. 1억 명에 달하는 유권자 빅데이터를 분석해 유권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선거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지지 성향 분포를 지도로 작성하고 지지 가능 유권자들의 이동 경로, 대중교통의 이용 노선까지 파악해 선거 유세에 적극 활용했다. 또한 한 사람씩 투표에 어떻게 참여할지에 대한 수 백개의 변수를 다양한 데이터베이스 분석으로 투표율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기업으로는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업무에서 파생되는 빅데이터를 차별화된 서비스 창출로 활용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웹사이트에서 고객활동 데이터 확보→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일 서비스 아이디어 도출→효과 검증을 위한 데이터 추가 확보 장치 마련 등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독려하면서 아마존은 빅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했다. 현재 아마존의 서비스 중 관심제품 추천 서비스와 원클릭 구매환경 등은 빅데이터의 산물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빅데이터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공공데이터는 해당 국가의 자연환경과 국민 경제활동 등의 일상생활을 포괄하고 있어 규모가 크고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공공부문에 적용할 경우 그 잠재효과는 유럽 전체 1500억~3000억원 유로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정부도 향후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정부 내 공동설비를 구축하고 대학에 빅데이터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등의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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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당신을 지켜본다" … '빅브라더'가 현실로

지난 4월15일 미국 보스턴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용의자 차르나예츠 형제가 특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사흘이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집한 사진·동영상·통화 기록 등 10테라바이트(1000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증거 자료를 1000명 이상의 전문가가 동원해 분석해낸 결과다. 미 언론은 이를 빅데이터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빅 데이터가 야기하는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 수전 도미너스는 ‘빅데이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글로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빅데이터가 수집한 방대한 개인정보들이 악용되어 정부 기관 등의 감시를 통한 ‘빅브러더’(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비롯된 용어로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을 말함)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할 때 입력하는 검색어, 아이폰용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에 질문하는 것 등이 모두 빅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 얼굴 인식을 통해 사진 속 인물을 자동으로 태그할 수 있는 기능이 사생활 침해로 지적받으며 EU 지역에서 서비스를 중단하고 모든 데이터를 삭제했다. 구글은 지난 3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안되지 않은 와이파이 망으로부터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수집했다는 혐의로 700만달러 벌금을 내기도 했다.

빅데이터 시대에 개인정보 수집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보가 힘이자 돈이 되는 시대가 왔고 인터넷·휴대폰이 필수인 시대에 디지털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빅데이터가 양면성을 지닌 만큼 향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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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스마트폰에 빠진 대한민국…"뇌에도 쉴 시간을 줘라"

 


“미디어 역사는 장차 스마트폰 등장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지난해 ‘기술과 사람, 정부와 시민의 공존’을 주제로 개최된 ‘서울디지털 포럼 2012’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미디어 역사를 구분할 만큼의 강력한 스마트폰 영향력을 잘 나타내 준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눈을 마주치고 얼굴을 마주하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수그리고 스마트폰에 몰두해 ‘수그리족’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지하철을 타 보면 수그리족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부터 채팅, 문자, 게임, 동영상 감상, 각종 문서 열람 등에 푹 빠져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대한민국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듯하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성인 2배

최근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성인의 두 배 수준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10세 이상 49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청소년(만 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전년(11.4%)보다 7.0%포인트 증가했다. 20대는 13.6%, 30대는 8.1%, 40대는 4.2%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이 성인 평균 중독률(9.1%)보다 두 배나 높았다.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이며 중독자의 경우 사용 시간이 무려 7.3시간에 달했다. 중독자는 1회 평균 19분씩 하루 23차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과 달리 지난해 전체 인구의 인터넷 중독률은 7.2%로 전년 7.7%보다 0.5%포인트 줄어 들었지만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0.7%로 전년(10.4%)보다 늘어났다.

#팝콘 브레인, ADHD 유발 위험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을 얕봐서는 안 된다. 잦은 스마트폰 사용은 주의력 부족과 산만함,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뇌 발달을 위해 2세 이하 유아에게 스마트폰, TV, 인터넷을 아예 보여주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다.

의학계는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창의력 감소와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뇌가 쉬는 동안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서로 이어지는 과정이 진행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각과 창의력이 생각난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뇌가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이야기다. 또한 스마트폰 과다 사용자의 경우 주의집중력, 사고 전환능력,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등 스트레스성 건망증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 자세로 인한 문제도 발생한다. 스마트폰 스크린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구부정한 자세로 있다 보면 목과 어깨에 무리가 가고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거북목증후군’이라 한다. 마치 거북처럼 목을 쭉 뺀 자세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사람에 따라 두통이 발생하거나 허리에 통증이 올 수 있다. 장시간 쓰면 눈에도 악영향을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물체를 볼 때 1분에 12~15번 정도 눈을 깜빡이는데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스크린에 집중하다 보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1분에 5~7번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눈을 깜빡여야 눈이 건조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몰입으로 눈의 깜빡임이 줄어들면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눈이 충혈되거나 이물감이 느껴지고 두통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눈에 통증을 느끼거나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확산되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

최근 해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여 오프라인의 여유를 찾자는 디지털 디톡스(detox·해독)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움직임을 뜻하는 신조어다. 단식으로 몸에 쌓인 독소나 노폐물을 해독하듯이 스마트기기를 잠시 꺼둠으로써 정신적 여유를 회복한다는 취지다. 디지털을 통해 결코 얻을 수 없는 경험이 있고 그런 경험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성인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운동일 것이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줌과 동시에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개인 휴대용품이라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스마트폰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똑똑한 휴대폰이지만 똑똑한 휴대폰 과다 사용이 우리의 뇌는 물론이고 몸과 생활까지 멍청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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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40초 보면 공부 몰입까지 20분 걸려"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의 경고

세계가 인정하는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사진). 숫자 500개를 순서대로 또 역순으로 기억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두뇌 능력 계발 및 향상에 대한 강의로 모토로라,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GE 등 글로벌 기업에서 2500회가 넘는 강연을 했다.

최근 에란 카츠는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만드는 비법과 기억력 증진법 등을 특별강연했다. 카츠는 현대인이 겪는 기억력 감퇴에 대해 집중을 방해하는게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지만 관찰하지 않고, 듣지만 귀 기울이지 않고,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부에 정신을 집중하다 스마트폰을 40초만 봐도 다시 공부로 몰입하기 까지 20분이 걸린다”며 “스마트 폰이 똑똑해질수록 사람은 더 멍청해진다”고도 말했다.

또한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차지하는 이유로 유대인식 교육에 답이 있다고 했다. 유대인의 전통학당 ‘예시바’에서도 마치 우리나라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칸막이 없이 시끄럽게 떠들며 공부한다고 소개했다. 공부 잘하는 법은 아이들을 많이 걷게 하라고도 한다.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뇌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뇌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츠는 기억력을 높이는 다섯가지 팁을 소개했다.

‘많이 걸어서 뇌에 피를 공급하라’ ‘사소한 일에도 흥미를 가져라’ ‘질문받으면 또 다른 질문으로 답하라’ ‘기억할 것들을 이미지로 상상하라’ ‘머리속 나쁜 기억을 빨리 지워라’ 등 이다. 에란 카츠는 <천재가 된 제롬> <슈퍼 기억력의 비밀> 등 베스트 셀러 저자로서 최근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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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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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지만, 달리 말하면 세금을 피하고픈 인간의 욕망이 죽음만큼이나 크다는 뜻도 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세금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하거나 줄이고 싶은 대상이다. 최근 많은 기업과 개인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실체 없는 서류상의 회사)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당국은 탈세 여부를 엄격히 조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원칙대로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와 한푼이라도 덜 내려는 기업(개인)의 숨바꼭질은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조세피난처가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게임의 룰(법)은 지켜져야 한다. 페이퍼컴퍼니를 무조건 탈세로 몰아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논란 뜨거운 '페이퍼컴퍼니'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대기업 오너일가 명단이 공개된 데 이어 한 대기업은 그룹 차원에서 조세피난처를 통해 소득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재벌닷컴’은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1조원 이상 그룹 가운데 24개 그룹이 조세피난처에 125개 현지법인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추가 발표했다. 올해 3월 기준 125개 법인의 자산 총액은 5조6903억원으로 집계됐다. 명단에 포함된 해당기업과 경제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운 것은 정당한 경영활동”으로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탈세로 취급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은 대부분 조세피난처를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회계감사원(CRS)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평균 43%를 조세피난처로 옮겨놨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최근 몇 년 새 미국 외 지역에 최소 100개 이상의 자회사를 세웠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인터뷰에서 “구글은 여러 나라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따랐을 뿐이다. 세금을 아끼는 방법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세 겨냥한 'FIU의 칼'


작년 한 해 동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잡아내 법 집행기관에 넘긴 ‘의심스러운 금융거래(STR)’는 50% 이상 증가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FIU의 탈세 적발 기능은 더욱 강화돼 FIU의 칼 끝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해 FIU가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금융거래 내역이 수상하니 자세히 조사해달라’고 넘긴 의심거래정보 건수는 1만8106건에 달했다. 2011년(1만1843건)에 비해 53%가량 증가한 것이다.

FIU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기에 탈세·횡령·마약 등 범죄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 내역을 넘겨받아 국세청이나 수사기관 등 관련 법 집행기관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금융회사와 직원들은 비밀 보장을 요구하는 등 수상한 거래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FIU의 역할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운 박근혜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거래 보고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이르면 오는 9월 중 시행될 전망이다.

#법규상 합법…마녀사냥식은 곤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 자체는 분명 불법이 아니다.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 사업을 벌일 때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마녀몰이식 사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는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비자금 조성·탈세 등 ‘역외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세보다는 탈세 수단으로 의심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절세의 목적으로 세율이 낮은 곳으로 법적 소재지를 이동시키는 것과 불법적인 탈세와 돈세탁 행위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세금을 피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탈세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국세청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절세와 탈세행위를 구분해 범죄에 해당하는 탈세는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세금을 덜 내려는 시도 자체는 기업과 개인의 본능이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올리버 홈스는 ‘세금은 우리가 문명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내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합법적인 수단을 통한 절세는 좋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조세회피와 탈세는 누구도 예외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조세피난처

법인세 소득세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장소. 외국환관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버뮤다제도, 홍콩, 스위스, 쿡 아일랜드 등 50여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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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의 유래…고대 그리스 무역상 '묘수'

조세피난처(tax haven)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역상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도시국가 주변의 섬들을 물품 창고로 이용한 것이 시초다. 당시 아테네 등의 도시국가들은 외국산 물품 거래에 약 2%의 세금을 매겼다. 때문에 상인들은 상품을 도시국가로 바로 보내지 않고 일단 주변의 섬으로 빼돌렸다가 들여가는 방식을 애용했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됐을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다. 오늘날 조세피난처 상당수가 섬이라는 점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 따른 것이다.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중간에 위치한 ‘맨섬(Isle of Man)’은 노르만족이 영국을 정복하던 11세기부터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카리브해 동쪽에 위치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콜럼버스가 항해길에 발견하면서 15세기부터 조세피난처로 활용돼 왔다.

20세기에 들어선 스위스가 떠올랐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 각국은 막대한 전비 처리를 위해 급격히 세율을 올린 데 반해 중립을 선언했던 스위스는 세금을 늘리지 않았다. 다른 나라 기업과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뒤로 많은 도시국가와 섬들이 조세피난처 설립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협소한 국토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자금의 유입을 필요로 했던 나라들이다.

현재 조세피난처의 종류는 다양하다. 모든 세금이 면제되는 조세천국(tax paradise), 외국 법인에 대해 조세 혜택을 주는 좁은 의미의 조세피난처(tax haven), 특정 법인에 대해 우대해주는 조세휴양지(tax resort)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인 조세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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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대기업이 벤처 사야 창업생태계가 산다"

 


한경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 주최한 ‘스트롱 코리아 창조포럼 2013 대토론회’가 지난 10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제강국이 되기 위해선 벤처형 창조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점과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학기술 분야에 뛰어들고 창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토론회 내용을 정리한다.

#대기업, 벤처인 수 더 늘어야
전문가들은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쏟아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잡아 먹는 게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며 “벤처 투자가 선순환되는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려면 대기업이 더욱 과감하게 벤처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M&A를 활성화시켜 100억원, 200억원의 돈을 번 벤처 부자가 많이 나오게 하겠다”며 “창조경제는 대기업 또는 벤처기업이 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창업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재창업하거나 엔젤투자자, 멘토로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창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중국이 해외 우수 인재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천인(千人)계획을 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 우리도 이공계 인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지금 인재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장학금 혜택을 대폭 늘리자”고 제안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은 “창업 관련 지표가 하나도 없는 현재의 대학평가 시스템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가르칠수록 대학 평가 순위가 떨어지는 모순을 겪게 된다”며 “대학 생태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도 “교육 시스템이 창업보다 새로운 연구를 하라고 부추기기 때문에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재들이 창업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대학에서 학문에 얼마나 포커스를 맞출 것인지, 창업을 지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청년창업 토양이 마련돼야
토론자들은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행복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벤처 창업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000년대 초의 벤처 거품이 재연되는 것을 우려해 감시·감독에 신경 쓰기보단 공격적인 벤처 육성정책을 세우고 청년들이 자유롭게 창업에 나설 수 있는 ‘벤처 토양’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회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은 “거품 없는 벤처 성장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남 회장은 “2000년 국내에서 발생한 벤처 거품은 일부 부작용을 낳기도 했지만 이후에 많은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거품이 전혀 없이 특정 산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지원책과 관련해 이상목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은 “정부는 올해 미래창조펀드와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총 6조9000억원의 창업투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벤처기업이 대출이 아닌 투자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판’을 벌이면 민간 기업이 실질적인 창조경제를 주도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가수 싸이가 글로벌 스타가 된 것은 유튜브라는 유통채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일본에는 도큐핸즈(TOKYU HANDS)라는 벤처기업의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있지만, 한국에는 벤처기업들이 양질의 상품을 만들어도 정작 이를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창구가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가”라는 정 실장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대기업이 커다란 판을 펼쳐놓으면 중소기업들이 이와 연계된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어 사실상 상호 협력적 관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박사만 좇는 풍토는 문제

“산업계에서는 한양대 공대 라인이 셉니다. 서울대, KAIST 학생들은 기업에 안 가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창업을 하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다들 석·박사만 하려고 하죠.”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은 “국내 대학들은 시스템 자체가 창업을 장려하지 않다 보니 기존 기술이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기업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IBM, 모토로라, 시스코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캠프를 열어 과학기술 분야 직업의 청사진을 그려준다는 것. 김종갑 지멘스 회장은 “대학 졸업자를 뽑으면 재교육과 적응기간만 6개월에서 3년까지 걸린다”며 “학교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해야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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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0년 한국 성장은 창조산업에 달렸다"

“제조업과 첨단산업이 지난 5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 50년은 창조산업이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3’에서 ‘창조경제시대, 과학기술이 동력이다’란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넓은 땅도, 부존자원도 없는 한국이 지난 5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30배 늘어 세계 15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과학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박 부원장은 “지금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고속전철, 차세대 원자로 등이 모두 1992년 시작한 G7 사업의 결과물”이라며 “더 넓게 보면 1962년 기술진흥 5개년계획을 발표하고,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세운 것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포스트 G7 사업’을 시작할 것을 주장했다.

정지훈 명지병원 정보기술(IT)융합연구소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이 다른 산업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시장연구실장도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산업별 고용유발계수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창조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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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편집-201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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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국회 나설 일 아닌데도 관여…멍드는 시장경제

재계가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국회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어떤 법을 양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법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각종 규제를 담은 법이 쏟아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행위 자체는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지만 최근의 입법 활동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많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국회 상황은 입법 과잉”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회가 나설 일이 아닌데 관여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법으로만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모든 갈등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입법 만능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이다.

#브레이크 없는 의회 국회의 과잉 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 불합리한 ‘갑을(甲乙)’ 관계를 손보는 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남양유업’ 사건을 빌미로 여야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최대 10배의 손해배상액을 물리는 법안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주무부처 수장(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까지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에 문제가 조금 있다고 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무턱대고 만들 수는 없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과도한 입법 추진은 필연적으로 부실 입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 심사와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의원입법의 특성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회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난 기업에 연간 매출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통과시켰다. 두 법안 모두 “시기상조” “과잉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6월 임시국회에서 이런 법안 통과가 되풀이될 여지가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야는 3일 국회를 열어 공정거래법 개정안(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규제 강화), 금융회사지배구조법(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등 파급력이 큰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보좌진 기업엔 '슈퍼 甲' 

 

 불공정 거래 행위를 손보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 바람이 불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국회가 또 다른 슈퍼 갑(甲)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모 의원실 비서관은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 등에 가족의 결혼식 청첩장을 돌렸다. 국회와 정부부처를 담당하는 대관(對官)업무 직원들은 이를 두고 골치를 앓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법을 다루는 상임위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국회의원 자녀들도 알리지 않거나 축의금을 받지 않고 조용히 결혼하는데 청첩장을 받고 이름을 확인한 순간 깜짝 놀랐다”며 “자신의 결혼식도 아닌 가족의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 보좌진이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 등을 공짜로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이처럼 ‘하을(下乙·을 중에서도 낮다는 의미)’로 지내는 건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각종 입법이 난무해 의원이 아닌 의원실 보좌진에게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몇몇 의원을 제외하면 사실 입법에 대해 모르는 의원이 많다”며 “의원은 입법 방향을 지시하고 실무는 보좌진이 알아서 하는 경우도 많고, 방향 지시에도 보좌진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법사위원회 월권 논란도 

 ‘입법 홍수’라 불릴 정도로 많은 법안이 쏟아지며 주목받고 있는 곳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들에 대한 법체계 검토와 수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일고 있는 법사위 월권 논란은 각 상임위에서 ‘자격 미달’ 법안이 올라오기 때문에 법사위가 이를 과도하게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시각이 있다.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여야 환경노동위원들이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중대한 피해를 일으킨 업체에 물리는 과징금 기준을 ‘기업 전체 매출의 10% 이하’로 정했지만 법사위원들이 이를 ‘개별 사업장 매출의 5% 이하’로 고쳤다.

 

 이에 여야 환노위원들은 법사위가 개정안의 본질적 내용까지 수정해도 되느냐며 크게 반발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사위처럼 특정 상임위에다 법 체계 및 자구 심사권을 부여해 옥상옥(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뜻으로 불필요하게 일을 이중으로 하는 것을 의미)을 만들어주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 다른 어느 나라 의회를 보더라도 특정 상임위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의 내용을 멋대로 고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법사위가 상임위 및 소관부처 간 조정 기능을 맡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법사위의 고유 기능으로 명시된 법 체계 및 자구 심사권도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한국경제신문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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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의회는 의원입법도 '규제심사' 의무화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의원입법 과정은 깐깐한 편이어서 졸속 입법 시비가 거의 없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입법의 역사가 긴 이들 국가 역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정교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브레이크 없는 의회 권력을 제어하기 위해 선진국의 몇몇 입법 장치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의원 발의 법안이 의회에서 정식 논의(청문회) 전에 대부분 폐기된다. 첫 번째 관문인 소관 상임위원회의 서류 심사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낸 법안들은 한국의 감사원 격인 회계감사원(General Accounting Office)에서 엄밀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상임위에 제출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상임위는 가치 있는 법안을 고른다. 의원법안만 허용하는 영국도 전문적인 규제개혁 기구를 의회 내에 두고 있어 규제 법률이 쉽게 통과되지 못하는 구조다. 정부 각 부처에도 규제심사국이 있으며 상·하 양원에는 규제개혁을 전담하는 위원회를 각각 두고 있다.

 

 또 영국 규제정책 위원회, 네덜란드 행정부담자문위원회, 스웨덴 규제철폐위원회 등도 규제 법안의 타당성을 촘촘하게 따지고 있다.

 

프랑스도 2008년 헌법을 개정해 입법에 따른 규제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법안 제출권이 정부와 의회 모두에 있는 독일은 80% 이상이 정부 입법 법안이고 의원 입법만 가능한 미국과 영국도 대부분 법안이 정부에서 나온다”며 “한국과 달리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필요한 법만 새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편집-20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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