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부동산·주식·세계경제 예측은 오류의 역사…기업가들의 '촉'이 더 정확할 때가 많아요
“내 인플레이션 예측은 틀렸다(I was wrong about inflation).” 뉴욕타임스에 이 같은 제목의 기고문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다. 세계적 석학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기고문에서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책으로 마련한 1조9000억달러(약 2498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썼다. 당시 그는 대규모 재정지출에도 물가가 크게 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할 가능성이 높고,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원을 점진적으로 사용해 시중 통화량이 급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이유였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1% 급등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과거의 경제 모델들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과거 모델을 적용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서는 안전한 예측이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경제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며 “인플레이션 향방에 대한 나의 과거 예측은 틀렸다”고 말했다.
위 제시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예측이 틀렸다’ ‘코로나19가 변수였다’ ‘예기치 못한 충격’입니다. ‘폴 크루그먼의 반성문’으로 알려진 이 작은 글 안에는 경제 예측이 왜 어려운지, 왜 자주 틀리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라도 별수 없는 거지요.
경제 예측이 틀릴 때마다 예측자가 반성문을 써야 한다면, 반성문 길이가 서울~부산 고속도로를 채우고도 남을 겁니다. 대표적인 예측 오류 사례를 훑어봅시다. 2007년 하반기 경제학자와 경제전문가들은 이듬해인 2008년 세계 경제는 2~3%, 한국 경제는 5%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했어요. 그러나 곧 미국 금융위기가 지구촌 경제를 덮쳤습니다. 모든 예측은 무의미해졌죠. 금융 대가(guru)로 알려진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예측 오류를 범했어요. 별일 없을 것이라고 했죠. 그 많은 경제학자, 금융전문가가 죄다 침묵했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예측도 엉터리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집값이 하락하자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대는 끝났다”고 했어요. 집 사면 손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아파트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버렸습니다.
10여 년 전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 경제학자 171명은 “미국과 FTA를 맺으면 경제주권을 잃고 속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현실은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너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경제주권을 잃었다는 증거 역시 없습니다. 171명 중 폴 크루그먼처럼 반성문을 쓴 학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가장 유명한 예측 실패자일 겁니다. 그는 공산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러시아의 전신)의 경제가 1984년, 늦어도 1997년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소련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까지도 예측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미래의 시장 예측은 직접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민간기업이 오히려 잘하기도 합니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미래를 보고 아이폰을 만들어 냈고 삼성은 ‘스마트폰이 지배할 것’으로 보고 추격전에 올인했습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은 반도체의 미래를 보고 투자해 성공했지요. 포드 자동차 창업자인 헨리 포드와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가솔린 자동차와 전기차의 미래를 보고 밀어붙였습니다. 기업가들의 ‘촉’이 경제학자의 분석보다 나은 경우도 있답니다.
[커버스토리]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읽는다면?…생글생글이 추천하는 10권은 바로~바로~
세상에는 읽을 만한 책이 참 많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읽어야 할 책 100선’ ‘내 인생을 바꾼 책’ ‘아들딸에게 권하는 50권’ 같은 제목으로 많이 소개돼 있습니다. 시, 소설 분야의 책은 뭐든 읽으면 좋습니다. 이거다 저거다 선별하기 힘들 정도로 많죠. 생글생글은 학생 수준에 맞는 책 10권을 추천합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유명한 경제학자와 그들의 경제 철학을 정리한 책입니다. 학생들이 알아둬야 할 인물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가 맨 앞에 등장합니다. 그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인구론》을 쓴 맬서스, 자유무역을 주창한 데이비드 리카도 등이 나옵니다.
▷북학의: 조선 정조 시대를 산 박제가가 쓴 조선판 국부론입니다. 박제가는 조선이 성리학에 찌든 나머지 상업과 공업을 등한시해서 가난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당대의 선진국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상공업 정신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정조에게 건의했습니다. 그의 상업론, 물류론, 분업론, 전문화론은 탁월합니다.
▷선택할 자유: 윤석열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책이죠. 저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입니다. 그는 시장경제를 주창한 시카고학파의 거두입니다. 자발적 교환, 가격의 역할을 중시했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보다 개인, 기업의 선택할 자유에 맡겨두는 것이 성장과 번영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본주의와 자유》도 썼습니다.
▷한 권으로 읽는 국부론: 애덤 스미스가 쓴 고전입니다. 《국부론》은 워낙 두껍고 내용이 많아서 완독한 사람이 드뭅니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가 국부론 중 꼭 알아야 할 내용만 추려서 정리했습니다. 보호무역(중상주의)보다 자유무역을 해야 나라가 잘살게 된다는 이야기, 정부가 부채를 너무 늘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습니다.
▷달러 트랩: 달러와 미국 금융의 크기, 힘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이유, 달러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이유, 세계 경제가 나빠도 달러, 좋아도 달러를 찾는 이유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달러를 위협하는 통화가 있을까요? 책은 답을 제시합니다.
▷시의 역사: 존 캐리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펴낸 책입니다. 기원전 20세기부터 기원후 20세기까지 등장한 서양 시(詩)의 흐름과 특징 등을 조명합니다. 많은 작품과 작가를 만나볼 수 있죠. 서양 최초의 서사시라는 ‘길가메시 서사시’가 맨 처음 등장하며 그것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설명합니다. 호메로스, 호라티우스, 단테, 괴테, 키츠, 바이런, 푸시킨, 휘트먼, T S 엘리엇 등이 등장하죠.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KAIST 교수들의 강연을 묶은 책입니다. 우리는 거의 매일 무엇인가를 검색합니다. 이런 검색은 정보로 축적됩니다. 검색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은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인지, 어떤 정치 후보를 선호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에 쌓이는 소비 패턴은 무궁무진한 정보를 담고 있죠. 미래 정보학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행성: 지난 2년여 동안 세계는 바이러스의 침공으로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죠. 과학저술가 칼 짐머는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은유적으로 지적합니다. 바이러스는 생물을 죽이기도 하고, 진화시키기도 한답니다. 바이러스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이 작은 책이 도움을 줄 겁니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보는 극단의 시대에 우리는 사는 듯합니다. 《넛지》 《루머》의 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이 썼습니다. 진보·보수의 극단화, 포퓰리즘이 만들어내는 극한 대립, 거짓 정보가 쏟아지는 폭포현상이 소개돼 있습니다. 저자는 극단주의를 막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무엇일까요?
▷메타버스: 강원대 김상균 교수가 썼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를 기본부터 일러줍니다. 메타버스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도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기본서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당사자가 신청하면 본인이나 타인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 개인정보가 담긴 글 등을 지워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SNS에 게시한 나의 아기 때 사진이나 친구가 동의 없이 등록한 내 영상을 삭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내가 직접 올린 콘텐츠도 보다 쉽게 지우거나 숨김 처리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1일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이런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내 모습 SNS서 안 보이게 해주세요”
최영진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동과 청소년들은 그 누구보다 능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지만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고 권리 행사에 미숙하다”며 “개인정보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잊힐 권리란 인터넷 이용자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SNS나 포털 게시판 등의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개념이 주목받게 된 사건은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의 한 판결이다.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곤살레스는 “빚 때문에 집이 경매에 넘어간 내용을 담은 옛날 기사가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게 해달라”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재판부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으니 구글은 검색 결과를 지우라”고 결정했다. 이후 두 달 동안 유럽에서만 8만 건 이상의 포털 게시글 삭제 요청이 몰렸다.
잊힐 권리를 어디까지, 어떻게 보장해야 할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논쟁거리다. 이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자는 쪽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공개할 권리가 있다면 폐기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소, 이메일, 쇼핑 내역 등 민감한 정보가 인터넷에 여과 없이 유통되기도 하는 만큼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줘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잊힐 권리만 과도하게 중시하면 공공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때론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공적 논의를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가치가 충돌할 수 있는데, 이것저것 지우기 시작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범사업 거쳐 성인으로 확대 검토
정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성인의 경우에도 아동·청소년기의 온라인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해 2024년까지 법제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청소년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교육을 강화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 의사를 묻지 않고 온라인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셰어런팅(sharenting)’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로 했다. 셰어런팅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친 말로, SNS의 발달로 일상화했지만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한국경제신문 기자
해수욕장 성수기, 해외여행 성수기, 논술학원 성수기…. 이럴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부르는 게 값이다”는 거지요. 시장 용어로 ‘바가지’라고 합니다. 한여름 해수욕장에 가면 모든 것의 가격이 치솟습니다. 자릿값, 튜브값, 밥값, 펜션값, 렌터카값. 해외로 가는 비행기표 가격도 그렇습니다. 대학 논술 코칭비도 마찬가지고요.
사람들은 희한하게 비쌀 때를 잘 기억합니다. 시장에선 반대 현상도 나타난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모든 것은 정반대였습니다. 가격을 대폭 할인해도, 헐값이어도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여행업을 한 사람들은 시쳇말로 쪽박을 찼지요. 항공사들은 직원을 대량으로 해고해야 했죠.
시장에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도, 가격이 급전직하로 폭락할 때도 있습니다. 그거 아세요? 가격이 급등하든, 급락하든 가격 결정 메커니즘은 동일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가지만 욕하지요.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대체로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데요. 질문 들어갑니다. 바가지를 ‘나쁜 가격’, 폭락한 가격을 ‘착한 가격’이라고 부르는 게 옳을까요? 가격에 대한 오해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물이 말라봐야 물의 가치를 알게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26세 때 만든 달력(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에 이런 문구를 적었습니다. 그는 25년 동안 매년 달력을 만들면서 여백에 부자가 되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 행복에 이르는 길, 속담과 우스갯소리를 써넣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물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물이 귀했던 모양입니다. 물을 잘 관리하라는 뜻이겠지요.
장마철엔 물이 귀한 줄 모르는 게 인간입니다. 당연하지요. 흔하니까요. 그러다가 봄 가뭄, 가을 가뭄이 심해지면 “흘려보낸 빗물이 그립다” “잘 저장해둘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평상시 무심하게 쓰는 물, 수도꼭지만 틀면 펑펑 나오는 깨끗한 물,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명이 마시고 씻는 물은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댐과 보,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잘 관리해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물을 잘 관리한 나라가 잘사는 나라라는 의미를 아시겠죠? 《지중해의 기억》을 쓴 페르낭 브로델은 “물은 모든 종류의 자연현상과 섞인다. 인류의 운명과도 섞인다”고 했어요. 물과 문명 속으로 풍덩 들어가 봅시다. 하나, 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