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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67장] 

 

 

악행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선해질 가능성이 있다



爲惡而畏人知 惡中猶有善路.
위악이외인지 악중유유선로.

爲善而急人知 善處卽是惡根.
위선이급인지 선처즉시악근.

악한 일을 했으면서도 남이 알까 두려워함은 그래도
악한 가운데 도리어 선으로 가는 길이 있음이요,

선을 행하고서 급하게 남이 알아 주기를 바란다면
그 선이 곧 악의 뿌리이니라.

[해설]

『논어論語』에 '드러나지만 않으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란 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쁜 짓을 했을 경우, 그것을
후회하는 마음보다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걱정이 앞서게 마련
이다. 발각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속에는 티끌만큼일지언정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각이 반성의
토대가 되며, 회개하고 재생하는 계기가 되어 오히려 다른 사람
보다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한편 아무리 선행을
하는데 힘을 썼다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 선전의 도구로 삼으려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제아무리 선행을 했다하더라도 그것이
저속한 욕망의 수단으로 행한 것이라면 언제 어떤 상태로 뒤집힐지
모르겠기때문이다. 이처럼 악행 속에서 선의 싹을 보고, 선행 속에서
악의 경사(傾斜)를 본 저자 홍자성은 뛰어난 사실주의자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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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66장] 

 

명예도 지위도 없는 사람의 즐거움이 참된 즐거움이다 


人知名位爲樂 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眞.
인지명위위락 부지무명무위지락위최진.

人知饑寒之憂 不知不饑不寒之憂爲更甚.
인지기한지우 부지불기불한지우위갱심.

사람들은 명예가 있고 지위가 있음이
즐거움이 되는 줄만 알 뿐,
이름이 없고 지위가 없는 사람의 즐거움이
참 즐거움인 줄은 모른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추운 것이
근심이 되는 줄은 알고 있으면서도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은 사람의 근심이
더욱 심한 줄은 모른다.

[해설]

명예와 지위, 물질적인 풍요 등은
인간이 갈구하는 목표요 이상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의 노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궁극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런 것들이 과연 인간에게 행복만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실을 직시할 때
꼭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행복이란 담담한 생활 가운데
순회巡廻에 따라 살아가며 만족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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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65장] 

 

 

어두운 생각은 대낮에 등장하는 귀신과 같다

心體光明 暗室中有靑天.
심체광명 암실중유청천.

念頭暗昧  白日下生廬鬼
염두암매  백일하생려귀.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으며,
생각하는 머리가 어두우면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난다.

[해설]

육체를 조종하는 것이 정신일진대 정신이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면 육체는 자연히 정도를 걷게 된다. 음란을 생각하는
자는 그 육체도 자연히 음란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니
정신의 수양이 곧 그 사람의 행불행(幸不幸)과
성불성(成不成)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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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64장] 

 

만용한 자는 만세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名根未拔者 縱輕千乘甘一瓢 總墮塵情.
명근미발자 종경천승감일표 총타진정.

客氣未融者 雖澤四海利萬世 終爲剩技.
객기미융자 수택사해리만세 종위잉기.

명리名利를 탐하는 생각이 아직
뿌리 뽑히지 않은 사람은
비록 천승千乘을 가벼이 여기고
일표一瓢를 달게 안다 할지라도
모두 세정世情에 빠진 것이요,
객기가 녹아 없어지지 않은 사람은
비록 은택을 천하에 베풀어
만세를 이롭게 했다 할지라도
종래에는 쓸데없는 재간에 그치느니라.

[해설]

오늘날 유난히 지배적이 되어 버린
공리주의적 가치관 밑에서는 오로지 결과만을,
그것도 눈에 띄는 물질적 성과만을 보고
인간을 평가하며 그 동기라든가
도중의 과정 등은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제아무리 훌륭한 공적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 동기에 불순성을 가진 사람은 상황이 바뀜에 따라
어떻게 변할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개인이건 기업이건 간에
동기를 등한시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것은
이후에 나타나게 될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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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菜根譚)-전집 63장]  

 

그릇의 물은 가득차야 넘친다


義器,以滿覆.撲滿,以空全.
의기,이만복.박만,이공전.
故君子寧居無,不居有.寧處缺,不處完.
고군자녕거무,불거유.영거결,불처완.

의기(의器)는 가득 차게 되어 엎질러지고
박만(撲滿)은 텅 비어져야 온전하다.
그러므로 차라리 군자는 무(無)의 경지에 살지언정
유(有)의 경지에 살지 않는다
차라리 모자라는 곳에
머물지언정 가득 찬 곳에 머물지 않는다.


周나라 때에 임금을 경계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그릇.
그릇이 비었을 때는 약간 기울고,
물이 8부 정도 차면 반듯이 놓이고,
물이 가득차면 그릇이 뒤집어졌다고 함.


* 공자(孔子)가 노(魯)나라의 환공(桓公)의
영묘(靈廟)를 참배했을 때,
그곳에 기울러져 있는 그릇( 器)이 있었다.
공자가 묘를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 이 그릇은 무엇에 쓰이는 그릇입니까?"
묘지기가 대답했다.
"앉은자리의 오른쪽에 놓고 경계를 삼는 그릇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이 그릇이 물이 없으면 기울어지고,
물이 반쯤 들어 있으면 똑바로 서 있고,
물이 가득 차면 엎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을 넣어보라고 일렀다.
제자가 물을 넣자 그 그릇은 물이 반쯤 차면서
똑바로 섰고 물이 가득 차면서 엎어졌으며
물이 없어지면서 기울어졌다.

공자가 탄식하면서 말했다.
"아아, 가득 차면서 엎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또 박만(撲滿)이란
흙으로 만든 벙어리 저금통을 일컫는 말이다.

한 번 집어넣은 돈은 꺼낼 수가 없기 때문에,
돈이 가득 차면
저금통을 깨뜨려야 돈을 꺼낼 수가 있다.
그러니까 그 저금통으로 말하자면
항상 비어 있어야만 온전한 것이 된다.

가득찬 곳에 머물지 말라.
완전한 만족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 어떤 만족이라도 괴로움이란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다.
이미 가득 찼다면
그대는 서서히 넘치고 있음을 깨달으라.

넘친다는 것은 낭비이며 소멸이다.
그대 자신을 낭비하며 소멸시키느니
가득 차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라.

무(無), 즉 제로라는 지점은
인간 평등할 수 있는 유일 무이한 지점이다.
그곳에 서라.
적어도 그대의 의식만은 항상 그곳을 지키며 나아가라.
무(無)와 유(有)는 백지 한 장의 차이일 뿐이다.

[해설]

꽃도 만발하면 시들어지고, 달도 차면 이지러지는 것이
우주 자연의 순리이다. 『노자老子』에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만족하면 수치를 당하지 않고,자기 영역 안에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며, 이로써 오래 견딜 수 있다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라고 했다.

인생의 불행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서 자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기에『신약성경新約聖經』에도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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