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로이드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명예교수(89)와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61)가 차지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15일 “안정적 분배이론 및 시장 설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이들 두 명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섀플리 명예교수와 로스 교수는 협조적 게임이론의 대가다. 두 사람은 협조적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안정적 배분(stable allocations)과 시장설계 관행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걸출한 수학자이자 노벨상 역사상 두 번째 고령자인 섀플리 교수는 50여년 전에 이미 이를 이론화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섀플리 밸류’로 불리며 경제 주체들이 배분 문제에 있어 협조를 하면 이득이 생기는 방식을 제시했다. 섀플리 밸류는 20여년간 매칭이론을 연구한 로스를 만나면서 실제 경제에 응용하는 쪽으로 더욱 발전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나눌 수 없는 재화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배정하면 좋은지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뤘다. 남자와 여자, 학교와 학생, 환자와 장기 기증자 등의 관계에 있어 어떤 식(알고리즘)으로 연결해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
실제 보스턴 뉴욕 등 공립학교에서는 로스의 방식에 따라 학생을 학교에 배정, 효과를 보기도 했다. 로스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기 전 뉴욕시에서 공립학교 배정은 학생이 1~5순위 지망학교를 써내면 학교가 이를 보고 학생을 고르는 식이었다. 이렇게 되면 어떤 학생은 두 학교로부터 입학 제의를 받고, 어떤 학생은 모든 학교에 떨어진다. 비효율적인 자원분배가 일어나는 것이다. 로스는 한 학생이 가장 가고 싶은 한 학교에만 지원하도록 했다. 각 학교는 일단 자신의 학교에 가장 먼저 지원한 사람을 다 합격시키고 떨어진 학생을 모아 또 다시 한 학교씩만 지원하게 한다. 자리가 남는 학교에선 지원자를 받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뜨린다. 다시 탈락한 사람을 모아 남는 학교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지원하게 한다. 마지막 한 사람이 입학할 때까지 이 과정은 계속된다.
장기 이식과 관련한 거래모델도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예컨대 남편에게 신장 이식이 필요한 한 부부가 있다. 부인은 남편에게 신장을 주고 싶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아 본인의 신장을 이식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부인이 다른 지역에 사는 같은 처지의 부부를 찾게 되면 상대 부부의 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최근 위기와 재정정책 등을 둘러싼 거시경제학적 논쟁과 거리가 먼 미시경제학 분야의 연구자에게 상이 돌아가면서 노벨위원회가 논란에서 비켜갔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 해법을 제시한 경제학자를 배제하고 미시경제학에서 수상자를 냈다는 분석이다. 자칫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이슈인 위기와 긴축, 재정정책 등 거시분야에서 수상자를 낼 경우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뜨겁게 진행되는 논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로스 교수는 수상 후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오늘 아침 수업에 가면 학생들이 좀 더 수업에 집중할 것 같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상금 800만크로네(약 13억원)는 두 교수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20년 후 전체 인구 중 노인층 비중 30%, 하우스 푸어 속출, 장기 디플레이션 가능성 커져….’
요즘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단어들이다. 대한민국이 1990년대 이후 20여년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일본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기사다. 실제 급격한 고령화와 저성장 등 한국의 현 모습은 1980년대 후반 일본과 많이 닮아 있다. ‘J(Japan)의 공포’로 불리는 이 두려움이 현실화될 조짐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난다. 과연 우리 경제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맞을 것일까. ‘잃어버린 20년’은 199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에 머물며 활기를 잃은 것을 뜻하는 용어다.
‘J의 공포’가 유령처럼 우리 사회에 떠도는 것은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IMF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6%로 내다봤다. 지난달 IMF가 발표한 연례협의 보고서에서는 내년 성장률을 3.9%로 봤으나 0.3%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올해 성장률도 3.0%에서 0.3%포인트 내린 2.7%로 제시했다.
다른 경제연구소도 마찬가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17일 내년 성장률을 4.1%에서 3.4%로 대폭 낮췄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올해 2.5%, 내년 3.5%로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2.5%, 내년 3.3%로 예상했다. BNP파리바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 역시 올해 2.6%, 내년 3.3%에 그친다. 주요 기관의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올해 2%대, 내년에 회복하더라도 3%대 중반에 머물면서 3% 안팎의 저성장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실제 성장률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올 3분기(7~9월)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또다시 1% 미만에 머물 것이 확실시된다”며 “사상 처음으로 1% 미만 0%대 저성장이 6분기(1년반) 연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분기(1~3월) 1.3%였던 한국의 성장률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같은 해 2분기(4~6월) 0.8%로 추락한 뒤 올해 2분기(0.3%)까지 계속 1%를 밑돌았다.
성장률의 장기 둔화는 한국 경제 60여년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1% 미만 성장률이 가장 오래 지속됐던
시기는 국제 유가가 급등한 2차 오일쇼크 때인 ‘1979년 2분기~1980년 2분기’와 신용카드 사태 직후인 ‘2004년 1분기~2005년
1분기’로 둘 다 5분기 연속에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4분기, 1차 오일쇼크(1974년) 및 외환위기(1997년) 때는
각각 3분기 연속 0%대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성장률이 1% 이상으로 회복됐다. 요즘의 저성장은 극심한 충격을 받더라도 단기간 내
오뚝이처럼 회복해온 예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우리 경제가 이전에 겪었던 어떤 경제위기보다 더 긴 불황에 빠져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슬로모션(slow motion)형’ 장기 불황의 가능성으로 표현한다.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2~2016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7%로 추정하고,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을 3.5%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물가 상승의 압력 없이 최대로 이룰 수 있는 생산능력을 말한다. 예산정책처의 전망은 당분간 우리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가 연평균 3.7%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3.5%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연간 성장률이 4%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란 항간의 불안감을 공식화한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8월 말 기준으로
6년 만에 1%를 넘어섰다.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떨어지면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나라빚(재정적자)이 누적되고 실업률이 급등할 위험이 커진다. 당장 내년 나라살림에서도 4%대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줄고 복지 재원에 구멍이 난다.
청년실업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금 대선 주자들은 한결같이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만 외칠 뿐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처럼 “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뿐”이라며 국민을 단결시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유럽의 위기를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은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로안정화기구(ESM)’가 8일 공식 출범했다.
ESM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 같은 유로존 구제금융 국가를 지원하는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된다. -10월10일 연합뉴스
☞‘PIGS’는 나라 빚이 엄청나게 불어나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의 포르투갈 이탈리아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국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들 국가의 위기가 주변 국가로 전염되지 않도록 그동안 여러 조치를 취해왔는데 ESM도
그 중 하나다.
ESM(european stability mechanism)은 일종의 구제금융 기구다. 경제 위기국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유럽의 위기를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된다.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이라고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IMF는 경제위기국에
긴급 구제금융을 공급하는 일을 해왔다. 유럽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ESM은 IMF와 견줄 수 있는 기구”라고 말했다.
2009년 10월 그리스 정부의 회계장부 분식 고백 이후 본격화된 재정위기와 관련해서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010년 5월 임시로 유럽재정안정기구(EFSF·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라는 기구를 만들어 위기국에 자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 기구는 2013년 6월까지가 존속 시한이며 금융 지원 한도도 4400억유로로 PIGS 국가들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유럽 정상회의 때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ESM을 설립키로 합의한 이후 1년8개월여 만에 공식 발족한 것이다. 유럽 정상들은 원래 내년 7월 ESM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가 그리스 스페인 등 위기국의 사정이 급박해지자 발족 시기를 올 7월로 1년 앞당겼다. 그런데 독일 야당 등이 법원에 독일 정부가 ESM에 자금을 대는 것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내는 바람에 원래 목표한 시한을 넘겼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12일 정부가 1900억유로 한도라는 제한 아래 ESM 지원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우여곡절 끝에 ESM이
설립된 것이다.
ESM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스페인 그리스 같은 유로존 구제금융 국가를 지원하는 자금줄 역할을 한다. 당분간 임시 기구인
EFSF와 함께 운용되다가 내년 7월부터 재정위기를 방어하는 유일한 방화벽으로 활용된다. ESM이 위기국에 지원할 수 있는 재원 규모는 5000억유로(약 721조원)다. 유로존 17개국 정부가 앞으로 2년 동안 현금 800억유로를 분납하고 나머지 4200억유로는 지급보증 형태로
1. 최근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건설 계열사 극동건설이 이것을 신청, 파장이 크다. 현재 재정 상황이 어렵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업체에 재기 기회를 주는 제도로 정식 법률용어는 ‘회사정리절차’ 인 이것은?
① 패스트트랙
② 워크아웃
③ 화의제도
④ 법정관리
☆ 357회 경제상식퀴즈 미리보기...
2. 실제 금을 거래하지 않고 통장으로 금을 사고팔 수 있으며 은행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을 적용해 금으 로 적립해주는 금융상품은?
① 서브프라임론
② 풋옵션
③ 스마트뱅킹
④ 골드뱅킹
3. 경제지표를 산출할 때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경제지표가 실제 상황보다 위축되거 나 부풀려지는 일종의 착시현상은?
① 기저효과
② 낙수효과
③ 분수효과
④ 플라시보효과
4.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한국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고 객의 예금 인출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금융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것은?
① 재할인율
② 콜금리
③ 현재가치
④ 지급준비율
5. 최근 한 대선후보가 연루돼 공식 사과한 이것은 부동산을 사고팔 때 양도소득세를 탈루할 목적으로 매 매가를 실제보다 낮춰 작성하는 허위 계약서다. 과거엔 관행적으로 이뤄졌으나 지금은 세금 추징 대상 이 되는 이것은?
① 이면계약서
② 노예계약서
③ 업계약서
④ 다운계약서
6. 우리말로 ‘공적개발원조’라고 한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복지 증진을 위해 제공하는 각 종 공여를 뜻한다. 증여, 차관, 기술원조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이것은?
① ODA
② OLED
③ OECD
④ OPEC
7. 트레이더들이 컴퓨터로 주문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자판보다 굵은 손가락 탓에 잘못 입력해 주문을 내는 것을 가리키는 이 말은?
① 매직 핑거
② 팻 핑거
③ 빅 핑거
④ 원 핑거
8. 임직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회사의 주식을 약정 당시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 로 직원 스스로 경영 개선에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이것은?
① 풋옵션
② 콜옵션
③ 스톡옵션
④ 선물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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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세계 부자순위는 보유 주식 가치를 따져 선정
싸이와 주식부자
양현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국내 주식부자 49위에 올랐다. 소속가수 싸이의 인기몰이에 힘입어 보유지분 가치가 올 들어서만 2000억원 넘게 늘어난 덕분이다. 2일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진 주식가치를 평가한 결과 지난달 28일 기준 양 대표의 보유주식 가치는 3402억원으로 연초에 비해 2102억원 늘어났다. - 10월3일 한국경제신문
☞ 소속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양현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단숨에 국내 주식부자 50위권 안으로 뛰었다. 걸그룹 ‘소녀시대’ 등을 앞세워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어오던 이수만 에스엠 회장(2622억원)을 제치고 연예인 최고 주식부자가 된 것이다. 이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올해 초 3만6400원에서 9월28일 9만5300원으로 161.8% 수직 상승한 덕분이다.
보유 주식 가치로 따졌을때 국내 1위 부자는 단연 이건희 삼성 회장이다. 이 회장이 가진 주식 가치는 10조8558억원으로 올 들어 1조9739억원(22.2%) 늘었다. ‘갤럭시3’ 등 모바일 기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 등의 주가가 크게 뛰어서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조4578억원)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1조1312억원)의 보유주식 가치도 각각 1조원이 넘었다.
주식 부자 2위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으로 올초보다 12.9%(8401억원) 늘어난 7조3497억원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위(3조4026억원)였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2조9462억원)이 뒤를 이었다. 주식보유액 6~10위는 최태원 SK 회장(1조8991억원), 신동빈 롯데 회장(1조5659억원), 이명희 신세계 회장(1조5312억원),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1조4953억원), 홍라희 관장이 각각 차지했다.
보유 주식 가치는 가지고 있는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해 구한다. 예를 들어 A씨가 삼성전자 주식 10만주를 갖고 있다고 하자. 9월28일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130만원이라면 A씨가 가진 보유 주식의 가치는 10만주×130만원=1300억원이 되는 것이다. 만약 A씨가 삼성전자 지분 중 1%를 갖고 있다면 삼성전자의 전체 시가총액(발행주식 총수×주가)은 1300억원×100=13조원이 된다.
보유 주식 가치만 가지고 부자를 따지는 건 사실 정확하지 않다. 은행 예금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과 토지 건물 등 개인이 가진 부동산 가치, 또 부채 등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가진 금융·부동산 자산은 일일이 따져보기 힘든 까닭에 부자 순위를 매길 때는 대체로 보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세계적으로 부자 순위를 따질 때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갑부인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745억달러·약 83조원)을 비롯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648억달러),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그룹 회장(531억달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481억달러), 잉그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창업자(435억달러) 등 세계 1~5위 부호 순위도 보유 주식 가치가 기준이다. 국내 최고 부자인 이건희 회장은 100억달러의 자산으로 세계 100위를 차지했다. 세계 부자 순위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경제잡지인 포브스나 블룸버그통신 등이 집계해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부자가 되려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뛰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해당 기업의 경영이 잘돼야 한다는 뜻이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회사여야만 주가도 오를 수 있어서다.
부자가 되는 건 많은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적인 부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특성을 연구해 발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다 켄이나 토마스 스탠리 같은 사람들이 내놓은 ‘부자학’에 따르면 부자들은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고 검소하고 △명확한 인생관과 삶의 목표를 갖고 있으며 △‘내 삶은 내가 만든다’는 자립심과 실행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세계 최고 부자인 카를로스 슬림 회장은 30세 때 구입한 방이 여섯 개인 낡은 집에서 40년째 살고 있다. ‘슈퍼 리치의 필수품’이라 여겨지는 요트도 없다. 회사에서도 다른 경영진과 비서를 공동으로 쓰고 보좌진도 따로 두지 않는다. 시계나 차 역시 이른바 ‘럭셔리한 명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1957년 고향 오마하에서 사들인 방 5개짜리 단독주택에 산다. 옛말에 ‘큰 부(富)는 하늘이 내려도 작은 부는 인간의 힘으로 쌓을 수 있다’고 했다. 성실하게 일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 그게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한국은행이 한·중 통화스와프의 상설화를 공식 제안했다. 통화스와프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해 양국 중앙은행이 필요 시 자국 화폐를 교환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유럽 등 다른 지역의 금융불안이 양국으로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일종의 ‘방화벽’을 공동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 - 9월28일 한국경제신문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나라끼리 통화를 교환(swap)한다는 뜻이다. 양 거래 당사자가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서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외환거래를 가리킨다. 자국 통화를 맡겨놓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것이므로 차입의 형태를 띤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으면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원화를 맡기고 대신 위안화를 가져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한국과 미국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 한국은행은 미국의 중앙은행(Fed)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빌려와 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나라들은 외환위기 등으로 외화가 부족해질 경우 상대국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방화벽을 구축하는 셈이다.
통화스와프 계약은 한도, 환율, 기간 등을 미리 정하고 맺어진다. 예를 들어 한·중 간에 계약을 체결할 경우 ‘3000억위안을 1위안=170원의 조건으로 2014년 말까지’라는 식이다. 이런 계약이 맺어지면 한국은 2014년 말까진 언제라도 필요할 때 1위안=170원의 조건으로 원화를 인민은행에 맡기고 3000억위안 이내에서 위안화를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달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국제세미나’ 기조연설에서 한·중 통화스와프의 상설화 추진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발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의 방화벽을 구축하자는 이유에서다. 한·중 양국은 또 통화스와프 자금을 무역거래에 사용하면 각각 자국 화폐의 국제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김 총재는 “양국 교역결제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거래비용과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양국 간 금융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 양국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 처음으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 지난해 10월 기존 38조원(1800억위안)을 64조원(3600억위안)으로 확대하고 기간을 2014년 10월까지 연장해놓은 상태다. 한·중 간 통화스와프의 상설화 추진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조금씩 퇴보해나가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세계 상거래와 금융거래 결제수단인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차 양적완화에 나선다.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MBS)을 사들여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3일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끝낸 뒤 이 같은 부양책을 발표했다. - 9월14일 한국경제신문
☞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또다시 양적완화 정책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답게 무차별적으로 달러를 찍어내 침체된 미국 경제를 되살려보겠다는 것이다.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은 헬리콥터를 타고 달러를 살포하는 버냉키의 모습을 빗댄 것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증시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환호, 반짝 강세를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은 “8.1%인 실업률은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미국 경제에 중대한 우려로 남아 있다”며 3차 양적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양적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은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찍어낸 돈을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정책을 말한다. 기준금리가 제로 금리에 근접해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사용된다. 중앙은행은 국채나 회사채, 모기지증권(MBS) 등을 사주는 방법으로 시중 통화량을 늘린다.
Fed의 양적완화 조치는 이번에 세 번째다. 2008년 11월에 시작돼 2010년 3월에 끝난 1차 양적완화 때 1조7000억달러, 2010년 11월에 시작돼 2011년 6월에 끝난 2차 양적완화 때 6000억달러를 각각 시중에 풀었다. 1차 양적완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쓰러져가는 금융회사들의 자본력을 확충시켜주는 게 주목적이었으며, 2차 양적완화는 디플레이션을 막아보자는 뜻에서 시행됐다. 이번 3차 양적완화는 좀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실업률을 낮춰보자는 데 있다. 8월 말 현재 미국의 실업률(8.1%)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4~5%)의 두 배 수준이다.
3차 양적완화는 앞으로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MBS)을 시장에서 사들이겠다는 게 골자다. Fed가 MBS를 사들이면 현금이 시중에 풀리게 돼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모기지 금리도 더 떨어져 주택경기에 불을 지필 수 있고, 주식 등 자산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Fed는 MBS 매입 종료 시기에 대해 “실업률이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라고 밝혀 무제한으로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정책 시행 시기가 미리 정해져있던 1, 2차 때와는 차이다.
Fed는 MBS 매입 외에 지난 6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를 판 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 금리를 낮추는 경기부양책)’도 연말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제로(연 0~0.25%)’에 가까운 기준금리 유지 기간도 당초 2014년 말에서 2015년 중반까지로 연장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양적완화에 따른 무제한적 달러 살포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이다. 달러 약세는 미국산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도 이익이다.
Fed의 양적완화 정책은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미국 경제를 디플레의 늪에 빠지지 않게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버냉키 자신도 “외부기관이 1, 2차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정책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이 3% 늘어났고 일자리 200만개가 생겨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부양 효과는 제대로 내지 못하고 물가 상승과 달러가치 하락만 부채질할 것이란 지적이다. 달러화는 세계 거래의 중심통화(기축통화)다. 양적완화로 인해 기축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로 표시된 원유나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은 뛰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달러 약세는 글로벌 통화전쟁(환율전쟁, currency war)을 유발할 수도 있다. 통화전쟁은 각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평가절하·devaluation)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총성 없는 경제전쟁’이다. 수출 증가와 자국내 일자리 확보를 겨냥한 통화전쟁은 △1930년 대공황을 촉발한 1차 통화전쟁(1921~36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 2차 통화전쟁(1967~87년) △2010년 이후 현재의 3차 통화전쟁 등 크게 세차례가 있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 브라질 헤알화가 75% 급등(2002년 말 대비)한 것을 비롯해 콜롬비아 페소화(60%), 일본 엔화(46%), 중국 위안화(30%) 등이 모두 통화가치가 올랐다. 대다수 국가는 자국 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11일 만기 30년짜리 국고채 40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금리는 국고채 20년물보다 낮았다. 1400억원은 3.05%에, 나머지 2600억원은 3.08%에 팔렸다. 같은 날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한 20년물 금리는 3.08%로 같거나 더 높았다. - 9월12일 연합뉴스
☞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필요한 곳에 지출하지만 불가피하게 지출이 세수(조세 수입)를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데 정부 지출은 대규모로 이뤄져 일시에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아 부족한 자금은 대부분 다수의 민간 경제주체로부터 빌리게 된다. 이 때 정부가 빌려쓰는 자금에 대해 돈을 빌렸음을 증명하는 증서를 발행하는데 이 증서를 국채라고 한다. 국채에는 반드시 원금, 이자, 만기 등과 관련한 내용이 표시돼 있다.
예를 들어 원금 1000억원에 대해 연 3%의 이자를 지불하며 3년 후에 빌린 돈을 갚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국채는 결국 국민의 부담인 만큼 우리나라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에는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행되고 있는 국채에는 국고채권, 재정증권, 국민주택채권, 물가연동국고채 등 크게 4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국채가 선보인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949년 12월에 발행된 건국국채다. 나라를 세우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은다는 뜻에서 건국국채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국국채는 1949~1963년 중 총 100억원 발행됐다. 1950~1970년대는 전후 재건 및 산업발전을 위해 건국국채외에 산업부흥국채, 도로국채 등이 선보였다. 1990년대에는 농지채권 철도채권 등 다양한 종류의 국채가 나왔으며 1999년엔 이들 국채가 국고채로 통합됐다. 2000년대 들어선 10년 만기 국고채가 2000년에, 20년 만기 국고채가 2006년에 발행되는 등 장기채 종류가 확대됐으며 이번에 마침내 30년 만기 국채가 선보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이어 30년물 국채를 발행하는 23번째 나라가 됐다. 이에 따라 국고채 만기는 3, 5, 10, 20, 30년의 다섯 종류로 다양화됐다.
30년 만기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또 재정운용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장기 국채 발행은 다양한 투자수단을 확보했다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장기 국채가 발행된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찌됐든 정부가 나라살림에 필요한 돈이 모자라 빚을 내는 것이고, 이는 후대가 갚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현재 국채 발행 잔액은 358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을 사 5년 내에만 팔면 양도소득세를 100% 면제해주기로 했다. 주택 구입 때 내야 하는 취득세도 절반을 깎아준다. 자동차와 대형 가전에 붙는 개별소비세도 1.5%포인트 낮춰주기로 했다. 이달부터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세액도 평균 10% 줄어든다. - 8월11일 한국경제신문
☞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1분기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수출이 죽을 쑤고 있는 데다 내수마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8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6% 넘게 감소한 429억7000만달러에 불과했으며 주요 백화점의 매출은 6.1%, 대형 마트는 3.5% 쪼그라들었다. 자동차 판매 역시 25% 가깝게 줄어든 8만6000대에 그쳤다.
이처럼 여기저기 가파른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하반기에는 1%대 성장에 그치고 연간 성장률은 2%대에 머무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줄을 잇는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한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5%로, 도이체방크는 3%에서 2.6%로 내렸다. 도이체방크는 “민간소비와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경기가 나빠질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여 만에 또다시 경기부양책을 꺼내든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반기에 8조5000억원의 재정자금을 투입하겠다던 1차 대책만으로는 가라앉는 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추가로 올해 4조6000억원, 내년 1조3000억원 등 총 5조9000억원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을 사 5년 내에만 팔면 양도소득세를 100% 면제해주고 △부동산을 살 때 내야 하는 취득세는 절반으로 깎아주며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 구입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낮춰준다는 것이다. 또 매달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세액도 평균 10% 줄여주기로 했다. 가계의 소비여력을 진작시키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 경기를 회복시켜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올해 0.06%포인트, 내년 0.1%포인트 등 성장률을 0.16%포인트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는 비관에 더 가깝다. 부동산과 자동차 시장이 반짝 반등할 순 있겠지만 길게 보면 경기가 더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중병 걸린 사람에게 ‘앰플 주사’를 놓은 수준”이라며 “중장기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는 해당 제품의 부분적인 판매 확대 효과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소비 위축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근본 이유는 쓸 돈이 별로 없는 데다 미래 또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조금 줄여준다고 해서 소비가 확 살아나길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더 중요한 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방안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업 투자는 민간 소비와 함께 경제 성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민간 소비보다 더 성장을 이끄는 힘이 강력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해주는 게 성장엔 훨씬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국회에선 순환출자규제, 증권 보험 등 2금융권 소유 제한 등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논의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 논란이 춤추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맘놓고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을까?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투자를 유보하는 건 생존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전환점에 와 있다. 지금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일본처럼 구조적으로 장기 저성장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일시적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와 같은 대증적인 경기대책만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규제를 완화해 기업가정신을 북돋고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늘리며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보다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 “한국 경제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표 얻기 경쟁으로 인해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개인과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과도한 주택대출로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 계층을 돕는 방안으로 급부상한 ‘세일 앤드 리스 백’ 도입을 둘러싸고 여당과 정부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세일 앤드 리스 백은 정부나 은행이 하우스 푸어의 집을 사주되 집을 판 사람에게 월세로 그 집에서 살 수 있게 하고, 나중에 집을 되살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는 것이다. - 9월10일 연합뉴스
☞ ‘세일 앤드 리스 백(매각 후 임대·sale and lease back)’은 기계, 설비, 기구 등의 물건을 사용료를 받고 타인에게 빌려 주는 리스(lease)의 특수 형태 중 하나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기계, 건물 등을 은행이나 보험사, 리스회사 등 금융사나 다른 기업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방법이다. 보유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확보하는, 다시 말하면 자산을 유동화하는 기법이다. 기업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회사 운영이나 투자에 쓸 수 있다. 보통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많이 이용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 경영 형편이 좋아지면 팔았던 자산을 되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CJ제일제당, CJ GLS, CJ시스템즈 등 CJ그룹의 3개 계열사가 지난 6월 말 부동산펀드에 밀가루 공장과 택배 물류센터 등을 ‘세일 앤드 리스 백’ 방식으로 매각, 150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한 게 한 사례다. 이들 계열사는 5년 동안 매각한 시설을 임대료를 내면서 빌려 쓰다 2017년 6월 말 이들 자산을 1500억원에 다시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이처럼 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 수단이던 세일 앤드 리스 백의 대상이 기업 보유자산에서 일반 서민들의 집으로 확대되는 방안이 최근 논의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하우스 푸어들이 가진 집을 정부나 은행에서 사주되 집을 판 사람에게 월세로 그 집에서 살 수 있게 하고, 나중에 집을 되살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집을 가진 서민 입장에서 볼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보다 유리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와 은행·보험사 등 전 금융회사가 분담해 기금을 설립하고 이 기금을 통해 하우스 푸어가 가진 집을 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 부담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을 경우 정부와 금융사가 고스란히 손해를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정부나 금융권이 지원할 경우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자극해 주택대출의 기본 틀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하우스 푸어들의 과도한 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국민 세금이나 금융사들의 팔을 비틀어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가계나 개별 기업이 스스로 결정해서 투자한 결과 입게 된 손해를 모두 세금으로 메워준다면 누가 성실하게 일하고 신중하게 선택하려 할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이 세금으로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국민 모두는 ‘베짱이’가 되고 결국은 얼마 안가 그리스처럼 국가부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