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술력이 있고 장래가 유망한 신생 기업에 자금을 대는 투자전문회사 또는 그 자본을 가리키는 말은?
① 국부펀드
② 벤처캐피털
③ 핫 머니
④ 라자냐 파이낸싱
2.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에게 신용도나 담보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보고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은?
① 벌처펀드
② CDC펀드
③ CDBC캐피털
④ 프로젝트 파이낸싱
3. 경기가 나빠지고 있거나 침체에 빠진 상황과 거리가 가장 먼 단어는?
① 스태그플레이션
② R의 공포
③ 어닝 서프라이즈
④ 더블 딥
4.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캐피털 등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용어로 적절한 것은?
① 1금융권
② 2금융권
③ 역내펀드
④ 역외펀드
5.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뜻하는 단어는?
① KTX
② GTX
③ PBR
④ PER
6. 외국투자기업이 현지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이나 계약 위반 등으로 손실을 봤을 때 신청하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는?
① ISD
② IPO
③ FDI
④ FTA
7. 중간 위험을 배제하고 매우 안전하거나 위험한 극과 극의 조합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투자 기법은?
① 바벨 전략
② 시스템 트레이딩
③ 쇼트 셀링
④ 쇼트 커버링
8. 상점을 거래할 때 기존 점포가 보유하고 있는 충성고객과 영업 노하우 등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은?
① 중도금
② 잔금
③ 권리금
④ 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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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끊이지 않는 투기…탐욕과 광풍의 역사-
커버스토리독자 여러분! 지금 인터넷 뉴스 검색창에 광풍, 투기, 과열을 쳐보세요. 세 가지 뉴스가 뜰 겁니다. 비트코인, 부동산, 주식~. 뉴스를 자세히 읽어보면, 비트코인에는 광풍, 부동산에는 투기, 주식에는 과열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검색창을 통해서 본 세상은 온통 ‘광·투·과’에 물든 듯합니다. 부모님들은 부동산에, 형 누나 삼촌은 비트코인과 주식에 꽂혀서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광풍, 투기, 과열 현상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를 불확실하고 불안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불안과 불확실은 탐욕 심리를 부채질합니다. 우리나라에만 ‘광·투·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가 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한몫을 잡으려 합니다.2009년 비트당 0.000994달러였던 비트코인에 돈이 몰리면서 가격이 6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0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탐욕의 광기’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유난히 더 높다고 하니 웬일인지요?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습니다. 3억원 하던 변두리집이 두세 배 상승했고, 10억원 하던 서울시내 집이 20억원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투기라고 야단이고 정부가 때려잡겠다고 또 난리입니다. 주식시장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을 내서 투자)’로 달아올랐습니다.
광풍, 투기, 과열, 탐욕의 역사는 인류 역사상 자주 나타났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광풍’ ‘튤립 탐욕’은 유명합니다. 금융투기의 역사를 가르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당시 튤립 뿌리 하나의 가격이 비트코인처럼 폭등했더랬습니다. 튤립사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미시시피주식회사 사건, 남해주식회사 과열, 미국의 대공황 등이 잇따랐죠.
《꿀벌의 우화》를 쓴 버나드 맨더빌은 인간의 탐욕이 새로운 것(증기기관, 기차, 전기, 자동차, 휴대폰 등)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고, ‘북학의’를 쓴 조선 실학자 박제가는 탐욕하는 마음이 없어서 조선이 가난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탐욕이 경제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다니 재미있군요.
최근 비트코인, 부동산, 주식 같은 자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탐욕은 어떤가요? 탐욕의 역사, ‘투자와 투기, 도박의 차이’를 4, 5면에서 더 배워봅시다.
A국가와 B국가는 수박 한 통과 참외 10개를 맞교환합니다. 수박과 참외는 1대 10의 등가성(等價性)을 가집니다. A국가와 B국가가 서로 교역을 한다면, 모든 것이 교환 비율을 가질 겁니다. 교환 비율은 고정되어 있거나 변할 겁니다. 수박 농사가 잘 안됐거나, 참외밭이 가뭄으로 망한 경우, 수박과 참외 교환 비율은 달라지겠지요.
A국가와 B국가의 화폐는 어떨까요? 그것에도 교환 비율은 존재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환율(exchange rate)이라고 부릅니다. 환율이 달라지는 이유는 수박과 참외의 관계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한 가지 점에선 환율은 수박-참외와 같습니다. 환율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죠. 가령 H국가의 화폐를 원하는 나라와 기업, 개인이 많으면 즉 수요가 많으면, H국가의 화폐 가치는 올라갈(환율 하락) 겁니다. 반대라면, 화폐 가치는 떨어질(환율 상승) 겁니다.
환율은 공급에 따라서도 변합니다. H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돈을 많이 찍어 공급했다면 이 돈의 가치는 떨어질 겁니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베네수엘라는 돈을 인쇄기로 마구 찍어낸 결과 화폐 가치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베네수엘라 돈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상황에 따라서도 바뀝니다. 예를 들어 C국가의 경제와 정치가 불안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던 C국가의 화폐를 달러로 바꿔나갈 겁니다.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 맞습니다. C국가 화폐가 싸지고 달러가 비싸집니다. 환율이 폭등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C국가가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많이 가져와서 C국가 화폐로 바꿀 것입니다. C국가의 화폐 가치가 오를 테지요.
환율은 크게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로 운용됩니다. 고정환율제는 중앙은행이 개입해서 일정한 수준으로 환율을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변동환율제는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변동환율제, 중국은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씁니다. 우리나라는?
환율을 두고 국제간 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환율 전쟁입니다. 자국에 유리하고, 경쟁국에 불리하게 환율을 운용하는 이기심이 국가 간에도 나타납니다. 환율 방향에 따라 기업과 개인들의 이해관계도 달라집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이 좋아하고, 수입기업과 유학생 부모들이 싫어하죠. 환율은 두 얼굴을 가졌습니다. 야누스적이라고 할까요? 4, 5면에서 환율 이론과 환율 이해관계를 더 알아볼까요.
은행을 보는 시각과 개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간다는 부모님의 말을 즉각 이해하지 못합니다. 책도, 피자도, 모자도 모바일 결제로 사는 시대에 돈을 찾아서 지불한다는 개념이 옅어진 것이죠. 최근 은행 창구에 직접 가본 학생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제로(0)에 가깝지 않을까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무엇인지도 잘 모를 겁니다. 상황이 이러니까, 은행들이 지점과 ATM을 자꾸 줄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은행을 잘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죠.
은행들은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로 무장해야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아침저녁으로 등장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은행들은 테크핀 기업 움직임에 주목하고, 핀테크를 접목해야 합니다. 테크핀은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금융업에 뛰어드는 것을 말하고, 핀테크는 기존 금융기업이 IT를 접목하는 형태를 말하죠.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금융업의 역사는 고대 바빌로니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은행업의 시초는 13~14세기 유럽에서 나타났습니다. 튼튼한 금고를 가진 환전상이 금을 보관하면서 금 보관증을 발행했죠. 이것이 화폐처럼 거래 수단이 됐습니다. 예금업무였고 지급업무였죠. 환전상들은 금 주인 중에서 10% 정도만 금을 찾으러 오고 나머지 90%는 금 보관증을 화폐처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환전상들은 남은 금 90%에 대한 증서를 발행해서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대출업무였죠. 상호 신뢰가 바탕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거대한 금융 가문과 금융 기업이 생겼습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대표적인 금융 가문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은행업이 번창했고, 우리나라에도 일제 강점기 때 처음으로 은행이 등장했습니다. 은행은 중앙은행, 상업은행(민간은행), 국책은행, 특수은행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어요.
그렇다고 은행업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들과 기업들은 예금과 대출을 빈번히 이용해야 하지요. 현금 없이 거래하는 시대에 은행업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은행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작동하는 곳인지, 향후 진화 경로는 어떻게 될지를 4, 5면에서 더 알아봅시다.
1.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은?
① 테이퍼링
② 양적완화
③ 턴어라운드
④ 리디노미네이션
2. 기존에 통용되고 있는 화폐의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는?
① 테이퍼링
② 양적완화
③ 턴어라운드
④ 리디노미네이션
3. 보유 재산이나 근로 여부 등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일괄적인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복지제도는?
① 국민총소득
② 명목소득
③ 기본소득
④ 가처분소득
4. 기업이 발표한 실적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을 무엇이라 할까?
① 유동성 함정
② 빅 배스
③ 승자의 저주
④ 어닝 서프라이즈
5. 은행이 파산했을 때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1인당 보호받을 수 있는 금액은?
① 1억원
② 5000만원
③ 3000만원
④ 1000만원
6. 재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세금이 아닌 것은?
① 법인세
② 소득세
③ 상속세
④ 부가가치세
7. 여성이 고위직으로 승진하기 쉽지 않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가리키는 말은?
① 갈라파고스
② 차이니즈 월
③ 한계비용
④ 유리천장
8. 부동산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서비스 산업을 가리키는 말은?
① 빅테크
② 핀테크
③ 프롭테크
④ 리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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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 이야기----
[보이는 경제 세계사] ''신사의 나라'' 영국, 젠트리는 진짜 신사일까?
신사를 뜻하는 젠틀맨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점잖은 남자를 연상하게 하지만 본래 영국의 신분 계급 중 하나였다. 작위가 있는 귀족 바로 아래의 중간계급을 분류할 때 영지 규모가 가장 작은 사람이 젠틀맨이었다. 어원은 옛 프랑스어로 귀한 집안 출신을 뜻하는 ‘gentil’이다. 젠트리는 공작·백작 등의 귀족과 평민 사이에 위치했다. 젠트리는 귀족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문의 휘장을 쓰는 것이 허용되었다. 지주뿐 아니라 법률가, 성직자, 의사 등 전문직과 부유한 상인까지도 이 범주에 포함되었다. 실질적인 사회 엘리트였으며 역사적으로 영국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대가 흘러 젠트리의 계급적인 개념은 희석되고, 이와 거의 동의어로 쓰인 젠틀맨이 귀족을 포함한 상류 계층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현대의 젠틀맨은 ‘교양 있고 예의 바른 남성’을 지칭하는 일상용어다.
농업국가에서 상공업국가로 성장한 영국
젠트리는 16세기에 본격 등장했다. 중세가 끝나가던 당시 영국에서는 토지 소유와 신분 계급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권력층인 상층 귀족이 쇠퇴하고 농업과 상공업으로 부를 축적한 중간 계층이 전면에 부상한 것이다. 15~16세기에 일어난 1차 인클로저운동은 양모를 공급할 양을 사육하기 위해 지주들이 농지나 휴경지, 공동경작지 등 자신의 땅에서 농민을 내쫓고 울타리를 친 것이다. 농사지을 땅을 잃은 농민들은 실업자로 전락하고 도둑이나 거지가 되기도 했다.
인클로저운동은 중세 장원경제의 붕괴와 새로운 사회·경제 주역의 탄생을 알린 변곡점이었다. 농업 위주였던 영국은 16세기 들어 해외 식민지 건설, 해상무역과 모직물 산업을 통해 상공업 국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인클로저운동으로 가장 득을 본 계층이 젠트리 같은 신흥 지주와 요먼으로 불린 부유한 자영농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농지에 울타리를 치고 목장을 만들었다. 요먼은 토지를 사들여 젠트리로 신분이 격상되기도 했다. 토지를 통해 부를 축적한 젠트리는 의회에도 진출해 영국의 핵심 세력으로 성장했다. 1688년의 명예혁명과 이듬해 권리장전의 주역이 젠트리였다.
젠트리와 요먼의 주도로 18세기 후반 농업기술 발전과 가축 품종 개량에 의한 농업혁명도 일어났다. 18세기에 들어 농지를 4개로 나눠 ‘밀→순무→보리→클로버’ 등의 순으로 윤작하는 이른바 ‘노포크 공법’이 개발되었다. 사료작물 덕에 휴경기를 둘 필요없이 1년 내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농법이었다. 이로써 단순재생산이던 농업이 확대재생산으로 변모했다. 이런 혁신은 18~19세기 초에 2차 인클로저운동으로 귀결되었다. 지주들은 토지 활용도가 높아지자 공동 경작지였던 곳까지 울타리를 치고 소유권을 강화했다. 농지를 임차해 농업 노동자를 고용하고,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업 자본가도 등장했다.
지주 vs 자본가, 곡물법 논쟁이 불붙다
1760년대에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영국의 주력산업이 모직에서 면방직으로 옮겨갔다. 무역과 방직업으로 큰돈을 번 신흥자본가가 등장했다. 영국의 시민혁명을 주도한 젠트리 중 지주에서 자본가로 변신한 이들은 산업혁명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진척될수록 서로 이해가 상충되어 지주와 신흥 자본가 간 마찰이 커졌다. 지주는 농산물 수입 제한으로 곡물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게 이득이지만, 자본가는 관세를 낮춰 곡물이 싸게 수입될수록 유리해진다. 밀 같은 곡물 가격이 뛰면 노동자들의 생계비 부담이 커져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1660년 제정한 곡물법을 통해 수급이 조절되었다. 곡물법은 영국 내 곡물 가격이 낮을 때 수입 관세율을 높여 수입을 억제하고 곡물 가격이 비싸지면 관세율을 낮춰 수입을 늘림으로써 곡물 수급과 가격 안정을 꾀하는 제도였다.
1793~1815년 나폴레옹전쟁과 대륙봉쇄령으로 곡물 가격이 뛰자 지주와 자본가의 갈등이 더 첨예해졌다. 당시 영국 의회는 귀족과 젠트리 등 지주계급이 다수였다. 당연히 의회는 곡물 가격을 높이는 쪽을 선호했다. 그러나 1815년 전쟁 종료 후 밀 가격이 급락하자 의회는 곡물법을 개정했다. 개정 곡물법에서는 일종의 수입 금지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1816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의 여파로 흉작이 겹쳤다. 노동자의 생활은 점점 악화되었지만 곡물 가격은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전쟁 종료 후 제대 군인들까지 대거 노동력으로 공급되어 임금만 더 내려갔다. 이 때문에 영국 의회와 경제학자들 사이에 곡물법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당시 곡물법을 맹렬히 비판한 경제학자였다. 그는 곡물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토지 이용 수요 증가로 지대가 올라 곡물 가격이 더 높아진다는 ‘차액지대론’을 폈다. 리카도는 곡물법 폐지와 비교 우위에 따른 자유무역을 설파했다.
반면 토머스 맬서스는 개정 곡물법을 옹호했다. 그는 낮은 곡물 가격은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곡물 수입 의존도를 높여 위험하다고 봤다. 산아제한과 인구 억제를 염두에 둔 맬서스의 논리는 지주계급에는 복음이었다.
자본가와 노동자에게 고통이었던 곡물법은 1846년에야 폐지되었다. 1845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이 굶어죽고 난 뒤였다. 이는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지주 중심에서 신흥자본가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이후 농업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자본가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주의 위상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젠트리라는 중간 계급은 부르주아로 불린 신흥 자본가, 법률·교육·의학 등 전문직, 상업과 금융에서 성공한 이들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NIE 포인트
① 귀족 등 상류층이나 빈민 등 하류층과 달리 중산층이 두터울수록 민주주의 등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가 발전하는 이유는 왜일까.
② 영국의 곡물법 파동, 미국의 남북전쟁 등 지주와 신흥 자본가 사이의 대립에서 대부분 산업화 세력이 승리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③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개발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고 기존 저소득층이 떠나는 현상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젠트리’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까닭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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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김범석, 김범수…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럼 이런 이름은 어떻습니까? 제프 베이조스, 리드 헤이스팅스, 일론 머스크….
연대(年代)를 조금 뒤로 돌려볼까요? 이런 이름을 접해본 적이 있나요? 앤드루 카네기, 헨리 포드, 코닐리어스 밴더빌트, 존 록펠러….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이런 이름들은요? 정주영, 이병철, 스티브 잡스….
이제 감을 잡으셨습니까? 맞습니다. 위험에 맞서고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한 기업가들의 이름입니다. 한 사람씩 살펴볼까요? 사례연구(case study)는 어떤 이론 공부보다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어떤 공통분모랄까, 패턴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김봉진은 ‘배달의민족’(배민)을 선보인 극한의 도전자입니다. 그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의 의장입니다. 옛날부터 배달은 하나의 서비스였죠. 자장면 배달은 오래된 배달 형태였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배달 서비스에서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사람들은 대개 배달을 알바(아르바이트)거리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김봉진 의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모바일 네트워크와 모바일 앱을 배달 서비스와 묶는다면? 그는 이것에서 어마어마한 시장 잠재력을 간파했습니다. 경영학에서 많이 다루는 기업가의 촉, 감, 이런 거죠.
기업가는 경영자와 다릅니다. 기업가는 생산요소를 잘 결합하는 경영자와 다른 기질을 지녔습니다. 경영자는 자본, 노동, 토지를 잘 엮어서 산출량을 늘리는, 즉 ‘Q=f(K,L)’ 함수를 잘 다루면 되지만, 기업가는 그 이상을 잘해야 합니다.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모험과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DNA를 발휘해야 합니다. 김봉진은 배민을 거의 무(無)에서 7조68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키워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했습니다. 월급을 받는 경영자이기만 했다면 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을 겁니다. 경영자는 그런 모험을 싫어합니다.
김범석은 쿠팡을 세운 창업자입니다. 얼마 전에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72조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적자에 시달리면서 밤잠을 설쳤던 기업가가 바로 김범석입니다. 서비스 이용자는 늘어났지만, 적자는 쌓였습니다. 누적 적자가 4조원을 넘었죠. 그러나 그는 모바일 시대가 가져올 새로운 기회를 꿰뚫어봤습니다. 쿠팡 역시 무에서 10년 만에 시가총액(주식 수×주당 시가) 기준으로 한국 기업 3위에 올랐습니다.
김범수는 잘나가던 네이버를 그만두고 카카오를 창업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이용하는 카톡이 이분의 작품입니다. 김범수는 네이버에 안주할 수 있었으나 과감하게 새 사업에 도전했습니다. 초기에 그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카카오 서비스는 좋은데 돈을 벌 수는 없다는 이른바 ‘비즈니스 모델 한계론’에 부닥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카카오의 미래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카카오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는 각종 서비스를 붙였습니다. 카카오택시는 카카오의 힘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에 불과했습니다.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목입니다. 금융서비스 시장을 흔들어 놓았죠. 네트워크에 기반한 카카오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카카오의 가치는 ‘멧커프 법칙’으로 알 수 있습니다. 멧커프 법칙이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는 ‘네트워크 이용자 수의 제곱의 효과를 낸다’는 법칙이죠. 2000만 명이 이용하면 ‘2000만×2000만’의 확산효과를 낸다는 뜻입니다. 어마어마하죠?
아마존의 베이조스, 넷플릭스의 헤이스팅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기술이 어떤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이들은 정확하게 내다봤습니다. 미래예측력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물류의 세계화를, 헤이스팅스는 비디오 대여점의 온라인 스트리밍화라는 서비스를 창출했습니다. 테슬라는 내연기관을 쓰는 기존 자동차의 개념을 바꾸었습니다. 전기배터리로 가는 차를 만들죠.
이전 시대에도 위대한 기업가는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주영, 이병철 같은 위대한 인물이 있었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당신, 해봤어?”라는 말로 유명합니다. 500원짜리 지폐에 새겨진 거북선 그림을 투자자에게 보이면서 “한국은 오래전에 배를 만들었다. 내가 조선소를 건립할 테니 자금을 대달라”고 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고 그의 도전정신은 지금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삼성으로 살아 있습니다. 철강왕 카네기, 철도왕 밴더빌트, 자동차왕 포드, 석유왕 록펠러 등도 산업과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바꾼 기업가들입니다. 모두가 창조적 파괴자였으며, 촉이 좋았던 개인이었으며, 리스크를 극복하고 미래를 내다본 DNA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아닙니다. 문명과 문화를 바꾼 사람, 바로 기업가들입니다. 다음 주인공은 여러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