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 행이 현행 20%인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5일부터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춘 것은 2012년 5월 이후 33개월 만에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약 5000억위안의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2월 5일 한국경제신문
☞ 중국이 거의 3년 만에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과 유럽은 양적 완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스위스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인 프랑화 환율 방어 포기를 선언했다. 루마니아 인도 덴마크 등 9개국이 지난 1월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인하했으며 호주도 금리 인하 행진에 동참했다. 싱가포르도 통화완화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세계적인 ‘통화전쟁(currency war)’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왜 각국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와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고 돈을 푸는 것일까?
# 중국, 7%대 성장 지키기에 안간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대형 은행 기준으로 19.5%로 낮춘 것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지준율은 은행이 예금 중 예금자의 인출 요청에 대비해 현금으로 갖고 있는 준비금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이 대출해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지준율까지 낮춘 것은 중국 정부가 그만큼 자국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월 49.8로 26개월 만에 기준치(50) 밑으로 추락했고,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없으면 올해 중국 성장률이 6%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세계 각국은 앞다퉈 기준금리 인하
중국에 앞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연일 기준금리를 낮추고 돈을 뿌리는 등 통화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통화완화 정책은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통화전쟁(환율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호주 중앙은행은 이달 초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18개월 만에 2.25%로 낮췄다. 사상 최저치다. 호주는 그동안 자산 거품 등을 우려해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이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루마니아 인도 페루 스위스 이집트 덴마크 터키 캐나다 러시아 등은 1월에 기준금리를 최저 0.15%포인트에서 최고 2%포인트까지 낮췄다. 특히 덴마크의 경우 기준금리를 지난달만 모두 세 차례 인하했다. 싱가포르도 싱가포르 달러화의 절상속도를 늦추는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달 15일 2011년 9월에 도입한 환율 하한선을 폐지했다. 스위스는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스위스 프랑화 환율이 1유로당 1.20프랑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다시 말하면 프랑화 가치가 오르지 않도록) 하한선을 두어왔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25%에서 마이너스 0.75%로 인하했다. 스위스가 환율 하한선을 폐지한 것은 ECB가 양적 완화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통화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화 수요 증가로 프랑화 가치가 오르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스위스가 환율 하한선 제도를 이어가려면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프랑을 팔고 유로화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렇게 외환을 매수하면서 외환보유고가 급증, 외환보유고 관리비용이 치솟게 된다.
# 유럽과 일본은 양적 완화 가속도
이번 통화전쟁은 지난달 22일 ECB가 양적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재연됐다. 양적 완화는 기준금리를 더이상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리를 이용해 시중에 돈을 뿌리는 정책이다. ECB는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시중에서 국채와 채권을 사주는 방법으로 매달 600억유로 규모를 공급할 예정이다. 총 1조1400억유로를 푸는 것이다.
ECB와 함께 일본 아베 정부도 지난해 10월 말 양적 완화를 연간 80조엔 수준까지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반면 경제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는 미국은 지난해 10월 하순 양적 완화 조치를 종료했다. 이렇게 미국과 다른 국가 중앙은행 간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제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는 추세다. 유로화 엔화 가치는 급락한 반면 달러화 가치는 치솟은 게 대표적이다. 현재 1유로는 1.13달러, 1달러는 119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환율변동성 확대로 인한 악영향에 유의해야 한다”며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리비에 블랑샤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고 있는 반면 ECB와 일본은행은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미국과는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디플레를 막아라’
이처럼 세계 각국이 앞다퉈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유로화를 쓰는 나라들의 경제는 디플레 양상이 역력하다. 성장률은 정체되고 물가는 장기 하락하고 있다. 일본도 경기가 아주 좋지 않다. 중국도 하강 추세가 뚜렷하다.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 98.8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경기선행지수는 앞으로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을 제외하고 경기가 좋은 나라가 별로 없다.
IMF는 지난달 19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3.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전망치(3.8%)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또 내년 평균 성장률도 3.7%로 석 달 전보다 0.3%포인트 내렸다. IMF는 “세계경제가 저유가로 일부 혜택을 받겠지만 투자 감소나 중국 유로존 일본 러시아의 성장 둔화 등 부정적 요인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한국 경제도 세계적인 디플레와 함께 자체적인 요인으로 인해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국면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장기 침체’는 하버드대 교수인 로렌스 서머스 교수가 올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주장한 것으로, 경기순환 차원의 저성장 궤도를 벗어나 오랫동안 침체가 이어지는 초저성장 상태를 가리킨다. 김용옥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은 “구조적 침체를 벗어나려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 완화나 노동·공공부문 개혁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흔히 인용되는 이 속담은 세상만사가 결국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함의한다.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의 열매가 맺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원인과 결과는 동전의 양면이다. 원인이란 씨앗이 있어 결과라는 열매가 생긴다.
미국, 일본, 영국의 공통점은 선진국이다. 물질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문화도 더 꽃을 피운 나라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다른 국가보다 일찍 받아들인 나라다. 시장경제라는 씨앗을 일찍 뿌려 경제와 문화라는 열매를 일찍 거둬들인 나라다. 대한민국은 폐허의 땅에서 불과 반세기여 만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 원동력 역시 민주주의 시장경제다. 시장경제라는 토대 위에서 땀을 흘리고, 창의를 발휘한 결과다. 같은 민족, 같은 땅이 갈라진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시장경제’라는 씨앗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율과 경쟁, 사유재산권은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애덤 스미스가 비유한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 질서를 맡기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생산과 소비, 가격을 결정하는 자율의 힘을 믿는다. 복잡해지는 경제구조에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할 때도 그 간섭을 최소화한다. 경쟁은 기업 이윤 추구의 핵심원리다. 경쟁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는 노력이다.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선호하도록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 혁신, 창의, 개방 또한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가 힘을 모아 그 덩치를 키워야 한다. 시장경제는 분명 경제와 문화를 꽃피우는 ‘좋은 씨앗’이다. 국가의 부(富)를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물론 시장경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청소년은 미래의 경제 주체다. 올바른 경제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청소년 경제 교육은 대부분 학교에서 이뤄진다. 교과서는 교육의 교본이다. 경제 교과서가 왜곡되면 청소년의 경제관도 왜곡된다. 경제 교과서의 균형 잡히고 객관적인 서술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좋은 씨앗을 뿌려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경제원은 최근 ‘경제 교과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경제 교과서의 편향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경제 교과서의 편향이 학생에게 왜곡된 시장경제 이념을 심어줄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반(反)기업 정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독 강한 것도 편향된 경제 교육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4, 5면에서 시장경제의 본질을 자세히 살펴보고, 편향된 경제 교과서의 실상도 상세히 알아보자.
중남미 국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개혁·개방과 친기업 정책을 펴 온 ‘태평양동맹 4개국’은 원자재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폐쇄적인 대외정책과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주요 3개국은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 2월 5일 한국경제신문
☞ 중남미 국가들은 영토가 넓고 자원도 많이 가진 ‘자원부국’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들은 경제가 상당히 좋은 반면 어떤 나라들은 엉망이다.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태평양동맹 4개국’이 전자의 대표라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3개국은 후자에 해당한다. 1991년 출범한 메르코수르(MERCOSUR)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이 참여한 남미 공동시장이다. 당초 자유무역을 표방했으나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보호무역과 자립주의로 성향이 바뀌었다. 반면 2012년 출범한 태평양동맹은 자유무역, 경제통합, 국제교역 활성화 등 개방을 내세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태평양동맹 4개국은 올해 3~5%의 성장이 예상된다. 콜롬비아와 페루는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기업 유치 정책에 힘입어 올해 4% 이상의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 멕시코는 지난해 브라질을 제치고 중남미 자동차 생산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20년께 브라질을 꺾고 중남미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남미의 맹주’였던 브라질은 기로에 서 있다. 2년째 ‘제로(0) 성장’이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올해 각각 -1.5%와 -7% 성장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는 벌써 몇 차례 부도 위기를 넘나들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정치에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멕시코의 경우 친시장적인 경제개혁과 외국인 투자가 맞물리면서 낮은 물가와 건전한 재정, 양호한 경상수지, 환율 안정 등 거시경제 기반이 튼튼해지고 있다”며 “멕시코가 향후 10년간 라틴 아메리카 경제의 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르코수르의 경우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 정책)이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꼽힌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1기 임기 중 빈곤층 현금 지원, 유류보조금 지급 등 복지예산을 대거 썼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 증액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수 부족, 성장 둔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브라질은 원자재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위 10개 수출품목 가운데 9개가 원자재다.
베네수엘라도 변변한 제조업이 없고 석유제품이 전체 수출의 90%가 넘는다. 1999년부터 14년간 장기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선심성 무상복지에 펑펑 써댔다. 그 결과는 경제의 뒷걸음질과 물가 급등이었다.
1900년대 초만 해도 세계적인 부국(富國)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 역시 뿌리깊은 페론주의(Peronism)가 나라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페론주의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이 내세운 정책으로 외국 자본 배제, 산업 국유화,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 등이 주요 골자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경제 3위’ 자리를 올해 콜롬비아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이에 비해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칠레 등 ‘태평양동맹’ 국가들은 좌파정권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주도하는 메르코수르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었다. 그 열매가 지금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맺어지고 있다. 콜롬비아 싱크탱크 페데사로(경제사회연구소)의 호세 빈센테 로메로 거시경제분석국장은 “라틴아메리카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며 “개혁·개방과 친기업 정책 기조가 태평양동맹의 경제 번영 토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 다시 불붙은 증세와 복지 논란…세금 늘리기 전 복지 구조조정 시급
◆증세와 래퍼곡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되, 안 된다고 결론이 나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 추진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마지막 상황까지 간 건 아니다”고 말해 현 시점에서의 증세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복지 논쟁에 대해선 “복지 수준과 부담에 대해 컨센서스가 먼저 이뤄져야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 2월 5일 연합뉴스
☞ 정치권에서 다시 복지와 증세 논란이 한창이다. 핵심은 복지 확충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거둘지, 과연 지금의 복지 수준은 적절한 것인지로 요약된다.
정부의 복지 예산은 2013년 14.8조원, 2014년 19.8조원, 2015년 24.1조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예산의 30.8%(201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건 △무상보육 △기초연금 △무상급식 등 세 가지다. 하지만 세금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정부가 세운 목표치(국세 수입 목표치)보다 2012년 2.8조원, 2013년 8.5조원, 2014년 11.1조원이나 덜 걷혔다. 세금이 걷히지 않는데 정부의 씀씀이는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세금 감면을 없애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증세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 여파가 지금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일 “증세는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그동안 ‘증세는 없다’에서 ‘(복지의 구조조정 후에도 불가피하다면) 증세할 수도 있다”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여당의 입장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증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야당)은 △복지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하며 △부자와 대기업들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업에 물리는 세금인 법인세율을 올리는 데 부정적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우리만 올리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부총리는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걷힌다는 건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도 했다. 세수와 세율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을 ‘래퍼곡선(Laffer curve)’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A 레퍼는 세율이 높아지면 세수가 늘어나다가 최적 조세점을 넘어서는 높은 세율에서는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세율이 올라가면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이 감소하면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원천(세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의 31%다. 자영업자나 임대소득 등을 올리는 사람 중에서도 20.7%가 세금을 안 낸다.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도 52%에 달한다. 연 20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은 19만명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에서 복지를 무작정 확대하는 건 사회의 도덕적 해이만을 낳을 뿐이다.
자유경제원은 최근 ‘경제교과서,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2009년 개정판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4종(교학사·비상교육·씨마스·천재교육)을 일일이 분석했다. 고교생들이 배우는 경제교과서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얼마나 시장 친화적인지 살펴봤다. 이날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시장경제의 단점일까?
시장경제 체제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체제임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경제교과서는 현실의 자연적인 문제점들을 시장경제 체제의 단점으로 부각했다.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는 빈부 격차, 환경오염, 독점 기업의 발생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비상교육)라고 규정했다. 빈부 격차는 계획경제 체제에서나 혼합경제 체제에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환경오염 또한 항상 있었던 문제다.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개인의 능력 차이나 가정 환경의 차이는 배제한 채 오로지 시장경제 체제의 단점을 부각시켜 설명했다. 근거 없는 위 서술은 학생들에게 시장경제 체제의 부정적 이미지만을 심어줄 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사실 러시아와 북한, 중국 등 사회주의적 경제 체제에서 더 심각하다.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 등은 일부 사람에게 넉넉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천재교육)고 명시된 부분 역시 반박의 여지가 많다. 사회주의 방식의 규제는 탓하지 않고 시장경제 체제의 단점으로만 지적했다.
정부 개입에 우호적
4종의 교과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다.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통한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세계 대공황 이후 정부는 국민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독점의 횡보, 빈부 격차, 실업 등의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비상교육)는 교과서들의 대표적인 입장이다.
최 부원장은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현상은 정부가 개입할 때 이루어진다”고 반박했다. 대공황 이후 케인시안 방식의 개입을 통한 정부 비대화는 장기적인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게 정설이다. 대공황도 시장 실패가 아니라 그 이전의 정부 개입과 정부 실패 때문이라는 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다.
나아가 몇몇 교과서는 수정자본주의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갖게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의 뉴딜 정책과 영국의 복지 국가 정책은 수정 자본주의적인 정책의 대표적인 예이다. 수정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절충으로서 자본주의적 혼합경제 체제라고 할 수 있다.’(씨마스)는 서술에 대해 최 부원장은 뉴딜 정책은 오히려 민간 경제의 활성화를 지연시키고 경제 회복을 더디게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복지 정책으로 ‘영국병’에 걸려 경제가 쇠퇴하는 국면을 맞이했다. 그는 이러한 서술이 빠진 채 개입주의의 필요성만을 지적하는 것은 수정자본주의라는 왜곡된 관점을 갖게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세계화는 골칫덩이?
세계화에 대한 서술도 매우 부정적이다. 세계화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 긍정적 측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를 배제한 채 세계화를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논하는 건 매우 편향된 시각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나 기업은 국제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한 경쟁의 논리로 전개되어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나친 경쟁으로 발생하는 부의 집중과 양극화 현상은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간 격차, 다국적 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개인의 빈부 간 격차 심화로 나타날 수 있다.’(비상교육)는 입장은 경쟁의 필요성과 세계화의 긍정적인 면을 모두 배제했다. 이 같은 왜곡된 서술보다는 저소득 국가의 발전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개방과 세계화 물결을 타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다. 중국과 인도처럼 세계화의 기회를 잘 이용하는 나라도 있다. 약소국들은 선진국을 추격해 점차 부유해진다. 국가 간 격차는 줄어들고 열심히 일하는 신흥국들은 잘살게 된다. 방탕하게 낭비하는 국가만이 쇠락의 길을 걸을 뿐이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세계의 부는 양극화가 아닌 평준화로 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불투명한 경제교육…미래 망친다
경제가 중요하다면 교육체계도 분명해야 한다. 이들이 곧 국가의 재산이며 미래를 이끌 △소비자 △기업가 △근로자이다.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목표 달성도 경제교육의 정상화가 시발점이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는 경제교육 시간의 태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경제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지만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교과목에서 경제 단원은 전체 단원의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고1 사회과목에서 시장경제의 기본인 자유와 경쟁, 시장, 교환에 대해 배우지 않은 채 리카도의 비교우위, 한계효용 등 시험만을 위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경제는 어려운 과목이라는 편견을 학생들이 갖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