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여름방학 스타트…애덤 스미스를 만나볼까 철학자들은 흔히 인간을 사회·정치적 동물로 규정한다. 인간의 참된 의미는 공동체(조직)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또한 ‘경제적 동물’이다. 어찌 보면 경제는 정치·사회보다 인간의 본질에 더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정치·철학·예술·과학의 발전도 그 근간엔 물질(경제)이라는 버팀목이 자리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물질이 정신에 미치는 함수가 어떠한지를 함의하는 속담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에 기초한 사회적 질서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이다. 출발점은 인간의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이 항상 제한되어 있다는, 다시 말해 자원의 희소성이다. 그 제한된 수단을 가장 유효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생산, 소비, 분배 등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이 바로 경제학이다. 인적·물적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고, 소득이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관찰하고 연구해 이들에 관한 최적의 원리나 법칙을 규명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학은 사람들의 행동원리를 경제적 측면에서 연구하는 학문인 셈이다.
경제학은 연구 목적과 방법에 따라 크게 실증경제학과 규범경제학으로 구별된다. 실증경제학은 경제 현상을 사실 그대로 기술하고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일련의 이론체제를 세우는 것이다. 재화의 가격, 수요·공급량 같은 미시적 변수와 물가·고용·무역·국민소득 등 거시적 변수를 포함한 다양한 경제변수 사이에 존재하는 함수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실증경제학이다. 규범경제학은 경제가 어떠해야 한다고 가치 판단을 내리는 기준에 관한 이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경제학 연구과정에 지나치게 가치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현대 경제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의 지배적 견해다.
경제원리를 터득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고 ‘합리적 경제인’이 되는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이다. 또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는 기술을 배우는 일이다. 경제지식은 이 시대의 으뜸가는 경쟁력이다. 대학입시나 취직에서 경제지식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지식은 논리적인 생각을 키우데도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개발한 경제이해력검증시험 테샛(TESAT)의 대다수 수상자들은 경제 공부 덕에 영어 수학 국어 등 다른 과목의 성적도 좋아졌다고 말한다. 경제학은 문학·철학·역사 등 인문학과의 연관성 역시 깊다. 역사적으로 봐도 상당수 철학자나 역사학자들은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다. ‘사고의 훈련’에도 경제학이 유용한 학문이라는 의미다. 4, 5면에서 경제학의 흐름을 짚어보고 경제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상세히 살펴보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자국 증권시장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인 ‘RQFII(위안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를 한국에 800억위안 규모로 부여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3일 청와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협의문에 서명했다.
- 7월4일 한국경제신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4일 주석직에 오른 이후 처음 한국을 찾았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북한보다 앞서 대한민국을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동북아 정세가 격랑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여러 분야에서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경제 분야에선 특히 한국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겠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란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위안화 직거래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위안화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원화로 위안화를 살 수 있고, 위안화로 원화를 살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를 마음대로 사거나 팔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재 위안화는 한국 시장에서 사거나 팔 수 없는 것일까? 물론 지금도 가능하다. 하지만 원화로 위안화를 사거나, 위안화로 원화를 살 수는 없다. 외국 돈(주로 미 달러)을 주고 위안화를 사거나, 위안화를 팔고 외국 돈을 받을 수만 있는 것이다. 중국 외환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내에서 위안화로 한국 원화를 사거나, 원화로 위안화를 살 수 없다. 한·중 두 나라 정부가 위안화와 원화를 바로 거래하는 걸 허용하지 않아 거래 시장과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화와 원화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되는 직거래 시장의 개설은 양국의 경제협력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됨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국 내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먼저 개설하고, 중국 내 직거래 시장 개설은 향후 원화의 국제화 여건 조성 등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직거래 시장 개설은 여러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끼칠 전망이다. 우선 두 나라 무역에서의 이점이다. 중국은 대한민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연간 무역규모가 23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과 일본의 교역 규모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런데 한·중 양국의 무역은 미 달러화로 결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수출이나 수입 때 달러화를 결제하던 걸 위안화와 원화를 바로 사용하게 되면 외화 환전에 따른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무역업체들은 달러화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안지 않아도 돼 환위험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두 나라의 교역이나 투자 등 경제협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위안화 환율을 산정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지금은 달러화를 중간에 두고 재정환율로 계산하는데 앞으론 시장에서의 위안화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로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1달러=6.2위안으로 거래된다고 하자. 그런데 국내 외환시장서 1달러=1010원에 형성돼 있다. 이렇게 되면 6.2위안=1달러=1010원으로 6.2위안=1010원, 다시 말해 1위안=162.9원이 되는 셈이다. 이게 바로 재정환율이다. 하지만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시장에서 위안화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된다.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면 두 나라 교역에서 위안화나 원화 비중은 커지는 반면 달러화 비중은 쪼그라든다. 이는 곧 위안화와 원화의 국제화로 이어진다. 세계 시장에서 위안화와 원화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측면도 있다. 달러화를 충분하게 갖고 있지 않아도 가장 교역이 많은 나라와 원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되는 까닭에 대외건전성이 높아지게 된다.
위안화 허브로의 도약 계기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원·위안 직거래 시장 개설과 함께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RQFII 부여 등에도 합의했다. 이 세 가지는 한국이 위안화 허브(역외센터)가 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들로 시 주석의 선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안화 허브는 위안화와 관련된 거래 및 투자가 이뤄지는 중심지역으로 ‘금융 허브(financial hub’)의 일종이다. 금융 허브는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금융회사가 한곳에 모여 금융거래와 투자가 이뤄지는 중심 지역을 뜻한다. 중국이 거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위안화 허브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중이다.
청산은 거래계약 체결 후 거래 참가자 간에 차액을 계산해 결제를 위한 최종 포지션을 확정하는 것이다. 결제는 이렇게 청산 작업이 끝난 후 실제로 돈이 오가는 것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청산결제은행 지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인민은행은 교통은행 서울지점을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했다.
RQFII는 위안화로 중국 자본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이다. 중국은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진 않은 상태다. 그래서 위안화로 중국 본토 채권이나 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없었는데 RQFII를 획득하면 이게 가능해진다. 중국은 국가별로 투자한도를 할당하는데 이번에 중국이 한국에 부여한 한도(800억위안)는 홍콩이나 중국 등 중화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국내 금융회사들은 날로 커지는 중국 금융시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본토 자본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면 보다 다양하게 재테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위안화 관련 새 금융상품 개발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로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달러화 추격하는 위안화
세계 시장에서 위안화 돌풍이 무섭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만큼이나 위안화 위력도 날로 상승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위안화 국제화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의 국제화 수준을 100으로 놓았을 때 중국은 39.9로 일본 엔화(46.8)에 거의 근접했다. 이 연구소는 경제 규모, 통화가치의 안정성, 외환거래, 자본개방, 결제통화 비중 등 다섯 가지 측면에서 국제화 수준을 평가했다. 항목별로 보면 위안화 경제 규모는 86.5로 엔화(51.5)를 크게 앞질렀고, 통화 안정성(83.4) 역시 엔화(50.0)보다 훨씬 높았다. 위안화가 세계 무역금융(신용장 개설)에서 차지하는 비중(2013년 10월 기준)은 8.7%로 유로화(6.6%)와 엔화(1.4%)를 크게 앞섰다. 불과 2년 전인 2012년 1월만 해도 위안화 비중은 1.9%에 그쳤다.
지급결제 통화 비중도 2012년 1월에는 위안화가 0.25%로 세계 20위에 불과했지만, 올 3월에는 1.62%로 급증하며 7위로 뛰었다. 다만 글로벌 외환보유액 구성 통화 중 위안화 비중은 1.5%에 불과해 비축을 위한 통화로서의 입지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 정상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합의하면서 한국에서도 위안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우려스런 점도 있다. 대중 경제의존도 심화와 원화 강세가 그것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국제화는 한국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미·중 간 통상마찰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고 우리나라가 RQFII 자격도 받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원화절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로 ‘위안화 결제 비중 증가→기업의 달러 수요 감소→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화 가치가 계속 오르면 우리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된다. 정부 당국으로선 세심하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차량 공유 앱 ''우버''는 디지털이 초래한 창조적 파괴의 상징
세계의 택시 운전사들이 뿔났다.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우버(Uber)’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택시 운전사들이 파업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시위대가 우버 차량을 부수는 폭력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우버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 7월2일 한국경제신문
세계적으로 ‘우버(UBER)’ 논란이 거세다. 이달 초 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등 유럽 주요 대도시에서 택시 기사들이 ‘우버 반대’ 시위를 잇달아 벌였다. 도대체 우버가 무엇이길래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버는 디지털 시대가 초래하는 창조적 파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미묘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우버는 고객이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이용해 차량을 부르면 일반인이 모는 고급 차량이 와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시대가 탄생시킨 새로운 서비스로, 일종의 자가용 콜택시로 보면 된다. 승객은 운전사를, 운전사는 승객의 평점을 매겨 나쁜 평점이 쌓이면 서비스 이용이 차단된다. 서비스의 질이 자연스럽게 향상돼 승객이나 운전사나 만족도가 높다.
세계적으로 우버 서비스가 시작된 건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다. 우버는 탄생한 지 불과 4년 만에 37개국 140여개 도시로 진출했다. 우버 서비스를 주 사업으로 하는 회사 우버는 급성장해 신생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우버는 현재 승객을 일반 택시와 연결해주는 ‘우버 택시’,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버 엑스’, 일종의 고급 콜택시인 ‘우버 블랙’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문제는 우버의 탄생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택시업계다. 택시 회사들은 사업 면허조차 없는 개인 소유 차량들이 세금도 내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면서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면허증을 얻기까지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버는 이렇게 힘들게 취득한 택시 면허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경우 택시 면허를 받으려면 최대 16만유로(약 2억2000만원)가 필요하다. 한국도 서울의 경우 6000만~7000만원에 개인택시 면허가 거래된다. 택시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나라마다 세부 규정은 다르지만 택시 운영 방식은 큰 틀에서 비슷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택시 요금을 규제하는 등 관리·감독하는 대신 면허발급을 통해 전체 택시 수를 조절한다. 또 렌터카 업체는 차와 운전사를 동시에 대여할 수 없다. 나아가 택시 면허 없이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울 수 없도록 해 택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택시 공급을 조절해 택시 운전사들에게 최소한의 수입이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버 탄생으로 이런 택시 산업의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우버 이용 고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버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고 있는 나이리 후다지안 씨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택시업계 파업은 거꾸로 생각하면 더 나은 교통수단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에 우버가 부응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전통적인 교통수단이 우버 등과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환경으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버 측은 또 자신들은 승객과 운전사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은 대중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며 반영하지 못하는 법은 낡은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우버는 ICT 발달로 탄생하는 새로운 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충돌을 상징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탄생했을 때 기계의 존재를 둘러싼 논란과 비슷하다.
우버에 대한 판단은 나라별로 엇갈린다. 벨기에 법원은 우버에 대해 “허가받지 않은 택시영업”이라며 서비스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반대로 미국 시카고 시의회는 “시민에게 편리한 교통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우버를 인정했다. 생산자(택시업계) 입장에서 보느냐 소비자(택시 이용 고객) 입장에서 보느냐가 엇갈린 판결의 배경이다. 한국도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다. 정식 택시 회사로 등록하지 않고 고급 렌터카 등을 이용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는 지난해 8월 우버코리아를 설립해 우버 블랙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우버를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법기관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예전보다 비교가 되지 않게 빨라지면서 새로운 기술이 야기하는 창조적 파괴의 영향력도 훨씬 커졌다. 카카오톡이 금융서비스를 본격화할 경우 은행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산업에 종사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혁신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사회적인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도태되는 산업과 종사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또다른 규제' 기업 고용형태 공개정책…여론재판 우려
정부가 처음 시행한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가 나오면서 고용의 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942개 기업의 고용형태 공시를 취합한 결과 “전체 근로자 436만4000명 가운데 직접 고용 근로자는 348만6000명(79.9%),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 고용 근로자는 87만8000명(20.1%)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 7월2일 연합뉴스
기업 경영에 대한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너무 많아 기업들의 투자와 기업가정신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또다시 의욕을 꺾을 만한 제도가 시행됐다. 고용형태 공시제가 바로 그것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정부가 기업의 채용에까지 관여하는 정책으로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고용행태 공시제는 기업들이 매년 한 차례씩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2년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올해 처음 시행됐다. 공시를 해야 하는 대상은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이다.
정부가 고용형태 공시제를 도입한 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업주들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 공시 대상 기업 2947곳 중 2942곳(99.8%)이 공시를 했다. 공시결과를 보면 평균 80% 정도가 직접고용 상태이며 나머지 20%는 간접고용이었다. 5명 중 1명꼴이다. 대기업일수록 간접고용이 많았다. 1000명 이상 대기업 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23%)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고용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기류다.
고용의 질 개선은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경기는 장기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고 괜찮은 일자리는 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정규직을 강제해서가 아니라 기업들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마음대로 고용할 수 있을 때 늘어나는 법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기업들에는 또 다른 규제고 짐이다. 일종의 반강제 여론재판쯤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면 이곳저곳서 공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으로선 두 사람을 쓸 걸 한 사람만 쓰고, 골치 아프게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차라리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게 속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