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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고 새우는데 / 추사 김정희

放處西川十樣錦     방처서천십양금
收時明月印前溪     수시명월인전계
 
收放兩非還兩是     수방양비환양시 
一任花開與鳥啼     일임화개여조제
 
펼쳐 두면 서천의 고운 비단 무늬요
거둬 둘 땐 밝은 달이 앞 시내에 떠 있네.
 
펼쳐 두건 거둬 두건 둘 다 옳거나 그르거나  
꽃피고 새우는데 맡겨 두노라.

 

 

※ <선시 감상>

 

추사 김정희는 재가자로 불도를 깊이 닦아 심오한 이치를 터득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초의(草衣)선사나 백파긍선(白坡亘璇)과도 절친한 교분을

나누면서도 한 때 초의와 백파의 선의 논쟁에도 끼어들기도 하였다.

초의와 백파가 각각 <선문사변만어>와 <선문수경>을 지어 논쟁을 벌였을 때

추사는 초의의 의견을 지지하며 백파를 공박한 일도 있었다.

펼치고 거둔다는 것은 본체와 작용을 두고 쓰는 말이다.

 “고요히 앉은 곳에 차는 반쯤 끓었고 향은 처음 꽂았는데 미묘한 작용

일어나니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는

황산곡의 시를 추사는 즐겨 쓰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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