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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반짝이는, 다다를 수 없는···

나 어릴 적 읍내에서 야산으로 올라가는 그 동네엔 담장 높은 집이 몇 채 있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담장 때문에 안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이층집들.

그 주변엔 어른 키 높이만 하거나 그보다 낮은 담을 두른 그만그만한 집들이 있었고,동네에서 조금 벗어난 야산 산비탈엔 울타리도 대문도 없는 집들이 나란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이 바로 앞마당인 격이어서,오가는 사람의 눈앞에 좁다란 마루 구석에 놓인 요강이며 누추한 살림살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집들.

그 산비탈에서 내려다보면 그만그만한 집들 사이에 자리한 담장 높은 이층집은 성채처럼 오만했다.

길에 나서면 너나없이 한 마을 사람인데,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각자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한 느낌.

뉴욕 롱아일랜드, 아주 작은 만(灣)을 사이에 두고 이스트에그와 웨스트에그가 마주 보고 있다.

웨스트에그에 있는 개츠비의 궁전 같은 저택에선 파티가 자주 열린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넘쳐나는 술과 음식,화려한 옷을 입고 북적이는 사람들.

사람들이 개츠비에 대해 아는 건 그가 부자라는 것,누구나 와도 되는 파티를 자주 연다는 것 정도다.

옥스퍼드 출신이라는 둥,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는 둥,1차 대전 때 독일군 스파이였다는 둥.

사람들은 파티장에 모여 집주인의 정체에 대해 중구난방으로 쑥덕거린다.

농사꾼의 아들 제임스 개츠는 제이 개츠비라는 이름을 쓰던 장교 시절 상류층 여성 데이지를 만난다.

가난하고 야심만만한 이가 선망하는 상류층의 세계,아름다운 여성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그 세계로 가는 통로이자 그것을 완성할 수 있게 하는 상징이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소유함으로써 그 세상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개츠비의 생각을 훌쩍 뛰어넘는다.

"데이지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가 몰랐던 것은 '상류층' 여성이 어디까지 특별해질 수 있는지였다.

그녀는 개츠비에게 아무런 미련도 없이 자신의 부유한 가족의 품으로,풍족하고 넉넉한 인생으로 돌아가버렸다. "

손아귀에 넣은 순간 달아난 무엇, 잠시 쥐었던 그것의 감촉이 손에 아련히 남아 있다.

여기서 집착이 생긴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부자가 된 그는 데이지의 집 맞은편에 저택을 마련하지만 그들 사이엔 만이 있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상류층과 그들로부터 졸부 취급을 받는 신흥 부자를 갈라놓는 만이다.

선망하던 세계에 접근했지만 거기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

데이지.

개츠비가 상상하고 꿈꾼 세상에 그녀가 없다면 그것은 미완성에 그치고 만다.

즉흥적으로 제 감정을 좇을 뿐인 부박한 여자 데이지,그녀가 '돈으로 충만한 목소리'를 가졌다는 걸 알면서도 개츠비는 그녀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알에서 갓 깨어난 오리새끼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라고 생각하듯,일방적인 붙좇음.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의문.

그러나 한 사람이 그의 생애 내내 오직 하나의 목적으로 일관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면,그리고 그 결과로 오는 모든 것들을 감당해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됐다면,이미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그런 의문.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에는 치솟는 주가와 밀주매매로 떼돈을 번 신흥 부자들의 흥청망청한 생활이 드러나 있을 뿐 뒤이어 미국을 휩쓸 대공황의 기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저물기 직전의 해가 내뿜는 환함처럼 화려한 파티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다가 파티장을 벗어나면 좁다란 만을 사이에 두고 관망하듯 대치하는 전통적인 상류층과 신흥 부자들.

자동차 정비소 같은 서민들의 삶은 그저 지나가는 길가의 풍경이 되고 만다.

서로 다른 두 세계는 데이지의 남편 톰과 정비소집 아내의 연애처럼 일시적으로 섞이는데,그 불륜의 불똥은 엉뚱하게도 개츠비가 꿈꾼 세계에 파국을 가져온다.

정작 원인을 제공한 톰과 데이지의 세계는 표면상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공고하게 이어지고.

지금도 어떤 사람은 그저 변함없는 일상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다른 누군가는 '좀 더 나은' 무언가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에 쫓기며 대학 공부를 하고 자존심을 짓밟히는 구조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아주 부유해지는 꿈을 꾸거나,더없이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한 사람의 마음을 얻어 그 사람과 여생을 함께하거나,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성을 누릴 거라는 꿈을 품은 채.

사람과 사람 사이,집단과 집단 사이를 가르는 경계를 뛰어넘겠다는 열망으로.

그 꿈을 이룬 곳,그렇게 오른 산의 정상에서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곳에 빛나는 무엇이 있을 거라는 짐작으로 허위허위 오를 뿐.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한 소설가 김영하는 이 작품을 이렇게 요약했다.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우리는 표적을 향해 제대로 화살을 쏘아올리고 있는 걸까.

아니,내가 화살을 겨눈 채 쏘아보는 저 표적은 진정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인가.

이혜경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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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는 옛 연인 데이지와 재회하는데···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나라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등장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고전이다.


'부와 성공에 대한 열망'과 '사랑하는 미녀를 차지하지 못하는 신분의 장벽'이라는 두 가지 콤플렉스는 피츠제럴드 문학을 평생 지배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이런 모티프가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아름다운 작품이며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이다.


하나의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자 보석 같은 문장과 기발한 풍자로 빛나는 이 소설이 소설가 김영하의 젊은 번역으로 비로소 그에 걸맞은 옷을 입게 되었다.

서부 출신의 엘리트 청년 닉 캐러웨이는 성공을 꿈꾸며 동부로 온다.


그의 사랑스러운 사촌 데이지 역시 부유한 톰 뷰캐넌과 결혼해 부촌인 이스트에그에 살고 있다.


사촌의 집을 방문한 닉은 톰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데이지 역시 그걸 알고 있지만 안락한 환경을 박차고 나올 마음이 없음을 알게 된다.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날 밤,닉은 우연히 옆집 백만장자인 개츠비의 모습을 본다.


그해 여름,개츠비의 집에서는 주말마다 대규모의 호화 파티가 벌어진다. 파티에 초대받은 닉은 거기서 개츠비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5년 전에 데이지의 연인이었고 지금까지도 절박한 심정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


그래서 그녀 곁에 집을 사고 그녀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매주 파티를 연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개츠비와 데이지는 닉의 집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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