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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개인·기업·국가 신용, 빚 갚을 능력따라 등급이 다르네!

 


왜 우리 아빠는 철수 아빠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이자를 적게 낼까? 왜 S회사는 K회사보다 채권을 발행할 때 높은 금리를 보장해줘야 할까? 왜 한국의 신용등급은 북한보다 높을까? 이런 신용등급은 누가, 어떻게 매길까? 신용시대에 신용등급에 대한 궁금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로 얘기되는 신용평가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개인, 기업, 국가(정부)로 나눠보는 게 좋다. 신용에 따라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금융 등 경제비용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는 점에서 신용은 요즘 곧 돈이자 비용이다.

#개인신용 금가게하는 연체

개인은 은행은 물론 나이스신용평가정보(나이스)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를 받는다. 사람들이 모두 착해서 돈을 빌릴 때 이자를 꼬박꼬박 내고 예외없이 정해진 날짜에 갚으면 신용 100%의 사회가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떼먹는 사람도 있고, 늦게 갚는 사람도 있고, 제때 갚는 사람도 있다. 이런 탓에 금융회사와 기관들은 금융소비자들의 신용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신용이 좋은 사람에겐 적은 비용(이자)을, 나쁜 사람에겐 많은 비용을 물게 해 궁극적으로 높은 신용을 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신용은 10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적용기준은 평가하는 측에 따라 다소 다르다. 우선 나이스는 연체 여부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둔다. 과거에 빚을 잘 갚지 않은 경력이 있다면 미래에도 연체할 수 있다는 경험칙을 중시하는 것.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3%나 된다. 연체 금액, 연체 기간, 연체 횟수가 핵심 평가대상이다. KCB는 25%에 불과하다. 반면 KCB는 부채에 가장 높은 35%의 가중치를 둔다. 23%인 나이스보다 훨씬 높다.

두 회사는 은행보다 카드사, 캐피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을 나쁘게 본다. 신용형태를 기준으로 한 평가다. 나이스는 여기에 25.8%, KCB는 24% 비중을 둔다. 꾸준한 거래기간도 각각 10.9%, 16%씩 적용한다. 1등급이 되려면 나이스는 1000점 만점에 950점, KCB는 9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나이스가 평가한 국민평균 점수는 778점이라고 하니 재미있다.

나이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신용평가 대상자 4174만명 중 1등급과 2등급이 각각 630만명으로 같았다. 3등급 421만명, 4등급 617만명, 5등급 820만명, 6등급 477만명, 7등급 225만명, 8등급 171만명, 9등급 138만명, 10등급 45만명이다. 은행들은 두 평가회사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활용한다. 하지만 위험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하는 은행 속성상 평가회사가 준 신용등급보다 짜게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신용은 투자유치 잣대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서 투자자들은 기업신용 정도를 보고 투자한다. 외국투자자들의 직접 투자도, 자금조달을 위해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사주는 기준도 신용등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실적, 성장성, 재무제표, 채무상태, 담보여력 등이 주요 평가대상이다.

기업신용도 10개 등급으로 돼 있다. AAA, AA, A, BBB, BB, B, CCC, CC, C, D가 그것이다. D는 채무지급 불능상태를 말한다. 기업평가는 모든 금융상 채무에 대한 전반적인 채무상환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기업은 덩치가 크고 위험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가가 세 가지로 이뤄진다. 본평가, 정기평가, 수시평가가 그것이다. 본평가는 기업이 평가를 의뢰했을 때 실시하는 평가며, 정기평가는 확정된 등급을 유효 기간 내에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며, 수시평가는 기존등급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하거나 변경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실시된다. 기업신용등급 유효기간은 확정일로부터 1년이다. 채권만기일이 유효만기일인 경우도 있다.

해당 회사의 등급 방향성을 나타내는 등급전망도 있다.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 유동적(developing) 등이 있다. 가끔 뉴스에 보면 이런 표현을 볼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중요한 이유


국가신용평가로 알려져 있는 정부신용평가(sovereign rating)는 국제 경제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아졌다”는 뉴스가 그것이다. 정부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이 기준이다. 국가 부채가 지나치게 많으면 개인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국가에 대한 평가는 굉장한 평가기술과 광범위한 정보수집 능력 등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S&P, 무디스, 피치라고 하는 글로벌 평가회사들이 평가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주요 평가항목에는 경제구조, 성장성, 제도 효율성, 노동시장, 사회안정성, 금융시장 효율성, 금융건전성, 정부부채 수준, 재정수지, 보유 외화 정도가 포함된다.

물론 한국의 나이스 평가회사도 독자적으로 여러 국가의 신용평가를 서비스한다. 2011년 4월 6개국을 시작으로 지금은 말레이시아, 태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 슬로베니아, 페루, 아르헨티나,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폴란드, 카자흐스탄을 평가한다. 국가 신용등급이 높으면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대외적으로 하는 모든 금융거래 비용이 낮아질 뿐 아니라 그 순풍이 국내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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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정보가 '크레딧 뷰로(CB)' 통해 모아진다고?

개인신용정보 평가의 중요성이 2003년 수면 위로 나타났다. 당시 신용카드가 남발되고, 신용카드를 도깨비 방망이인양 사용하면서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면서부터다. 크레딧 뷰로(Credit Bureau)라는 게 등장하는 배경이다. CB는 은행이란 단어와 마찬가지로 개인신용평가를 하는 업무를 지칭한다. 돈을 빌려 주는 곳이 은행이듯이 CB가 개인정보 수집을 담당했다. 나이스와 KCB가 그런 업을 하는 회사다. 이들은 은행 등 금융사, 통신 및 유통업체,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통합DB에 모아진다. 각종 데이터는 정제되고 가공돼 개인별로 신용리포트가 작성된다. 이후 신용등급이 매겨지고 이 정보는 서비스제공 계약을 맺은 은행 등 금융사와 통신 및 유통업체, 개인에게 다시 제공된다. 이 정보 제공에는 부정적인 것, 긍정적인 것이 모두 포함된다.

최근엔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이 CB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CB를 공유한 금융사들은 개인 고객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 부실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개인정보 관리로 인해 개인파산도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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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201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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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산업의 뉴혁명 '3D프린터'…"제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화려한 미래 기술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사진 파일을 곧바로 정교한 가면으로 만들어내는 장면은 이제 현실에서 가능해졌다. 바로 3D프린터가 이끄는 ‘제조혁명’ 때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3D프린터 산업은 모든 제조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차원 인쇄는 100년 전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을 시작한 것에 맞먹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3D프린팅 시장 규모는 현재 22억달러에서 연평균 9%씩 성장해 2015년 37억달러, 2019년 65억달러로 예측된다. 3D프린터 산업은 시작 단계에 있지만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제조업은 물론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을 바꿔 놓을 것이다. 3D프린터의 무한 잠재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실제 물건 만드는 프린터

최초의 3D프린터는 1984년 미국에서 개발됐다. 30년 전 개발된 3D프린터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장비가 워낙 비싸 제한된 용도로 한정된 기업·정부만 사용했다. 최근 전자레인지 정도의 규모로 장비 크기가 대폭 축소되고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져 보급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3차원 프린터는 2차원 평면 프린터와 달리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제 물체를 만들어 내는 프린터다. 컴퓨터에서 만든 3D 설계 데이터를 프린터로 전송하면 프린터에 있던 금속 플라스틱 고무 등 재료를 설계도에 맞게 겹겹이 쌓아 올리거나 깎아 입체감 있는 물체를 만들어 낸다.

3D프린터는 제작 방식에 따라 열, 빛, 가루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플라스틱 재료를 열로 구워 형상을 만들거나 액체 플라스틱에 빛을 쏜 뒤 굳혀서 제조한다. 본드로 가루를 뭉쳐서 온갖 모양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화제가 된 3차원 프린터로 제작한 총기 복제품은 플라스틱 원료에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제조됐다.

#"포드 대량생산 맞먹는 혁명"

3D프린터를 만든 초기목적은 상품을 판매하기 전 시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기업은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틀을 만들고 재료를 잘라 조립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3차원 프린팅은 디자인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작이 가능하다. 또 실제 제품을 제작하기 전 고무나 플라스틱 같은 값싼 재료로 똑같이 생긴 제품을 만들어 사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다. 가구업체에서 값비싼 원목으로 의자를 만들기 전 플라스틱 의자를 만들어 어떤 부분이 앉을 때 불편한지, 의자가 흔들리진 않는지 등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3차원 프린터의 기본 원리는 입체적으로 그려진 물건을 미치 ‘미분’하듯이 가로로 1만개 이상 잘게 자르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얇은 막(레이어)을 한 층씩 쌓아 물건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완성한다(쾌속조형 방식). 잉크젯프린터가 빨강·파랑·노랑 세 가지 잉크를 조합해 다양한 색상을 만드는 것처럼 3차원 프린터는 설계에 따라 레이어를 넓거나 좁게 해 쌓아 올린다. 레이어의 두께는 약 0.01~0.08㎜로 종이 한 장보다도 얇다.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처럼 포드의 대량생산 방식에 맞먹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생명 구하는 의술에도 활용

제조업은 3D프린터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이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버리고 이미 3D프린터를 활용해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보잉사는 3000여개 부품을 3D프린터로 만들고 있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복잡한 날개도 이음매 없이 한 번에 찍을 수 있다. 각지에 부품 창고를 유지할 필요도 없고 값비싼 재료를 깎아 버리는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생명을 구하는 의술에도 3차원 인쇄술이 쓰인다.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는 100시간 가까이 걸리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등공신은 바로 3D프린터. 집도의는 샴쌍둥이가 붙어 있는 부분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은 뒤 3차원으로 인쇄했다. 인쇄물에는 두 아기의 내장과 뼈가 마치 진짜처럼 세세히 나타나 있었다. 그는 내장과 뼈가 다치지 않도록 인쇄물을 자르는 예행연습을 했다. 이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실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밖에 3D프린터로 다양한 의료용 보형물과 인공뼈 인공귀까지 생산되고 있다.

3D프린터발(發) 제조혁명은 소비혁명까지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옷이나 장신구를 그려보내면 전문 디자이너가 그대로 설계도를 만들어 회신한다. 소비자는 집에서 그대로 찍어내면 돼 제조업체는 막대한 생산과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재 산업이 완벽한 지식 거래 산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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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수갑 열쇠까지 복제 가능…범죄 악용 우려

내연기관과 컴퓨터에 이은 ‘3차 산업혁명의 엔진’으로 꼽히는 3D프린터. 이 신기술에도 그림자는 있다. 3D프린터로 인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처럼 ‘인쇄 복제 범죄’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최근 3D프린터로 수갑 열쇠를 대량 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유출됐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레이(Ray)라는 해커가 수갑 열쇠를 3D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며 “대중화될 경우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은 “지금은 수갑 열쇠 복제지만 머지않아 체육관 사물함, 지하철 보관함, 심지어 자동차 등 열쇠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분야에서 이 같은 취약점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또 미국 텍사스의 비영리단체 디펜스디스트리뷰티드가 ‘해방자’라는 이름의 3D프린터용 권총 설계도를 공개했다. 이는 3D프린터와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총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총기를 쉽게 만들 수 있고 실제 총알을 넣어 발사하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3D프린터로 총기 등의 무기 제작이 가능해져 인쇄 복제 범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3D프린팅 분야의 특허전쟁도 예고된다. 3D프린터 관련 치열한 특허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미니어처 게임제조사인 게임스워크숍과 3D프린텅 업체 메이커보트 간 저작권 위반 소송. 게임스워크숍은 메이커보트가 로봇과 미니어처를 3D프린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바람에 게임스워크숍의 로봇·미니어처 저작권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3D프린팅은 최근 들어 기계 가격이 급락하면서 빠르게 대중화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3D프린터의 대중화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가능하게 해 상당한 특허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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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201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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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투명한 시장경제…지하경제 양성화가 열쇠

 


성숙한 시장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효율적 자원 배분과 함께 ‘경제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과 시장경제연구원이 공동 발간한 <시장경제의 재발견>은 “기업과 민간이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라고 한다면 정부는 게임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심판과 같다”고 했다. 심판은 선수들이 반칙을 했을 때 벌칙과 함께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투명한 시장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을 보호하고 시장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경제는 정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고 각종 세금과 정부 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일련의 경제행위다. 최근 정부가 투명한 시장경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되레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수단 동원하는 '숨은 경제'


검은 경제(black economy),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 현금경제(cash economy), 그림자 경제(shadow economy)…. 모두 지하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지하경제는 통상 ‘세금과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합법·비합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숨은 경제’로 정의된다. 금전거래, 비금전거래, 합·불법적인 행위, 조세회피 혹은 탈세 목적의 행위 등이 포함된다. 신고하지 않은 자영업, 가내수공업, 물물교환,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불법 도박, 마약거래, 불법 고리대금 등이 지하경제에 해당된다.

지하경제 발생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조세 회피와 사회보장부담금 부담을 피하려는 게 주목적이다. 또 최저임금, 근로자 최대 근무시간, 안전 기준 등 노동시장에 대한 법적 기준·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통계 조사나 기타 행정적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다. 지하경제를 추정하는 방법은 설문조사를 통한 직접적 추정 방법과 미·거시 경제 모형을 이용한 간접적 추정 방법 등이 있지만 은닉된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그 실체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2012년 기준 290조원(명목 GDP 대비 23%)으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가 2007년 기준 13%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선진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재정 부담·소득 불균형 초래


지하경제는 정부의 세수 부족을 초래하고 국민소득을 낮추며, 소득 불균형까지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역기능을 한다. 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 지하경제가 양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지하경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조세다. 지하경제 활동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세금 징수에 지장을 초래해 공공재 공급에 차질을 가져온다. 대다수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징수돼야 할 세금의 절반 이상이 국고에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소득과 지하경제는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즉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하경제가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제활동이므로 지하경제가 클수록 명목상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상당수 국가들이 지하경제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선진국 진입을 위해 지하경제 비중이 축소돼야 함을 말해준다. 또 지하경제 규모의 증가는 지니계수(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도 증가시킨다. 지하경제 증가가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켜 사회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하경제 양성화나선 선진국들

선진국은 투명거래 및 성실한 세금 납부를 유도해 지하경제를 축소시키려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주로 신용카드 거래가 이뤄지나, 해외 신용카드를 이용해 탈세할 수 있다. 따라서 탈세 소득 파악을 위해 역외계좌 관련 신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국 국세청(IRS)은 역외 금융계좌 보유자 파악을 위해 미국에서 사용한 외국 금융회사 발행 신용카드 연관 계좌를 보유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세무조사를 시행해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케나다는 현금 수입 업종을 집중적으로 분석, 납세 성실도를 분석하고 회계감사 프로그램 도입으로 세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지하경제의 위험성 및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현금 거래가 많은 주택 건설이나 서비스 업종에 대한 현금 결제 자제를 유도해 지하경제를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 역시 최근 FIU(금융정보분석원)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의심되는 현금 거래 등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성을 확대시키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입법 추진이 활발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서는 과세 저항과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제도적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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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양성화'의 역설… 현금거래 급증

최근 정치권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입법을 추진하자 오히려 세원(稅源) 추적이 어려운 현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지하경제를 줄이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해온 신용카드 사용액은 올 들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원리에 대한 정교한 이해 없이 거칠게 밀어붙이기만 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미숙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오히려 지하경제를 키우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역설(逆說)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화폐 순발행액(발행액에서 환수액을 뺀 것)은 3조739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8705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화폐 순발행액은 시중에 현금 수요가 늘어나면 증가한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화폐 순발행액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09년 6월에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증가액이 1조원대에 머물던 화폐 순발행액은 올 들어 3조원대로 뛰어 오른 것이다.

특히 고액권인 5만원권은 올 들어 더욱 가파른 속도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집·금고 등에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5만원권 환수율(발행된 돈 중에 한국은행으로 되돌아온 돈의 비율)은 52.3%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전체 5만원권 환수율 평균 61.7%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다. 국세청은 고액권 현금 사용이 늘어나면 자영업자들이 현금 매출을 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세원 포착이 어려운 지하경제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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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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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스마트폰에 빠진 대한민국…"뇌에도 쉴 시간을 줘라"

 


“미디어 역사는 장차 스마트폰 등장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지난해 ‘기술과 사람, 정부와 시민의 공존’을 주제로 개최된 ‘서울디지털 포럼 2012’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미디어 역사를 구분할 만큼의 강력한 스마트폰 영향력을 잘 나타내 준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눈을 마주치고 얼굴을 마주하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수그리고 스마트폰에 몰두해 ‘수그리족’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지하철을 타 보면 수그리족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부터 채팅, 문자, 게임, 동영상 감상, 각종 문서 열람 등에 푹 빠져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대한민국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듯하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성인 2배

최근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성인의 두 배 수준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10세 이상 49세 이하 스마트폰 사용자 1만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청소년(만 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전년(11.4%)보다 7.0%포인트 증가했다. 20대는 13.6%, 30대는 8.1%, 40대는 4.2%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률이 성인 평균 중독률(9.1%)보다 두 배나 높았다.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이며 중독자의 경우 사용 시간이 무려 7.3시간에 달했다. 중독자는 1회 평균 19분씩 하루 23차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과 달리 지난해 전체 인구의 인터넷 중독률은 7.2%로 전년 7.7%보다 0.5%포인트 줄어 들었지만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0.7%로 전년(10.4%)보다 늘어났다.

#팝콘 브레인, ADHD 유발 위험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성을 얕봐서는 안 된다. 잦은 스마트폰 사용은 주의력 부족과 산만함,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뇌 발달을 위해 2세 이하 유아에게 스마트폰, TV, 인터넷을 아예 보여주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다.

의학계는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창의력 감소와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뇌가 쉬는 동안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서로 이어지는 과정이 진행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각과 창의력이 생각난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뇌가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이야기다. 또한 스마트폰 과다 사용자의 경우 주의집중력, 사고 전환능력,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등 스트레스성 건망증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 자세로 인한 문제도 발생한다. 스마트폰 스크린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구부정한 자세로 있다 보면 목과 어깨에 무리가 가고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거북목증후군’이라 한다. 마치 거북처럼 목을 쭉 뺀 자세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사람에 따라 두통이 발생하거나 허리에 통증이 올 수 있다. 장시간 쓰면 눈에도 악영향을 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물체를 볼 때 1분에 12~15번 정도 눈을 깜빡이는데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스크린에 집중하다 보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1분에 5~7번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눈을 깜빡여야 눈이 건조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몰입으로 눈의 깜빡임이 줄어들면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눈이 충혈되거나 이물감이 느껴지고 두통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눈에 통증을 느끼거나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확산되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

최근 해외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여 오프라인의 여유를 찾자는 디지털 디톡스(detox·해독)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움직임을 뜻하는 신조어다. 단식으로 몸에 쌓인 독소나 노폐물을 해독하듯이 스마트기기를 잠시 꺼둠으로써 정신적 여유를 회복한다는 취지다. 디지털을 통해 결코 얻을 수 없는 경험이 있고 그런 경험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성인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보이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운동일 것이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줌과 동시에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개인 휴대용품이라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스마트폰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똑똑한 휴대폰이지만 똑똑한 휴대폰 과다 사용이 우리의 뇌는 물론이고 몸과 생활까지 멍청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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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40초 보면 공부 몰입까지 20분 걸려"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의 경고

세계가 인정하는 기억력 천재 에란 카츠(사진). 숫자 500개를 순서대로 또 역순으로 기억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두뇌 능력 계발 및 향상에 대한 강의로 모토로라,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GE 등 글로벌 기업에서 2500회가 넘는 강연을 했다.

최근 에란 카츠는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만드는 비법과 기억력 증진법 등을 특별강연했다. 카츠는 현대인이 겪는 기억력 감퇴에 대해 집중을 방해하는게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지만 관찰하지 않고, 듣지만 귀 기울이지 않고,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부에 정신을 집중하다 스마트폰을 40초만 봐도 다시 공부로 몰입하기 까지 20분이 걸린다”며 “스마트 폰이 똑똑해질수록 사람은 더 멍청해진다”고도 말했다.

또한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차지하는 이유로 유대인식 교육에 답이 있다고 했다. 유대인의 전통학당 ‘예시바’에서도 마치 우리나라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칸막이 없이 시끄럽게 떠들며 공부한다고 소개했다. 공부 잘하는 법은 아이들을 많이 걷게 하라고도 한다.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뇌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아 뇌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츠는 기억력을 높이는 다섯가지 팁을 소개했다.

‘많이 걸어서 뇌에 피를 공급하라’ ‘사소한 일에도 흥미를 가져라’ ‘질문받으면 또 다른 질문으로 답하라’ ‘기억할 것들을 이미지로 상상하라’ ‘머리속 나쁜 기억을 빨리 지워라’ 등 이다. 에란 카츠는 <천재가 된 제롬> <슈퍼 기억력의 비밀> 등 베스트 셀러 저자로서 최근 <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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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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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지만, 달리 말하면 세금을 피하고픈 인간의 욕망이 죽음만큼이나 크다는 뜻도 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세금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하거나 줄이고 싶은 대상이다. 최근 많은 기업과 개인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실체 없는 서류상의 회사)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당국은 탈세 여부를 엄격히 조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원칙대로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와 한푼이라도 덜 내려는 기업(개인)의 숨바꼭질은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조세피난처가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게임의 룰(법)은 지켜져야 한다. 페이퍼컴퍼니를 무조건 탈세로 몰아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논란 뜨거운 '페이퍼컴퍼니'

조세피난처와 페이퍼컴퍼니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대기업 오너일가 명단이 공개된 데 이어 한 대기업은 그룹 차원에서 조세피난처를 통해 소득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재벌닷컴’은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1조원 이상 그룹 가운데 24개 그룹이 조세피난처에 125개 현지법인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추가 발표했다. 올해 3월 기준 125개 법인의 자산 총액은 5조6903억원으로 집계됐다. 명단에 포함된 해당기업과 경제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운 것은 정당한 경영활동”으로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탈세로 취급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은 대부분 조세피난처를 절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회계감사원(CRS)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 중 평균 43%를 조세피난처로 옮겨놨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최근 몇 년 새 미국 외 지역에 최소 100개 이상의 자회사를 세웠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인터뷰에서 “구글은 여러 나라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따랐을 뿐이다. 세금을 아끼는 방법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세 겨냥한 'FIU의 칼'


작년 한 해 동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잡아내 법 집행기관에 넘긴 ‘의심스러운 금융거래(STR)’는 50% 이상 증가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FIU의 탈세 적발 기능은 더욱 강화돼 FIU의 칼 끝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해 FIU가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금융거래 내역이 수상하니 자세히 조사해달라’고 넘긴 의심거래정보 건수는 1만8106건에 달했다. 2011년(1만1843건)에 비해 53%가량 증가한 것이다.

FIU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보기에 탈세·횡령·마약 등 범죄에 관련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금융거래 내역을 넘겨받아 국세청이나 수사기관 등 관련 법 집행기관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금융회사와 직원들은 비밀 보장을 요구하는 등 수상한 거래는 FIU에 보고해야 한다. FIU의 역할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운 박근혜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세청이 탈세가 의심스러운 사람의 현금거래 내역을 요구하면 FIU가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거래 보고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이르면 오는 9월 중 시행될 전망이다.

#법규상 합법…마녀사냥식은 곤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것 자체는 분명 불법이 아니다. 기업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 사업을 벌일 때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마녀몰이식 사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는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비자금 조성·탈세 등 ‘역외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세보다는 탈세 수단으로 의심부터 받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절세의 목적으로 세율이 낮은 곳으로 법적 소재지를 이동시키는 것과 불법적인 탈세와 돈세탁 행위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세금을 피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탈세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국세청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절세와 탈세행위를 구분해 범죄에 해당하는 탈세는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세금을 덜 내려는 시도 자체는 기업과 개인의 본능이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올리버 홈스는 ‘세금은 우리가 문명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내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합법적인 수단을 통한 절세는 좋지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조세회피와 탈세는 누구도 예외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조세피난처

법인세 소득세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장소. 외국환관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와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버뮤다제도, 홍콩, 스위스, 쿡 아일랜드 등 50여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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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의 유래…고대 그리스 무역상 '묘수'

조세피난처(tax haven)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역상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도시국가 주변의 섬들을 물품 창고로 이용한 것이 시초다. 당시 아테네 등의 도시국가들은 외국산 물품 거래에 약 2%의 세금을 매겼다. 때문에 상인들은 상품을 도시국가로 바로 보내지 않고 일단 주변의 섬으로 빼돌렸다가 들여가는 방식을 애용했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도 됐을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에서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다. 오늘날 조세피난처 상당수가 섬이라는 점도 이런 역사적 배경에 따른 것이다.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중간에 위치한 ‘맨섬(Isle of Man)’은 노르만족이 영국을 정복하던 11세기부터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카리브해 동쪽에 위치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콜럼버스가 항해길에 발견하면서 15세기부터 조세피난처로 활용돼 왔다.

20세기에 들어선 스위스가 떠올랐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 각국은 막대한 전비 처리를 위해 급격히 세율을 올린 데 반해 중립을 선언했던 스위스는 세금을 늘리지 않았다. 다른 나라 기업과 부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뒤로 많은 도시국가와 섬들이 조세피난처 설립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협소한 국토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자금의 유입을 필요로 했던 나라들이다.

현재 조세피난처의 종류는 다양하다. 모든 세금이 면제되는 조세천국(tax paradise), 외국 법인에 대해 조세 혜택을 주는 좁은 의미의 조세피난처(tax haven), 특정 법인에 대해 우대해주는 조세휴양지(tax resort)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인 조세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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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편집- 20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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