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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체간 '윈-윈 자원배분' 게임이론서 찾았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로이드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명예교수(89)와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61)가 차지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15일 “안정적 분배이론 및 시장 설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이들 두 명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섀플리 명예교수와 로스 교수는 협조적 게임이론의 대가다. 두 사람은 협조적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안정적 배분(stable allocations)과 시장설계 관행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걸출한 수학자이자 노벨상 역사상 두 번째 고령자인 섀플리 교수는 50여년 전에 이미 이를 이론화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섀플리 밸류’로 불리며 경제 주체들이 배분 문제에 있어 협조를 하면 이득이 생기는 방식을 제시했다. 섀플리 밸류는 20여년간 매칭이론을 연구한 로스를 만나면서 실제 경제에 응용하는 쪽으로 더욱 발전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나눌 수 없는 재화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배정하면 좋은지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뤘다. 남자와 여자, 학교와 학생, 환자와 장기 기증자 등의 관계에 있어 어떤 식(알고리즘)으로 연결해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를 보여줬다.

실제 보스턴 뉴욕 등 공립학교에서는 로스의 방식에 따라 학생을 학교에 배정, 효과를 보기도 했다. 로스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기 전 뉴욕시에서 공립학교 배정은 학생이 1~5순위 지망학교를 써내면 학교가 이를 보고 학생을 고르는 식이었다. 이렇게 되면 어떤 학생은 두 학교로부터 입학 제의를 받고, 어떤 학생은 모든 학교에 떨어진다. 비효율적인 자원분배가 일어나는 것이다. 로스는 한 학생이 가장 가고 싶은 한 학교에만 지원하도록 했다. 각 학교는 일단 자신의 학교에 가장 먼저 지원한 사람을 다 합격시키고 떨어진 학생을 모아 또 다시 한 학교씩만 지원하게 한다. 자리가 남는 학교에선 지원자를 받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뜨린다. 다시 탈락한 사람을 모아 남는 학교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지원하게 한다. 마지막 한 사람이 입학할 때까지 이 과정은 계속된다.

장기 이식과 관련한 거래모델도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예컨대 남편에게 신장 이식이 필요한 한 부부가 있다. 부인은 남편에게 신장을 주고 싶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아 본인의 신장을 이식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부인이 다른 지역에 사는 같은 처지의 부부를 찾게 되면 상대 부부의 남편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최근 위기와 재정정책 등을 둘러싼 거시경제학적 논쟁과 거리가 먼 미시경제학 분야의 연구자에게 상이 돌아가면서 노벨위원회가 논란에서 비켜갔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 해법을 제시한 경제학자를 배제하고 미시경제학에서 수상자를 냈다는 분석이다. 자칫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이슈인 위기와 긴축, 재정정책 등 거시분야에서 수상자를 낼 경우 최근 경제학계에서 가장 뜨겁게 진행되는 논쟁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로스 교수는 수상 후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오늘 아침 수업에 가면 학생들이 좀 더 수업에 집중할 것 같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상금 800만크로네(약 13억원)는 두 교수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서정환/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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