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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공존의 '다문화'…국경을 허물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다. 융합은 서로 이질적인 것이 섞여 조화라는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정보기술(IT) 제품의 대명사인 스마트폰은 기술의 융합이 얼마나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지 잘 보여준다. 융합은 기술의 결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질적인 민족이 모여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것, 다양한 문화가 섞여 무지개빛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융합이다. 기술과 달리 민족이나 문화의 융합에는 관용이라는 윤활유가 섞여야 시너지를 낸다. 관용이 빠진 융합은 격렬한 파열음만을 낼 뿐이다.

국경이 허물어져 가는 21세기의 키워드는 다문화다. 돈을 벌기 위해, 이민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든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700만명에 달한다. 인구 수로 따지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 비율로는 압도적 세계 1위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40만명을 넘는다. 다문화가족 인구만도 50만명에 육박한다. 국제결혼이 전체 결혼의 10%를 넘은 지는 이미 오래다. 한마디로 단일민족, 단일문화만을 주장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섞여간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민족과 민족이 혼합되는 것은 글로벌시대의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다문화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원화된 사회를 말한다.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엔 다양한 인종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존중하는 포용의 철학이 깔려있다. 소수 이민족들이 자국의 문화에 흡수되기를 강요하는 동화주의(Assimilation)와는 다른 개념이다. 다문화주의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관용의 미덕이 근본이다. 다문화주의 정착은 국가의 위상과 품격도 높인다. 하지만 다문화의 정착이 쉽지만은 않다. 기술과 달리 인종의 융합에는 갈등이 따른다. 일찍이 외국인을 받아들인 유럽국가들은 최근 ‘다문화주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정도다. 지난 7월 평화의 땅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학살극은 다문화 갈등의 극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건 무엇보다 경제다. 최근 세계 경기 침체로 삶이 팍팍해지면서 이민족은 단지 ‘일자리를 앗아가는 외국인’으로 비쳐진다. 쪼들리는 재정으로 그들의 복지를 책임져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커진다.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들어서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정서가 고개를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파열음을 최소화하고 공생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문화시대의 그들은 이미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다. 4,5면에서 우리나라의 다문화 상황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의 다문화주의를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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