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Cover Story] 시장경제 왜곡하는 ''편향된 경제교과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흔히 인용되는 이 속담은 세상만사가 결국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함의한다. 노력하고 땀 흘린 만큼의 열매가 맺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원인과 결과는 동전의 양면이다. 원인이란 씨앗이 있어 결과라는 열매가 생긴다.

미국, 일본, 영국의 공통점은 선진국이다. 물질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문화도 더 꽃을 피운 나라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다른 국가보다 일찍 받아들인 나라다. 시장경제라는 씨앗을 일찍 뿌려 경제와 문화라는 열매를 일찍 거둬들인 나라다. 대한민국은 폐허의 땅에서 불과 반세기여 만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 원동력 역시 민주주의 시장경제다. 시장경제라는 토대 위에서 땀을 흘리고, 창의를 발휘한 결과다. 같은 민족, 같은 땅이 갈라진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시장경제’라는 씨앗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율과 경쟁, 사유재산권은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애덤 스미스가 비유한 ‘보이지 않는 손’에 시장 질서를 맡기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생산과 소비, 가격을 결정하는 자율의 힘을 믿는다. 복잡해지는 경제구조에서 정부 개입이 불가피할 때도 그 간섭을 최소화한다. 경쟁은 기업 이윤 추구의 핵심원리다. 경쟁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는 노력이다.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를 강화해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선호하도록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 혁신, 창의, 개방 또한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가 힘을 모아 그 덩치를 키워야 한다. 시장경제는 분명 경제와 문화를 꽃피우는 ‘좋은 씨앗’이다. 국가의 부(富)를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물론 시장경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것도 많다.

청소년은 미래의 경제 주체다. 올바른 경제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청소년 경제 교육은 대부분 학교에서 이뤄진다. 교과서는 교육의 교본이다. 경제 교과서가 왜곡되면 청소년의 경제관도 왜곡된다. 경제 교과서의 균형 잡히고 객관적인 서술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좋은 씨앗을 뿌려야 좋은 열매를 맺는다.

자유경제원은 최근 ‘경제 교과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경제 교과서의 편향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경제 교과서의 편향이 학생에게 왜곡된 시장경제 이념을 심어줄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반(反)기업 정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독 강한 것도 편향된 경제 교육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4, 5면에서 시장경제의 본질을 자세히 살펴보고, 편향된 경제 교과서의 실상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Cover Story] ''수상한'' 고교 경제 교과서

자유경제원은 최근 ‘경제교과서,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2009년 개정판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4종(교학사·비상교육·씨마스·천재교육)을 일일이 분석했다. 고교생들이 배우는 경제교과서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얼마나 시장 친화적인지 살펴봤다. 이날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시장경제의 단점일까?

시장경제 체제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체제임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경제교과서는 현실의 자연적인 문제점들을 시장경제 체제의 단점으로 부각했다.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는 빈부 격차, 환경오염, 독점 기업의 발생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비상교육)라고 규정했다. 빈부 격차는 계획경제 체제에서나 혼합경제 체제에서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환경오염 또한 항상 있었던 문제다.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개인의 능력 차이나 가정 환경의 차이는 배제한 채 오로지 시장경제 체제의 단점을 부각시켜 설명했다. 근거 없는 위 서술은 학생들에게 시장경제 체제의 부정적 이미지만을 심어줄 뿐이다. 이 같은 문제는 사실 러시아와 북한, 중국 등 사회주의적 경제 체제에서 더 심각하다.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 등은 일부 사람에게 넉넉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천재교육)고 명시된 부분 역시 반박의 여지가 많다. 사회주의 방식의 규제는 탓하지 않고 시장경제 체제의 단점으로만 지적했다.

정부 개입에 우호적

4종의 교과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다.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통한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세계 대공황 이후 정부는 국민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독점의 횡보, 빈부 격차, 실업 등의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비상교육)는 교과서들의 대표적인 입장이다.

최 부원장은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현상은 정부가 개입할 때 이루어진다”고 반박했다. 대공황 이후 케인시안 방식의 개입을 통한 정부 비대화는 장기적인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제를 야기했다는 게 정설이다. 대공황도 시장 실패가 아니라 그 이전의 정부 개입과 정부 실패 때문이라는 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다.

나아가 몇몇 교과서는 수정자본주의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갖게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의 뉴딜 정책과 영국의 복지 국가 정책은 수정 자본주의적인 정책의 대표적인 예이다. 수정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절충으로서 자본주의적 혼합경제 체제라고 할 수 있다.’(씨마스)는 서술에 대해 최 부원장은 뉴딜 정책은 오히려 민간 경제의 활성화를 지연시키고 경제 회복을 더디게 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복지 정책으로 ‘영국병’에 걸려 경제가 쇠퇴하는 국면을 맞이했다. 그는 이러한 서술이 빠진 채 개입주의의 필요성만을 지적하는 것은 수정자본주의라는 왜곡된 관점을 갖게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세계화는 골칫덩이?

세계화에 대한 서술도 매우 부정적이다. 세계화로 인한 부작용도 있지만 긍정적 측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를 배제한 채 세계화를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논하는 건 매우 편향된 시각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나 기업은 국제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한 경쟁의 논리로 전개되어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나친 경쟁으로 발생하는 부의 집중과 양극화 현상은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간 격차, 다국적 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개인의 빈부 간 격차 심화로 나타날 수 있다.’(비상교육)는 입장은 경쟁의 필요성과 세계화의 긍정적인 면을 모두 배제했다. 이 같은 왜곡된 서술보다는 저소득 국가의 발전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개방과 세계화 물결을 타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다. 중국과 인도처럼 세계화의 기회를 잘 이용하는 나라도 있다. 약소국들은 선진국을 추격해 점차 부유해진다. 국가 간 격차는 줄어들고 열심히 일하는 신흥국들은 잘살게 된다. 방탕하게 낭비하는 국가만이 쇠락의 길을 걸을 뿐이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세계의 부는 양극화가 아닌 평준화로 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불투명한 경제교육…미래 망친다

경제가 중요하다면 교육체계도 분명해야 한다. 이들이 곧 국가의 재산이며 미래를 이끌 △소비자 △기업가 △근로자이다.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목표 달성도 경제교육의 정상화가 시발점이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는 경제교육 시간의 태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경제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지만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교과목에서 경제 단원은 전체 단원의 10%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고1 사회과목에서 시장경제의 기본인 자유와 경쟁, 시장, 교환에 대해 배우지 않은 채 리카도의 비교우위, 한계효용 등 시험만을 위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경제는 어려운 과목이라는 편견을 학생들이 갖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장두원 인턴기자(연세대 2년) seigichang@yonsei.ac.kr
최은호 인턴기자(동국대 3년) eunho6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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