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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길(江行)

홍경신(洪慶臣, 1557-1623), 〈강 길을 가며(江行)〉


黃帽呼相語 將船泊柳汀
황모호상어 장선박류정
前頭惡灘在 未可月中行
전두악탄재 미가월중행

 

뱃사공 불러서 얘기 나누니
버들 물가 배를 장차 대려 한다네.
앞 물 머리 고약한 여울이 있어
달밤에 갈 수는 없을 거라고.


-홍경신(洪慶臣, 1557-1623), 〈강 길을 가며(江行)〉

하루 종일 뱃길 따라 내려왔다. 이대로 내쳐 달빛 타고 내려가면 내일 쯤엔 한양에 닿을 수
있겠지. 유유히 미끄러져 내려오던 배가 한순간 멈칫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뱃사공을 불러
묻는다. 여기서 하루 밤 묵어가자고, 바로 아래엔 급한 여울이 있어, 흐린 달빛 보며 내려가
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부터 물살이 조금 거세다. 도리가 없다. 버들가
지 휘 늘어진 강가에 배를 묶기로 한다. 오늘밤은 달빛 벗삼아 강가에서 한 데 잠을 자야겠구
나. 하지만 마음은 조급하지 않다. 흐뭇한 달빛 안고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내 인생도
그렇듯이 유장하고 장엄하게 흘러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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