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칠레 FTA 10년…역시 자유무역이 옳았다


2003년 대한민국 곳곳은 농민들의 격렬한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노무현 정부 첫해였던 그해 2월, 양국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에 농민들은 ‘국내 농가 공멸’이라는 깃발을 흔들며 거리로 나섰다. 무엇보다 칠레가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포도 농가의 반발이 심했다.

한·칠레 FTA는 우리나라가 맺은 첫 자유무역협정이어서 그 두려움이 더 컸다. 한·칠레 FTA는 4월1일 발효 10년을 맞는다. 하지만 농민들과 FTA 반대론자들이 그렇게 우려했던 포도 농가의 피해는 기우였다는 것이 전반적인 진단이다. 포도 농가 스스로도 FTA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고 인정한다. 오히려 포도 농가의 단위 면적당 소득은 10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 새로운 재배 기법과 고소득 신품종 개발로 경쟁력을 높인 결과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무역에서 ‘트리플 크라운’(무역 규모·수출액·무역흑자 동시 사상 최대)을 달성한 것도 한·미 FTA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스크린 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배정) 축소로 국내 영화가 고사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한국영화 전성시대다.

FTA는 양국 간, 혹은 국가와 지역 간 상호 협정을 맺어 관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FTA를 맺으면 수출입이 늘어나 교역이 촉진된다. 교역이 늘어나는 원리는 경제학자 리카도가 주장한 비교우위다. 상대국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을 수출하고 그렇지 않은 물건을 수입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FTA에는 윈윈의 공식이 적용된다. 서로 무역장벽을 낮춰, 서로가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이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자유무역을 대신할 만한 무역 형태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자율과 개방은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경제주체들이 공정한 룰을 지키며 선의의 경쟁을 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경제발전 속도가 빨라진다. 개방 역시 경쟁력 촉진제다. 최근 들어 한·호주, 한·캐나다 FTA가 잇달아 체결됐다. 이는 대한민국 경제 영토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FTA를 맺은 국가(지역)와의 교역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현재 협상 중인 한·중 FTA까지 성사되면 FTA 영토는 급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교우위 산업이나 제품이 많아져야 FTA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4, 5면에서 FTA의 진실과 거짓, 관련된 용어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Cover Story] 정년 연장의 경제학…일자리 어떻게 나눌까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어난다. 근로자 정년 연장 법안은 이미 지난해 4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 및 지방공사 등은 2016년 1월부터 60세 정년을 우선 적용하고, 300인 미만 사업장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2017년부터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법안대로라면 2017년 1월부터는 모든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어난다. 정년을 늘리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길어지는 평균수명과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2% 정도에서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속히 빨라지는 고령화사회의 해법으로 정년 연장이 제시된 것이다.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온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경제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것도 정년 연장의 배경이다. 정년 연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찬성론자들은 정년이 연장되면 중장년층 소득이 늘어나 생활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일자리는 소득 외의 의미가 있어 전체적인 국민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고갈 불안감이 커지는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퇴직 연령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보다 낮다는 지적도 많다. 정년 연장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쪽은 주로 기업들이다. 대부분 기업들도 정년 연장의 기본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고령 근로자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단순히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 재계는 정년 연장이 강제적으로 이뤄지면 기업으로선 고령 근로자 고용 부담, 신규 채용 감소 등의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임금피크제 등 기업의 임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노골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각이 다소 엇갈리지만 정년 연장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사실상 시행만 남겨 놓은 상태다. 문제는 중장년층에게 일할 기회를 늘려주면서도 어떻게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느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으로 늘어나는 기간엔 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그 해법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역시 노사가 합의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합의에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이 고령화의 저주를 고령화의 축복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4, 5면에서 정년 연장의 찬반 논리와 이와 관련된 경제용어 등을 상세히 알아본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Cover Story] SPA 혁신…의류시장 판도를 바꾸다


“시장은 포화돼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도무지 뚫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한다. 장사가 좀 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수레가 놓여 있고, 터가 좋은 곳에는 으레 상점이 들어서 있다. 껌시장, 우유시장, 라면시장, TV시장, 스마트폰 시장 등. 만만한 업종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여기까진 일반인의 생각이다. 기업가에겐 이런 패러다임이 안 먹힌다. 포화상태라고? 진짜? 그럼 휴대폰의 거인 노키아는 왜 무너진 거야? 소니는? 기업가는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을 거부한다. 기업가는 시장이 조용한 것을 싫어한다. 기업가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해보려 한다. 그들은 늘 창조적 파괴의 눈으로 ‘비즈니스 세계’를 본다. ‘세상을 뒤집을 만한 것이 없을까’가 그들의 고민이다. 이들은 오늘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기회를 노리며 새로운 원재료를 찾고, 투자자를 찾고, 제품을 만들어 보고, 조직을 만든다.

요즘엔 제조·직매형 의류(SPA)의 대명사인 유니클로와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그런 기업과 기업가로 통한다.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는 원재료 구입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의류업태를 말한다. 편하고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 패션에 전 세계 젊은이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쓰고 있다.

한국은 SPA 브랜드들의 격전지다.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ZARA), 스웨덴의 H&M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에잇세컨즈까지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들은 기존 의류시장을 물갈이하다시피 했다. 독특한 생산체제와 유통 판매방식으로 가격거품을 빼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존 의류 업계들이 할 수 없었던 혁신이다.

옷 장사 하나로 정상에 우뚝 선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회장. 그는 의류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말할 때 “천만에”를 외친 기업가다. 그의 눈에는 기존 업체들을 이길 ‘신의 한 수’가 보였다. 그 한 수로 인해 지방의 작은 양복점 주인이던 그는 일본의 최고 부자가 됐다. SPA 브랜드가 어떻게 시장에 혁신을 일으켰는지를 4, 5면에서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Cover Story] 사물인터넷 혁명…'초연결 사회' 열린다


직장인 박수경 씨(41)는 베개에서 들려오는 알람소리에 오전 7시 눈을 뜬다. 기지개를 켜자 침실 커튼이 저절로 열린다. 손목에 찬 밴드로 커피머신과 토스터기를 작동시킨 뒤 욕실로 간다. 샤워실에 들어서자 수온 자동조절시스템이 사계절과 개개인에 맞춰 알맞게 조절한 온도의 물이 내려온다. 양치질하면서 거울에 표시되는 오늘의 날씨와 일정, 뉴스를 확인한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건강정보가 거울에 나타난다. 변기가 소변과 체중, 체지방 등을 분석해 건강을 체크해준다…. 불과 5~6년 뒤에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이 바꿔 놓을 아침의 일상이다.

사물인터넷은 유·무선 통신망으로 연결된 기기들이 사람의 개입 없이 센서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사물지능통신(M2M·Machine to Machine)이라고도 한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TV와 전등을 켜고, 세제가 떨어지면 세탁기가 쇼핑몰에 세제를 주문하는 식이다. 이 용어는 1999년 케빈 애시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넘어 기기와 기기가 서로 연결돼 정보를 나누는 M2M 시대 개막을 앞당기고 있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초연결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초소형 컴퓨터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람과 사물, 동물, 데이터, 프로세스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를 일컫는다.

사물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으로 통칭되는 센서 네트워크 기술과 센서로 수집한 정보를 스마트 기기에서 처리하는 정보처리 기술이다. 사람과 기기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설비나 기기의 원격 관리·통제가 가능하다. 질병의 원격 진단이나 치료도 수월해진다. 또한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가전, 헬스케어, 안전·보안 등 새로운 사업과 시장도 무수히 열린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사물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물인터넷 빅뱅시대에는 그림자도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사물이 해킹되면 사생활이 거의 100% 노출될 수도 있다. 의료장비가 해킹당하면 컴퓨터 바이러스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은 분명하다. 기술발전의 혜택은 누리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4, 5면에서 사물인터넷의 상세한 모습과 인터넷 발전사 등을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Cover Story] 스마트폰 탄생 7년…지구촌은 'SNS 혁명중'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7년 1월9일이다. 스티브 잡스가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세기의 발명품’ 기능을 설명했다. 세상은 손안의 그 작은 IT기기가 신기했지만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바꿔 놓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7년 만에 ‘스마트폰’이란 이름을 단 그 작은 기기로 세상은 놀랄 만큼 변했다.

소통에서도, 마케팅에서도, 유통에서도 스마트폰발 혁명이 지구촌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깃발로 한 정보기술(IT)은 새로운 소통혁명을 몰고왔다.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카카오톡 등이 등장하면서 메시지의 단순한 수용자들이 메시지 생산자로 변신하고 있다.

SNS 이용자들은 스스로 글을 쓰고,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남들과 공유한다. 스페인 출신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의 말처럼 개인-집단-정부가 수평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SNS는 사회·정치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이집트 튀니지 등 중동 국가에 민주화 바람을 불러온 촉매도 SNS였다. 지구촌 독재자에겐 SNS가 권좌를 위협하는 정적인 셈이다. SNS는 닫힌 사회를 열린 사회로 변화시키는 일등공신이다. 기업엔 SNS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다. SNS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올해로 탄생 10년을 맞은 페이스북은 인도 인구와 맞먹는 12억3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시가총액도 1500억달러(약 160조원)로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열아홉살 대학생의 손에서 탄생해 불과 10년 만에 대표급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SNS가 소통의 통로를 넓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닫힌 사회를 열린 사회로 만들어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영역을 넓혀가는 SNS는 그림자도 있다.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때론 악성 댓글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일부에선 SNS가 ‘생각의 무리짓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진 것도 SNS 때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소의 그림자가 있다해도 스마트폰을 모체로 한 SNS는 거스를 수 없는 이 시대의 소통혁명이다. 4, 5면에서 스마트폰이 사회·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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